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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골든차일드 홍주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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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에 데뷔해 스물, 스물하나를 거쳐오며 성장하고 있는 보컬리스트이자 아이돌인 홍주찬. 3년 차 아이돌 그룹이 갖게 마련일 부담감 속에서도 부지런히 자신의 몫과 존재감을 찾아가고 있는 주찬과 그의 첫 솔로 싱글 ‘문제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반을 넘어선 대화는 자연스레 보컬리스트 홍주찬, 스물한 살 홍주찬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1편에서 이어진다.

보컬리스트 ‘홍주찬’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걱정이 많은 편인 것 같지만 평소 무대 위의 홍주찬이라는 사람은 담이 꽤 센 편처럼 보이거든요. 어떤가요?
멤버들이 있으니까요. 무대 위에서는 멤버들을 믿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거죠. 또 제가 지금처럼 이렇게 내내 걱정하면서 준비해온 것들도 있으니까 무대 위에서는 그런 걸 믿고 해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려와서 또 걱정하는 거죠. 제가 사실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있거든요. 스스로 냉정한 편이에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좀 차갑게 보려는 편이기도 하고요. 만족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만족하는 순간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에 잔뜩 걱정하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냉정해지는 편인가 보네요.
그렇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지만 일단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냉정하게 준비를 해두려는 편이에요.

‘문제아’가 ‘너 같은 사람 없더라’ 2주년을 기념하는 곡이었다고 들었어요. 혹시 ‘너 같은 사람 없더라’를 최근에 다시 들어본 적 있나요?
라이브 영상 찍었던 걸 최근에 찾아봤어요. 많이 미숙하더라고요. 녹음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준비했던 거에 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워요.

두 곡을 비교했을 때, 보컬리스트 홍주찬으로 가장 자신 있게 ‘성장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안정됐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감정 표현 같은 건 그때, 열아홉 살 때의 제 감정이니까 지금이랑 다를 수밖에 없어서 단순히 성장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력 부분에서는 확실히 안정되었다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이런 기회가 더 많았다 보니까 긴장을 덜 하게 된 부분도 있고요.

저도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작년 ‘Let Me’ 즈음부터 이전보다 훨씬 난도가 높은 파트를 배정받는구나 싶었는데 수월하게 소화하더라고요. 고음이랑 애드립도 많아졌죠.
맞아요. 이번 ‘Genie’도 처음에는 애드립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었는데 녹음하면서 Y 형이랑 제가 담당해야 할 애드립, 고음파트가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라이브 준비하면서 힘들 때마다 Y 형에게 고민 상담하면 형도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또 한없이 우울해지고 그랬어요. (웃음) 사실 제가 지금은 팀에서 고음을 많이 담당하고 있지만 원래 고음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고음이 아예 안 되는 상태에서 연습생을 시작한 것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도 많이 하고 힘도 들어 했거든요. 물론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고요. 메인 보컬의 책임이 있잖아요. 준비할 때는 마냥 힘든 게 컸는데, 활동하면서 오히려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춤추면서 편하게 부르는 법도 많이 익히고, 적응된 것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혹시 ‘아, 됐다, 성장했다’하는 느낌이 들었었던 때가 있었나요?
‘Genie’ 쇼케이스 날이요. 그날 전까지만 해도 고음에 대한 걱정이랑 불안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쇼케이스 때 한 번 하고 나니까 별거 아니다 싶더라고요. 무대 올라가기 전엔 여전히 목 상태나 컨디션 신경 쓰면서 엄청 걱정하게 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확실히 많이 대담해진 것 같아요. ‘아 몰라, 될 대로 돼라!’ 하면서요. 음 이탈이 좀 나도 귀엽게 봐주시겠지 하면서 다독이고. (웃음) 그래 놓고 실수하면 다시 무대 내려와서 ‘아,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더 심하고 냉정하게 다그치게 되지만요.

실전에 강한 보컬리스트네요.
맞아요. 실전에서 좀 철판 까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걱정은 실전 전까지만 딱 하고요. 제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이 직업을 택하고 멤버들을 만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홍주찬

골든차일드 홍주찬

홍주찬, 스물 하나

지금 주찬 씨 인생에서 노래 외에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뭘까요?
최근에 쉬면서 생각한 게 있어요. 제가 원래 욕심이 좀 많았어요. 뭐든 해보고 싶어 하는 도전 의식도 크고요. 근데 이번에 부상으로 활동을 쉬게 되면서 그런 욕심들을 많이 덜어냈어요. 그동안 욕심부리다 실수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원래 좀 세게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멤버들이나 저 자신에게나 굉장히 냉철하게, 꾸밈없이 생각대로 말하는 성격인데 이제는 그럴 때도 좀 더 유하게 표현하고 싶어졌어요.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 같아요, 지금은.

부상이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이었겠지만 그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네요. 부상 이후에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도 답답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다치고 한 보름 정도는 굉장히 조급해했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다쳐버리면 멤버들이 힘든데, 회사에도 너무 죄송스러운데 하는 마음이 컸어요. 가능한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알아채더라고요. 다들 절 찾아와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조급해하지 마라, 지금 나가서 조금씩 모습 보여주는 것보다 완치돼서 건강하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걸 더 좋아하실 거다. 하고요. 그런 조언이나 위로가 없었다면 전 또 한 없이 우울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주위 분들의 고마운 말들이 제가 마음을 다잡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힘들 땐 보통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저는 그냥 한없이 힘들어해요. 힘든 걸 즐기는 건 아닌데 힘들면 그냥 ‘아, 힘들다’하고 힘든 대로 그냥 받아들여요. 그래서 가능한 한 일부러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럴 때 멤버들이랑 같이 있으면 좋아요. 멤버들이랑 쓸데없는 얘기 많이 하다 보면 기분이 풀리거든요. 사실 제가 누구에게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뭐든 저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멤버들을 만나고 나서 많이 바뀌었어요. 연습생 때는 그런 제 성격 때문에 멤버들이 많이 걱정했었거든요. 제가 너무 혼자 해결하고 힘들어하려고만 하니까. 그때 항상 멤버들이 먼저 다가와서 ‘그럴 때 그냥 형들에게 얘기해’라던지 ‘말이라도 하면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같은 말들을 많이 해줬어요. 그때부터 멤버들에게 많이 기대게 된 것 같아요.

골든차일드 홍주찬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 같아요, 지금은.”

평소에 감수성이 좀 예민한 편이라고 들었어요. 어떨 때 ‘내가 좀 예민하구나’ 싶나요?
저희 어머니가 항상 얘기하시는 게 있어요. ‘너는 세상 모든 걱정을 네가 다 하고 사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다크서클이 내려오는 거다’ (웃음) 게다가 전 저 스스로 걱정이 많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얘기를 들으면 그것도 제 일처럼 심하게 공감하거나 걱정하는 편이기도 하거든요. 또 이건 되게 일상적인 건데, 저녁 메뉴 같은 것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요. 한 끼를 맛있게 먹어야 하는 데 뭘 먹어야 만족스러울까, 이런 정말 사소한 걸 가지고도 엄청 고민해요. 그냥 기본적으로 걱정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면도 가지고 있잖아요. 스스로를 ‘애늙은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사실 이 생각은 어릴 때부터 했어요. ‘난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초등학교 때쯤부터 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그걸 설득시키는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하셨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네가 왜 그걸 하고 싶은지 우릴 설득해봐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편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뭘 할 때마다 부모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아무리 설득을 못 해도 결국엔 절 위해서 뭐든 항상 지원해 주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렇게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나만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도 되나’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부모님도 힘드실 텐데 나를 위해서 이렇게 다 해주시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사춘기 때 부모님께 언성을 높이는 일도 별로 없었고, 응석도 잘 안 부렸어요.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좀 애늙은이 같구나’ 싶었죠.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껴지네요. 지난 인터뷰를 보니까 ‘아이돌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이라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무척 인상적인 표현이었는데 어떤가요, 그렇게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나요?
개인적으로는 팬분들이 ‘노래해 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실 때마다 힘이 많이 돼요. 방송을 보고 웃어주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도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을 위해서 노래를 하는 거니까, 그렇게 서로 뭔가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데뷔 전에도 이런 감정이 들 걸 예상했었나요?
전혀 몰랐어요. 제가 노래하는 걸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지도 몰랐고 전혀 상상 못 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데뷔하고 나니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는 감정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정작 자신은 오히려 외롭거나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죠.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찬 씨가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뭘까요?
그럴 때도 있긴 하죠. 방송에서는 어쨌든 매번 웃고 즐거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런 복잡한 생각이 안 들게 가능한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걸 굳이 자기계발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오늘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한다는 게 좀 달라요. 다방면으로 취미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워낙 활동적인 사람이기도 하고, 오히려 가만히 쉬다 보면 더 힘들더라고요. 더 우울해지고, 피곤해지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골든차일드 홍주찬

“전에는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잘한다’는 얘기를 더 듣고 싶어요.” | 사진=조은재(골든차일드 “Wish” 쇼케이스)

이제 골든차일드도 3년 차 그룹이 되었어요. 멤버들과 요즘 가장 자주 나누는 얘기가 있을까요.
요즘 인터뷰하면서 많이들 얘기해 주시는데 ‘연차’가 주는 무게감이라는 게 정말 어마무시 하더라고요. 이제 마냥 신인이라는 이름으로 안주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전에는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잘한다’는 얘기를 더 듣고 싶어요. 다음 앨범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력들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들어요. 멤버들이랑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자, 목숨 걸고 한 번 준비해 보자는 얘기를 자주 하게 되네요. 멤버들이랑 의기투합도 할 겸 새벽까지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열심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동고동락하는 멤버들을 위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뭘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픈 거 티 내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멤버들이 그럴 때 때마다 ‘자제하자’, ‘방송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이렇게 아프고 보니까 그동안 멤버들에게 그런 말을 한 게 너무 미안해지더라고요. 게다가 다들 따끔한 말을 할 법도 한데 걱정이랑 위로만 잔뜩 해주기도 했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멤버들이 했던 말 중에 기억나는 게 있어요. 제가 재활 치료를 하면서 본가에 가 있었는데요, 그때 ‘네 빈자리를 잘 못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내가 그렇게 존재감이 없었나’ 싶었는데 제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잠깐 저녁 먹으러 나가거나 외출한 것 같았다는 뜻이었더라고요. 멤버들이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고 있구나 싶어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같이 파이팅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문제아’ 마지막 가사가 ‘이젠 좋은 나를 찾고 싶어’잖아요. 주찬 씨가 생각하는 ‘좋은 나’는 뭘까요
지금처럼 고민을 계속하고 싶어요. 스스로 만족해 버리면 그때부터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실력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 나가고 싶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나’인 것 같아요.

홍주찬
문제아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7일

   


진행 : 김윤하 | 편집 : 김윤하, 조은재


Draft : CLC – No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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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포미닛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큐브 여자 아이돌의 막연한 레거시가 있다. 일명 ‘쎈 캐’. 모르긴 몰라도 수동적이지는 않은, 에너지 발산적인 컨셉. CLC의 시작은 포미닛과 꽤 달라서 이 레거시가 한동안 잊혔었다. 작정이라도 한 듯, 큐브는 CLC에게 포미닛으로는 해보지 못한 가사를 제공하고 스타일링을 입혔다. 그동안 불러온 가사들 몇 개를 꼽아보면 주옥같다. ‘오빠가 좋아 너무 좋아 (Eighteen)’ ‘내 모든 미모 각선미 비결이 뭐 / 그건 내가 신은 높은 하이힐 (예뻐지게)’ ‘이것 봐요 그만 해요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이어 삽입되는 울프휘슬) (아니야)’ 아… 큐브가 상상한 예쁜 여자 아이돌이란 이런 것이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발매한 ‘도깨비’부터였다. 급격한 노선 변화였다. 그러나 CLC는 마치 이것만 준비해온 사람들처럼 파괴력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실은 귀염뽀짝 컨셉 시절부터도 퍼포먼스의 레벨만큼은 절대 만만하지 않은 그룹이었다. 중간에 ‘어디야?’ 같은 멜로우한 넘버도 발매하긴 했으나 결국 포텐이 터진 곡은 ‘Black Dress’였다. 남성을 유혹한다는 내용의 가사는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강렬한 EDM 힙합곡이었고, 올블랙 수트로 스타일링한 멤버들의 일사불란한 파워 걸스힙합 안무는 그토록 긴 기다림 끝에 CLC 멤버들이 마침내 쟁취한, CLC가 잘할 수 있는 컨셉으로 보였다.

“No.1″ 앨범의 ‘No’는 그의 연장선이나, 그보다 더 볼드한 한 발짝을 내디딘다. 지난 한 해 젊은 여성층에서는 ‘꾸밈’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인구수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메이크업 시장 등에서 볼 수 있듯, 현대 한국은 꾸미기 문화가 유독 발달한 사회다. 동시에 이 급격한 확장 속에 ‘왜 꾸미는가’ 에 대한 철학은 부재했다. 개개인이 느끼던 피로감은 일명 ‘웹 페미니즘 리부트’를 만나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여성들은 저마다의 저항을 시작했다. 꾸미기를 보이콧 하는 사람이든, 여전히 꾸미고 있는 사람이든, 2019년의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더 자주 ‘왜 꾸미는가’를 질문한다.

이 곡을 작사·작곡한 전소연은 이런 시대의 물음에 메시지를 던진다. ‘더 멋져질 방법은 말고 멋대로 망쳐봐 내가 제일 나일 수 있게’ 같은 라인으로 정형화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의 순간을 조명했다. 전소연은 mnet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던 시절부터 유독 외모 공격을 많이 받은 여자 아이돌이다. 지금도 연관검색어에 그의 외모를 비난하는 단어가 뜰 정도다. CLC는 큐브가 작정하고 ‘예쁜 여자 아이돌’로 키운 그룹이다. 상반돼 보이는 이들의 이미지는 결국 정형성 강요와 자유의 억압이라는 주제 아래 만나며 ‘No’라는 거부의 선언으로 폭발한다.

곡은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의 복잡성을 최소화해서 노래가락보다는 외침처럼 들린다. 곡의 도입부터 주문처럼 읊조리는 ‘Red lip, no / Earring, no / High heel, no / Handbag, no’ 는 단순한 인트로가 아니라 이 곡의 테마이자 사비로 기능한다. 마지막 예은의 나지막한 브리지가 ‘착한 척?’으로 끝나며 이 테마가 반복된다. 트랩 비트가 와르르 쏟아지며 승연을 필두로 한 클라이맥스 안무가 펼쳐질 때는, 이제껏 갈팡질팡한 CLC의 컨셉에 드디어 확실한 종지부를 찍는다는 후련함마저 느껴진다.

스타일링은 유독 가사와 불협하고 있다. 레드립과 하이힐을 거부하는 가사에 레드립과 하이힐을 갖추고 무대에 오른다. 이 곡에 더 어울릴 다른 스타일링에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하다 큐브의 선배 여자 아이돌 포미닛의 후반 활동을 떠올렸다. 허가윤이 적극적으로 비주얼 디렉팅에 참여했던 ‘미쳐’ 때는 얼굴을 반 이상 가리는 검정 버킷햇을, ‘싫어’ 때는 바디라인을 다 가리는 오버사이즈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일반적 여자 아이돌 스타일링에 대한 안티테제 격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뜨거운 해외 반응에 비해 국내 성적은 부진했다. 큐브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래도 한국에서 여자 아이돌 의상은 타이트해야 인기 있어, 당당한 이미지의 여자는 하이힐이 어울려’ 하고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다.

‘No’는 케이팝이 안전하다 인정하는 프레임 밖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다. 전체적인 프로듀싱에 일체감은 부족하나, 적어도 전소연이 짓고 CLC가 무대에 올린 가치는 어떤 시대 정신을 반영한다. 기록되어야 마땅한, 훌륭한 여성 창작물이다.

CLC
No.1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30일

   


Draft : ITZY – IT’z Differen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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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드: ‘땡’하는 알람 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에 등장한 소녀들. 테니스 스커트를 벗어 던지고 각자의 멋대로 갈아입고 나타나 곧게 턱을 치켜세운다. ‘날라리 같다’는 말에도 그저 ‘So What?’이라 대꾸하고, ‘철들 생각 없어요’라고 언니들을 향해 당돌하게 말하는 태도는 있지라는 그룹이 지닌 아이덴티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있지는 걸크러시가 아닌 ‘틴크러시’를 표방한다. 사랑보다 ‘세상에 재밌는 게 더 많’다고 말하는 10대 소녀들의 세계에서 남들의 기준은 그저 재미없고 고리타분하기만 하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설령 없다 하더라도 ‘내 맘대로 살 거야’라고 외치고 보는, ‘달라달라’는 그런 10대의 목소리를 담은 노래다. ‘난 특별하니까’라는 가사 뒤에 별다른 부연이나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내 style이 좋아 그게 나니까’라는 가사처럼, 내가 나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태도. 그 외의 다른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달라달라’의 가사는 서사성도 없으며 논리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단발적인 외침과 선언, 또는 독백이 산발적으로 흩어졌다 뒤섞이는 카드 다발 같다. 파편적 메시지들을 한 덩어리로 뭉치게 하는 열쇠는 바로 있지 멤버들이 지닌 에너지다. 한눈에 다섯 명이 뚜렷이 구분되는 멤버의 조합, 제각각의 헤어스타일과 치마든 바지든 원하는 대로 입은 패션, 난도 높은 안무 구성과 그걸 수행해내는 능력, 멤버 간 뚜렷한 역할 구분 등이 그러하다. 이런 요소들이 현존 걸그룹 중 가장 많은 팬덤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와이스를 보유한 JYP에서 후속 걸그룹을 내놓는다고 할 때 대중들이 품은 기대에 모자람이 없기에, 결과적으로 있지와 ‘달라달라’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물론 허점은 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기에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 자신을 굳이 비교하는 자기애는 조금 유치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 대조해가며 자아를 확인하는 감정 또한 10대 때 충분히 누려야 할 단계라고 생각하면 ‘달라달라’의 메시지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핵심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춘기 때는 ‘쟤보다는 내가 그래도 좀 낫지’라는 생각으로 자존감을 지키려 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나는 내가 알아’, ‘기죽지마 절대로’, ‘고개를 들고 네 꿈을 좇아’와 같은 구절이 10대, 특히 여성 청자들에게 얼마큼 거대한 의미로 다가갈지에 대해서 기성세대는 예측할 수도, 장담할 수도 없다. ‘달라달라’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데뷔 싱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벌써 이 강렬한 출사표 이후 앞으로 이들이 전달할 메시지가 얼마나 준비되어있는지가 궁금한데, 앞으로 사랑보다 ‘더 재밌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방법과 모습으로 노래하며 있지의 ‘다름’이 최대한 오래, 그리고 강하게 지속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스큅: 엄밀히 말해, 새롭지는 않다. 스웨그 넘치는 버스와 가요적인 훅을 뒤섞는 구조는 EXID와 블랙핑크를 빼닮았고, 이미지적으로는 자사 선배 걸그룹들의 데뷔곡(원더걸스 ‘Irony’, 미쓰에이 ‘Bad Girl Good Girl’, 트와이스 ‘우아하게’)과 근 몇 년 새 성행하고 있는 당찬 걸그룹 상(프리스틴 ‘파워 프리티’, 위키미키 ‘틴 크러시’ 등)을 한데 모아놓은 듯하다. 타인과의 구분 짓기로 자신을 드높이는 가사는 구시대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들은, ‘다르다’. 뭐가 다른지 특정하기보다 어찌 됐건 ‘난 뭔가 달라’라고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그 기세가 남다르다. 격정적으로 넘실대는 스포티한 퍼포먼스는 이에 탄력을 더욱 불어넣는다. 수록곡 ‘WANT IT?’ 역시 펑크 풍 기타 반주 위에 조금은 버겁다 싶을 정도로까지 샤우팅을 쏟아내며 가공할 만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데뷔 타이틀곡으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지지 않는 탓인지 오히려 ‘달라달라’보다 팀의 에너지를 더 잘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의 자신만만함과 천진난만함은 의외로 아이돌 신에서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그 내용의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난 뭔가 달라’라는 뻔뻔한 외침 자체가 곧 이들만의 다른 ‘뭔가’로 자리하게 되는 셈이다.
멤버 다섯 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가 잘 상존하고 있다는 점 역시 설득력을 높인다. 톡 쏘아붙이는 활력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류진, 노래에서나 퍼포먼스에서나 가장 굵직한 자취를 남기는 예지, 가느다란 선으로 노래를 수놓는 리아, 탄탄하게 연결 다리를 쌓아 올리는 채령, 아이돌 그룹에서 ‘막내’가 엄연한 포지션으로 기능함을 시인하게 만드는 유나까지. 누구도 팀의 완결성을 명목으로 타협되는 부분 없이 각자 제 기능을 다하며 ‘내 맘대로 살 거야’라는 선언을 실제로 이행해나간다.
결과는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이다. 숱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반길 만한 재능 있는 아이돌 그룹의 등장이다. 다만 JYP의 걸그룹 프로듀싱에 있어서 그룹의 데뷔 초 독특함이 점차 깎여나가는 사례를 수차례 목도해왔기에 기대감 한 쪽에 불안을 지울 수가 없다. 부디 이 개성과 재능을 낭비하지 마시길.

ITZY
IT'z Different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2일

   


Draft : 이달의 소녀 – [X X]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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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 본 리패키지작에 앞서 발매된 데뷔 EP “[+ +]”를 다루며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완전체’에 그렇게 큰 의미부여를 하며 기대하게 해놓고는 이런 결과물이라면 가히 대중을 향한 배신이라고 해도 그리 모진 표현은 아닐 것이다’. 많은 공과 시간을 들여 12명의 멤버를 소개해오는 과정에서 ‘완전체’라는 하나의 목표로 귀결되는 세계관을 선보인 것 치고는 몹시도 김이 빠지는 결과물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각양각색의 매력과 재능으로 번뜩이던 12명의 멤버들을 ‘납작하게 보정한 보컬 톤과 테니스 스커트라는 몰개성으로 표백’한 프로덕션의 게으름과 안일함에 대해서는 ’12명을 채 다 보여줄 여력이 되지 않아 결국 1명으로 퉁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역시 내비친 적 있다. 다소 모질게 말하건대, 프로덕션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0으로 수렴하던 상태였다. 대중의 평가 역시 대체로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리패키지 형태로 본작이 발표되었다. ‘Butterfly’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본작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12명이라는 ‘완전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일구어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성과다. 단면적이고 루즈하기만 했던 퍼포먼스는 우아하면서도 파워풀한 춤 선과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입고 풍성해졌고, 그 속에서 몇몇 멤버들의 존재감이 유독 빛나는 순간도 다수 존재한다. ‘남자는 조심 조심 조심’ 같은 시대착오적 문장에 더불어 외부로부터 타자화 및 객체화된 ‘소녀’를 전시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김밥처럼 넌 만두처럼 달콤해’, ‘수능보다 더 사랑이란 잔인해’ 등) 가사 역시 크게 달라졌다. 팔랑이는 나비 날개처럼 가볍게 날리는 듯한 어감을 최대로 살린 노랫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남기며 ‘날아오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관음적 시선으로 가득하던 뮤직비디오에는 대신 자유로움과 ‘나 자신다움’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입은 다양한 모습의 ‘이달의 소녀들’이 등장한다. 특히 히잡을 쓴 아랍계 여성과 흑인 여성이 출연하는 장면은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역사에 있어 가장 진보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팀은, 그리고 프로덕션은 분명 변했다. 이것은 업계가, 더 나아가 사회와 세계가 변화하는 추세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여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전작을 향한 대중의 볼멘 목소리에 대한 나름의 피드백으로 읽히기도 한다.
팀 내외적으로 많은 진보를 끌어낸 것은 분명 사실이나 그럼에도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 팀의 역량에 비해 다소 벅차 보이는 퍼포먼스, 아직 채 다 드러나 보이지 않는 각 멤버들의 캐릭터, 다소 피상적인 이미지 나열에 그친 가사, 하나의 완전한 메시지 제시에는 미처 이르지 못한 뮤직비디오 등. 사회의 변화상을 외면하지 않고 그에 발맞추려 한 노력은 가상하나 그럼에도 어딘가 ‘안전한’ 범위 내에서의 진보에 그친 듯 보이는 것도 한계라면 한계일 것이다. 프로덕션의 각 요소가 잘 맞물린다기보다는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것 역시 석연치 않은 부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시도가 폄훼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시도 그 이후가 중요할 뿐이다. 작은 날갯짓에 지나지 않는 시도라 해도, 그것이 또 다른 날갯짓과 다양한 시도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몫을 다한 것이 아닐까. “시작은 작은 날갯짓”이라는 곡의 노랫말처럼. 그리고 분명, 이들의 날갯짓으로 인해 씬은 이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어찌 보면 폭풍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팬덤 내외에서는 ‘이번 작품으로 데뷔한 것이라고 치자’는 반진반농이 오간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이 팀은 본작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그들만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중을 향한 배신’ 운운하며 치를 떨었으나, 이쯤 되면 눈 감고 속아 넘어가 주지 않을 수 없겠다. 바라건대 그들의 날갯짓이 순풍과 함께 늘 앞을 향해 있길.

스큅: 여태 이달의 소녀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담보해온 것은 소복이 쌓인 소리의 겹이었다. 음색의 표준편차가 작아 촘촘히 배치된 열두 보컬을 포함해 교묘하게 조정된 사운드의 층위는 굳이 복잡한 세계관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초현실적인 ‘루나버스’ 가운데 신비로이 반짝이는 ‘이달의 소녀’의 이미지를 충분히 구축해주었다.
‘Curiosity’, ‘색깔’ 등 이번 앨범 역시 그 정수를 보여주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중 단연 빛나는 곡은 ‘Butterfly’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보컬의 활용이다. 거의 가성으로 일관하는 목소리는 전경에 위치하는 대신 곡의 틈새로 스며들어 하나의 소리 겹에 지나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선율, 가사 혹은 가창 자체에 경도되는 대신 소리의 총체를 오롯이 체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 ‘Butterfly’는 노래라기보다 그저 음악이 된다. 보컬을 전면 후퇴시킨 채 드랍으로 꾸민 훅은 가장 상징적인 순간이다. 일전에도 ‘Loonatic’과 같은 수록곡이 있었지만, 가창자의 존재감을 중요시하는 아이돌 팝이 이런 곡을, 그것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은 분명 이례적인 결단이다.
퍼포먼스는 이 총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극화시킨다. 열두 명의 멤버들은 완벽히 동기화되어 한 마리 거대한 나비를 형상화하고, 걸그룹을 향한 잣대를 깨부수는 힘찬 움직임으로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잠재된 ‘허리케인’의 동력을 꺼내 보인다.
그리고 음악과 퍼포먼스의 총체적인 에너지는 뮤직비디오를 만나 명확한 궤적을 찾아낸다. 뮤직비디오에서 이달의 소녀는 그들만의 폐쇄적인 가상세계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접속한다. 그간 이(異)세계와 같은 공간을 연출하려 동원되었던 해외 로케이션 위에는 실지(實地)의 소녀들이 소환되고, 저마다의 날갯짓을 지닌 이들은 또 다른 ‘이달의 소녀’로 명명되어 이달의 소녀의 역동을 이어받는다. ‘Butterfly’는 자연스레 이 세상의 모든 소녀를 향한 송가의 지위를 얻는다. 지극히 지엽적인 부분에 머무르던 세계관이 비로소 바깥세상으로 손을 뻗치며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 순간의 파괴력은 실로 형용할 수 없다. 아티스트를 철저히 사물화, 객체화시켜 현실성을 도려내 버렸다 지탄받았던 전작에는 균열이 발생하고, 조은재의 표현을 빌리면, ‘가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작은 균열 그 틈으로 현실로 끌어내려’진다. 그 여진은 강하고, 오래도록 지속되며, 야속하리만치 근사하다.
“[X X]”로 이달의 소녀는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는 곧 본 그룹은 물론 아이돌 씬의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 폭풍이 될 것이다. 아니, 사실 판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레드벨벳의 ‘피카부’, 오마이걸의 ‘비밀정원’, (여자)아이들의 ‘LATATA’, CLC의 ‘No’ 등 걸그룹의 관습을 벗어던지는 작품들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고, ‘Butterfly’는 이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로 자리할 것이다. 나비효과는 시작되었다.

이달의 소녀
[X X]
BlockBerry Creative
2019년 2월 19일

   


결산 2018 : ③ 올해의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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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wrapup
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이돌로지는 57팀의 정식 데뷔 아이돌 음반을 집계했다. 프리데뷔 및 기존 데뷔 그룹 소속의 유닛/솔로 데뷔를 제외한 수치다. 이중 필진 11명의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0팀을 소개한다. 음반 커버를 클릭하면 음반 정보와 함께 더 상세한 리뷰를 읽을 수 있다.

10위. UNB (4월 7일, KBS ⟨더 유닛⟩)

조은재: 모든 멤버를 이전과 비교해 괄목하게 되는데, 그들은 그저 지금까지 잘해오던 것을 꾸준히 잘할 뿐임에도 빛을 보는 시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무척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UNB
Black Heart
포켓돌 스튜디오, 인터파크 INT
2018년 6월 28일

   


UNB
Boyhood
인터파크뮤직, 다 즐거운 사람들
2018년 4월 7일

   


9위. 걸카인드 (1월 17일)

심댱: 강한 퍼포먼스, 개인 티저, 자본의 향. 그냥 걸그룹을 만들지 않겠다는 프로듀서의 포부가 느껴진다.

걸카인드
Fanci
넥스트레벨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7일

  


걸카인드
S.O.R.R.Y
넥스트레벨 엔터테인먼트
2018년 6월 11일

   


8위. 드림노트 (11월 7일)

조은재: 분명 클리셰인데, 확신에 차서 제시하기에 여지없이 수긍하게 된다. ‘뭘 좀 아는 사람’이 만든 태가 나는 싱글과 출중한 멤버들의 실력. 올해 들은 데뷔 싱글 중에서는 단연 최고.

드림노트
Dreamlike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2018년 11월 7일

   


7위. 공원소녀 (9월 5일)

랜디: 멜로우 R&B 코드를 따라가다 후렴을 별빛처럼, 산들바람처럼 처리한 딥하우스 곡. 팔로 달을 형상화한 안무도 예쁘다.

공원소녀
밤의 공원 part one
키위 미디어그룹, 키위팝
2018년 9월 5일

   


6위. 스트레이키즈 (3월 26일, 2017 프리데뷔)

스큅: 청소년의 일상언어로 힙합을 구현하는 ‘치기 어린 패기’(혹은 ‘패기 어린 치기’)

스트레이키즈
I am Not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26일

   


스트레이키즈
I am Who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6일

   


스트레이키즈
I am YOU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2일

   


5위. 에이티즈 (10월 24일)

심댱: 험난한 아이돌 시장은 거친 바다로 변하고, 팬덤은 그들이 찾는 보물이자 동료가 된다. 방향키를 단단히 쥐고서 만만치 않은 사운드를 솜씨 있게 빠져나간다. 아이돌이 세계관을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에이티즈
Treasure EP 1 : All To Zero
KQ 엔터테인먼트,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0월 24일

   


4위. 프로미스9 (1월 24일, 2017 프리데뷔, 엠넷 ⟨아이돌 학교⟩)

미묘: 새삼스러움마저 신선하게 느껴질 만한 좋은 타이밍에 잘 맞춰 들어간다. 다시 듣는 ‘유리구두’와 비교하면 특히 방향성과 완성도의 확실함이 눈에 띈다.


프로미스9
To. Heart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월 24일

   


프로미스9
To. Day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6월 5일

   


3위. 이달의 소녀 (8월 20일, 2016 프리데뷔)

미묘: 첫 싱글부터 보여준 미덕, 그러니까 걸그룹 클리셰를 이용하되 살짝 변주하면서 제법 어른스러운 테이스트와 ‘음악의 힘’을 활용하는 태도를 간직하고 있다.


이달의 소녀
[+ +]
BlockBerry Creative
2018년 8월 20일

   


2위. 아이즈원 (10월 29일, 엠넷 ⟨프로듀스 48⟩

조은재: 이제 겨우 데뷔하는 시점에 ‘여기 서 있는’ 자신을 보라며 앞에 펼쳐질 장밋빛 꽃길을 자신만만하게 노래할 수 있는 걸그룹은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에는 없었다. 당신들이 선택했으니, 당신들은 반드시 좋아할 거라는 자신감.


아이즈원
Color*Iz
Stone Music Entertainment, Off The Record Entertainment
2018년 10월 29일

   


1위. (여자)아이들 (5월 2일)

마노: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인 여성 아이돌 팀이 여태껏 추구한 적 없는 어떤 지점을 파고든다는 것에 있다.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만간 이 케이팝 씬에서 크게 한 획을 그을 팀이 되지 않을까 감히 예견해본다.


(여자)아이들
I am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2일

   


(여자)아이들
한(一)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14일

   


1st Listen : 2019년 1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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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하순 발매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체리블렛, 세븐틴, 니엘, 임팩트, 영기스트, 노태현, 양요섭, 한승연, 준호, B1A4, 천둥, 하성운, 코코, 박우진&이대휘, 시아&라온, 로시, 네온펀치, CLC, 머스트비, 어위크를 다룬다.
체리블렛
Let's Play Cherry Bullet
FNC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1일

   

보통, 기획사가 ‘동생 그룹’을 만들 때면 이전 성공작을 고민의 출발점으로 삼게 된다. 체리블렛은 AOA가 제공하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란 장점에 보다 아기자기하고 생기 있는 모습을 결합하려는 듯하다. 의도는 상당부분 달성되지만, 그 공식을 위한 상상력이 탁월하다고 하긴 어렵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유효한 요소들의 클래식과 트렌드를 두루 필통에 담고 거기서 설득력 있는 조합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다. 이는 과소평가할 수 없고, 또 사실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실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결과물로서 단단하다는 점에서도 어떤 기합이 느껴진다. 또한 악곡과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사운드와 그 질감의 관점에서 표현되는 것도, 일가를 이룬 프로덕션으로서 어설픈 기획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지점이다. 다만 그 조합이 썩 새롭지 않다고 한다 해서 박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가장 친근함을 노린 듯하면서 또한 가장 낡게 다가오는 게 가사이기도 한데, 어쩌면 노력의 양이나 기합만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지 모르겠다. 걸그룹이 조금 낡고 수수해야 친근감을 주는 시대는 지나갔거나 혹은 지나가야 한다. 세련되면서도 충분히 사랑받는 걸그룹의 사례는 이미 많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케이팝이 끌어오는 세계관에 그 한계가 없다. 체리블렛은 동명의 가상 운영체제를 세계관으로 삼아 콘셉트의 차별점을 취하면서 캐릭터 설정 및 발랄한 그룹 이미지까지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트랙 리스트 역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연상시키며 활기찬 느낌을 준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템포의 ‘Q&A’는 아기자기한 게임의 메인테마처럼 들리는 한편, 나긋나긋한 바람결이 느껴지는 ‘Violet’은 RPG 게임 속 한가로운 한때를, 다양한 비트로 경쾌함을 한껏 끌어올린 ‘눈에 띄네’는 타격감이 좋은 FPS 게임의 짜릿한 순간을 들려주는 듯하다. 약간의 비현실감과 함께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신선함에 눈이 간다. 그들의 산뜻한 스타트에 Discovery! 도장 꽉.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기대가 낮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조잡하지는 않다. 곡마다 조금은 뜬금없는 전개들이 이어지며 기분 좋은 텐션을 유지한다. 팀의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소개하는 MV도 만족스러운 비주얼을 제공한다. 이에 맞춰 호기심 많고 재능 많은 멤버들은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명확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풍족한 보컬 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FNC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하다. 아직 이 싱글로는 10명의 보컬로만 팀을 꾸린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아쉽다. 딱 예상한 만큼 시원하게 뻗는 고음 외에 더 들려줄 것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기획사가 이제까지 보여온 것 중 가장 체계적으로 다듬은 세계관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또 멤버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뛰어놀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세븐틴
You Made My Dawn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발매된 계절상 ‘여름날의 하루’가 테마였던 전작을 지나 이번에는 ‘한겨울의 새벽녘’에 어울리는 미니앨범을 들고 왔다. 타이틀곡 ‘Home’의 구성이 상당히 독특한데, 미니멀하게 베이스와 보컬만으로 운을 뗐다가 이후에 드롭 되어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 되레 방향을 틀어 다시금 심플-미니멀로 돌아오는 식이다. 비로소 드롭 되는 코러스마저도 드롭치고는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신선하다고 느껴질 만한 부분. 전작 “You Make My Day”를 다루면서 언급한 적 있었다시피, 유닛별 수록곡이 앨범의 흐름을 끊고는 하는 점이 종종 팀의 약점으로 꼽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모든 수록곡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크레디트를 살펴보고서야 유닛별 수록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정도로 매끄럽게 갈무리된 것으로 보아 앞으로 유닛별 수록곡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쌀쌀한’이라는 뜻의 ‘chilly’와 ‘칠리소스’라는 두 단어가 자아내는 언어유희가 귀여운 힙합 유닛의 ‘칠리’, 출렁이는 뭄바톤 리듬이 관능적인 퍼포먼스 유닛의 ‘Shhh’를 특히 추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세븐틴은 지금 케이팝에서 가장 마법 같은 팝송을 선보이는 팀이다. ‘Home’은 자극적인 사운드와 들썩이는 비트감, 오프닝 ‘Good To Me’에서부터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는 역동감, 고음, 다정하고 달콤한 순간과 뜨거운 감격 등, 케이팝 감상자가 원할 모든 것을 한 데 뒤섞어 휘저은 뒤,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찌르고 들어옴으로써 또 한 가지의 쾌감인 공격적 에너지마저 놓치지 않는다. 이어지는 ‘포옹’은 발라드의 필요조건을 너끈히 채우면서도 충분조건을 거세게 잡아당겨 확장해 버리고, ‘칠리’는 매우 혼란스럽지만 놀라운 집중력 속에 청자가 그저 휘말려들게 하고 만다. 다소 무거워지는 듯하던 시기가 언제였냐는 듯, 마법사의 트릭처럼 좀처럼 상상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매우 희한한, 그러면서도 팝송으로서 물 샐 틈 없이 다져진 곡들이다. 케이팝의 현재를 보겠다면 세븐틴의 ‘음악’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니엘
김형석 with Friends Pop & Pop Collaboration #3
키위 미디어 그룹
2019년 1월 22일

   

세 번째를 맞는 “김형석 with Friends” 프로젝트의 발매곡. 앨범으로 묶은 2006년, 2011년과는 달리 각 곡이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고 있다. 원곡은 의심의 여지 없는 인기곡이지만, 2006년 같은 프로젝트에 김태우의 목소리로 실었던 버전보다도 새롭지 않다. 니엘의 독특한 보컬 톤에 의존해서 구성하려 한 듯하나 그나마도 그 보컬이 힘있게 도드라지지 못 한다. 김형석이 90년대 다른 작곡가들과 차별된 지점은 서양 팝에 가까운 음악을 구사했다는 것이었으나, 2019년에 이 곡을 듣고 있자니 전조 후렴 등의 요소가 그때만큼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곡의 색채를 바꿀 만큼 멜로디나 코드를 새로 만진 것도 아니다. 바뀐 것은 리듬 정도다. 그나마도 이 정도 소스는 이제 인터넷에 너무 흔해져 버렸다. 기왕 하는 리메이크, 곡의 생명을 연장하려면 좀 더 연구해야 했고, 좀 더 파격적이어야 했다.



임팩트
Only U
스타제국
2019년 1월 2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피드감 있는 하우스가 케이팝에서 종종 고급스럽고 우아한 기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Only U’는 반대다. 페스티벌 EDM 팝 같은 거창한 구성에 약간 날라리 같은 느낌을 더해 가요적 매력을 살린다. “이 세상 모두 가라 그래”가 다분 의도적으로 노골적인 비속어처럼 들리는 연출까지, 한껏 세속화한다. 그 열쇠가 되는 것은 거의 우악스럽게 들리는 웅재와 얄쌍하기 그지없는 태호의 대조. 이어지는 ‘빛나’에서도 같은 조합에, 보다 도톰하게 감성을 실어 날리는 제업의 파트가 이어지는 대목에 감탄이 나온다. 벌써 지난 8월에 발매된 ‘나나나’와 연달아 들으면 임팩트의 음악 세계가 장르 일렉트로닉을 (90년대적) 댄스 가요와 독자적으로 결합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느껴진다. 흥미로우면서 또한 좋은 ‘댄스 가요’를 일구는 행보.



영기스트
Can't Nobody
키즈플래닛
2019년 1월 24일

  

음원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순전히 퍼포먼스를 위해 고안된 곡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돌 그룹의 신보라기보다 키즈 댄서 크루가 새로운 루틴을 선보이는 느낌이다. 삐죽이는 비트에 랩도 춤도 정박으로 찍어내는데, 애써 무리하지 않는 가운데 ‘스왜그’를 뽐내는 모습이 (어설프다 생각할지언정) 어색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물론 이를 ‘풋풋함’으로 추켜세울지 ‘설익음’으로 외면할지는 순전히 시/청자에게 달려있을 터.



노태현
biRTHday
스타크루 이엔티
2019년 1월 24일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일상 속 특별함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한 흔적이 곳곳에 들린다. 타이틀곡에서는 마음을 늦추고 릴랙스 하라지만, 발랄한 템포에 감지되는 생기는 몸을 일으켜 즐거운 공기를 맘껏 느끼라며 부추긴다. 어쩌면 ‘생기’가 그의 EP를 잘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다. 수록곡 ‘Love Lock’ 가사 속 ‘Parachute’가 안식처를 향한다기보다는 활강 자체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 이유일 듯하다. 한바탕 파티가 지나가고 난 후의 묘한 외로움마저 채워주는 ‘하늘별’까지 따라가면 아쉬움을 찾을 수 없다. 생기발랄하면서도 부드럽게 진행되는 쇼, 혹은 가라앉은 기분을 한 순간 끌어 올려주는 디저트가 연상되는 EP.



양요섭
20 Full Moons
어라운드 어스
2019년 1월 24일

  

입대 전 마지막 디지털 싱글. 그룹은 ‘잘 지내줘’라는 노래로 이미 활동 휴지기 전 작별인사를 한 적이 있지만, 아쉬운 듯 한 곡을 더 내놓았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 우리 다시 만나자 / 잘 지내자 어디 있든 / 가끔 안부도 묻고 그렇게 지내자” 같은 가사는 친구에게 하는 이별 노래라 졸업 시즌송 같기도 하고, 멤버들에게 하는 인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팬의 입장에서는 연인과의 이별에 빗댄 ‘잘 지내줘’나 친구와의 이별을 그린 ‘With You’ 중에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들어도 좋겠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란 일대다일지언정 친밀한 인간 관계의 형태이고 (혹은 적어도 그것을 지향하고), 시마다 철마다 이런 인사를 챙기는 것은 아이돌팝이라는 장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라 하겠다.



한승연
I Love Me
인연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5일

  

‘I Love Me’는 곡의 흐름에 따라 목소리의 힘을 배분하면서 미성의 약점을 커버해내는 테크닉이 두드러지는 곡. 여전히 보컬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승연의 노력파 이미지와, 연인과의 헤어짐 뒤 혼자만의 생활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자기애로 연결한 가사가 어우러져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준호
Two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5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문득 13년 전 ⟨슈퍼스타 서바이벌⟩에 참가하던 준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현재의 그는 과연 과거의 그가 바라던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본인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앨범을 듣고 있자니 분명 그러하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굳건한 자기긍정이 읽히기 때문이다. ‘DSMN’, ‘비행기’, ‘Ride Up’ 등의 흥겨운 트랙은 물론 ‘바보’, ‘마지막으로’ 등 구차하리만치 애달픈 곡에서까지 준호의 가창은 일정 수준 이상의 조도를 담보한다. 일관되게 나타나는 신스팝의 향취 역시 앨범을 내내 밝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일 양국의 기발표 곡을 모은 베스트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통일감이 나타나 베스트앨범을 넘어 단일 앨범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이전 베스트앨범 “One”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성장이 느껴지는 부분. 앨범의 기조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타이틀곡 ‘Flashlight’와 흥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DSMN’을 추천한다.



B1A4
반하는 날
W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6일

   

멤버 신우의 자작곡으로 입대 전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커버 이미지에도 실린 것처럼 “바나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순간에 우리 생각을 하나요?”라는 신우의 트윗에 달린 팬들의 멘션을 바탕으로 작사한, SNS를 활용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완성한 실행력이 돋보이는 곡.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세 사람의 주고 받는 보컬과 후렴의 하모니가 듣기 편안한 곡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녹음실 풍경과 팬미팅 현장이 수록된 뮤직비디오까지, 팬들에게는 여러 모로 값지고 벅찬 선물이 될 듯하다.



천둥
레드 와인 (Red Wine)
라이트하우스
2019년 1월 26일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이 끝나고 진짜 홀로서기를 시작한 천둥의 첫 디지털 싱글. 음반 제목을 “Thunder MIX Vol. 1”이라고 붙인 것을 보니 이런 개인작을 자주 소개할 모양이다.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작사작곡을 했다. 다이아토닉 코드 진행이지만 목관 신스 리프와 리버브를 많이 넣은 드럼이 곡을 끌고 나가며 단순한 음계가 오히려 청량한 꿈처럼 들리게 처리했다. 작년까지 한 회사였던 정진운도 드림팝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던데, 서로 교류하거나 영향을 주고 받은 건지 궁금해진다. 젊은 아티스트의 꾸준한 창작을 응원한다.



하성운
잊지마요
스타크루 이엔티
2019년 1월 28일

  

‘잊지마요’는 솔로 앨범 발매 전 먼저 디지털 싱글로 내놓은 곡이다. 워너원의 멤버이자 동료인 박지훈이 피처링했다. 부드러운 두 사람의 음색이 특별한 대비 효과를 만들기보다는 곡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편안함을 준다. 심플하게 전개되는 사운드 속에 곡 전반을 아우르는 베이스라인이 인상적.

워너원 이후의 활동에 대한 불안감 한 스푼을 데코로 올려놓은 줄 알았건만, 솔로 앨범 선공개 곡이다. 담백하게 구사하는 메인 멜로디 사이사이 휘파람처럼 산뜻한 더블링이 곡의 분위기를 너무 처지지 않게 한다. 절절한 사랑 노래의 외피를 하고 팬덤만이 알아챌 수 있는 작은 힌트를 남겨놓은, 팬송 형식을 빌린 글루미한 듯 깜찍한 트랙. 혹시 힌트가 궁금하다면 2분 55초부터 유심히 들어볼 것.



코코(Coco)
Talktalk
팬시팩토리
2019년 1월 28일

   

키즈 아이돌 그룹을 마주하며 착잡한 기분을 자주 느끼게 되는 건 ‘키즈’가 ‘아이돌’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린이들 역시 나름의 주체성을 지닌 아이돌 문화의 향유자이기에 그들이 아이돌을 하는 것 자체를 삐딱하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제작자들이 ‘키즈’를 ‘아이돌’로 내보낼 때 납작하디납작한 고정관념을 두 배로 덧씌운다는 것이다. ‘톡톡’은 분명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키즈’와 ‘아이돌’에 대한 고정관념의 배합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두 조합으로 가능한 최악의 경우의 수를 피했다는 데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키즈’라는 점을 방패 삼아 내세우는 낮은 퀄리티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모모랜드를 베낀 곡 구성과 조악한 녹음 마감 상태는 한숨이 나올 정도. 발매 자체에 의의를 두는 활동이라면 아무렴 어떤가 싶지만 결국 이렇게 쓴소리를 남긴다.



박우진, 이대휘
Candle
브랜뉴 뮤직
2019년 1월 29일

  

두 사람의 사이를 향초(캔들)에 비유한 사랑 노래로 “너와 나의 캔들 이건 우리 스캔들/이제 혼자가 아닌 옆엔 사랑하는 팬들”이란 가사에서 팬송 형태의 노래임을 엿볼 수 있다. 이대휘의 높은 미성과 박우진의 중저음 랩이 잔잔한 톤임에도 지루할 틈 없는 대비효과를 만들어내고, 후렴에서 특히 그 매력이 살아난다. 앞으로도 가끔씩 피처링을 해줬으면 싶은 조합.



라은, 시아(시크엔젤)
White Lie
리즈 엔터
2019년 1월 29일

  

보컬과 랩이 교차되며 전개되는 익숙한 형식의 발라드지만, 2인조 유닛으로 각각의 파트에 100% 집중해 완성도 면에서 크게 아쉽지 않다. 특히 랩을 맡은 라은의 작사 실력이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화제성이나 주목도가 낮았던 그룹이기에 대중이 놓쳐왔을지 모를 멤버들의 실력을 어필하기 위해 나름대로 강구한 기획으로 보이는 좋은 시도.



로시
다 핀 꽃
도로시 컴퍼니
2019년 1월 30일

   

신승훈의 2010년 이후 멜로디 작법을 돌아보면 90년-2000년대와는 달리 보폭이 좁은 음계의 반복이 많다. (그의 과거 히트곡들에는 5도 이상의 도약이 많았음과 대조적이다. 본인이 그것을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탁월한 보컬이기에 나타난 현상일 것 같다.) R&B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진행인데, 음절을 많이 넣어서 가사가 들어갈 폭이 넓고, 따라 부르기 쉽다는 게 특징이다. 단조로운 채터링처럼 처리할 수도 있지만, 신승훈이 로시라는 보컬리스트를 발굴한 것에는 이런 단촐한 라인을 특유의 톤과 창법으로 ‘요즘 케이팝처럼’ 살릴 수 있어서라는 의미가 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멜로디는 쉬워야 하지만 소화하는 가창자는 신승훈 자신만큼이나 좋은 보컬이어야 한다는 조건 말이다. ‘다 핀 꽃’ 역시 3-2-3-2 반복되는 음계다. 여기에 김이나의 섬세하게 다듬은 가사를 얹었다. OST 참여 등으로 조용한 반향을 얻고 있는 현재, 시대를 대표하는 가요 보컬이 점찍은 후계자의 약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한 포근한 시선, 문단처럼 긴 호흡을 가진 가사, 가장자리에서부터 서서히 채워지는 스트링과 밴드 세션. ‘Stars’와 ‘술래’를 잇는 신승훈 발라드는 귀에 쉽게 안착하나 그것이 로시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옷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발라드 특유의 아릿한 맛을 선보이는 젊은 퍼포머가 흔치 않기에 이 기획은 로시의 컬러를 구축하기에 적절하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름’을 비롯한 OST에서 로시는 화사함도 곧잘 구사하기에 이것이 최선인지 자꾸 물음이 남는다. 과감하거나 더욱 우직한 선택,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한 때라고 보인다.



네온펀치
Watch out
A100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꽤 인상적이었던 데뷔곡 ‘Moonlight’ 이후 오랜만에 미니앨범을 내놓은 네온펀치. 타이틀곡 ‘TicToc’은 청자에게 최면을 거는듯 현란하게 쏟아지는 사운드가 귀를 혼란시키는 노래로, 불꽃놀이를 눈앞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한다면 이미지가 더욱 강렬하게 전달된다. 멜로디의 구성 자체는 크게 낯설지 않으나 노래가 흐르는 내내 예측하기 어려운 사운드의 활용 덕에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만들어지는데, 서사보다는 리듬감과 운율을 중시한 가사 역시 효과적으로 곡을 귀에 각인시키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독특한 동작의 안무도 곡과 잘 어울린다. 수록곡 또한 다채롭다. 상대적으로 조금 부드러운 비트와 멜로디의 ‘Like It’과 발라드 넘버 ‘Goodbye’, 또 마지막 트랙 ‘My Friends’는 복고적인 사운드에 멤버들의 개성 있는 음색이 어울리는, 90년대 아이돌송을 들어온 이들에게는 친근감 있게 다가올 곡이다.



CLC
No.1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30일

   

사실 ‘네가 원하는 대로 꾸미지 않고 진짜 내 매력을 찾겠다’는 메시지 자체는 고전적인 테마에 속한다. 거기서 ‘탈코르셋’을 직접 연상시키는 일종의 마니페스토를 주술처럼 던져대는 것, 또한 그것이 무대 의상과 상반되는 지점은 ‘어그로’라 볼 여지가 있다. 누군가를 도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맥락과 순간의 부조리가 크게 중요치 않은, 또는 그것이 인상을 강화하는 케이팝 특유의 작법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부조리까지 포함해 곡은 친절하지 않은 긴장을 강하게 끌어올린다. 후렴의 멜로디는 귀에 ‘꽂힐’ 정도의 힘을 지녔지만 귀에 ‘감기지’는 않는데, 이 역시 곡의 메시지에 부합한다고 한다면 다소 과한 해석일 듯하다. 다만 이미지를 던진 이후 귓속에도 맴돌게 하는 효용 측면에선 아쉬움이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성인층의 지배력이 높은 케이팝 시장에서 중년층 리버럴의 입맛에 부합하게 소화됨으로써 고전이 된 테마가 ‘불편함’을 기조로 변주되는 독특한 시점이란 사실이다. 누군가는 ‘잘못된 도발’에 불과하다 생각하겠지만, 케이팝이 청자를 도발하는 수법의 변천사는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후의 수록곡들은 한결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탄탄하고 찰기 있는 팝송들이다. 푸근함과 카랑카랑함 사이를 누비는 베이스 위로 매끄러운 보컬 화성이 펼쳐지며 감정선을 여기저기로 실어나르는 R&B ‘Breakdown’이나 뜨거운 걸음으로 귓속을 점거하는 EDM ‘Show’가 특히 놓치기 아깝다.

‘Black Dress’로 이미지를 변화한 CLC가 선택한 굳히기 기술은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작곡한 ‘No’였고 대중의 반응과 성적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한 번 들으면 귀에서 떨쳐내기 힘든 강렬한 도입부와 랩 파트에서 승연과 예은의 원투펀치 이후 예상 외의 느슨한 느낌으로 전개되는 후렴이 ‘No’의 독특한 중독성을 만들어내는 요인. 수록곡 라인도 탄탄한데, 그중 ‘Like It’은 타이틀곡 감으로도 손색이 없을 노래다. 예전 ‘어느 별에서 왔니’ 같은 CLC의 밝고 신나는 곡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마지막 트랙 ‘I Need U’ 또한 놓치면 안 될 트랙.



머스트비(Mustb)
i want u
머스트엠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30일

   

‘A’와 ‘딱 좋아’ 시절의 갓세븐, 혹은 작년 인기를 끌었던 아이콘, 펜타곤 류의 재기발랄한 보이팝을 표방했는데,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관성적이다. 기계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곡 구성은 무난함의 울타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퍼포먼스는 율동을 넘어선 무언가를 기획해 보려다 만 듯한 어정쩡한 인상만을 남기며 곡을 상회하기는커녕 어설픔을 더욱 노출시키고 만다. 멤버들의 부족한 기본기도 큰 문제. 차라리 아예 율동스러운 안무로 귀여움을 어필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 “떠오르는 말이 뻔해 그저 서투른걸 어떡해”라는 가사가 곡 전체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미 훌륭한 프로토타입이 있는 상태에서 굳이 뻔하고 서투른 새 선택지를 고를 이유가 있을까.



어위크(Aweek)
보면 볼수록 (The More I See)
일루젼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31일

   

통통 튀는 발랄한 음악에 화사한 의상, 어렵지 않은 안무 등 강하게 이미지를 어필하기보다는 쉬운 접근성과 상큼함에 중점을 둔 기획의 데뷔곡. 노래 또한 약간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하고 팀만의 뚜렷한 콘셉트도 보이진 않지만 완성도가 낮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모든 요소가 적당해 보이는 곡. 최근 보이그룹의 경향이 ‘빡세고 어두운’ 이미지보다는 ‘상큼하고 쉬운’ 이미지 쪽으로 많이 데뷔하는 추세인데 그 사이에서 얼마나 두드러지는 경쟁력을 지닌 팀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1st Listen : 2019년 2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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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빅스, 문현아 x The Lowkies, 지모스트, 온앤오프, 언더나인틴, 달(S.I.S)의 음반을 다룬다.
빅스
걷고있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일

   

‘군백기’를 앞두고 내놓은 팬송. 정석적인 파트 분배로 곡을 안정적으로 다지며 메시지를 편안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 발자욱을 되짚어보는 가사는 조금 늦게 만개했던 팀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더 뭉클해지는 구석이 있다. 가사에 현재완료의 내용이 주로 나타나는 데 반해 제목은 진행형으로 맺은 점이 재미있는데, ‘군백기’ 가운데서도 이들의 시계는 팬들에게 맞춰져 함께 흘러갈 것이라는 전언으로 다가온다. 엔의 세심한 작사가 돋보이는 지점.



문현아 x The Lowkies
Stress Free
Daynite Records
2019년 2월 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더 로키즈와 문현아의 꾸준한 협업이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은 결과물의 지향점이 ‘핫’도 ‘쿨’도 ‘힙’도 그렇다고 ‘베드룸’도 아닌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었다. ‘Stress Free’는 그에 대해 꽤 좋은 대답을 준다. 문현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가볍게 들리는데, 음색의 질감만이 아니라 부유하듯 날렵한 발놀림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남녀의 목소리로 더블링 된 “Get this shit out of my head” 같은 대목이 특히 그렇다. 템포감은 있지만 느긋한 비트가 듣는 이를 이끌기보다는 슬금슬금 움직이며 ‘노래’를 듣게 하고, 멜로디는 딱 기분 좋게 하는 성격의 것이다. 약간은 사담 같은 곡을 목표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협업체의 호흡은 지금 상당히 설득력 있게 맞아 들어가고 있다.



지모스트(G Most)
Fallin
G넘버
2019년 2월 7일

  

트랩 베이스가 꽤나 요란하게 움직이는 데 반해 멜로디, 가창, 퍼포먼스 등 이외의 모든 요소는 침잠해 있어 곡이 전반적으로 삐걱인다. 곡 내내 사운드의 도입이 시원하게 매듭지어지는 법이 없는데, 특히나 코러스의 드롭은 납작하게 짓눌려 있어 선명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채 계류하는 모습을 보인다. ‘Fire’는 ‘Falling’에 비해 보편적인 아이돌팝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멤버들의 (역량과는 별개로 나타나는) 미숙함이 군데군데 노출되며 특정 그룹의 하위호환 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상을 제시하려면 분명한 지향점이, 전례와 비슷한 상을 밀어붙이려면 탄탄한 내실이 받쳐주어야 할 텐데 어느 쪽도 해내지 못한 꼴이 되었다.



온앤오프
We Must Love
WM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모노트리의 황현이 정성 들여 쌓아 올리고 있는 온앤오프 디스코그래피의 세 번째 EP. 이달의 소녀 1년(?) 프로젝트 등을 통해 황현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채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 그중 그가 가장 ‘요즘 감성’이라 여기는 것들이 모여 온앤오프의 음악으로 태어나고 있다. 오버하지 않는 세련됨이 특징인 WM 아이돌 답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텐션으로 완성해냈다. 코러스로 치닫는 빌드업이 매우 짧고, 뒤로 빼지 않고 바로 단타로 Ab-G-Cm-Bbm 하고 터져 나오는 달콤하면서도 단호한 코드가 노랫말이 그리는 맹목적인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소년의 순전한 사랑은 일진 짱이 주인공인 ‘인소’의 텍스트와 닮아 있었으나, ‘사랑하게 될 거야’는 시공을 넘나드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다. 그 비현실성과 무해한 성질상 걸그룹 씬에서는 꽤 많이 다룬 주제이지만, 남성 그룹이 불러냈을 때는 또 조금 달리 들리는 면이 있다. 이런 ‘판타지 소년성’이 앞으로 4세대 남돌을 관통하는 특징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청순-청량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던 전작에 비해 노선과 콘셉트가 상당히 많이 달라진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신스와 보컬로 비장하게 운을 떼고는 랩과 보컬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쌓아 올리다, “넌, 날, 사랑하게 될 거-야”라며 한껏 자신만만하게 터뜨리는 프리코러스의 패기를 외면할 도리가 없다. 첫 번째 코러스 직후는 도입부와 같은 구조이되 기타 리프와 내지르는 래핑을 더한 변주로 좀 더 강렬히 몰아치며 청자를 압박하다, 이내 두 번째 코러스에서 다시금 시원하게 터뜨려내며 쾌감과 타격감을 안긴다. 멤버들이 수행하는 꽤나 ‘빡센’ 퍼포먼스와도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부분. 데뷔작부터 꾸준히 발맞춰온 모노트리 사단이 이번에도 앨범 구석구석 빠짐없이 관여했는데, 훵키한 베이스 반주가 인상적인 ‘Ice & Fire’, 센슈얼한 라틴팝 ‘별일 아냐’, 공간감이 두드러지는 신스팝 ‘I Do’ 등 일관된 톤앤매너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다채로운 색채의 트랙들을 담아냈다. “기억을 잃은 걸까 우리 둘이/과거 혹은 미래에 다른 세계에서”, “우린 사랑했었거나/사랑할 수밖에 없어” 등의 가사에서 수많은 ‘타임리프’ 서사 레퍼런스가 스쳐 지나가는데, 굳이 앨범 전체에서 서사성을 찾지 않아도 이미 타이틀곡에 내포된 서사가 아이돌 특유의 판타지성까지 훌륭히 채워주고 있다. 좀 더 주목받아도 좋을 한 장.

이번 회차의 추천작

‘사랑하게 될 거야’는 기존의 청량감을 박자 단위로 잘라 던져댐으로써 선명한 비트감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꽤나 복잡한 편성이지만 매순간 높은 설득력과 집중력을 보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요즘 보이그룹은 누구나 퓨처베이스에 저마다의 것들을 버무린다고 하지만, 이를 통해 윽박지르지 않고 ‘케이팝적인 우아함’을 달성하는 데에 모노토리보다 좋은 포뮬러를 가진 프로듀서는 얼마 없을 듯하다. 비장하면서도 독하지 않은 질감은 멤버들이 데뷔 후 점차 자신감이 붙어온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칠하우스 같은 질감을 기반으로 한 ‘Ice & Fire’도 멤버들의 선량한 듯한 음색을 조금 야시시하게 감싸는데, 특히 후반 와이엇의 랩과 MK의 멜로디가 겹쳐지면서 흩뿌리는 듯한 혼란감을 자아내는 대목이 일품. 미니앨범 전반에서 강하게 두드러지는 사운드 위에 멤버들의 목소리가 얹혀서 흐르는 듯한 지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언더나인틴
Under19 Final
포켓돌 스튜디오
2019년 2월 9일

  

〈언더나인틴〉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오디션 프로그램 사이에서 썩 좋은 성과를 거두진 않았지만, 썩 괜찮은 곡을 건져냈다. 타이틀곡 ‘마법 같아’는 작년 11월에 발매되었던 미션 평가곡의 청량함 대신 비장함을 감아 냈다. 비장한 차기작은 흔해도, 철썩이는 비트에 따라 프리코러스에서 챈트로 이어지는 고조감, “마법/같/아”라며 쏘아 내는 훅은 예사롭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톡 쏘는 느낌은 ‘별을 쏘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탄산수 같은 청량감은 이기용배의 그것이라 귓가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퍼포머보다는 곡에 대한 평이 더 적절할 텐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조형물을 프로듀서가 빚고 만져낸 형상이기에 그러리라. 〈언더나인틴〉으로부터 데뷔한 1THE9은 어떤 컬러로 나올지, 이 EP만 본다면 작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달(S.I.S)
Sad Love Story
루비 레코드, 더블엑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시티팝의 유행은 케이팝에서 즐길 것이 있는 힙스터들과 무관하지 않다 싶은데, 이런 작업도 보게 된다. 베이퍼웨이브에서 시티팝까지 이어지는 ‘열화’로서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요소가 많다. 넓은 공간을 습기로 채운 공간감 속에 옹골차게 두들기는 베이스도 그렇다. 무엇보다 신스의 질감부터 후렴 멜로디까지, 촌스러움과 청순미 사이에 정확히 걸친다. 무겁거나 앞으로 나서지 않는 달의 보컬이 정확히 어울린다. 사실 전개부의 멜로디와 편성은 조금 루즈한 것도 사실이고 이것 역시 ‘열화의 맛’에 해당하는지는 생각해볼 여지도 있지만, 청승과 여유를 정확히 반분해 갖춘 후렴이 정해진 숙명의 일상처럼 닥쳐올 것을 알기에 지루하지는 않다. 뽐내는 듯한 신스와 기타 솔로로 풍경을 뽑아내는 대목도 상당히 맛깔스럽다. (‘Diamond Guitar Edit’이 사실상 기타 솔로의 차이와 그에 따른 후반의 부수적인 차이를 가질 뿐이라서 굳이 이렇게 수록해야 했나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타깃 삼은 시대에는 흔히 있던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갑자기 코스프레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흥미롭고 또한 인상적인 싱글인 것은 분명하다. 곱씹어 듣고 싶은 욕망을 툭 떨궈 놓는 힘이 있다.

어쿠스틱한 편곡의 비-케이팝에 어울리는, 고운 보컬 톤을 가진 달의 싱글. 인디 씬의 프로듀서와 기타리스트와의 합작은 달의 보컬이 인디 씬에 매력적으로 다가옴을 알려준다. 그도 그럴 것이, 달콤하거나 글루미한 무드에 썩 어울려 피처링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쳤기 때문이다. 물기 어린 기타와 드럼으로 구축한 공간을 달은 부드럽게 채워 낸다. ‘Diamond Guitar Edit’은 브리지 부분을 좀 더 카랑카랑하게 해서 개운한 맛을 준다. 달이 선보이는 잔잔한 새벽 감성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가운데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가볍게 일청해 보는 건 어떨까. 역시 어스름한 저녁과 새벽 사이가 제격일 것이다.



결산 2018 : ④ 올해의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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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매된 아이돌 뮤직비디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을 꼽았다. 게재는 발매일자순.

오마이걸 – 비밀정원

심댱: 기대에 부푼 눈으로 가능성의 정원을 가꾸는 오마이걸을 꼭 마음에 들이십시오. 그들의 시선을 빌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테니까요.

마노: 가사 내용처럼 ‘불가능한 꿈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눈부시게 그려낸 곡의 브릿지 이후 장면들은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눈물 짓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NCT U – Baby Don’t Stop

마노: 색상도 장치도 기교도 최소한으로 하고 오롯이 두 멤버의 움직임에 집중한 화면 연출은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기대해야 할 A며 Z다. 텐과 태용의 비슷하면서도 대조적인 춤선을 감상하는 묘미까지.

– New Heroes

심댱: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가 매 순간을 무대로 만들어 ‘텐이 가는 곳, 그곳은 런웨이가 된다.’는 명제를 실현했다. SM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가성비가 인상적인데, 말 그대로 텐이 다 해버렸거든요.

마노: 텐의 재능이 정말로 다 해버렸다. 그 이상 달리 수식할 만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어쩌면 모든 것은 그의 존재감을 한층 경외롭게 만들기 위한 빅픽처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선호 – 봄이 오면

심댱: 유선호의 싱그러움을 따스한 톤으로 담아낸 수작. 유선호를 설명하려면 이 뮤직비디오가 적당한 답이 될 것이다. 때를 타지 않은 흰 양말처럼, 어딘가 있을 듯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보송보송한 얼굴의 소년이 그 프레임 안에 있잖아요.

Hyo – Sober

마노: 여러 종류의 다양성을 긍정하는 임파워링 메시지를 녹여낸 시도만으로 도저히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2018년의 가장 잘 만든 뮤직비디오는 아닐지언정, 가장 의미 있는 뮤직비디오임은 확실하다.

드림캐쳐 – You And I

마노: 가슴에 ‘흑마법사’를 한 번이라도 품어본 이라면 더더욱 이 뮤직비디오의 음산한 마성으로부터 도망치기 어려울 것이다. 오컬트를 비롯한 온갖 서브컬처 코드에 팀의 ‘악몽사냥꾼’ 서사를 버무린 뒤 자본력으로 마무리한 새로운 혼종.

샤이니 – I Want You

스큅: 카메라워크와 그래픽은 물론 이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멤버들의 연기력까지. 90년대 이미지를 현대적 미감으로 포장하며 SM표 힙스터 에스테틱의 집약체를 보여준다. ‘1 of 1’보다 한층 더 대담해진 (‘레트로 퓨처’가 아닌) ‘컨템포러리 레트로’. 개인적으로 화질은 480p 이하로 보기를 추천한다.

블랙핑크 – 뚜두뚜두

서드: 케이팝 씬에 뮤직비디오 어워드가 있다면 2018년의 미술상은 이 뮤직비디오가 수상했어야 한다. 정말이지 미술팀의 혼을 갈아 넣은 듯한 소품과 디테일. 훌륭한 조명과 촬영, 그리고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더해져 블랙핑크만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했다.

트와이스 – Dance The Night Away

서드: 영화 속 캐릭터 코스프레도 없고 장소도 세트장이 아니다. 모처럼 해변에서 신나게 놀고 모래사장 위에서 춤을 추는 트와이스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촬영이지만 물놀이를 하면서 멤버들도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즐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 옛날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처럼 약간의 신비함마저 느껴진다. 여름 시즌송에 알맞는 청량함과 시원함이 화면 속에 잘 담긴 뮤직비디오다.

효린 – 바다 보러 갈래

심댱: 이국적인 공간의 여름, 그 공기까지 사로잡았다. 열기로 일어난 아지랑이부터 희부연 화면에서 느껴지는 습기, 그리고 선캡을 쓴 스윔수트 차림의 그의 몸짓까지 온통 여름이다.

방탄소년단 – Idol

스큅: 맥락없이 키치하게 끼워넣은 ‘케이’, ‘팝’, ‘아이돌’ 이미지의 향연. 세 이미지를 분절하고 또 통합하며 ‘케이팝 아이돌’에 관한 온갖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또 교묘히 배반한다. 케이팝의 탈-케이팝 흐름의 새로운 표지. 소위 ‘BTS-팝’은 성립하는가.

선미 – 사이렌

스큅: 경고등은 결국 자아를 비추는 전조등이 되었다. 끊임없이 자아상을 굴려가는 아티스트 선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NCT 127 – Irregular Office

스큅: 북미진출에 대한 야욕으로 점철된 본 뮤직비디오보다 ‘캐해석’만큼은 티저 영상이 한 수 위였다. 멤버들과 팀은 물론 타이틀곡에도 딱 맞아떨어지는 오피스 콘셉트가 일품. (사이버펑크 레트로퓨처 시티 뒷골목의 한탕주의 날라리보다는 야근에 찌들어 쪽잠 가운데 환락을 꿈꾸는 오피스 워커야말로 서울의 이미지가 아닌가.) 적어도 한국어 버전 뮤직비디오는 티저의 연장선상으로 밀고 나가도 되지 않았을런지.

프로미스나인 – Love Bomb

스큅: 멜론을 폭파시켜버리는 엠넷의 패기란…

서드: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화면에 보이는 건 머리 위에서 불꽃이 타 들어가는 폭탄의 심지와 카운트다운되고 있는 타이머. 영화라면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장면이지만 이 뮤직비디오에서 폭발하는 것은 멤버들의 귀여움과 상큼함뿐이다. 마지막에 덤으로 폭발하는 멜론은 의도가 무엇이건 묘한 쾌감(?)을 주기도.

NCT 127 – Regular

서드: 세상 처음 보는 듯한 낯선 서울을 보게 된다.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가상의 도시를 다시 실사화 해서 뮤직비디오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과 그에 어울리는 미소년들의, 이세상 것이 아닌 듯한 힙(Hip)함을 한 번 느껴 보시라.

K/DA – Pop/Stars

마노: 케이팝인가? 라는 의심은 접어두자. 이것은 고도로 정교하게 재현된 ‘버추얼 케이팝’ 그 자체니까.


결산 2018 : ⑤ 최고의 커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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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가요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커버와 리메이크. 과거의 명곡에서 동시대 케이팝까지 다양한 커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출난 결과물로 드러난 10곡을 골라보았다. 선정은 스큅, 심댱의 참여와 함께 랜디가 진행했다.

백예린 – 1. La La La Love Song (Kubota Toshinobu)

국내에는 2000년대 보아의 커버로 알려졌을, 일본의 90년대를 대표하는 가요곡. 일본에서 7~80년대 유행하던 시티팝풍의 훵크 베이스라인으로 칠링하게 편곡해, 2010년대의 창법으로 불렀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요소들을 깔끔하게 봉합한 수작. 함께 작업하는 구름과의 케미가 탄탄하다. 사장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더 빛나는 디바. 새 앨범으로 좋은 활동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유아(오마이걸) – 코뿔소 (한영애)

〈복면가왕〉 같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경연 가수의 선곡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의 취향(혹은 심미안)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88년 발매된 ‘소리의 마녀’ 한영애의 곡을 고른 대범함부터 원곡보다 훵키한 편곡, 스크래치로 블루스 느낌을 더한 해석 등에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복면가왕〉의 게스트 패널로 자주 출연했던 그라서 더 신선한 충격이었다. 얼굴을 공개했을 때 터져 나온 유영석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아야?” 외마디가 모두의 마음이었을 것.

케이(러블리즈) – 사랑의 미로 (최진희)

깨끗한 톤에 어울리는 정확한 음정과 적재적소에만 등장하는 기교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차용한 간주와 억지스럽지 않게 어울린다. 집중력이 대단히 높은 무대였다. 어찌나 완벽하게 소화했는지, 마지막 마디에 긴장이 흔들려 짧게 끊은 숨에 비로소 ‘아, 인간이셨군요’ 하고 느껴질 지경. 케이는 가요의 맛 중에도 특히 고전미를 우아하게 잘 살리는 보컬이다.

정국(방탄소년단) – 이런 엔딩 (아이유)

원곡이 포크의 성격을 띈 발라드인 바, 정국의 이 커버에서는 R&B를 네이티브 언어로 삼는 보컬이 다른 장르를 탐구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숨을 조였다 푸는 컨트롤에 더 많은 공을 들여 신경질적일 정도로 예민하게 불러냈다. 여기에 강세마다 음을 길게 끌어올리는, 한국 가요적인 벤딩을 추가했다. R&B를 부를 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드림캐쳐 – 뱅뱅뱅 (빅뱅)

2016년을 강타한 인기곡이지만 여성혐오적 함의를 넣어야만 파티튠이 될 수 있다는 듯한 태도의 가사는 늘 지적 받았다. (요즘처럼 멤버가 클럽 내 특수강간 혐의로 시끄러울 때는 특히 꺼림칙하다.) 히트곡이 갖는 위상 탓에 ‘별 뜻 아니니 그냥 부르라’는 암묵적 압박이 분명히 존재했을 텐데, ‘그럼 별 뜻 아니니 반전해본다’ 하듯 쿨하게 임한 점이 포인트다. 댄서 없이 팀의 본래 멤버들만으로도 박력 있는 군무를 완성했다. “여자들은 위로, 남자들은 get low!”

화사(마마무) – Havana (Camila Cabello)

잘 어울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줄이야. 연습 없이 라이브 방송 중에 짧게 부른 것이 화제가 되어 예능 방송에서도 짧게 부르게 되었다. 마마무가 올해 활동한 ‘별이 빛나는 밤’과 리믹스한 라이브 버전도 있다. 뜨겁고 끈적한 반주가 제 옷처럼 잘 어울린다. 2018년은 대중에게 화사라는 가수가 깊이 각인되는 한 해였다. ‘Havana’ 커버 역시 ‘곱창 먹방’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더보이즈 – The Boys (소녀시대) & 루팡 (카라)

이제껏 남성의 여돌 커버 무대는 많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은 남성답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스운 것이다’ 라는 규범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탓에 그저 코믹한 코스프레가 되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노래의 주인들을 생각하면 대단한 실례다. 더보이즈는 여성 팬들이 납득할 만한 진지한 트리뷰트 무대를 만들었다. 철벽 같은 3세대 남돌의 인기에 대항하는 3.5~4세대의 차별점은 이런 것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민서 – 에너제틱 (워너원)

올해 드디어 정식 데뷔를 이룬 민서. 이전부터 유튜브에 자신만의 영상 브랜드 ‘잎새달’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솔직히, 〈슈퍼스타K〉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숏컷 민서의 매력은 회사가 프로듀싱해준 앨범보다는 이 커버곡들에 더 많이 묻어 있다. 건반 하나로 단출하게 연주하는 편곡에서는 작곡가인 펜타곤의 후이가 처음 의도했을 코드의 색채들을 더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

승관(세븐틴) – 와이파이 (윤종신)

2018년을 닫는 12월 넷째 주에 터진 뜻밖의 대박 커버. 세상 오만 사물을 이별의 직유 삼아보는 윤종신의 작법이 승관의 유머러스함과 가창력을 만났다. 원곡은 후작업 단계에서 쭉 내질러 부른 보컬을 부분부분 지워 완성했건만, 승관은 이를 천연덕스럽게도 맨목으로 불러낸다. 소리가 단단하고 컨트롤이 좋은 보컬이라서 듣기에도 좋다. 발빠르게 라이브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 딩고 뮤직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감각’도 감상 포인트다.

보아 – Man in the Mirror (Michael Jackson)

‘Man in the Mirror’ 발매 30주년을 맞아 원작자 Siedah Garrett과 보아가 함께 불렀다. (정확히는 2017년이 30주년이었고, 이 커버는 2018년 1월에 공개되었다.) 두 사람이 마주앉아 주거니 받거니 부른 것에서 원곡과는 다른 편안한 매력이 느껴진다. 음역대를 그대로 유지해 날카로운 남성 테너에서 부드러운 여성 알토가 된 것도 이런 감상에 한몫을 한다. 원곡의 작곡가가 30주년 기념 활동으로 선택한 것이 케이팝 가수와의 콜라보라는 점이 ‘플랫폼으로서의 케이팝’이 어디까지 와 있나를 생각해보게 한다.

* 2019년 3월자로 마이클 잭슨 아동성폭력의 피해자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Leaving Neverland〉가 공개되었습니다. 글쓴이는 2019년 3월 이후의 마이클 잭슨 트리뷰트 시도를 비판하며,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권외

민니((여자)아이들) – idontwannabewithyouanymore (Billie Eilish)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신진 음색깡패 민니. 정인이나 매드소울차일드의 박진실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음색이면서, 베이스가 적어서 에어리(airy)한 느낌을 준다. 완곡을 꼭 들어보고 싶은 커버.

지오(전 엠블랙) – If You (빅뱅)

이제는 BJ로 활동 영역을 옮겼지만 여전히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 자유도가 높은 직업을 택한 것은 다른 이해 관계의 개입 없이 이런 음악활동을 지속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웬디(레드벨벳) –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은미)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냈다면서도, 웬디는 한국어 팝발라드를 기가 막히게 부른다. 2018년 버전은 연습생 시절 부른 버전보다도 원숙해진, 섬세한 해석이 돋보인다.

리포트 : IZ*ONE “HEART*IZ”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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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통해 선발된 12명의 멤버로 구성된 아이즈원. 2018년 하반기 대중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서 내놓은 데뷔 앨범 “COLOR*IZ”은 20만장 이상의 총판매량과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를 추진력 삼은 듯 아이즈원은 곧바로 올 2월 일본에서 데뷔 싱글 “好きと言わせたい(좋아한다고 말하게 하고 싶어)”를 발매했다. ‘M 스테이션’ 등 현지 유명 음악방송에서 출연하는 등 활약하며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한일 양국에서 주목받는 인기 걸그룹으로 단번에 발돋움했다.

어느새 ‘라비앙로즈’로부터 벌써 반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4월 1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진행된 언론 쇼케이스 무대에서 아이즈원은 두 번째 미니앨범 “HEART*IZ”의 타이틀곡 ‘비올레타’를 선보였다. 조금은 귀여움과 상큼함을 강조한 곡으로 컴백하리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비올레타’는 퓨처 베이스가 가미된 두꺼운 사운드와 절도 있는 퍼포먼스가 조화되어 눈과 귀를 모두 잡아끄는 곡. ‘라비앙로즈’가 남긴 강렬한 인상을 그대로 이어 대중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선택이다.

아이즈원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불행에 행복할 수 없었던 ‘행복한 왕자’의 동상. 제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과 눈에 박힌 사파이어까지 모두 사람들에게 나눠준 뒤 진정한 행복을 얻었다는 이야기,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 착안한 ‘비올레타’는 아이즈원이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응원과 격려로 돌려주겠다는 메시지를 노래 속에 담았다고 한다.

‘라비앙로즈’처럼 ‘비올레타’ 역시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곡이다. ‘라비앙로즈’가 장미꽃이 피어나는 듯한 모습을 12명의 군무로 형상화해 가사를 퍼포먼스로 시각화해 옮겼다면, ‘비올레타’는 동화 속 제비가 날아올라 사파이어를 부리로 물어 나르는 듯한 안무가 포인트다. 또한 장미를 연상시키는 ‘라비앙로즈’가 붉은색 테마처럼 ‘비올레타’는 제목처럼 제비꽃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보라색을 테마로 한 무대 의상이 눈에 띈다. 대중들에게 빠르고 쉽게 각인되도록 시각적인 테마와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기획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어서 선보인 수록곡 ‘하늘 위로’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아이즈원의 의지가 더불어 팬들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은유적으로 담겨있는 가사의 팬송. 멤버들의 설명처럼, “HEART*IZ”는 여러면에서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은 팬서비스가 강조된 앨범이기도 하다. 멤버 김민주와 혼다 히토미가 수록곡 ‘Really Like You’의 작사에 참여했고, 일본 데뷔 싱글에 수록되었던 곡중 팬들 사이에서 가장 호응을 얻었던 두 곡 ‘고양이가 되고 싶어’와 ‘기분 좋은 안녕’을 각각 김민주와 이채연이 번안을 맡아 한국어 가사로 재탄생시켰다. 김민주는 ‘Really Like You’를 멤버들을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면서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어 작사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혼다 히토미는 함께 작업한 김민주의 도움을 많이 받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답했다.

데뷔 당시보다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 일본인 멤버 3인이지만, 길고 진중한 답변이 필요할 때에는 통역을 부탁하는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아이즈원은 한국 활동에선 일본 멤버들이 한국 멤버들에게, 일본 활동에서는 한국 멤버들이 일본 멤버들에게 언어적 도움을 받으면서 팀워크를 자연스레 다져왔다. 또한 팬들이 V Live와 예능 등 미디어를 통해 멤버들이 상호의존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기에 아이즈원의 이런 특수한 상황은 오히려 단점이 아닌, 팬덤에 어필하는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아이즈원 혼다 히토미

아이즈원은 이번 ‘비올레타’ 활동을 통해 팬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만간 국내 단독 콘서트가 열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살짝 전하는 눈빛에서 더 많은 팬과 만날 수 있는 무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읽을 수 있었다. 정해진 2년 반의 활동 기한을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듯 반년 동안 믿기 어려운 속도로 빠르게 성장한 아이즈원. 한국과 일본, 무대와 예능을 넘나들며 12인 12색의 다채로운 매력을 매일 같이 발견해나가는 이들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취재: 서드 | 사진: 조은재

아이즈원
HEART*IZ
Off The Record Entertainment,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9년 4월 1일

   


1st Listen : 2019년 2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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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태민, 일급비밀, 있지, 세븐센시즈, 세러데이, 드림캐쳐, 인피니트, 하이큐티, 화사, 닉쿤, 라비, 몬스타엑스, 트레이, 이달의 소녀, 워너비, 윤지성, 김보형, 효민, SF9을 다룬다.
태민
Want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케이팝이 결국 인물에 관한 것이라면, 이런 인물을 낳기 위해 산업 전체가 움직여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대목이다. 다만, 그것이 케이팝의 대표 이미지인 선량과 건전의 정확히 반대편 끝이다. 마치 케이팝에 어두운 뒷면이 있다면 이런 탐미적인 세계여야 한다는 듯한 곡들이다. 이를 단신으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태민일 것임은 분명하다. 음험한 관능을 빽빽하게 늘어놓는 전반부도 압도적이지만, 심지어 상당수의 곡들이 기승전결을 마치지 않고 절정에서 그대로 내려놓듯 마무리되고 있어 미니앨범 전체와 각 트랙이 저마다 흔들림 없이 무한반복될 것만 같은 아득함을 제공한다. 더 큰 긴장을 부여함과 동시에 곡마다의 ‘이야기’보다는 각곡의 ‘표정’을 만나게 하기도 한다. 평소보다 섬세한 표현력의 보컬을 선보이는 ‘혼잣말’, 다른 곡보다 덜 위압적일 것만 같음에도 팽팽하고 아슬아슬하게 들리는 ‘Never Forever’를 놓치지 말길 권한다.

‘Move’가 관능에 충실하며 원초적인 ‘쾌’를 자극하는 놀음이었다면, ‘Want’는 보다 치밀하고 계산적인 수싸움을 보는 듯하다. 따라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텐션이 브리지에서 폭발하는 순간의 짜릿함은 ‘쾌’의 감각이라기보다 각성의 희열이라 일컬어야 할 것이다. 지각(perception)과 인지(cognition)의 차이,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차이랄까. 역치를 찍었다 생각했던 순간을 지나서도 보여주지 못했던 지점을 찾아 꾸준한 성장곡선을 도모하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넘어 경외심마저 품게 된다. 점진적인 하강구도를 보이다 아우트로로 반등의 힌트를 제공하는 트랙 배치에서는 이 역시 결국은 다음 앨범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다는 메시지가 읽혀 앞으로도 성장이 계속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대로 충분하지만서도 다음을 더 기약하게 만드는 앨범. 전반적으로 공연용 트랙을 의도했다는 인상이 강한데, 특히나 ‘Shadow’와 ‘Truth’는 무대를 꼭 확인하고픈 마음이 있다.



일급비밀(TST)
Wake Up
KJ 뮤직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1일

   

스윗튠이 작정하고 80년대 풍을 늘어놓는다. 그것이 가요로서 잘 성립하고 있어, 80년대 취향으로 현재의 케이팝을 만든다는 것만큼은 성공적이다. (보이그룹의 청량미라는 기호 자체가 지금 살짝 뒤처졌다고 할 순 있겠다.) 다만 어딘지 기운이 조금 빠져 있는데, 많은 이들이 ‘스윗튠의 피크’로 기억하는 시기에 비해 치열한 느낌이 덜한 것은 사실이고 그 공백을 음악적으로 설득력 있게 가꿔내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상대적으로 크게 덜 느낀 선례도 있기에, 이것은 혹시 팀에게 맞지 않는 옷은 아닐까 하는 (불경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ITZY
IT'z Different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이 ‘틴 크러시’가 성인의 시선에서 비롯됐음을 숨기지 않는 대목은 많다. 보기에 따라서는 X세대의 송가라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베이스뮤직의 영향권에 하우스 비트를 조합하여 긴장감 넘치는 카리스마와 통쾌한 속도감의 훅을 겸비한다는 레시피는, 단순한 듯 과감하며 영민한 한 수다. 무엇보다도 멤버들의 선명하고도 강렬한 매력은 모든 것을 넘어서는 직관적인 매혹이다. JYP의 비법 소스는 여전하고 또한 유효하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트와이스를 대표하는 수식어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의 핵심은 ‘예쁜 애’가 아니라 ‘또’다. 즉, 엇비슷한 매력을 가진 ‘예쁜 애들’의 집합체가 아닌 새로운 매력의 ‘예쁜 애’가 계속해서 ‘또’ 등장하는 개체들의 연쇄를 포착하는 수사다. 있지는 그러한 트와이스의 강점을 소규모 인원에 맞추어 변용한다. 줄어든 멤버 수만큼 개개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더 비추며 연쇄성보다는 개체성에 주안점을 둔다. “달라 달라”라는 단 한 마디에 멤버들의 각기 다른 개성은 물론 ‘한끗’ 다른 팀의 방향성까지 압축적으로 담겨있는 셈이다. 트와이스와의 차이를 넘어서 다인조 그룹이 성행하던 와중 5인조 그룹을 내놓았다는 점, 굳이 외국인 멤버를 내세우지 않은 점, 별도의 해외 타기팅과 마케팅 없이도 해외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점 등 ‘3세대 아이돌’로 불리던 이들과도 다른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져 진정한 ‘4세대 아이돌’의 출범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9년도 케이팝 씬의 주요한 표지 중 하나로 자리할 데뷔 싱글.

놓치기 아까운 음반

‘여돌 명가’ JYP에서 핫샷 데뷔한 새 걸그룹. 아이돌 그룹의 멤버 캐스팅은 한동안 10인 내외의 다인원 그룹의 형태가 유행하다가 최근 다시금 7인조 이하로 축소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 5인조 걸그룹은 단순히 트렌드를 반영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레이블의 약 20여년의 노하우가 만든 어떤 ‘결론’에 가까워 보인다. 빠지는 부분 없이 구성된 정예 멤버들처럼 데뷔곡 ‘달라달라’ 또한 흘려 들을 부분 없이 있지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한다. 힘차게 외치는 구호 “I love myself”부터 패기 있는 “철들 생각 없어요/바꿀 생각 없어요”, 해맑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 “난 특별하니까 Yeah”까지, 있지의 캐릭터 또한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제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구성된 퍼포먼스다. 빠른 비트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박자를 타며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가벼운 애드리브 제스처까지 추가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이돌 2회차’다. ‘빡센 춤’을 추는 걸그룹을 대중이 반기지 않는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순, 케이팝 걸그룹 데뷔 중 가장 통쾌한 순간. JYP가 역시 명가는 명가다.



세븐센시즈(7Senses)
Swan
지비레이블
2019년 2월 12일

  

SNH48의 서브유닛인 세븐센시즈의 한국어판 발매곡. 신사동호랭이가 담당한 트랙은 플럭 사운드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공간에 느긋하지만 묵직한 비트와 빈티지 아날로그 신스 브라스와 워블 등을 더했다. 그렇다, 케이팝으로서 썩 익숙지 않은 조합이고 걸그룹의 곡으로선 더 그렇다. 상당한 공격성의 퓨처베이스로 빠지는 후렴도 마찬가지다. 시대감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질 순 있겠으나 신선한 자극이 될 만한 접근이다. 다만 보컬이 음절마다 너무 똑똑 끊어지는데 그것이 온통 정박이라서 고혹적인 긴장을 느끼기는 어렵다. 중국어 버전을 들으면 확실히 더 설득력 있다.



세러데이
Follow Saturday
SD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3일

   

‘모모랜드가 아니라고?’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흡사하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보컬이 전체적으로 하이톤이라 모모랜드의 묵직한 ‘스웨거’에 비해 경량급이라는 점. 작년 ‘뿜뿜’과 ‘Baam’의 연이은 선전 이후 모모랜드의 공식을 카피한 아이돌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데, 원본에 못 미치는 퀄리티를 논하기보다 우선 ‘뽕끼’ 아이돌은 파이가 매우 작은 시장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각인이 쉬운 만큼 물리기도 쉬울뿐더러, 이 정도 ‘뽕끼’는 한 그룹만으로도 이미 길티 플레저 치사량 초과다. (티아라, 오렌지캬라멜, AOA, 모모랜드의 ‘뽕끼’ 전성기가 동시에 찾아오지 않았음을 기억하라.)



드림캐쳐
The End of Nightmare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3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지금껏 꾸준히 그려왔던 ‘악몽 시리즈’의 ‘완결판’을 표방하고 있는 신보. 이전에도 ‘시리즈의 마지막’을 선언했던 적이 있었기에, 흔히 과제나 프로젝트 파일 이름을 두고 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악몽시리즈_최종_진짜최종’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앨범의 퀄리티만큼은 우습지 않다. 타이틀곡 ‘Piri’에서는 팀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헤비메탈 사운드에 이번에는 트랩 비트를 접목했고, ‘Diamond’에서는 뭄바톤과 헤비메탈의 이종교합을 이루어냈다. 곡을 리드하는 ‘Piri’의 메인 테마와 음산한 드럼앤베이스 리듬,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인상적인 ‘Intro’부터 타이틀곡을 거쳐 앨범 내내 쭉 유지되는 치밀한 긴장감과 유기성은 시리즈와 세계관의 ‘종장(終章)’에 걸맞은 완성도를 보인다. 어느덧 하나의 경지에 이른 듯한 멤버들의 퍼포먼스 역시 탁월하다. 윤회하는 악몽 속에서 스스로 악몽 그 자체가 되길 선택한 소녀들의 서사를 암시하는 뮤직비디오는 마치 지금껏 펼쳐온 시리즈의 요약본 같기도. ‘악몽 시리즈’가 끝을 맞이한다니 개인적으로는 아쉽기 그지없으나, 모쪼록 그들이 어둑했던 소녀 시절을 잊지 않고서 새로운 길을 거침없이 헤쳐 나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Piri’에서 다른 것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그동안 드림캐쳐가 일궈온 음악적 진화다. 제시된 요소들을 단순조합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것들은 분명 즉각 채택할 수 있되 리스크가 있었고, 그 함정에 매몰되지 않되 언저리에 위치한 아슬아슬함은 있었다. ‘Piri’는 그간 드림캐쳐에서 듣기 드물었던 드롭 형태의 훅 구성을 (‘힙합과 국악의 유사성’ 같이 애매한 공통점을 끌어올려) 메탈의 언어에 성공적으로 접목하고, 이를 다시 세련된 케이팝의 언어로 탈바꿈한다. 무뚝뚝한 랩과 미성의 보컬이 대조되는 틈새로 그룹의 목소리와 팀 퍼포먼스의 유전자도 충실히 반영한다. 완전한 불모지에서 출발한 드림캐쳐의 음악이 어느덧 하나의 완성체를 제시하기에 이른다. 그간 거쳐온 꾸준한 탐구와 자기개량에 경의를 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으면서도 스토리를 진전시키는 꾸준함 하나만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 숨이 차도록 달리기만 하던 전작들에 비해 약간 다운된 템포에 차분한 듯 선이 굵어진 퍼포먼스는 어느덧 중견급으로 성장한 팀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준다. 이 팀의 또 다른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음반 또한 일정한 무드와 테마를 유지하는 곡으로만 구성한다는 점이다. 장르적 변주를 줌에도 불구하고 드림캐쳐 특유의 서늘하고 도도하면서도 힘찬 이미지는 모든 트랙에서, 심지어 발라드곡 ‘Daydream’에서도 이어진다. 2년에 걸친 기획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완성했다면, 새롭게 등장할 스토리 또한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인피니트
Clock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3일

   

날선 댄스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각인되었던 인피니트였기에 자주 지적되진 않았지만, 댄스 팝이 아닌 보컬 위주의 수록곡들은 템포가 느려질수록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곤 했다. 그래서 그나마 템포가 빠른 편인 ‘Julia’나 ‘Memories’가 인피니트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라드 감성’이었다고 생각해왔는데, ‘Clock’은 로킹한 곡일수록 곡 자체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내던 인피니트에게 맞춰준 곡이되, 인피니트가 소화해내지 못한 곡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 명의 래퍼에게는 부담스러울 수준으로 길게 배정된 랩 파트도 의문스럽고, 후렴에서 충분한 폭발력을 발휘해야 할 유니슨은 힘이 부쳐 뭉치지 못하고 흩어진다. 청량감 넘치던 인피니트표 ‘떼창’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싱글.



하이큐티
발렌타인데이 (Valentine's Day)
스페이스뮤직
2019년 2월 13일

  

멤버들의 성장으로 키즈 그룹에서 하이틴 그룹으로 거듭난다고 소개했지만, 크게 달라진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2009년 발매된 원곡과 비교해 들었을 때 서투름을 숨기지 않았다기보다 부러 서투름을 주문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틴팝’이요 ‘하이틴 그룹’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그리 유명하지 않은 10년 전 곡을 굳이 왜 리메이크했는지도 의문.



화사
멍청이(twit)
RBW
2019년 2월 13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최근에 발표된 여성 솔로 가수의 데뷔 싱글 중에선 가장 충격적인 작품. 마마무보다 사운드는 더 묵직하고, 퍼포먼스의 스케일 또한 확장되었다. 캐치한 사운드에 반복되는 키워드를 붙여서 각인시키고, 전체적으로는 서정적인 실연의 감성을 가득 채우는 것은 YG가 걸그룹을 흥행시키는 공식이기도 했는데, 화사라는 천재적인 퍼포머에게 그 공식을 적용하니 일종의 ‘치트키’가 된 느낌이다. 어쩌면 화사의 먼치킨적 천재성이 이미 치트키인지도 모르겠지만.



닉쿤
Me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8일

   

2PM에서는 비주얼 멤버로 여겨지던 닉쿤이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는 점이 일단 주목할 만하다. 팬송 격인 ‘Umbrella’가 앨범 마지막에 보너스트랙처럼 수록된 걸 제외하면 모든 가사가 영어로 되어있다는 점은 글로벌한 시장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언어로 노래를 전달하기 위한 좀 더 개인적인 선택으로 읽힌다. 상대적으로 흥겨운 분위기의 3번 트랙 ‘Bridge’와 다음 트랙 ‘Jealous’와의 연계가 다소 느슨하게만 다가올 수 있는 앨범 안에서 긴장감을 살짝 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Endearing’의 곡의 전환에 맞추어 화음을 쌓아 올리는 후반부가 인상적. 전반적으로 빠르지 않은 템포의 듣기 편한 곡으로 채워져 있으며 피처링도 없어 그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해 감상할 수 있는 만큼 팬들에게는 이만한 서비스도 없을 듯하다.



라비
live (feat.청하)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8일

  

화자는 ‘너’를 향한 노래를 하면서 이는 위로나 동정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대놓고 말한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가 보면 ‘너’는 곧 ‘나’처럼 들린다. 왜, 누군가를 향한 조언이나 위로가 사실은 나를 향한 것일 때가 있지 않은가. 고민 많은 20대를 연상시키는 문장은 청하와 라비라는 20대 아티스트의 발화를 만나 묘한 진정성을 건드린다. 한편 두 아티스트는 대조적이면서도 서로를 보완한다. 라비가 골라낸 투박한 단어들과 그 위를 공기처럼 노니는 청하의 보컬이 어두운 가사와 밝은 멜로디의 대조에 들어맞는 것처럼 말이다. 길고 어두운 통로를 걷는 청춘에게 권해야 할 것은 힐링이 아니라 자기애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트랙.



몬스타엑스
We Are Her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8일

   

시간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 몬스타엑스가 지향하는 것은 내일이 없다는 듯한 팝적 쾌감을 온몸으로 쏟아붓는 데 있다. 팝은 팝으로서 소비하는 이가 가장 많기에 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몬스타엑스는 이를 너끈히 수행해 낼 자질을 갖춘 팀이라는 점에서, 찬성을 표한다. 강약을 조절하면서도 강-강-강을 이어가고 싶다는 듯한 ‘Alligator’가 일견 과한 듯 느껴지면서도, 듣고 나면 숨이 찬 저돌성만큼은 납득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스티브 아오키가 참여해서만이 아니라 단연 클럽 뮤직 그 자체의 질감을 담아내는 ‘Play It Cool’이나, 비트마저 편곡 요소로서의 기능과 극적 표현의 사이에 걸치며 뮤지컬적인 연출을 담아내는 ‘악몽’ 등은, 그러면서도 몬스타엑스의, 그리고 케이팝의 표현 범위를 넓혀내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트랙들.



트레이
Born; 本
바나나컬쳐
2019년 2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전작 ‘나이&키’에서도 인상적인 그루브를 보여줬던 트레이가 발매한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멀어져’는 도입부부터 뻗어 나가는 보컬과 심플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새롭거나 파격적인 무언가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익숙한 장르와 사운드를 매끈하게 소화해내는 장점을 지닌 미니앨범. 전체적으로 일관된 완성도에 듣기 편한 곡들로 채워졌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수록곡 중 ‘아가씨’의 감성이 조금 올드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신사동 호랭이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작곡보다는 주로 편곡으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띄는 부분.



이달의 소녀
[X X]
BlockBerry Creative
2019년 2월 19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마치 서로 다른 색상과 채도의 양면 색종이와 같은 구성의 앨범. 전작이며 데뷔작인 “[+ +]”의 리패키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 앨범의 후반부에 전작의 트랙들을 역순으로 배치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작하자마자 분위기가 고조되는 ‘Hi High’와 달리 ‘Butterfly’ 및 새로운 수록곡들이 일관적으로 다소 칠(chill)한 무드를 보이고 있기에, 순서대로 갈수록 차분한 곡조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던 “[+ +]”의 구성을 역으로 뒤집은 것은 현명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록곡의 면면 역시 훌륭한 것은 물론, 타이틀곡 ‘Butterfly’에서 엿보이는 다양성에의 긍정과 팀으로서의 진보는 분명 이 앨범과 프로덕션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들고 있다. 다시 한 번, 이제 막 시작된 그들의 “작은 날갯짓”이 늘 순풍과 함께 하길 바라며 Pick!을 보낸다.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Butterfly’의 화성 진행은 반음 간격의 2개 코드(Eb7-Dm7)만을 반복하는 “작은 날갯짓”의 형태에 불과하지만, 그 가운데 멜로디의 진폭과 사운드의 낙차로 “허리케인”의 역동을 도출해낸다. 이 에너지는 속삭이는 듯한 가창으로 단단히 응집되고, 거대한 하나를 그리는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발산된다. 서 말 구슬을 차마 꿰어내지 못했던 데뷔 미니앨범에 대한 아쉬움을 상회하고도 남는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Butterfly’는 주야장창 ‘에네르기’만 모으다 스러져버리는 듯하던 순간 내놓은 회심의 ‘파’다. 이후로는 치밀한 세계관을 그리는 ‘위성’, 충격파의 쐐기를 장식하는 ‘Curiosity’ 등 여진을 이어받는 곡들이 이어지고, 이전 미니앨범 “[+ +]”의 수록곡들까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사실 자연스러움을 넘어서 “[+ +]” 때보다 더 높은 흡인력과 설득력을 자랑한다. 이는 분명 미시적인 차원의 세계관 스토리텔링을 본 콘텐츠에 무리해서 끼워 넣지 않고 티저 영상과 같은 부가 콘텐츠 내지는 사소한 설정(“[+ +]”를 역순으로 이어 붙인 트랙배치, 연속성을 살린 앨범 제목 “[X X]”, 정월대보름에 맞춘 발매일자 등)을 통해 풀어낸 덕이다. 여러모로 “XOXO” 때의 엑소와 “Empathy” 때의 NCT가 떠오르는 전략. 이후 엑소와 NCT는 현실적인 문제로 세계관을 깨뜨려야만 했기에, 현재로서는 이달의 소녀가 아이돌 판타지 세계관의 최전방을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뻗어갈 수 있을까. 최근 공개된 MTV와의 인터뷰에서 하슬은 “이 거대하고 체계적인 세계관이 이달의 소녀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세계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고, 이브는 “우리는 젠더, 인종, 국적을 뛰어넘고자 한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때 세계관 상 이브와 츄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LGBTQ+ 팬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는데, ‘퀴어베이팅’만이 성행하던 아이돌 씬의 당사자가 직접 이런 언급을 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퍼포머 스스로에게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깃든 이상 세계관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콘텐츠 자체의 탁월함과 더불어 수록곡과 세계관에 대한 재발견의 의미를 담아 Pick과 Discovery를 함께 부여한다.

전작과 함께 들어보니 ‘이달의 소녀’라는 책을 거꾸로 뒤집어 다시 읽어가는 것 같다. 마치 맨 마지막 장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잡지 같은 구성인데, “[X X]”와 “[+ +]”가 포개어져 오묘한 인상을 남긴다. ‘Hi High’에서 선보였던 귀여운 표정은 ‘Butterfly’의 시크한 몸짓과 상충하는 한편 섬세하게 쌓은 음의 조화는 수록곡 ‘색깔’과 ‘Stylish’에서 찾을 수 있다. 몽환적인 앞면에 발랄한 뒷면이 존재해 복합적인 팀 컬러를 부여한다. 유닛의 종합, 그 이상을 보여준 균형감이 매력적인 한 장.



워너비
Leggo
제니스 미디어 콘텐츠
2019년 2월 20일

   

최근 많은 걸그룹이 수트 의상을 시도하고 있는데, 앨범 아트와 뮤직비디오 중간에 수트를 입고 등장하는 팀의 모습이 우선 눈에 띈다. 강렬한 곡조와도 잘 어울리는 차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걸그룹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스커트나 핫팬츠 차림보다는 이쪽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레퍼런스로 읽히는 가사(“우린 아직 젊기에”)와 지극히 ‘요즘’식인 힙합-EDM-레게톤 장르가 공존하는 점이 꽤 묘하게 보이기도. 멤버들의 곡과 퍼포먼스 수행력도 부족하지 않고 곡도 잘 빠져 있지만, 결국 듣고 나서 돌아서면 ‘무엇을 들었더라?’ 싶어지는 고만고만한 평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안타깝다. 모든 것이 꽤나 준수한데다 전반적으로 크게 모난 부분도 없지만, 여러모로 2년 반이라는 긴 공백기를 채우기엔 역부족인 싱글.



윤지성
Aside
LM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0일

   

타이틀곡 ‘In the Rain’은 어쩐지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소나기’ 경연 당시의 윤지성을 떠오르게 하는 싱글. ‘소나기’ 때와 마찬가지로 윤지성은 수려하고 화려한 보컬은 아니지만, 곡이 가진 감성을 가감 없이 전달하기엔 충분한 보컬이다. 편하게 듣기 좋은 R&B 위주로 구성된 앨범은 대단히 대단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욕심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주어진 것 안에서 충분히 보여주겠다는 정직함이 묻어난다. 꽤나 영리하게 만들어진 미니앨범인데, 애초에 윤지성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그런 영리함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보형
A Bird Flutters Away
Another Blue Planet
2019년 2월 20일

   

신나는 파티튠에 영어 가사를 얹었던 ‘Flash Me’, 미니멀한 어쿠스틱 발라드 트랙이었던 ‘Because of You’에 이은 세 번째 싱글.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작사 작곡 크레디트에 본인의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본인이 창작한 동화를 모티브로 가사를 썼다고 하는데, ‘훨훨’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멜로디와 청량하고 신나는 곡조에 잘 어우러진다. 쉽사리 예상할 수 있는 조합이고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요소를 모아 놨지만, 무섭도록 치솟는 고음을 아무렇지 않게 불러내 버리며 정말로 훨훨 날아버리는 김보형의 가창력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효민
Allure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2019년 2월 20일

   

‘입꼬리’를 보면 (전작 ‘Nice Body’보다는 덜 노골적일지라도) 효민은 미디어가 그려내는 티피컬한 여성을 빼어나게 구현한다. 이것도 일종의 재능이라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화려한 비주얼에 하이톤의 목소리로 연출된 여성 모델. 그렇지만 그는 그간 컬러를 전면적으로 드러낸 싱글 기획으로 새로운 도전을 선보인 바 있다. ‘Mango’로 콘셉추얼한 면모를, 뒤이어 ‘으음으음’으로 스포티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입꼬리’의 재즈버전이 미니앨범의 처음을 장식했는데, 기자 간담회에서 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언젠가 재즈로 앨범을 채우고 싶다는 그의 답을 떠올려보면 그 나름대로 도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바라는 것은 그가 좀 더 밀어붙였으면 한다. ‘입꼬리’의 재즈 버전에서 묻어나온 자신 있는 목소리처럼, 좀 더 욕심내서 질러낸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SF9
Narcissus
FNC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0일

   

이렇게 팬들의 니즈를 교묘하게 비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청담 섹시를 기대한 이들에게 ‘예뻐지지 마’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창작자가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았어도 감상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힘을 잃는 법이다. 가사는 상당히 직접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예뻐지지 마’는 그 부분을 완전히 실패했다. (곡 소개와 작사가의 원래 의도가 일치한다면 말이다.) 수록곡들의 완성도는 준수하지만 한 음반으로 묶기엔 일관성이 전혀 없다. ‘하필’의 다이내믹한 전개와 한 옥타브 뛰었다가 다시 툭 떨어지는 멜로디 라인은 분명 귀를 사로잡고 ‘Life is so beautiful’은 인상적이진 않지만 전작의 매끈함을 지니고 있다. SF9의 숨은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R&B 장르의 ‘무중력’은 팬송이지만 담백하니 듣기에 거북하지 않다. 각각 뜯어보면 매력적인 곡들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지난 미니앨범을 통해 비로소 답을 찾은 듯 보였으나 다시 미궁에 빠져 안타깝다.



리포트 : 밴디트 “BVNDIT, BE AMBITIOUS!”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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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H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밴디트(BVNDIT)의 팀명에는 다소 거친 어감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담겨있었다. 4월 10일 오후 홍대 무브홀에서 데뷔 쇼케이스에서 이연, 송희, 정우, 시명, 승은의 다섯 명으로 구성된 밴디트는 데뷔 싱글 “BVNDIT, BE AMBITIOUS!” 의 타이틀곡 ‘Hocus Pocus’의 무대로 첫선을 보였다.

‘Hocus Pocus’는 트랩 비트와 뭄바톤 등 리듬감이 강조된 사운드에 부드러운 멜로디가 겹쳐져 개성을 만들어내는 곡으로,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를 비롯, JBJ95, 이창섭(비투비) 등 많은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했던 작곡가 MosPick의 작품이다. 영어로는 요술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한 ‘Hocus Pocus’를 후렴구에 배치해 마치 주문을 거는 것처럼 상대를 유혹하는 자신감 넘치고 도도한 모습을 표현했는데, 한편으로는 대중들로 하여금 밴디트의 매력에 빠지도록 만들겠다는 출사표와 같은 중의적 의미로도 읽힌다.

최근 데뷔하는 걸그룹들이 ‘걸크러시’, ‘틴크러시’ 같은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것과 달리 밴디트는 특별히 팀의 색깔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거꾸로 눈에 띈다. 하나의 색깔로 규정되기보단 팀명에 담긴 의미처럼 ‘Ambitious’한 태도로 팀의 색깔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를 비쳤는데, 그런 만큼 귀여움 또는 파워풀한 이미지를 한쪽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려 한 흔적을 ‘Hocus Pocus’의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또 의상을 비롯한 스타일링 그리고 안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밴디트

소속사 MNH 엔터테인먼트의 첫 걸그룹, 또 ‘청하의 여동생 그룹’이라는 수식어로 데뷔 전 홍보된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멤버들은 ‘부담이 되는 만큼 연습량을 늘려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답하면서 퍼포먼스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Hocus Pocus’를 라이브로 선보일 때에는 멤버 정우의 허리춤에서 마이크 송신기가 빠지는 돌발상황이 일어났으나, 크게 당황한 기색 없이 한손에 송신기를 잡은 채로 무사히 무대를 마치는 대처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무대 퍼포먼스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배가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마마무와 비투비를 언급하면서, 노래와 퍼포먼스의 실력을 갖추면서도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룹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의 막내이자 메인 댄서인 멤버 승은은 앞으로 밴디트가 어떤 콘셉트의 어떤 노래를 하든 대중이 늘 궁금해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밴디트 승은

밴디트 승은, “대중이 늘 궁금해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 | 사진=조은재

탄탄한 기본기와 더불어 팀워크 또한 이미 갖춘 듯한 신인 그룹 밴디트. 앞으로 이름처럼 그 야심을 아낌없이 무대 위에서 펼쳐보이길 기대한다.

취재: 서드 | 사진: 조은재

1st Listen : 2019년 2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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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정일훈, 세븐어클락, Zstars, 레이(LAY) & NCT 127 & Jason Derulo, 유키카, 베이비부, (여자)아이들, 홍주찬, 하성운을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는 연재 속도 조정을 위해 일부 신보의 리뷰는 포함하지 않음을 알린다.
정일훈
Spoiler (Feat. Babylon)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래퍼도 노래하는 그룹' 비투비의 멤버답게 나직하고 편안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abylon의 날카로운 음색은 마치 이별로 멍해진 머리에 이따금 몰려오는 이유 없는 짜증처럼 전체 곡의 무드를 격정적으로 만든다. 나른하고 편안한 목소리와 달리 꽤 신경 써서 연출된 구석이 많은 싱글.



세븐어클락
Get Away
스타로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1일

   

직접 연주한 기타 사운드에서 기대감이 쭉 올라갔다가, 납작한 믹싱을 확인하는 순간 도로 떨어진다. 기존 케이팝 선배 남자 아이돌을 뒤쫓는 듯했던 전작을 떠나 친근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전향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마지막 코러스 전 편한 드롭 브릿지일 줄 알았던 랩 버스에 갑자기 리듬이 반의반의 반으로 쪼개지며 장르 체인지를 시도해버린다. 결과적으로는 흥미로운 변수라기보다는 당혹감만 남긴다. 요즘 케이팝은 리듬을 콜라주 하듯 다양하게 이어붙이는 것이 유행이라지만, 그것도 앞뒤 맥락을 생각하며 섬세하게 행해져야 하는 작법임을 일깨운다. 믹스나인 출연 멤버가 있는 덕인지 해외 팬들의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카메라를 보는 애티튜드가 매력적이라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좀 더 좋은 노래로 만나고 싶다.



Zstars
Zpop Dream
제니스 미디어 콘텐츠
2019년 2월 22일

   

Z-Stars는 Z-Boys, Z-Girls 보이/걸그룹 두 팀으로 각각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 대만, 일본 총 7개 국가/지역에서 오디션을 거친 7인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보다는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삼기 위한 기획으로 멤버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트레이닝이나 어학을 거치지 않았기에 멤버끼리의 의사소통은 영어로 하고 있으며 노래 가사 또한 전부 영어로 쓰여있다. 이들과 이들의 음악을 케이팝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또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인데, 기획 의도에서도 Z-Pop이라는 신조어를 굳이 만들어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일단 케이팝의 외전, 또는 파생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Z-Boys의 'No Limit'는 곡 스타일과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기존 케이팝 보이그룹의 노래를 영어버전으로 부른 것처럼 위화감은 거의 없으며 완성도도 꽤 있는 편. Z-Girls의 'What You Waiting For' 역시 보컬과 퍼포먼스 단기간 팀워크를 맞춰온 걸 고려하면 무난하지만, 곡의 스타일 자체는 케이팝 걸그룹보다는 어딘지 일본의 'E-Girls' 같은 팀의 노래에 더 가까운 인상이다. 남녀 두 팀이 Zstars라는 이름으로 함께 부른 'Our Galaxy'는 꿈과 그 성취에 대한 가사가 담긴 발라드로, 스타일만 놓고 보면 가장 케이팝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영문 가사임에도 메시지의 전달력이 높은 곡. 한국 작곡가가 케이팝 스타일의 곡을 일본의 아이돌에게 주거나 프로듀싱을 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 기획사가 외국인으로만 이뤄진 그룹을 '케이팝 적'으로 해외 활동을 목적으로 기획/제작한 경우는 전례가 드문 일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을 이어나갈지 궁금하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근본 없는 케이팝이 근본이 되어버린 경우. Zstars는 한국인 멤버도 없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지도 않지만, 곡과 뮤직비디오의 형식은 물론 유튜브 예능 콘텐츠까지 케이팝의 정석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EXP나 중국에서 내수용으로 재생산되어온 아이돌 그룹들을 논외로 친다면 이 정도의 상업적, 국제적 시도는 분명 처음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것이 단순 클리셰 재현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 출신 배경을 드러내듯 에스닉한 요소로 치장한 Zgirls의 'What You Waiting For'가 흥미로운데, 세계화된 케이팝이 새롭게 분화되고 변용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듯하다. 앞으로 케이팝과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줄지 더욱 궁금해진다. 여담으로 케이팝의 토대 위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면 케이팝이 모듈화되었음은 물론 '케이팝 맞춤형 인재'라는 게 생기지 않았나 싶기도.



레이, NCT 127, Jason Derulo
First single from the EP THE GREATEST DANCER
769 Entertainment
2019년 2월 22일

   

근본 없는 케이팝이 되레 근본성을 인정받게 된 경우. 마이클 잭슨 서거 10주년 트리뷰트 시리즈의 첫 주자로 케이팝 스타가 지명되었다는 것은 케이팝이 단순 현상을 넘어 현대 댄스 팝의 적장자로서 조명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케이팝이 누리고 있는 인기가 결코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 노래 자체는 제이슨 데룰로의 육감적인 댄스팝 공식에 줄곧 충실한데, 노래를 소화하는 톤이 미묘하게 다른 것이 재미있다. 이성에게 끈적하게 어필하는 가사를 제이슨 데룰로는 곧이곧대로 살려 부르는 반면, 레이는 습기를 걷어낸 채 산뜻하게, NCT 127은 한없이 건조하게 부른다. 이 역시 '팝'과 '케이팝'의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의외의 지점에서 나타나는 온도 차가 흥미로운 싱글. 다만 3월 자로 마이클 잭슨으로부터의 아동 성폭력 피해 증언이 담긴 가 공개된 시점에 이 노래가 계속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유키카
네온 (NEON)
에스티메이트
2019년 2월 2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시티팝을 표방했다고는 하지만, 유빈의 '숙녀'가 그랬듯 이 곡 역시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를 모티브로 했을 만한, 오마주적 성격의 곡이다. 유튜브 시티팝 추천 영상 원탑인 까닭일까. 2019년 웹 유저의 상당수에는 'Plastic Love'가 유독 시티팝의 이데아로 여겨지는 것 같다. Key도 D 마이너로 같고, Bb - Bbm - Am - D9으로 진행되는 기본 코드도 같다. 이는 'Plastic Love'의 작곡가 야마시타 타츠로가 즐겨 쓰는 코드 진행이기도 하다. 'Neon'은 'Plastic Love'보다 bpm을 10 정도 올려 조금 더 댄서블하게 만들었다. 복고라는 키워드로 조금은 코믹하게 풀어낸 유빈의 '숙녀'보다는 시티팝의 낭만 그 자체에 집중한 곡이다. 가수가 성우 출신의 일본인 아이돌이라는 점도 이 곡에서 느껴지는 '가깝지만 먼 나라의 정취'를 더해주는 듯하다. 레트로 코드로 과거를 불러오지만, 역설적으로 '유행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흡수해서 아이돌화하는 케이팝'의 현재를 보여주기도 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성우 출신으로 '리얼 걸 프로젝트'를 거쳐 <믹스나인>에도 참전한 적 있다는 경력이 우선 화려하다. 게다가 (시티팝인가 아닌가라는 의문은 일단 잠시 보류해놓기로 하고) 시티팝을 그것도 한국어로 불러내고 있다니, 작금의 케이팝 씬에서 단연 가장 독보적으로 독특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노이즈 필터가 잔뜩 낀 사운드에 우아하면서 어딘가 서글픈 멜로디가 유키카 본인의 캐릭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8~90년대에 본토에서 활약하던 '쇼와돌'보다는 대한민국 아이돌의 프로토타입으로 여겨지는 강수지와 비견될만한 존재감이다. 강수지가 30년 정도 늦게 태어나 아이돌을 하는 평행우주가 있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엉뚱한 상상마저 든다. 최근 들어 '케이'팝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잡아끄는 케이스. 이런 식으로 경계를 넘나들고 허물고 또 넓히는 다양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며, 그 어디에도 없던 독보적인 존재감에 Discovery!를 보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근본 없는 케이팝의 또 다른 지표. 시티팝을 일본인이 한국에서 부른다니. <프로듀스48>에 얼굴을 비췄던 일본인 연습생들의 한국행 소식이 연이어 알려지던 가운데 발표되어 더욱더 의미심장하다. '근본성'의 경계를 뒤흔드는 괴상한 혼종. 하지만 이는 여전히, 시티팝이 아닌 케이팝이다. 1989년 일본 VCR과 2019년 한국을 오가는 뮤직비디오는 '네온'이 흡수한 건 시티팝이라기보다 한국의 시티팝 유행 현상 자체임을 보여준다. 애초에 유키카라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아이돌라이즈 하기 위한 책략으로서 시티팝을 택했다는 인상이 들기도. 온갖 유행을 차용해 인물을 화려하게 치장해 보이는 작법은 분명 케이팝의 것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느낌적인 느낌'으로 구사되었던 2018년의 케이-시티팝에 진짜가 등장했다. 손바닥으로 귀를 감싸는 듯 멍멍한 킥과 찰랑거리는 베이스, 섬세하게 흩어져 내리는 스트링. 체리 온 탑은 단연 달콤한 보컬이다. '흐릿해져 가', '흔들리는/일렁이는 네온' 등 일본인의 발음으로 조형되는 한글 가사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데, 시티팝이라 주장하는 것들 사이에서 유유히 그 무드를 가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천연덕스럽지만 어느 하나 가볍게 해내지 않은 한 방. 이게 진짜가 아니라면 뭐가 진짜인 거죠.



베이비부
Ring-Ring-Ring
현다 컴퍼니
2019년 2월 26일

  

그다지 치밀하지도 않은 곡을 표현하기 위해 세 명씩이나 되는 멤버에 백업 댄서까지 동원되어야 했던 이유를 찾기 힘들다. 'Ring-Ring-Ring'은 2010년대 초중반경에 유행했을 법한, 비장한 비트에 피아노가 얹어지고 '호스티스 신파'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결합한, 정확히 시대에 두 박자 뒤떨어진 곡이다. 제작에 큰돈이 들어갈 텐데, 좀 더 감각 있는 제작자가 필요하지 않은지. 추가로, 디지털 싱글이라서 피지컬 음반은 아마 홍보용 비매품으로만 제작되었을 듯한데, 음원 유통사에 제공하는 앨범아트에까지 'NOT FOR SALE'이 들어가 있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포토샵 기초를 갓 배운 사람이 만든 듯한 앨범아트의 퀄리티 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여자)아이들
I mad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최근 빌보드에서 흥한 라틴팝을 가져왔으나, 악기의 배열이나 적용한 방식은 남미와 유럽(정확히는 스페인)을 혼합한 점이 특이하다. '그, 대, 여!'하며 고양이처럼 몸을 세우고 접근하는 멜로디는 분명 남미권을 의식했을 테지만, 주요한 악기로 들리는 캐스터네츠 샘플과 플라멩코에서 따온 듯한 안무의 몇몇 구간에서는 스페인에서 힌트를 얻었으리라 짐작이 가능하다. 도도한 피아노와 금빛 트럼펫 소리가 오고 가며 그래서 이게 남미인지 스페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상관없이 듣기 좋은 노래로 완성되었다. 우기의 목소리로 'Yu-fu-fu-fu' 하며 주의를 끌었던 브릿지가 마지막 코러스로 그대로 연결되는 구성이 예상 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음악을 듣는 환경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며 앞부분만 듣고 넘기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 이렇게 마지막까지 들었을 때만 알 수 있는 재미있는 보상을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센스가 느껴진다. 'Latata'나 '한(一)'만큼의 파괴력은 아닐지 모르지만, 허투루 듣기에는 아깝도록 잘 만든 노래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전작 "I am"이 팀을 소개하며 동시에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를 보여주었다면, 본작에서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직접 다 만들었어요'에 집중했다. 지금껏 'LATATA', '한(一)' 등 자그룹의 타이틀곡은 물론,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에게도 곡을 제공하며 송 메이커로 종횡무진으로 활약해온 소연이 대부분의 곡을 만들고, 멤버 민니 역시 'Blow Your Mind'의 작곡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타이틀곡 'Senorita'에서는 소연이 빚어낸 날카롭고 우아한 멜로디가 개성 강하면서도 조화롭게 모인 멤버들의 목소리와 만나 선명하게 다가온다. 서늘하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보는 듯했던 'LATATA'와는 달리 브라스와 어쿠스틱 악기 세션이 후덥지근한 느낌을 배가시키는데, 장르나 곡 분위기가 판이함에도 팀만의 시그니처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소연의 영민함을 알 수 있다. 개성 강하면서도 조화롭게 모인 것은 수록곡들도 마찬가지여서, 단 한 곡도 장르가 겹치지 않음에도 한 앨범으로 매끄럽게 갈무리되어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아이들 월드'를 엿볼 수 있는 한 장. 추천곡은 'What's Your Name'.

이번 회차의 추천작

팀의 스타일은 유지하되 자기복제는 않겠다고 말하듯 도입부부터 데뷔곡 'La ta ta'나 '한'과는 다른 이미지의 'Senorita'.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목소리를 배치 활용이 탁월하며 전반부에선 슈화의 '워어어', 후반부에는 우기의 '유후후'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곡의 리듬감을 강조한다.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수록곡의 퀄리티와 개성도 뚜렷한데, '주세요'와 더불어 또 다른 (여자)아이들의 색깔을 보여주는, 민니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Blow Your Mind'를 추천한다.



홍주찬
문제아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7일

   

곡이 가진 본연의 미덕과 별개로, 이 노래가 이 시점에 다시 불리면서 갖게 되는 의미에 조금 갸웃하게 된다. 골든차일드를 좋아할 세대에게 곡 자체는 낯설 수 있겠으나, 원곡의 무드를 의식한 듯 90년대 미디 발라드 감성을 버리지 못한 편곡을 듣게 되면 '아, 리메이크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겠다. 아무리 아이돌이 사장님의 인형 놀이라지만, 그 사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게끔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아이돌에게는 21세기의 음악을.



하성운
My Moment
스타크루 이엔티
2019년 2월 28일

   

앨범아트 속 하늘을 마치 시간대별로 분류할 수 있는 트랙 리스트가 인상적이다. 선공개 곡이었던 '잊지 마요'는 어스름한 새벽의 한때였다면 'BIRD'에서부터 '오.꼭.말'까지는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이, '문득'에서부터 어둑해지더니 'Lonely Night'로 점차 깊은 밤하늘로 바뀌어 간다. 특색있는 그의 음색에서 '투명함'을 뽑아 테마를 안정적으로 짰는데, 대표곡에서는 구김살 없이 맑은 모습을 마음껏 보여줬다면 트랙 리스트 후반에는 나긋나긋하게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몇 년 이후의 성숙을 기대하게 만드는 '문득'과 'BIRD'의 반짝이는 멜로디를 나른하게 삽입한 'Lonely Night'에 자리한 중저음에 마음이 기운다. 신중하고 영리한 시작. 무대 위에서 쓰이던 라이트 박스처럼 그가 더 많은 색깔을 드러내길 바란다.



블랙핑크 – KILL THIS LOV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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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모종의 이유로 케이팝을 내키지 않아 하는 미국 젊은이들이 있다면, 이 앨범을 들려주어라.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될 것이다. “Kill This Love”는 빌보드 리스너들의 폐부를 찌르는 순간들로 가득 찬 종합선물세트 같은 앨범이다. ‘Kill This Love’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고 묵직한 비트들을 쉴 새 없이 쏟아붓고 있고, ‘Don’t Know What To Do’는 산뜻한 팝에 짜릿한 EDM식 드롭을 이어붙이고, 단연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Kick It’은 기타반주와 808 베이스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면서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아니길’은 안정적인 머니 코드의 뼈대 위에서 적절한 코드 변용과 파트 전환으로 관습성을 피한다. 여기에 한층 더 강력한 뱅어(banger)를 만들려 작정한 듯한 ‘뚜두뚜두’의 리믹스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다.

각기 다른 멤버들의 개성은 여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팀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제니, 생동하는 리듬감으로 낭중지추 같은 존재감을 뽐내는 리사, 비디오 면에서 폭발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오디오에서는 차분히 무게중심을 잡는 지수, 입을 떼는 순간 공기를 뒤흔드는 로제까지. 4명은 상호보완적인 동시에 명확하게 구분되는 매력을 지닌다. 컴백 때마다 두각을 보이는 멤버가 달라지는 것 역시 강점인데, 이번 앨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건 로제. 넘실대는 진폭으로 잔 파장을 쏘아붙이는 보컬의 파동이 주요한 변곡점마다 자리하며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뽐내고 있다. 케이팝에 대한 비판의 주요 근거로 사용되던 ‘공장제 아이돌’ 내지는 ‘마네킹’ 내러티브는 블랙핑크 앞에서 무력해질 뿐이다. 물론 ‘공장제’ 공업방식에는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마네킹’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감각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장르의 혼종성과 명징한 캐릭터 활용법을 특징으로 하는 케이팝의 거푸집에 주물을 전부 미국 팝으로 채워 넣은 꼴. 쉽게 말해, Cardi B부터 Taylor Swift까지를 한 곡에서, 한 앨범에서, 한 팀에서 맛볼 수 있게 한 셈이다. ‘Kill This Love’에서 리사가 “문을 박차고” 들어올 때, ‘Don’t Know What To Do’에서 지수가 드롭 가운데 멜로디를 아득히 뻗어낼 때, ‘Kick It’에서 제니가 심드렁하게 808 베이스를 뚫고 나올 때, ‘아니길’에서 로제의 목소리가 습도 높은 기타 반주와 함께 공명할 때 등, 보통 취향의 북미 대중이라면 어느 한순간에라도 ‘stan’을 외치게 될 것이다.

“Kill This Love”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코첼라와 북미투어를 앞둔 시점, 부족한 트랙 수를 보강하고 결정타를 날리고자 마련된 앨범이다. 이는 동명의 타이틀곡 ‘Kill This Love’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쌍권총에서 바주카포로 바뀐 포인트 안무가 말해주듯, ‘Kill This Love’는 ‘뚜두뚜두’의 확장판이다. 똑같은 구조를 공유하는 가운데 비트와 베이스는 더 둔탁하게, 파트 간 낙차는 더 대담하게 배치하며 화력을 증강했고,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 역시 시각적 충격의 스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보여준다. 예측 가능한 구조가 감상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트렌디함을 과하게 인식한 듯한 부분들이 종종 이물감을 자아내지만, 이마저도 결국 퍼붓는 폭발력으로 덮어버린다. 반향은 어마어마하다.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내 역대 최고 조회 수를 기록했고 38시간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다. 여타 케이팝 릴리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적 불문 언어 불문의 리액션 비디오가 쏟아졌고, 그중 몇몇은 웬만한 신인 그룹의 데뷔곡 조회 수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곡 자체의 절대적/상대적인 완성도를 떠나 전략은 확실히 성공했다.

다만 문제는 YG가 블랙핑크에게 부여하는 팀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를 떨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 4년 차가 되도록 2NE1의 그림자가 떨쳐지지 않을까. 곡과 뮤직비디오의 스타일은 물론 멤버별 캐릭터 부여까지 블랙핑크는 2NE1과 완벽히 일치한다. 멤버들의 개성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10년 전 기획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원타임부터 빅뱅, 위너,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YG 보이그룹의 작법과 화법은 시대와 그룹에 따라 달라졌지만, 걸그룹만큼은 인하우스 프로듀서 테디의 지휘 아래 같은 길을 고수하고 있다.

더군다나 단일곡 내에서 ‘블랙’과 ‘핑크’를 비교적 동등하게 느낄 수 있던 이전과 달리 “Kill This Love”에서 ‘블랙’과 ‘핑크’는 곡 단위로 분철 된다. “사랑의 숨통을 끊”고 (‘Kill This Love’) “너라는 세상을 부숴버리”겠다 (‘Kick It’) 선포하는 ‘블랙’과 “너 없이 어쩔 줄 모르”고 (‘Don’t Know What To Do’) 상대방의 행복을 빌며 “날 잊을 만큼은 아니길”이란 애달픈 단서를 다는 (‘아니길’) ‘핑크’로 단면이 극명하게 갈리며 블랙-핑크의 2차원은 1차원적으로 변모한다. 물론 이러한 단편적인 구분은 2NE1에도 있었고, 분명 획기적인 파문을 불러왔었다. 하지만 이는 당대에 양면적인 콘셉트를 그리는 걸그룹 자체가 몇 없었기 때문이고, ‘내가 제일 잘 나가’와 ‘Ugly’의 진폭이 기존 아이돌 내러티브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2NE1 이후 걸그룹 상이 고도로 분화되어 3차원, 4차원을 그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상투적인 1차원 간의 진자운동만을 보여주는 것이 그때만큼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리 만무하다.

결국, 유독 걸그룹에 있어서만 같은 패턴을 답습하고 되레 더욱더 납작해지기까지 한 기획은 필연적으로 최근 YG를 둘러싸고 불거진 일련의 사태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기획이 여성을 타자화/도구화해가며 체제를 공고히 해온 회사에서 나왔다는 게 과연 우연일까. 예정되어있던 북미 프로모션 일정에 맞춘 것이라고는 하나, 하필 이 시점에 블랙핑크를 내세운 것 역시 이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패밀리’의 가부장제에 발목이 붙들린 이 그룹을 도대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멤버들을 향한 지지와 회사에 대한 회의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블랙핑크
KILL THIS LOVE
YG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5일

   


1st Listen : 2019년 3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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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지숙, 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장동우, 선미, 달수빈, 라비, JUS2, S.I.S, 열혈남아를 다룬다. 지난 회차부터 연재 속도 조정을 위해 일부 신보의 리뷰는 포함하지 않고 있음을 알린다.
지숙
The Star
디모스트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작년 5월 싱글 '우산이 없어'로 잔잔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줬던 그가 이번에는 별을 소재로 돌아왔다. 이전 작에서 프리퀄로 등장했던 '그림일기'는 풀버전으로 나온 한편, '다 왔나 봐'라는 또 다른 곡의 프리퀄을 내놓으며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슬쩍 연장해놓았다. '우산이 없어'의 습한 공기 속에도 또렷이 빛나던 지숙의 보컬은 '널 보내주러 가는 길'에서 조금 냉정하게 자리한다. 이 냉정함은 '그림일기'의 풀버전을 지나며 다시금 촉촉한 미련으로 환기되는데, 오브제가 달라져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트랙 덕에 흐름이 매끄럽다. EP와 EP와의 유기성을 보건대 좀 더 큰 볼륨에서도 흥미로운 흐름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후속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디스커버리를 남긴다.



I Wanna Be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4일

   

신곡 두 곡에 SM STATION을 통해 싱글 컷 되었던 'Cold (feat. 한해)'가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된, 전작 "Face"의 리패키지 앨범. 마치 목 넘김 좋은 음료처럼 단번에 들이켜도 부담스럽지 않은, 처음부터 한 앨범이었던 것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유기적 흐름이 여전히 귀를 잡아끈다.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간 'Cold'가 마지막 트랙 'This Life'의 여운을 끊는 것 같은 느낌이 다소 석연치 않으나, 타이틀곡 'I Wanna Be'와 수록곡 'Show Me'의 완성도가 워낙 탁월하여 아무래도 좋아지고 마는 느낌이 있다. 'I Wanna Be'는 청량하기 이를 데 없는 하우스 리듬에 소연의 랩이 적절히 포인트를 주고 있다. 거기에 잠시간의 부재를 앞둔 키의 마음을 고스란히 편지로 쓴 듯한 가사가 어딘가 뭉클한 느낌을 주는데, 마냥 신나는 곡의 분위기와 만나 묘하게 심금을 찡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 흥을 이어가듯 흥청망청(!) 신나는 리듬과 챈팅이 몸을 가만 두지 않게 하는 'Show Me'도 꼭 놓치지 말길. 그가 건강하게 할 일을 마치고 하루 빨리 복귀하길 간절히 바란다.

단순히 군 입대를 앞두고 팬서비스 차원에서 발매한 앨범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작과 나란히 두고 보면 새로운 맥락이 생긴다. "I Wanna Be"는 "Face"에서 정리해보인 자아상의 토대 위에 자신의 '워너비'를 쌓아올리고 있다. 초두에 나란히 위치한 신곡 'I Wanna Be'와 'Show Me'는 기수록곡에 비해 한층 여유롭고 대담한 태도를 전시하며 기나긴 자아성찰 뒤 자아실현을 향해 막 발을 내딛은 아티스트의 결의를 표상한다. 트랙 순서를 거꾸로 뒤집으면 인간 '김기범', 샤이니 '키', '워너비'를 꿈꾸는 현재의 그가 차례로 이어지는 형태로 '리패키지' 앨범의 의미가 매우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워너비'는 무얼까? 앨범 재킷에서 어쩐지 그가 '워너비'로 꼽아온 데이비드 보위가 연상되는 것 역시 재미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꿈의 장: STA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어쩔 수 없이 동 소속사 선배 그룹인 방탄소년단을 언급하게 되고 마는데, 두 그룹 사이의 교차점 및 상이점에 여러 흥미로운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 3부작'을 통해 고뇌하고 방황하는 10대를 날것의 형태로 담아낸 방탄소년단과 새로이 깨닫게 된 감정을 '머리에 뿔이 자랐다'고 비유하는 TXT는 분명 '학창시절'이라는 소재를 선연히 다른 온도 차와 결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짜증스레 내뱉는 '알았어 엄마 독서실 간다니까('No More Dream')'와 TXT가 한숨처럼 칭얼대는 '끝이 없는 기말고사('Our Summer')' 사이의 간극에서 읽히는, 케이팝씬 및 세대 이동과 사회문화적 현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변화 양상 역시 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뉴 잭 스윙, 신스팝, 하우스 등의 다양한 장르를 일정한 톤앤매너로 산뜻하고 상쾌하게 풀어낸, 무척이나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준수한 팝 앨범. 신인으로서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다. 곧 다가올 열대야 시즌에 잠자리를 한풀 서늘하게 식혀줄 듯한 'Our Summer'를 특히 추천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첫 트랙 'Blue Orangeade'에서는 '빨간 장미/파란 장미'를, 타이틀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에서는 '뿔/왕관'이, 'Our Summer'에서는 '회색빛의 빌딩 숲/우윳빛 은하수 피어난 금빛 계절'처럼 뚜렷이 대비되면서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인 요소들을 가사에 배치하면서 앨범의 일관성과 더불어 팀이 지닌 이미지를 구축해나간다. 현실 속 소년들이 지닌 이미지와 환상적/만화적 이미지가 끝없이 교차하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의 뮤직비디오 또한 곡과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앨범 전체적으로 풍성한 사운드와 화음이 쉴새 없이 울려 퍼져 마치 아쿠아리움에 들어와 있는 듯한 공간감을 주는 동시에 현실과 환상 사이에 끼워진 필터 같은 역할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인다운 청량감이 가득한, 남자 아이돌 그룹 데뷔 앨범의 모범 사례 하나가 될 만한 EP이며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를 21세기 케이팝 아이돌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듯한 마지막 트랙 '별의 낮잠'이 유독 귀에 남는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이 앨범을 듣고 BTS의 데뷔 앨범을 떠올리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앨범까지 갈 것 없이 1번 트랙의 전주만으로 충분하다. 한껏 부풀어오른 비트 뒤에 정교하게 쌓인 화음이 내리앉는 순간, 이들은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BTS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방탄소년단이 올드스쿨 힙합으로 비장함을 과시한 것과 달리 TXT는 'Blue Orangeade'를 시작으로 상쾌한 팝을 막힘없이 들려준다. 힙합 기반의 곡인 'Cat & Dog'마저 트랩 비트보다 마림바 사운드를 부각시키고 멈블랩을 귀여운 칭얼거림으로 해석하며 가벼운 태도를 유지한다. 이렇듯 BTS와 TXT는 장르도 이미지도 정확히 반대된다. 그러나 여기서 '반대된다'만 큼이나 주목해야 할 단어는 '정확히'다. 마치 그림자와 빛을 보여주는 듯한 구도는 대비를 넘어 대칭에 가까운 인상을 안겨주는데, 이는 두 그룹이 결국 같은 틀을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BTS가 멤버들의 퍼스널리티를 현실 중고생 식의 발화에 녹여내고 이를 엮어 '학교 3부작'이라 불리는 세계관을 탄생시켰듯, TXT 역시 멤버들에게 현실적인 10대 소년의 이미지를 입히고 몽상적인 서사를 꿰어낸다. 서울 소재 고등학생의 일상 스케치와 다름없는 개인 티저영상은 멤버들에게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를 부여하며, 제목부터가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인 타이틀곡은 동화 같은 스토리의 초석을 마련한다. 인물을 중심으로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교차시키는 빅히트의 작법이 TXT에도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BTS가 취향에 맞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섭함과 동시에 BTS를 좋아하던 사람들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영리한 전략. 앞서 했던 말을 더욱 명료히 하자면, TXT는 BTS와 '완전히 다르'다기보다 '평행을 이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치 Blue Orange처럼' '정반대'여서 '더 특별한' 이들에게 Discovery!를 부여한다. 여담으로 TXT와 BTS의 세계관 연결을 점치는 의견도 있어 향후 이들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장동우
BYE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4일

   

입대 전 인사와도 같은 장동우의 솔로 앨범. 공교롭게도 이번 회차에서는 키를 비롯해 '군백기'를 달래기 위한 솔로 앨범이 몰려서 발표된 점이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남자 아이돌에게 입대라는 이벤트가 작지 않은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때야말로 자기의 색깔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일 텐데, 장동우의 솔로 데뷔 EP는 그만의 개성을 잘 담아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아마도 한 번에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려다 생긴 어수선함 때문인지도. 상대적으로 산뜻하다가 어느 틈에 훅 들어오는 'ROMEO', 'Something Between'이나 'Party Girl'에서의 파티튠 등 하나의 테마를 잡고 밀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까 싶다. 욕심껏 내보인 첫 솔로 앨범인 만큼 다음은 좀 더 뚜렷한 형태로 인사할 수 있길. 그것이 어떤 형태든 놀라운 'News'이길 바라며.



선미
누아르 (Noir)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누아르" 발매와 함께 공개된 빌보드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선미는 자신을 표현하는 색깔로 보라색을 꼽았다. 양극단의 색깔이 합쳐진 모순적인, 혹은 절충적인 색깔. 'Noir'는 기본적으로 모순과 절충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이렌'의 기조를 잇는 (미묘의 표현을 인용하면) '값싸 보이면서도 웅장하고 화려한 유로 디스코 특유의 아이러니', '보지 않아도 아'는 'Bad Ending'에 갇힌 관계, 이를 표상하는 SNS의 어두운 이면, 반대로 총천연색으로 꾸며진 비디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놓인 주인공, 여성 연예인 선미. 선미는 모순적인 세상에 절충하는 모순적인 자기 자신을 응시한다. 여기에는 일말의 비판도 비아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응시 그 자체만이 자리할 뿐이다. '누아르'가 더욱 섬찟하고 파괴적으로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누아르'는 모순과 절충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선, 모순과 절충 그 자체다. 다시 말해 '누아르'는 보랏빛 선미에 '관한' 것을 넘어, 선미 그 자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선미'라는 장르를 만들고 싶다'던 그의 포부가 다시금 떠오른다. 지난 앨범 "Warning"이 '선미'라는 장르의 예고편이자 경고장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어퍼컷.

빌보드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케이팝의 차별점 중에 비주얼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그가 중요시한 비주얼, 그러니까 뮤직비디오와 티저에서 볼 수 있는 비주얼 컨셉은 그간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뚜렷하게 빛났다. 가장 빛나는 비주얼을 두르고 어두운 부분을 노래하는 것은 선미만이 해낸 지점이다. 경고 3부작의 후속으로 선택한 '누아르'는 마치 현대인에게 익숙한 SNS의 이면을 소재로 한 짤막한 에세이처럼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셀러브리티가 일명 '관심종자'로 불리는, 웹상에서의 관심이 목마른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둔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그가 셀럽이기에 더욱 냉철히 바라볼 수 있는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리얼타임과 업로드 사이의 시차로 발생하는 외로움과 거기서 얻어지는 관심에 의해 'Bad ending'까지 치닫는 상황 등 말이다. 뮤직비디오에서 #소통에 의한 기행을 연기하며 비판했음에도 촬영 후 차량의 화재를 등지고 셀카를 찍는 마지막 장면은 '나도 사실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고백으로 들려 찜찜한 여운을 남긴다. 선미가 케이팝 씬에서 유의미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는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할 때의 불편함처럼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어둠을 환히 비추는 뾰족한 생각, 화사한 옷에 감춰진 컴컴한 감정 등으로 선미라는 장르, 혹은 카테고리는 이미 진행 중이다.



달수빈
Katchup
수빈 컴퍼니
2019년 3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2년 만의 반가운 신보. 소속 그룹이었던 달샤벳을 연상시키는 '달수빈'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데뷔 9년 차, 그는 여성 아이돌로서는 드물게 그룹의 앨범 전곡 프로듀싱 경력이 있다. 요즘처럼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 아이돌이 늘어가는 때에 뒤돌아보면 파이오니어였다 말할 만 하다. 인트로에 흐르는 웃음기 없는 피아노 테마는 올해의 리프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버스에서 악기만 바꾸어 내내 흘러서 한두 번만 들으면 중독이 된다. 고티에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실로폰 테마 같은 가벼운 우울감이 묻어난다. 무감한 표정으로 이별을 반추하는 달수빈의 알토 음색, 그리고 전자음악의 본색을 드러내는 프리코러스와 브릿지가 충돌하며 묘한 이미지를 만든다. 프리코러스로 기능하는 인스트루멘털 브레이크가 고의로 피치를 조금 내린 탓인지 뒤따라오는 맨목소리의 코러스도 피치가 내려가있는데, 그 부분이 1절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살짝 피치가 올라간 피아노 테마에 비해 플랫되어 들리는 등, 마지막 매무새가 약간 아쉽다. 꼼꼼한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면 보완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가, I will catch up with you' 라는 가사에 자기 속도대로 가도 조바심 내지 않으려하는 그의 고집이 느껴진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라비
R.OOK BOOK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5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꾸준함'을 최강점으로 삼는 뮤지션 라비가 한 땀 한 땀 지은 곡으로 채운 쇼케이스 같은 앨범. 훵키한 베이스에 한껏 리드믹하게 다듬어진 라비의 플로우가 얹어진 'TUXEDO'는, 마치 그의 큰 키에 잘 어울리는 수트 한 벌처럼 라비의 모든 장점을 극대화한 싱글이다. 이전의 믹스테잎과 싱글이 라비 본인에게 잘 맞는 음악, 특히 래핑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비로소 답을 찾은 듯한 느낌으로 다양한 무드의 트랙들을 채웠다. 아이돌 메인 댄서로서의 장점을 놓치지 않는 댄서블한 트랙이 많은 것 또한 주목할 점이다.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live'에 등장하는 청하의 보컬 또한 일청을 권한다.



JUS2
FOCUS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5일

   

보편적인 케이팝 문법을 따른 곡들은 대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빌드업과 그것이 절정을 맞아 폭발하는 드롭의 요소를 포함하여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조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러한 보편적 케이팝 문법을 크게 비껴가 있다. 타이틀곡 'FOCUS ON ME'부터 거의 모든 곡이 도입부의 템포와 무드를 곡이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일정하게 가지고 가는데, 지금까지 흔히 접해온 케이팝의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에 어떠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꽤 신선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다. 한편 앨범을 통해 JB와 유겸 두 멤버의 개인적인 취향이 엿보이기도 하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다. JB는 또 다른 유닛 활동인 JJ 프로젝트 및 KBS2 〈건반 위의 하이에나〉 등에서 주로 다운 템포의 R&B 장르를 표방한 솔로곡을 선보여왔고, 메인 댄서 유겸이 댄스를 시작한 장르는 하우스라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직접 작사 및 작곡에 이름을 올린 본작에서 주로 도회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R&B와 몽롱-몽환적인 색채의 딥하우스 장르를 시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르고 들으면 하나의 장르 앨범처럼 느껴질 법한 부분이 꽤 흥미로운 앨범. 추천곡은 'SENSES'와 'LOVE TALK'.



S.I.S
너의 소녀가 되어줄게 (Always Be Your Girl)
더블엑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6일

   

위키미키의 'Crush'를 만든 TENTEN의 작품이다. S.E.S를 오마주한듯한 그룹 이름이라 '너의 소녀가 되어줄게' 라는 제목도 'I'm Your Girl'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다. 노래는 디스토션을 많이 건 신스와 박자를 많이 쪼갠 드럼이 큰 볼륨으로 울려대는 와중에, 의상은 여자친구가 '유리구슬' 뮤직비디오에서 '한국인이 상상하는 일본 체육복'을 입었듯 '한국인이 상상하는 일본 교복'인 코스프레 세라복 차림이다. '요즘은 일본풍 교복으로 어필 되는 청자 타깃층이 이런 노래를 듣나?' 하고 갸웃하게 된다. 전작인 '응(Say Yes)'보다는 수동적인 자세의 가사다. 아직은 반응이 오는 쪽을 찾아 이런저런 도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열혈남아
YOLO
OPUS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눈을 의심하게 하는 뮤직비디오가 제일 먼저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 영상 이펙트 수업 과제물 같은 미감인데, 그런 콘텐츠를 하도 쉬이 볼 수 있는 요즘 웹에선 외려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 'YOLO'를 주제로 한 '될 대로 돼라'풍 가사가, 빠르게 달리다 느긋하게 드롭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트로피칼로 조바꿈하는, 변화무쌍한 튠과 잘 어울린다. 더유닛의 UNB 멤버로 활동한 마르코의 홈 그룹이라 해외에도 팬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대형 기획사처럼 품을 많이 들인 기획은 아닌 것 같지만, 각 콘텐츠가 각자의 파트를 충실히 해내서 알찬 결과물이 나왔다.

뜨악한 첫인상과 당황스러운 가사에 적응 후 귀 기울이면 '지구 뿌셔'는 사운드의 완성도가 그리 낮지 않은 곡이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방탄소년단의 '쩔어' 같은 사운드에 노라조의 감성을 끼얹은 듯한 이미지인데, 소위 '어그로'를 끌어서 대중의 시선을 끌어내려는 일회성 전략인지 더 멀리 내다볼 비전이 있는 컨셉인지는 아직 이 노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UNB 활동 중에도 꾸준히 작사에 참여했던 멤버 마르코와 더불어 멤버들의 성장을 주목하고 싶다. 엉뚱함보다 아이돌다운 청량함을 기대한다면 수록곡 '내 품에 안겨'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9년 1월 초순
  2. 1st Listen : 2019년 1월 중순
  3. 1st Listen : 2019년 1월 하순
  4. 1st Listen : 2019년 2월 초순
  5. 1st Listen : 2019년 2월 중순
  6. 1st Listen : 2019년 2월 하순
  7. 1st Listen : 2019년 3월 초순

시리즈 전체 보기 ≫


리포트 : 뉴이스트 “Happily Ever After”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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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time NU’EST time, 안녕하세요 Urban Electro Band 뉴이스트입니다.”

뉴이스트

지난 4월 29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뉴이스트의 여섯 번째 미니앨범 “Happily Ever After” 쇼케이스가 열렸다. 2년간 워너원 활동을 마친 민현이 뉴이스트로 돌아와 드디어 다섯 명이 모였다. 뉴이스트 멤버들과 팬들 모두 기다려왔던 그 순간. 그래서인지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Happily Ever After”는 2016년 발표한 미니 앨범 “CANVAS” 이후 무려 3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앨범이다. 리더 JR은 ‘이번 앨범은 뉴이스트의 또 다른 시작’이라며 뉴이스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뉴이스트의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민현은 이번 앨범을 ‘앨범명의 뜻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동화의 결말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인데, 거기에서 느낄 수 있듯 수록곡을 순서대로 들으면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렌은 앨범의 감상 포인트로 ‘동화적인 요소로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세계관을 이해하면서 들어주셨으면 한다’며 이번 앨범이 2016년 ‘기사 3부작’의 첫 시작을 알린 미니 4집 “Q is”와 미니 5집 “CANVAS”에서 이어지는 세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앨범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타이틀곡 ‘Bet Bet’은 퓨쳐 베이스와 R&B 장르를 기반으로 한 슬로우 템포의 곡으로, 독특하면서 세련된 플럭 사운드와 강한 리듬의 편곡이 돋보인다. 백호는 ‘사랑하는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을 걸어보겠다는 당당하면서 섹시한 메시지가 녹아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Bet Bet’의 첫 무대는 3년만에 다섯 명이 함께 한 무대였음에도, 그 보다 더 긴 시간 함께 해온 팀으로서 단단한 팀워크를 느낄 수 있었다. 격한 안무와 더불어 후렴구 백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아 뉴이스트만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올 블랙에 골드 포인트 의상 또한 곡이 가진 강렬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뉴이스트

팬들 사이에서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백호는 꾸준히 앨범 제작에 참여해왔는데, 이번 앨범에도 역시 앨범 전체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또한 작사에 참여한 JR은 ‘멤버들 모두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내서 이번 앨범은 더더욱 뉴이스트 다섯이서 다 같이 만든 앨범’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음악적 역량과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는 데 있어 멤버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지난 앨범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서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기 보다, 지금 저희가 어떤 노래를 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다섯 명 모두 음악이나 퍼포먼스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백호), ‘뉴이스트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아론)고 이야기하며 한층 더 성숙해지고 짙어진 뉴이스트의 색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렇듯 멤버들은 완전체로 모여 아주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보다, 지금까지 해온 뉴이스트의 색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성장하고 성숙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다섯 명이 되어 특별하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이 조금 걸린 것일 뿐, 더욱더 단단해진 팀워크를 강조하며 완전한 뉴이스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했다. 이어서 선보인 수록곡 ‘Segno’ 역시 이전의 뉴이스트, 그리고 뉴이스트 W 앨범과도 비슷한 색채를 띠는 곡으로, 제목 또한 악곡을 연주하다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부분을 표시하는 음악 기호를 의미한다. 타이틀곡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의 곡으로,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멤버들끼리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뉴이스트 민현

뉴이스트 민현, “천천히 단단하게 걸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 사진=조은재

뉴이스트는 간만에 갖게 된 무대에 ‘오랜만에 다섯 명이 모여서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팬분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실지 많이 고민했다'(아론), ‘다시 함께함을 약속하는 앨범이다. 멤버들에게도 의미가 깊고, 천천히 단단하게 걸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민현), ‘3년 만의 완전체 컴백에 대한 기대와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팬분들도 기대를 많이 했을 것이고 앞으로의 활동 또한 기대된다'(렌)고 소감을 남겼다. 완전체 앨범을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멤버들 간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뉴이스트 제2막의 시발점이자 뉴이스트만의 음악을 각인시킬 기회가 될 여섯 번째 미니 앨범. 이들의 동화 같은 시작을 응원하며 ‘Happily Ever After’ 하길 바란다.

취재: 로지 | 사진: 조은재

뉴이스트
Happily Ever After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29일

   


1st Listen : 2019년 3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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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우석X관린, 드림노트, 박봄, 공원소녀, 예리, 마마무, 백퍼센트, 방용국, 에버글로우, 정세운, 다이아, 여고생, 모모랜드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새 필진 로지가 합류한다.
우석X관린
9801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한국에서 '진짜 힙합'을 하는 것은 아이돌뿐이라는 우스개가 떠오른다. '별짓'은 인기를 얻기까지의 서사를 대중과 공유하는 아이돌이 인기에 겨워 내뿜는 스웨그로 가득하다. 마치 뮤직비디오 속의 라이관린이 집어 올린 딤섬처럼, 자칫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었던 자신감 표현을 멜로딕한 곡 전개와 담백하고 산뜻한 래핑으로 담아냈다. '별짓'을 듣다 보면, 재지팩트 등 한동안 힙합신에서 활약했던 팀들도 생각나는데, 막상 수록곡은 좀 더 무겁고 강렬한, '본격적인' 힙합인 점도 의외의 감상 포인트.



드림노트
Dream:us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2019년 3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하쿠나 마타타'는 레트로 사운드에 밝은 멜로디와 'Oh Yeah!', 'Whoo!', 'Hey!'처럼 노래 사이사이 들어가는 추임새가 합쳐져 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전체적으로 높은 음역에서 전개되는 곡인데도 아슬아슬한 부분 없이 훌륭하게 서로를 받쳐주듯 파트를 교체하며 노래를 완성해나가는, 마치 계주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상대적으로 수록곡이 평범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지만, '취미는 너'의 후렴에서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보컬은 타이틀곡 못지않게 매력을 선사한다. 전작 'Dreamlike'에 이어 톡톡 튀는 개성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는 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하이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자신감에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자칫 뻔한 가사에 캐릭터가 납작하게 짓뭉개질 수도 있었지만, 밴드 사운드 위에서 통통 튀는 에너지가 먼저 느껴진다. 인트로 곡 '¡Bienvenido!(Welcome Back)'의 도도함은 이 그룹의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다른 그룹과의 차별점이 아주 절묘해 익숙하지만 낯설다. 들을수록 '너무 좋아할까 봐 아주 겁나'게 된다.



박봄
Spring
디네이션
2019년 3월 13일

   

용감한형제가 전두지휘한 "Spring"은 곡과 앨범 자체의 개성보다는 가창자의 개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트와 피아노, 코러스 등의 사운드 요소들은 모두 타격감이 좋게 디자인되어 음절과 어절 단위로 곡을 두들기는 박봄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지고, 멜로디와 박자는 끝울림이 강력한 창법이 빛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곡 구성이 박봄의 매력을 탄탄히 받쳐주는 데에 그치고 증폭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못내 아쉬우나, 긴 공백기를 뚫고 박봄의 존재 의의를 각인시키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더욱이 타이틀곡 '봄'은 박봄 개인의 역사는 물론 그룹 2NE1의 역사까지 함축하고 있는데, 용감한형제는 '봄'이 본래 12년 전 2NE1을 위해 썼던 곡이었다고 밝힌 바 있어 더 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에게도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공원소녀
밤의 공원 part two
키위 미디어그룹, 키위팝
2019년 3월 13일

   

전작 'Puzzle Moon'과 거의 똑같은 노래다. 조(key)부터 코드, 드롭의 타이밍까지 거의 똑같다. 파트1과 2의 유기성을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작이 메가 히트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내놓는 경우는 잘 없어서 갸웃하게 된다. 작곡가 김형석이 이끄는 회사라 해서 음악적인 기대감이 있었던 터라 더 그렇다. 소소하게 달라진 점은 사비를 비우지 않고 챈트나마 목소리를 계속 얹고 있는 것, 그리고 댄스 브레이크를 삽입한 점 등이다. 전작을 보강했다기보다는 같은 노래를 표정만 달리해서 부른 것 같은 작품이다.

타이틀곡 'Pinky Star (RUN)'는 도입부에서 '찰나'를 독특하게 발음하는 것이 귀를 사로잡고 점점 고조되다가 리듬감 있는 브릿지에서 한 번 더 곡에 집중시킨다. 요즘 데뷔하는 걸그룹이 흔히 보여주는 '소녀다움'이나 '틴크러시'를 모방하지 않고 '딥 하우스'라는, 걸그룹이 쉽게 시도하지 않는 장르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 인상 깊다.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Puzzle Moon(퍼즐문)'에서는 '맞춰지는 달의 조각'으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Pinky Star (RUN)'에서는 공원소녀를 상징하는 '별'로 '밤의 공원'이라는 앨범명에 맞게 컨셉을 이어간다. 이는 밤의 공원 3부작의 마지막 앨범을 기대하게 함과 동시에 데뷔부터 탄탄한 기획이 차별화된 그룹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여자 아이돌의 숙명과도 같은,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그룹의 정체성을 앨범과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예리
스물에게 (Dear Diary)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4일

   

악곡의 무던함에 비해 가사의 섬세함이 과중하게 다가오기는 한다. 그러나 이내 '스물에게'라는 제목에 수긍하고 만다. 진심 어린 말을 투박한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지난 스물의 나에게 날려 보내는 편지이거늘, 조금 서툴면 어떤가. 오히려 이러한 서투름은 '스물에게'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토닥임이 떠밀림이 아니길"이라는 사려 깊은 한 줄만으로 작사가 예리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된 것 같다.



마마무
White Wind
RBW
2019년 3월 14일

   

'고고베베'는 사계절 프로젝트 내내 보여온 자신만만한 라틴 기조를 유지하되 '너나 해'의 붉은 작열을 바뀐 계절에 맞추어 리프라이즈한 듯 시원시원한 태도를 지닌다. 자가복제가 아닌가 갸웃하다가도, 오랜 기간 끌어온 사계절 시리즈의 중압감을 홀가분하게 털어내는 것처럼 보여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돌이켜보면 이런 부담 없는 당당함이야말로 마마무의 매력 아니었던가. 이어지는 '쟤가 걔야' 역시 가벼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익살스러운 곡으로 일청을 권한다. 이제 장기 프로젝트의 족쇄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로운 마마무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퍼센트
RE:tro
티오피 미디어
2019년 3월 14일

   

부정하고 싶어도 한국인이라면 'Still Loving You'의 짙은 트로트 신파 감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록현의 음색은 너무 정확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창의 음색이다. 후렴에 가서야 처음 등장하는 록현의 음색을 듣기 전까진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다가도, 한국인의 감성을 건드리다 못해 흔들어놓는 록현의 파트가 등장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래, 이 맛이야' 하며 탄식하게 된다. "RE:tro"라는 앨범의 제목에 정확히 부합하는, 근래에 들어본 곡 중 손에 꼽히게 컨셉츄얼한 타이틀곡에 비해 수록곡은 평이한 아이돌 팝 발라드로 채워져 있는 것이 조금 아쉽다.



방용국
BANGYONGGUK
방용국
2019년 3월 15일

   

Mya의 The Truth, 정일훈의 Big Wave와 같은 샘플을 이용한 트랙. 정일훈과 방용국 양측 다 크레딧에서 같은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보니 돈을 주고 구매하면 원작자 표기를 안 해도 되는 샘플이었던지 싶다. 버스에서 센슈얼한 가사를 나즈막히 나열한 뒤, 제법 이르게 등장하는 사비에서 인스트루멘탈의 다이내믹만으로 섹슈얼 텐션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말을 줄일수록 인텐스해질 수 있는 연인 간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것 한 가지. '네 안에 갈 때 나이는 Is nothing'이라는 가사가 '"야" 해' 라고 반말을 허락하는 제목 때문에 하한선 없는 연하를 성적으로 지칭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아니길 바랍니다.



에버글로우
ARRIVAL OF EVERGLOW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8일

   

타이틀곡 '봉봉쇼콜라'는 시시각각 변하는 곡의 분위기와 구성에 이국적 이미지의 멜로디, 독특한 안무가 합쳐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곡. 대중성보다는 우선 그룹의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데에 더 비중을 둔 듯한 전략처럼 보이며 앞으로의 기획을 궁금하게 만들기엔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데뷔에 대한 설렘과 소회를 담은 발라드인 수록곡 'D+1'은 합창으로 전개되는 후렴구의 웅장하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싱글 형태에서 타이틀 곡 직후에 배치되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팀의 아이덴티티로 '스파클링 시크'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데뷔 싱글. 화려하게 펼친 스케일에 쨍하게 떨어지는 비트가 귓속을 울리는 '봉봉쇼콜라'도 그렇지만, 몽환적인 무드에 공간감을 강조한 신스 편곡이 돋보이는 '달아'도 이제 겨우 데뷔한 신인으로서는 꽤 선명한 이미지로 각인될법한 트랙이다. 걸그룹 또한 보이그룹처럼 결성 및 데뷔 시점에서부터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최근 업계 내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바로 그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한 데뷔작이 되겠다.



정세운
PLUS MINUS ZERO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9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깔끔하게 조형한 노래를 정세운이 매끄럽게 불러내고 있고, 페노메코의 랩도 본래 한 팀인 것처럼 잘 어울린다. 스타쉽은 이제 무슨 장르든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정세운의 기획으로도 증명해낸다. 많이 변하지 않는 멜로디 테마가 버스와 사비에 한 옥타브 차이로 나눠 불리고 있는데 이것이 듣는 이에게는 반복 학습처럼 작용해 금방 따라부를 수 있게 만든다. 곡의 고조를 가져오는 것은 여타 케이팝 EDM 곡들과 마찬가지로 빨라지는 하이햇과 피치가 올라가는 신스다. 곡이 점차 진행될수록 초반 정세운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어쿠스틱 기타로부터는 멀어지는 게 조금 얼렁뚱땅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케이팝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다. 다만 무대 위에 선 기타 소년과 밴드란 것이 주는 특유의 '션 멘데스' 같은 풍경미가 있기에 다른 케이팝 그룹들과는 차별된다.



다이아
NEWTRO
MBK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9일

   

'우와'는 80년대 롤러장 바이브보다 오히려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중반 즈음의 클럽튠을 연상시킨다. 통상적인 레트로 시기도, 그렇다고 현재와 동일선상에 놓을 만한 시기도 아니라서 레트로라기엔 상당히 어정쩡한 모양새지만, 그래서 "Newtro"인 것일까. 이러나 저러나 당대 바나나걸의 '엉덩이'가 그랬듯 한국인의 '뽕기'를 무참히 자극한다. 수록곡 역시 딱히 레트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통속성에 어느 정도씩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우와'의 MSG가 워낙 강한 탓에 수록곡이 한층 더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여하튼 여기 MBK산 숨듣명, 슬케팝 하나 추가요.



여고생
High Class (하이클래스)
리치월드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0일

   

이글파이브 출신이자 2000년대 초반 꽤 성공한 솔로 커리어를 가진 리치가 프로듀싱한 걸그룹이다. 이 곡은 정식 데뷔에 앞서 3월에 내놓은 프리뷰 싱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길 원한다며 전원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독특한 컨셉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음악이 좋을 때 순기능을 할 티저지, 귀에 잘 붙지 않는 곡과 매칭되어 큰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 믹싱을 한 건지 확실치 않은 매 트랙이 따로 노는 납작한 사운드와 매 박자가 밀리는 보컬 및 랩에는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흥행하며 구글 검색 결과를 청소하는 효과가 있었듯 이 팀도 잘 돼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건만, 아직은 많은 것이 현재 케이팝씬의 기준에 미달한다.



모모랜드
Show Me
MLD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0일

   

'I'm So Hot'을 두고 단순히 '뿜뿜'의 자기복제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곡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대중에게 모모랜드의 이런 스타일이 패턴처럼 인식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트로트 멜로디에 흥겨운 비트, 후렴구의 심플한 안무가 어우러지는 곡이며 듣고 있으면 신이 나지만, 동시에 유행 지난 유행어처럼 들리는 기분을 어쩔 수 없다. 한동안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었던 주이의 음료 광고도 이제 유행이 지났고, 뽕기와 갑작스러운 힙합 파트로의 전환 같은 전개 역시 이제는 썩 새롭지 않다.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초기에 팀이 콘셉트로 잡았던 놀이공원 테마에 어울리는 곡을 다시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모모랜드는 언제나 수록곡의 퀄리티가 좋았고, 이번 앨범 역시 그냥 놓치기에는 아쉬운 곡들이 있다. 'Holiday'나 'What You want' 같은 곡에서 여전히 '짠쿵쾅'과 '어마어마해'에서 보여주었던 신선함을 마주친다. '뿜뿜'은 대중의 관심과 반응에 재빠르게 발맞춘 기획이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팀이 지닌 다른 가능성을 애써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9년 1월 중순
  2. 1st Listen : 2019년 1월 하순
  3. 1st Listen : 2019년 2월 초순
  4. 1st Listen : 2019년 2월 중순
  5. 1st Listen : 2019년 2월 하순
  6. 1st Listen : 2019년 3월 초순
  7. 1st Listen : 2019년 3월 중순

시리즈 전체 보기 ≫

리포트 : 남우현 “A New Journey”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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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것을 창피하게 만드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명언(!)이 트위터의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격한 언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격렬하게 대상, 그것도 실존 인물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되는 면이 있기에 자주 회자되고 ‘명언’의 지위까지 얻게 됐을 것이다. 이 명언은 아이돌이 그들을 좋아해 주는 누군가, 즉 팬들이 그동안 응원해온 시간을 창피해하는 일이 없도록, 대중이 보내온 호감과 호의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일방적인 호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을 수도 있되, 책임감은 느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5월 7일 일지아트홀에서 세 번째 미니 앨범 “A New Journey”의 쇼케이스를 개최한 남우현은 신보에 바로 이런 책임감을 담아냈다. 입대를 앞두고 연이은 뮤지컬 출연 중에 앨범 활동까지 병행하게 된 남우현은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앨범을 준비하면서 빨리 팬분들에게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굉장히 열심히 작업했다’며 뮤지컬을 병행하면서도 즐겁게 음악 작업을 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8개월 만의 빠른 컴백이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남우현

첫 무대로 ‘Flower’의 라이브를 선보인 남우현은 팬 송이기도 한 곡을 앨범 중 ‘최애곡’으로 꼽으며 ‘앨범에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곡으로 표현했다. 백번의 말보다는 아티스트로서 직접 노래 가사로 표현하면 어떨까 해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왔다’고 밝혔다. 팬클럽 인스피릿을 ‘빨간 장미도 좋지만, 해바라기에 비유하고 싶다’는 남우현은 팬들이 늘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애틋해 하는 마음 또한 갖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타이틀곡 ‘Hold On Me’ 또한 팬들의 기대를 십분 충족하는 곡이다. 그동안의 솔로 앨범을 모두 발라드 트랙으로 채웠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댄스곡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 남우현은 ‘Hold On Me’에 대해 ‘발라드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봐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진 라이브 무대에서도 인피니트 안에서도 메인 댄서 장동우와 함께 리드 댄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안정적인 보컬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특히 피처링을 위해 무대에 함께 선 골든차일드 태그와는 마치 한 팀의 유닛 같은 케미스트리까지 뽐냈다.

앨범 작업에 대해 ‘과제를 하는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힌 남우현은 앨범 제작에 참여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완성도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답이 없는 것 같다’며 제작 중에 겪게 되는 불안이나 걱정에 관해 설명한 남우현은, 그러나 곧이어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치 모범생과 같은 고민과 답변을 연달아 내놓은 그에게서 10년 차 아이돌의 내공이 느껴지기도 했다.

수록곡 ‘Rain’의 작사를 맡은 남우현은 가사 중 ‘영원함을 모두 갈망하고 있듯이 / 되돌릴 수 없다 돌아갈 수 없어’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인피니트로서 10년 생활해왔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누군가에게 파란만장한 청춘이 있듯이 저도 저만의 전성기가 있었고 청춘들이 있었다. 그 가사에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우현의 말마따나 전성기를 지난 아이돌을 여전히 지지하는 팬들에게는 걱정이나 아쉬움보다 외려 안도감으로 다가갈 한 마디였다.

남우현

남우현, “(인스피릿을) 빨간 장미도 좋지만, 해바라기에 비유하고 싶다” | 사진=조은재

팬덤과의 유대감이 유독 높은 것으로 유명했던 남우현의 “새로운 여정”은, 결국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언젠가 다시 돌아올 집’으로 설정해두고 떠나는 길인 듯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목표 의식은 아이돌이 갖는 애티튜드로서는 최고의 미덕일 것이다. 그 목표 의식의 기저에는 언제나 자기가 받아온 사랑에 대해 보답을 하고자 하는, 모종의 책임감이 깔려있으리라. 가수는 노래를 따라간다던가. 남우현의 쇼케이스는 벌써 8년이나 된 히트곡의 한 구절 ‘내가 널 끝까지 책임질게’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무대였다.

남우현

취재, 사진: 조은재

남우현
A New Journe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9년 5월 7일

   


1st Listen : 2019년 3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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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PRODUCE X 101, 태연, 스트레이키즈, 박지훈, JBJ95, 1TEAM, 카드, 펜타곤, 블락비 바스타즈, 핫플레이스를 다룬다.
PRODUCE X 101
_지마 (X1-MA)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1일

   

'프로듀스' 시리즈의 주제곡에서 대단한 음악적 성취나 신선함을 기대하는 이는 이쯤 되면 거의 없을 것이다. '국프 대표'의 내레이션에 이어 차분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빨라지는 비트에 반복적인 가사, 넘치다 못해 쏟아질 듯한 EDM 사운드의 향연 또한 이제는 하나의 패턴이 됐다. 곡의 구성, 사운드보다는 가사에서 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데 'Pick Me', '나야 나', '내꺼야' 등 지난 시즌 주제곡들이 화자인 '나'를 어필하는 동시에 'Pick'이란 단어로 국프의 의무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면, '_지마'는 '손을 놓지 마', '포기하지 마'처럼 동사를 다양하게 변화시킴으로써 반복되는 구절에 대한 피로감을 최소화하면서도 메시지를 뚜렷이 전달한다. '나야 나'의 가사가 국프에 대한 어필 위에 이성에게 구애하는 세레나데의 레이어를 덧씌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러티브였다면, '나와 함께 달려가', '세상에 지지마'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_지마'는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동일시되는 판타지 RPG 게임에 가까운 이미지. 국프도 연습생도 결국 데뷔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한다는 점에서 결국 동료나 마찬가지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변주를 꾀한 셈이다.

좀처럼 저음부에 머무르지 않는 음역대, 상승 구도를 반복하는 멜로디와 코드 진행, 지치거나 버거운 기색 없이 몰아붙이는 에너지, 장엄한 댄스 브레이크, 빠질 수 없는 구호 "Pick Me Up"까지.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 미소'를 곡으로 형상화한 듯한, 정형화된 '프로듀스' 시리즈 테마송의 공식을 따른다. 어느 때보다도 이를 악물고 내달리고 있어 이번이 '프로듀스' 시리즈의 진짜_최종_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벌써부터 '_지마'의 피아노 버전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어떤 사람들은 오해하는 것 같지만, 사실 '프로듀스' 시리즈의 타이틀곡은 참가자의 실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갈라진 실력은 프로그램 안에서 등급으로 반영된다. 참가하는 연습생에게는 일종의 '시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대표곡이 반드시 일정 이상의 난이도를 담보해야 하는 이유다. 바꿔 말하면, '프로듀스' 시리즈 타이틀곡은 현역 케이팝 아이돌이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수준의 퍼포먼스를 요구하며,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_지마'는 같은 남자 아이돌의 곡이었던 '나야 나'에 비해 복잡해진 가사와 구성을 자랑한다. 줄곧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를 유도하는 메시지였던 이전 시즌들의 가사와 달리, '_지마'의 가사는 자성적 메시지까지 포괄하는, 좀 더 스포츠 행사에 어울릴 법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고음의 멜로디 라인이 강조되었던 '나야 나'에 비해 '_지마'는 악기의 비트가 강조되고, 보컬 멜로디 라인에서도 저음부와 고음부를 확실하게 구분한다. 덕분에 가요 색이 옅어지고 좀 더 범용적인 음악처럼 들리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연출인 듯하다. 댄스 퍼포먼스 또한 2년 만에 큰 변화를 보이는데, 아이코닉한 상체 동작과 복잡한 스탭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던 '나야 나'에 비해 '_지마'는 아이솔레이션과 팝, 웨이브 등 춤의 기본기부터 배우지 않으면 상당히 어색해 보일 수 있는 고급 동작을 다수 포함한다. 게다가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는 퍼포머의 안정적인 가창을 위해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나 점프를 자주 쓰지 않는데, '_지마'에서는 후렴구를 포함해 유독 빈번히 등장한다. 그래서 등급별로 춤 실력의 격차가 커 보이지 않았던 '나야 나'에 비해 '_지마'는 A등급부터 F, X등급까지의 연습생 등급별 춤 실력의 격차가 커 보이는 효과를 얻는다. 춤을 잘 출수록 디테일을 표현할 여지가 '나야 나'보다 '_지마'에 더 많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불수능으로 얻어낸 등급 변별력과도 같은 퍼포먼스라 하겠다. 물론 '어려운 문제'가 반드시 '좋은 문제'는 당연히 아니지만, 이 곡의 큰 용도 중 하나가 '평가'임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기에 불가피한 기획이라고 본다.



태연
사계 (Four Seasons)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4일

   

특유의 신경이 곤두선 보컬로 무덤덤한 어조의 노래를 부르니 오묘한 서스펜스가 빚어진다. 이는 노래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을 넘어, 노래를 비로소 완성한다. 네가 온 세상이었다 시인하는 담담한 마음 위에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라는 의문의 조약돌을 던져 일으키는 파문을 태연만큼 효과적으로 표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록곡 'Blue'는 이 조약돌이 심연으로 가라앉아 드는 정경을 그린 듯 '사계'와 이어지는 감성을 공유하고 있어 두 곡을 이어 듣는 맛이 상당하다. 단 2곡뿐임에도 탄탄한 유기성까지 보유한 보기 드문 싱글.



스트레이키즈
Clé 1 : MIROH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5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일전에 스트레이키즈를 두고 좀처럼 팀의 개성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이들의 '치기 어린 패기' (혹은 '패기 어린 치기')가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을 한 바 있다. "Clé 1: Miroh"는 이 잠재력을 마침내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우선 타이틀곡 'Miroh'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Miroh'는 사실상 한 가지 모티브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구조를 가진다. 보컬 루프, 댄스 브레이크, 후렴구 탑라인 모두 동일한 선율을 공유하며 빌드업 때를 제외하고는 이 선율이 계속해서 호출된다. 곡 전체가 훅인 셈인데, 뻔뻔하게 이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각 파트를 다양하게 변용하고 교차시키며 지루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위용 있는 가사와 팀 구호, 마오리족 하카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곡의 형식에서부터 정글같이 삭막한 도시 '미로' 속에 뛰어든다는 테마가 유감없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어지는 곡들 역시 같은 설정 아래 형형한 기세를 과시한다. '승전가'와 '잠깐의 고요'에서 숨가쁘게 몰아치는 에너지는 'Boxer'에 이르러 정점을 찍으며 비장하고도 날렵한 '키즈'의 베짱을 보여주고, 'Chronosaurus'와 '19'는 톤을 점차 다운시키며 그 이면의 번뇌를 내비친다. 스트레이키즈에게 '미로'라는 장을 부여하며 비로소 '스트레이'-'키즈'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데뷔 앨범. 스트레이키즈의 핵심은 바로 스스로를 '미로' 속에 내던지는 '치기'와 '패기', 아니 이를 넘어선 '객기'였다. 전년도의 과욕적인 활동이 소모전으로 빠지지 않고 좋은 자양분 공급원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해본다.



박지훈
O'CLOCK
마루 기획
2019년 3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타이틀곡 'L.O.V.E'는 '소년미' 하나로 대한민국에 '저장'됐던 소년답게 강렬하지만 거칠지 않고, 아련하고 간질거리는 이미지로 곡과 비디오를 가득 채웠다. 동화적인 공간에 놓인 소년으로서 신비로움을 연기하는 것은 가장 전통적인 남자 아이돌 작법이기도 한데, 애초에 박지훈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를 정확히 간파하고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담백한 창법으로 부르는 R&B 멜로디와 고저 차가 크지 않은 플로우를 유지하는 래핑은 한국인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아이돌, 즉 9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가수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 시절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으로 여겨졌고, 지금의 아이돌은 누가 뭐래도 잘 만들어지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강산이 두 번 바뀌어 아이돌 스타를 보는 시각은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이어지고 있는 어떤 코드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JBJ95
AWAKE
스타로드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앨범의 밀도가 우선 눈에 띈다. 일관성을 지키려다 못해 다소 심심해지고 만 인상이 적지 않았던 전작과 달리 촘촘한 밀도와 컬러풀함을 더해 유기성과 듣는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칠링한 힙합 트랙 'Friend Zone'으로 시작해서 점차 무드를 고조시켜 청량한 하우스 트랙인 타이틀 'Awake'와 펑키하고 흥청망청한 '좋아해'로 터뜨리다, 'Milky Way', 'Leave It To Me' 등의 다운 템포 트랙으로 다시 차분해지고는 'Lookin' 4 Love'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멤버들의 약진인데, 특히 전작 때보다도 훨씬 편안하게 다가오는 켄타의 보컬은 '성장'이라는 단어가 절대 무색하지 않을 정도. 솔로곡 'Leave It To Me'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모습에서 단 몇 개월 사이의 성장세를 짐작게 하는데, 듀오로서는 이제 겨우 두 번째 발매작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데뷔작 이후의 기우를 완전히 씻겨내 준 준수한 소포모어 작. 추천곡은 'Milky Way'.



1TEAM
HELLO!
라이브웍스 컴퍼니
2019년 3월 2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타이틀곡 '습관적 VIBE'는 다짜고짜 통통 튀는 사운드와 리듬감에 치중한 듯 배치된 가사에서 신인 아이돌의 데뷔곡에서 쉽게 보기 힘든 여유와 흥이 느껴지는 노래다. 그와 달리 이어지는 트랙 'COUNTDOWN'에서는 묵직한 래핑과 비트가 두드러지고, ''BOUT U'는 어쿠스틱 사운드에 서정적인 곡으로 언뜻 전혀 다른 색깔의 세 곡이 담겨 있지만 흐름이 널뛰지 않고 일관성을 지닌다. 보컬 라인과 래퍼 라인이 각기 뚜렷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팀워크가 돋보이는,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이다.



카드
밤밤(Bomb Bomb)
DSP 미디어
2019년 3월 2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카드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으면 멤버 네 명의 합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무척 좋게 느껴진다. 남자 멤버들의 랩과 여자 멤버들의 보컬이 곡을 꽉 채우고, 멤버 간 '케미'가 돋보이는 안무까지 더해져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전까지는 트로피컬 하우스 곡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뭄바톤의 강렬한 사운드에 집중했다. 후렴구에 '오늘 밤 내일 밤 매일 밤밤', 'Wildin' all day wildin' all night' 같은 단순한 가사를 많이 사용한 것이 비트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곡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곡의 길이가 3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전작 "Ride on the Wind"로 약간의 변화구를 구사하긴 했었지만, 카드의 음악적 색깔은 역시나 이런 '마약성'이 그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내내 격하고 빠르게 몰아치는 끈적하고 후덥지근한 리듬에 맞춰 흔한 바디터치 없이도 섹슈얼한 텐션을 만들어내는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카드라는 팀의 정수 그 자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작이 산뜻하다 못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다면 분명 반가워질 트랙.

데뷔 초 카드를 보며 여성 보컬과 남성 래퍼의 파트 교대로만 전개되는 구성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려했었는데, 기우였다. '밤밤'은 도입부부터 제이셉이 리드보컬처럼 곡의 전반을 끌어가면서 소민과 지우의 보컬이 그 사이를 휘감듯이 교대로 등장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래퍼인 비엠이 슬로건을 외치듯 후렴을 강렬하게 장식하는 구성이 빠른 템포와 맞물려 3분 남짓한 곡의 길이가 아쉬울 정도의 흥겨움을 발산한다. 노출이나 오직 성적 어필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무 동작 없이 멤버들의 케미와 퍼포먼스의 에너지만으로도 섹시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아이돌 씬에서 거의 유일한 혼성그룹인 카드만이 지닌 큰 장점. 곡의 분위기에 맞춰 한여름에 발매되었더라면 대중의 반응이 더 좋지 않았을까 뒤늦게 아쉬움이 남는다.

한 장르를 아예 그룹의 색으로 가져가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듀싱의 주체가 바뀌어도 음악적으로 크게 휘청이지 않고 충분히 준수한 완성도를 보인다. 동시에 이미지 고착으로 인해 파괴력이 처음만 못한데, 뭄바톤이 케이팝 내에서 닳을 대로 닳아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멤버 간의 케미보다 각각의 섹슈얼 어필을 더 연출한 점이 눈에 띈다. 혼성 그룹으로 연출하는 헤테로 섹슈얼 텐션은 적어도 해외 팬들을 공략하는 데 독보적 무기로 작용했었다. 어떤 큰 그림의 일부인지 그저 프로듀서가 바뀌며 일어난 실수인지 한발 물러난 그 의도를 아직 모르겠다.



펜타곤
Genie:us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세련된 사운드에 유쾌한 이미지의 가사가 합쳐진 '신토불이'는 'Gorilla'와 '감이 오지' 같은 곡과 '빛나리', '청개구리'로 대표되는 펜타곤의 양극화된 매력을 어떻게 하면 모두 살릴 수 있을지 고민과 연구 끝에 찾아낸 중간 점처럼 보인다. 메시지 자체는 썩 신선할 것 없는 'YOLO' 류의 가사지만, 아재 개그처럼 느껴지는 구시대적 언어유희와 신세대 줄임말이 공존하고 갑작스레 '빛나리'의 가사를 인용하는 등 밑도 끝도 없이 몰아치면서 청자에게 '아무런 생각 말고 신날 것'을 종용하는 듯한 노래. 그 밖에도 힙합 유닛과 발라드 유닛을 나누어 극단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는 'Lost Paradise'와 '그 순간 그때까지'에 엉뚱함을 극대화한 '에일리언'과 청량감 가득한 록 사운드의 '봄눈', 멤버들끼리 귀여운 디스전을 선보이는 보너스 트랙 'Round 1'까지, 말하자면 여태껏 펜타곤이 내놓았던 음악 성향을 한 번에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앨범이다. 사족 : 앨범을 다 듣고 나서 귓가에 '유토다'가 환청처럼 메아리치는 증상은 나만 겪는 일이일까.



블락비 바스타즈
I'm a mess.
세븐시즌스
2019년 3월 28일

   

재즈를 연상시키는 색소폰과 피아노 사운드가 귀를 잡아끄는 인트로 'Messed Up'부터 매끄럽게 이어지는 타이틀곡 'Help Me'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보컬에 둔탁한 베이스와 비트, 피오의 개성 강한 래핑과 부드러운 보컬, 대비되어 자칫 언밸런스할 수 있는 요소들이 서로 뒤섞이면서도 정리되면서 블락비 바스타즈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내뿜는다. 앞서 공개된 바 있는 피오의 솔로곡 '소년처럼'을 비롯해 수록된 멤버들의 솔로곡들도 각기 다른 개성을 내면서도 앨범의 흐름을 흩뜨리지 않는다. '품행제로'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며 방방 뛰던 불량아들이 어느새 정장을 빼 입고 중후한 멋을 내는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듯한 이미지의 앨범. 추천하고 싶은 수록곡은 'From Seoul'.



핫플레이스
HOT PLACE
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TMI'는 애수가 흘러넘치는 멜로디를 가사를 정직하게 찍어누르는 포 온 더 플로어 비트와 666의 'Amokk'를 연상시키는 테크노 댄스 브레이크에 실어나르며 90년대 한국 댄스가요 해학의 정수를 구현한다. "넌 정말 TMI"는 이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펀치 라인. 신조어를 사용하긴 했으나, 이것이 되레 구세대적 흥취를 증폭시킨다. 여기에 래칫 비트 위에서 2010년대의 스웨그를 뽐내는 파트까지 더해져 과거는 물론 현대 댄스 가요의 '뽕 끼'까지 주입한다. 코요태를 지향한 모모랜드처럼 느껴지기도. 리믹스 버전은 180도 다르게 강남 클럽 뱅어 식으로 변주된 점 역시 재미있다.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9년 1월 하순
  2. 1st Listen : 2019년 2월 초순
  3. 1st Listen : 2019년 2월 중순
  4. 1st Listen : 2019년 2월 하순
  5. 1st Listen : 2019년 3월 초순
  6. 1st Listen : 2019년 3월 중순
  7. 1st Listen : 2019년 3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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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오마이걸 “THE FIFTH SEASON”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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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지난 5월 8일, 올림픽공원 K 아트홀에서 오마이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FIFTH SEASON” 쇼케이스가 열렸다. 데뷔 4년 만에 내는 첫 정규 앨범이다. 오마이걸은 ‘CUPID’, ‘LIAR LIAR’, ‘Windy Day’, ‘Coloring Book’과 같이 발랄한 에너지가 넘치는 곡과 ‘CLOSER’, ‘비밀정원’, ‘불꽃놀이’와 같은 서정적이면서 몽환적인 곡으로 두 개의 노선을 활용하며 오마이걸 특유의 세계관과 컨셉을 만들어갔다. 4년간 다양한 활동으로 탄탄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오마이걸. 그들에게 ‘첫 번째 정규 앨범’은 어떤 의미일까?

오마이걸은 가장 먼저 ‘성장’을 이야기했다. 비니는 ‘4년 동안 많은 성장을 했다고 느낀다. 정규 앨범과 함께 오마이걸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과정이 될 것 같아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정규 앨범에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미미는 ‘다양한 컨셉을 담을 수 있고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가 된 것 같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승희는 이번 타이틀곡 컨셉만의 차별점으로 ‘성장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다. 데뷔 초에는 테니스 스커트에 포니테일을 한 소녀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앨범 커버도 흰색 의상을 입고 있지만, 데뷔 초와는 확실히 다른 성숙한 모습이다.

오마이걸 오마이걸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다섯 번째 계절(SSFWL)’은 감성적인 오케스트레이션과 두근거리는 느낌의 올가닉(Organic) 드럼 사운드의 클래식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그 위에 모던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사운드를 녹여낸 곡이다. 특히 도입의 오케스트라 선율은 오마이걸의 몽환적이고 청순한 이미지를 배가시키며 곡에 집중시킨다. 또한, 처음에는 ‘너인 듯’하다가 ‘그 사람이 누군지 확신했’다는 가사와 함께 곡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효정은 ‘두근거리는 사랑의 마음을 다섯 번째 계절에 비유한, 애절한 보컬과 서정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재킷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명화’와 ‘발레리나’를 결합하여 동화 같은 오마이걸의 컨셉에 작품성을 더했다.

첫 정규 앨범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뿐만 아니라 안무와 의상에도 그 컨셉이 잘 드러나 있는데, 전체적으로 팔을 뻗어 선을 살린 동작이 많고 턴과 점프를 하는 등 발레 동작에서 따온 안무가 돋보였다. 유아는 ‘안무에서 여성스러운 선의 라인을 돋보이도록 연습했다’고 이야기하며 포인트 안무를 선보였다. 무대 의상 또한 딱 붙는 상의와 레이스가 풍성한 스커트로 발레복을 연상하게 했다. 곡의 컨셉과 비주얼 컨셉이 딱 맞아떨어지며 무대에서 시너지를 발휘했다.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이전의 미니, 싱글 앨범에 비해 달라진 마음가짐을 묻는 말에 효정은 ‘오마이걸이 음악을 할 때, 한계가 없는 음악을 하자, 오마이걸의 스토리를 많이 담자고 생각해왔는데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 마음이 더 깊었던 것 같다.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어떻게 곡을 소화하면 좋을지 서로 의견을 내면서 준비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오마이걸 멤버들의 그룹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곡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표현하는 능력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이어서 라이브로 선보인 수록곡 ‘소나기’는 일렉트로 팝 장르를 기반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날 막 시작하는 사랑의 감정을 멤버들의 달콤한 목소리로 풀어낸 곡이다. 맑고 청량한 분위기로 오마이걸의 두 가지 노선 중 발랄한 에너지와 설레는 소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물방울과 우산을 표현한 귀여운 안무가 인상적이다.

오마이걸 효정

오마이걸 효정, “음악을 할 때, 한계가 없는 음악을 하자, 오마이걸의 스토리를 많이 담자고 생각해왔다” | 사진=조은재

마지막으로 오마이걸에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묻는 질문에 효정은 ‘오마이걸이 음악을 할 때, 한계가 없는 음악을 하자, 오마이걸의 스토리를 많이 담자고 생각해왔는데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 마음이 더 깊었던 것 같다.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어떻게 곡을 소화하면 좋을지 서로 의견을 내면서 준비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오마이걸 멤버들의 그룹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곡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표현하는 능력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이번 앨범은 사계절을 뛰어넘고자 하는 오마이걸의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 될 것이다. 오마이걸이 선사한 다섯 번째 계절에 그들의 다채로움을 느끼며 앞으로 어떤 동화를 써갈지 기대해본다.

취재: 로지, 서드, 사진: 조은재

오마이걸
THE FIFTH SEASON
WM 엔터테인먼트
2019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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