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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ft : 엑소 – Tempo / Love Sho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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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Don't Mess Up My Tempo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일

   


랜디: 음악으로만 짧고 굵게 승부했다. 타이틀곡 ‘Tempo’는 과연 승부수로 둬도 될만큼 근사한 곡이다. 음악이 결국은 SM 콘텐츠의 중추이며, 궤도에 오른 인기 가수는 산업의 최전선에서 꾸준히 새로움을 보여야 한다는 SM의 믿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포스트록처럼 한 곡 안에 BPM과 양식이 여러 번 변화하는데, 가요에서 흔히 택하는 기법인 전조는 한 번도 없음이 곡을 세련되게 만든다. 메인 테마가 되는 버스는 볼륨이 줄어들지 않고 바로바로 다음 화성이 와서붙는 오르간 느낌의 신스패드와 삐걱거리는 리듬 샘플이 충돌하며 차가운 댄스 플로어를 주무대로 하는 여타 케이팝과 차별되는 공간감을 연출한다. 이후의 아카펠라가 그 감각을 가스펠 같은 느낌으로 증폭시키기도 한다. 이 아카펠라까지 가는 리듬의 3단계 변화도 흥미로운데, “Don’t slow it up for me”라는 가사 뒤에 갑자기 텐션을 쭉 떨어뜨린 R&B 드럼의 섹션, 그리고 준비한 듯 달콤한 단어를 터뜨리는 R&B풍 핑거스냅 아카펠라 섹션, 그리고 최종적으로 리듬악기를 싹 비우고 보컬 하모니로만 쌓은 가스펠적 아카펠라로 점점 리듬은 줄여가고 화성의 밀도는 높여 몸을 흔드는 느낌보다는 소리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SM은 대체로 연습생의 가창법을 일원화하는 교육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방법론, 그리고 그런 톤을 모아 팀을 꾸리는 캐스팅 능력 등이 이 이탈 없이 빽빽한 SM표 보컬 하모니를 가능하게 한다. 새삼, 애초부터 이것에 관심이 큰 회사가 아니었나 싶다. 2000년대 동방신기 데뷔 당시 좀 잘하는 그룹 개인기의 하나 정도로 여겨졌던 아카펠라라는 것에, SM은 언제나 진심이었던 것이다.

영미권 문화 속에서 아카펠라는 무심하게 디스토션 기타를 치는 록처럼 ‘쿨키즈’의 장르는 아니다. 정확한 음감과 화성에 대한 지식, 필요에 따라 지어야 하는 특이한 입모양 등 때문에, 진입장벽만 높고 멋있기는 힘든, 일명 너드(nerd) 장르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은 이런 선행돼야 하는 조건을 볼 때 선별된 음악적 프레스티지 계급이 잘할 수 있는 어려운 음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 10여 년간은 영화 <피치 퍼펙트>나 펜타토닉스의 성공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일정부분 중화된 상태다. SM이 지향하는 음악적 자부심을 보여주기에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몇몇 군데에서 음표보다 가사 음절이 많아 보컬이나 랩이 발음을 전다. 변화를 주려 사운드를 굵게 왜곡한 챈트는 딕션이 딱 애매할 정도로만 안 들려 플로우의 확실한 멈춤도 쉬어가기도 아닌 계류하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런 점도 전체적인 조화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SM이 5년 전 발매한 또다른 다장르 믹스곡 소녀시대의 ‘I Got a Boy’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형태다.

엑소
Love Shot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심댱: 전작 ‘Tempo’는 사운드로 볼륨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Love Shot’에서의 주안점은 아티스트의 수행력과 안무다. 엑소의 섹스어필이 이렇게 전면적으로 드러난 기획은 거의 처음으로 보이는데 맨몸에 걸친 수트, 젖은 머리칼 등 관능을 이미지화한 코디를 비롯해 7년 차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져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 808 베이스와 메탈릭한 질감의 비트는 엑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충실히 구현하며, 비트에 맞춰 체인을 힘차게 감아 올리는 듯한 후렴구의 안무는 섹슈얼한 텐션을 자아낸다. 후렴구 대부분이 단순한 챈트로 채워졌지만 퍼포먼스와 함께할 때 완성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술잔을 기울이거나 총을 쏘는 듯한 안무는 ‘Shot’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 후렴구에서 타오르는 목을 부여잡는 제스처는 총격에 맞아버린 순간을 표현하는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엑소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이 이번 활동곡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점은 아쉬우나,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아티스트는 취할 만큼 매혹적이니 아쉬움은 충분히 덜어진다.


1st Listen : 2018년 11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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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백아연, EXID, 네이처, 천둥, NCT 127, 바이칼, 엘키, 러블리즈, 파나틱스-플레이버, Mino, 주원탁, 뉴이스트 W, 키, 유빈, 더보이즈, 루카스 & Jonah Nilsson, 마마무, 엠버, 레드벨벳을 다룬다.
백아연
Dear me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1일

   

다소 엉뚱한 감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을 백아연식으로 해석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나 다른 제 3자가 아닌 ‘나의 마음’으로 설정된 청자에게 말을 거는 듯한 서사와, 특유의 섬세한 음색과 감정선으로 그려내는 드라마 같은 점이 특히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백아연은 이별 후의 감정 같은 소소(?)하고 내밀한 드라마(‘마음아 미안해’)에 특히 강점을 보여왔다고 생각하는데, 동화적인 색채가 가장 짙은 ‘Starlight’ 같은 곡에서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만 봐도 주체할 수 없이 설레는 감정을 ‘디즈니 공주님’처럼 불러내 버리기도 한다. 목소리가 가진 특유의 동화성과 촘촘한 감정선 덕인지, 그 어떤 드라마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점이 백아연이 가진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 앞에 두고 말을 건네는 설정은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화자가 백아연이라면 달라진다. 상대에게 쩔쩔매고 아파하는 그의 모습이 못나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못나 보여도 그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백아연이 부르고 또 불어넣는 세계관은 현실에서의 감정을 예쁘게 조각해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곤 한다. 그렇지만 현실보다 더 아름답고 곱게 담아내려 한 지점이 백아연을 아이돌 그 언저리처럼 느끼게 한다. 자기감정에 콕 빠진, 그런 소녀의 일기장. 이 단어가 간질간질하지 않게 다가온다면 한 번쯤 들어도 좋을 미니앨범이다. 추천곡은, 마음은 무거워도 가볍게 춤추는 듯한 이미지의 ‘말하지 않아도’와 침잠한 분위기의 ‘안아줘’.



EXID
알러뷰
바나나컬쳐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1일

   

솔지의 귀환으로 다시 온전한 ‘EXID 스타일’로 회귀했다는 선언 같은 곡으로, 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솔지의 후렴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반가운 노래도, 식상한 노래도 될 수 있는 노래다. 버스(verse)의 독특한 사운드가 흥미로운데,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최대한 변화를 추구하려는 의욕도 읽힌다. 현재 케이팝 씬에서 숙취를 콘셉트로 한 뮤직비디오를 타이틀곡에 쓸 수 있는 걸그룹은 많지 않다. 연애감정의 질척하고 구질구질한 면까지 여성 화자의 시선에서 세련되게 담아내는 EXID의 독보적인 컬러는 상승세 이후 메인보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팀의 위세가 크게 흔들리지 않게끔 붙들어주는 메리트다.

국내 아이돌, 특히 걸그룹이 음악의 장르적 양식화를 통해 팀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기적인 성과가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 작금의 시장 생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ID의 신보가 언제나 반가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가복제라는 비판에 맞닥뜨릴지언정, EXID는 절대 일희일비하거나 부화뇌동하지 않고 그들이 예전부터 잘해왔던, 그래서 지금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이름을 떠올렸을 때 단번에 특정한 분위기의 음악이 연상된다는 것. 이것이 성공이 아니면 무엇일까.



네이처
썸&러브
n.CH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1일

   

베이스 연주로 시동을 걸고 첫 버스까지 평이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듯하더니, 프리코러스에서 돌연 제동을 걸고서는 제트기로 갈아타 성층권 너머로 폭주한다. 전자음의 난사에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천진난만한 멜로디까지 더해지며 괴랄함은 정점을 찍는데, 여기서 오는 쾌감이 상당하다. 작곡가를 확인해보니 무려 ‘빨간 맛’을 만든 Caesar & Loui. 일본 드라마 주제곡을 켄지의 손을 거쳐 내놓았던 전작에 이어 또다시 의외의 캐스팅, 의외의 일격이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쾌감은 실망감으로 바뀐다. 날뛰는 훅에 끼얹은 밋밋한 손 하트 동작이 얄팍하기 그지없다. 모모랜드 식의 캐치함을 노린 모양이지만, 안무가 텐션을 살려주기는커녕 곡이 지닌 에너지를 짓눌러버린다. 차라리 (데모 원제도 ‘Summer Love’였을 것이 분명하니) 보편적인 ‘행사용’ 넘버를 짜내기보다 여름 시즌송으로 다듬어 냈다면 어땠을지.

타이틀곡 ‘썸’은 훵키한 댄스팝으로 흐르다 문득 ‘행사 EDM’으로 드롭되어 분위기를 전복시킨다. EDM으로 전환된 뒤에는 티아라-모모랜드의 계보를 잇는 행사장 내레이터 모델 스타일의 반복 동작을 구사하는데, 곡의 ‘용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지점이라 어쩐지 황망해진다. 행사장이 아닌 곳에서 행사용 노래를 틀었다는 황망함이 곡의 감상을 방해할 정도.



천둥
스피커 볼륨 (Speaker Volume)
라이트하우스
2018년 11월 22일

  

일렉피아노 소리가 고전적으로 참 예쁘다 생각했더니, 90년대 초의 아주 예쁜 R&B 팝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살짝 블루지한 색채의 멜로디가 달콤하고, 날카롭게 목을 긁는 천둥의 보컬도 쨍하게 기분 좋다. 가벼운 신스 브라스의 사용은 간단하면서도 섬세한 방식으로 감정선을 풍성하게 이끌며 시대감에도 제격으로 어울린다. 드럼 등이 다소 무절제하게 활용되는 점이 곡의 짜임새를 떨어뜨리는 점이 아쉬운데, 특히 편곡 자체가 방황하는 듯한 브리지가 뼈 아프다. 곡이 지향하는 시대감이 질척이지 않고 재현되는 경우를 보기 어려운 터라 이 곡에서 드러나는 서정과 취향이 매우 반갑기 때문에, 그 마감이 더욱 아쉬워진다.



NCT 127
NCT #127 Regulat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3일

   

‘Regular’가 북미 진출에 대한 야망으로 ‘irregular’했던 기존의 매력을 비교적 ‘regular’하게 타협했다면, ‘Simon Says’는 다시금 본래의 NCT 127로 방향을 ‘regulate’해주고 있다. 출렁이는 베이스, 레이드백 된 박자,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거나 끝음 처리를 날려버리는 등 목소리를 뒤집는 창법, 오토튠으로 일그러뜨린 백보컬, 급커브를 도는 듯한 버스 전환 등. 전복적인 사운드로 가득 차 있어 ‘소방차’‘Cherry Bomb’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그러나 곡 구조 자체는 복잡하지 않고 후렴구 멜로디 역시 단순해서 각인의 속도는 훨씬 빠른 편. 그룹의 변칙적인 매력을 (여느 때처럼 친절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때보다도 단정히 정돈해 보여주고 있어, 이번 곡을 기점으로 SM 내 타 그룹은 물론 NCT 내 타 유닛과도 구분되는 NCT 127만의 사운드를 확실히 잡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단, 본작에 비해 앨범의 응집력은 떨어진다. ‘내 Van’이 인털류드 전으로 이동하며 흐름이 어그러지기도 했거니와 새로 추가된 곡들의 배치가 애매하다. ‘Welcome To My Playground’는 곧 있을 콘서트 넘버로는 적격이겠지만 앨범 내에선 ‘Regular’ 파트의 긴장감을 붕 띄워놓고 있고, 의도대로라면 ‘Irregular’ 파트의 정점을 찍었어야 할 ‘Chain’의 한국어 버전은 원곡과 판이하게 다른 마스터링 상태와 과도한 번역투 가사 탓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리패키지 타이틀의 좋은 예와 리패키지 앨범의 안 좋은 예.



바이칼
Beautiful (뷰티플)
바이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3일

   

지난 9월 데뷔한 7인조 보이그룹 바이칼의 두 번째 싱글. 일렉 기타가 지글거리던 ‘Hiccup’과는 달리 화사한 곡으로 대조를 보이는데, 덩어리감이 생생한 아날로그 신스 베이스와 트랩 비트로 기조를 잡았다. 멤버들의 음색 차이도 파트 분배에 따라 선명하게 다가오는 편이라 신인 그룹으로서의 전략적 필요성도 잘 안배한 편. 여기까지는 좋지만 곡 자체가 특별한 뾰족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트랙의 루프 자체가 멜로딕하고 낙천적이라 이에 어울리도록 구성하다 보니 멜로디도 무난하고 평이한 선에서 자제되는 셈인데, 그것만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정도의 수행력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만큼 느긋하게 흘러가는 무드에서 가창만으로 변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상당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요할 것이니 멤버들을 탓할 순 없는 일. 기획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이를 실현하는 단계에서는 스스로 제약을 만들어낸 경우로 보여 아쉽다.



엘키(CLC)
I dream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정석적으로 단정하게 구성된 발라드 편곡의 트랙 위로 아직은 다소 서툰 감이 있게 쓰인 멜로디 라인이 흐르는데, 출중한 보컬이 멜로디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도록 ‘하드캐리’한다. 담담한 듯 무난하게 쓰인 가사가 뻔하지 않게 진행되는 멜로디를 잘 서포트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자작곡으로써 어떤 ‘승부’를 보려는 과한 욕심 대신 완성도에만 집중한 결과로 보여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러블리즈
Sactuar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6일

   

‘Ah-Choo’ 이후 자꾸 느껴지던, 리듬감으로 ‘탕' 때려주고 싶다는 조금 지나친 열의가 확 줄어들어서 우선 반갑다. ‘찾아가세요'는 싱코페이션이 (훅으로서) 목적이 아니라 양념으로 물러서고, 품위 있는 비트와 유려한 중저역에 우아한 서정을 결합한다. (이를테면 스트링의 유려함이 중저음에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꽤 다양한 무드로 구성된 수록곡들은 때로 첫 감상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묘한 화성이나 조바꿈, 가요적인 멜로디를 수시로 살짝 비틀어 낯설게 하는 식이다. 이는 이것저것 건드려 보면서도 어딘지 고착화되는 것 같기도 하던 러블리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버릴 것을 버리고 살릴 것을 취한 결과로 느껴진다. 리드미컬하고 묵직한 저역이 서글픈 정조를 깔고 고음역이 우아함을 담당하면서, 가요적인 친숙함과 아주 어려워지려는 듯한 세련을 댄서블 트랙 위에 직접 접붙이는 것이다. 멜로디의 질감이 감정선에 따라 확연하고 이유 있는 변화를 거듭하며 사운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변화하는 ‘Like U’가 이런 결단을 잘 반영한다. 때로 비현실감이 덮쳐오지만 그것이 ‘4차원 애교'를 꾸며내는 것과는 확실한 거리를 둔다. 사근사근하고 친숙한 정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서 환상을 끌어오며 눈에 띄게 우아함을 추구한 ‘Rain’도 귀담아들을 만한 트랙.

이번 회차의 추천작

러블리즈가 데뷔 때부터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빈번하게 나오는 감상 중 하나는 ‘나도 러블리즈 되고 싶다’였다. “Sanctuary”와 ‘찾아가세요’는 다른 걸그룹에게서는 흔하게 나오지 않는 이 반응을 러블리즈만은 꾸준히 이끌어내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자기 연민에 도취되기 쉬운 ‘프로 짝사랑러’ 러블리즈의 기저에는 강렬한 자기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연민과 애착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할 때가 많은데,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여성이 스스로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연출하는 것은 오랜 짝사랑으로 생긴 자기 연민에 빠져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애정의 대상만큼이나 스스로를 사랑하기 때문 아닐지. ‘찾아가세요’의 오케스트레이션은 후렴의 마이너 선율마저 무시할 정도로 들뜬 분위기를 만들고, 어느덧 완성형 보컬리스트로 성장한 멤버들의 보컬은 아름답지만 약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바라는 지점을 지향한다. ‘Rewind’와 ‘백일몽’ 같은 곡들 역시 ‘아름다운 강렬함’, ‘고운 힘’을 느낄 수 있는 트랙.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러블리즈가 발표했던 활동곡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인트로 ‘Never Ending’과 ‘찾아가세요’의 뮤직비디오 장면들 또한 러블리즈가 러블리즈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느껴진다.



파나틱스-플레이버
Milkshake
에프이엔티
2018년 11월 26일

   

유닛으로 먼저 선보이는 파나틱스의 첫 작품. ‘나의 낯선은 이렇지 않아'라는 기분으로 듣고 있자니 사운드 소스는 나쁘지 않다. 믹스 밸런스에는 조금 의문이 남지만 신스의 ‘재료의 맛을 살린' 톤들의 조합 자체는 매력이 있다. 멜로디도 약간의 뽕끼가 있으나 감정이 과하지는 않아서 그 자체로는 나름 괜찮다. 이를테면 심드렁하고 거만한 표정의 가수가 시크하게 불러냈다면 꽤 근사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오렌지캬라멜을 그릇되이 참조한 아이돌의 긴 목록에 이 곡이 올라가고, 거기에 무해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달콤한 모습까지 챙기고 싶었으며 이를 구현하는 과정마저 게을렀다는 데 있다. 정 그런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면 말릴 수야 없겠지만, 그랬다면 이 곡을 선택해선 안 됐다. 멜로디의 무심함은 ‘무해한 소녀' 발성과 만나 생기 없이 처지고, 안 그래도 귀에 잘 꽂히는 신스 사운드는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구태의연과 만나 작품을 저렴한 취향으로만 보이게 한다. (단적으로, 뭔가를 얻어내려다 소동을 겪는다는 테마가 걸그룹 뮤직비디오에서 그간 얼마나 수없이 반복되었는데 고작 발상한 것이 (동물을 때리는 장면을 넣으면서까지) 격투 게임이란 말인가.)



Mino
XX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6일

   

앨범 후반부 신경쇠약 직전의 위태위태함이 지드래곤의 “권지용”을 연상시킨다. 차이라면 지드래곤은 배출구를 찾지 못한 채 (혹은 않은 채) 자멸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송민호는 절박하게 ‘파랑새’를 찾아 헤맨다는 점. 그의 ‘파랑새’는 앨범 전반부에서 줄곧 부르짖는 묘령의 ‘아낙네’다. 이는 바로 ‘국힙’의 고질적인 문제와 이어진다. “너는 그림 속의 움츠린 떡”('아낙네'), “바니걸들이 춤을 추네”('로켓')와 같은 가사부터 영화 〈간신〉을 모티브 삼은 뮤직비디오까지. 여성은 오직 그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상화될 뿐이다. 꼬마 룰라로 시작해 처음부터 ‘YG키드’였던 지드래곤과 달리 언더그라운드 활동 전적이 있어 ‘국힙’으로의 회귀본능이 발동한 것일까. 앨범 전반에 걸쳐 적재적소에 놓인 음악적 시도는 돋보이지만, 끝내 몇몇 곡들은 '길티’와 ‘플레져' 중 '길티'로 무게추가 기운다. (“15년 7월 10일 3절 말씀 찢고 회개”('시발점')했다고 스스로 선언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추천곡은 '암'과 '불구경'. 신경질적인 풍자가 쾌감과 비애를 동시에 안겨준다.

위너 멤버 송민호도 〈쇼미더머니4〉 준우승자 송민호도 아니다. 이제껏 보여온 그 어떤 곡들보다도 데뷔 전 믹스테이프와 가장 유사한 결을 보인다. 다만 풍족한 자본의 지원 속에 완성도를 높였을 뿐이다. 실험으로 가득한 트랙 위에서 여자와 섹스를 이야기하고 가끔 불안한 자신을 이야기한다. 아슬아슬한 가사와 달리 트랙은 전부 빈틈이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연속하면서도 정신 사납지는 않다. YG에서 당분간 주목해야 할 인물인 MILLENIUM과의 합작 ‘ㅇ2’, ‘오로라’를 추천한다.



주원탁
In The Light
투에이블 컴퍼니
2018년 11월 26일

   

무난한 R&B 트랙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포근하고 다정한 공기를 연출하는 점이 재미있다. 계절적 요소와도 잘 맞고, 그룹으로 데뷔했다가 솔로로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의 남성 아이돌의 릴리스로서 감성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지점을 잡아낸다. 일렉 피아노와 스네어/하이햇의 음색 조합이 연출하는 곡의 온도가 조금 덜 ‘공산품'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랩이 탁월하지는 않은데 가까이서 녹음했는지 음향적으로도 더 뭉툭하게 들려서 아쉽다.



뉴이스트 W
Wake,N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6일

   

뉴이스트 W가 할 수 있는 최선만을 모아둔, 뉴이스트 W의 클라이맥스 같은 앨범. 타이틀곡 ‘Help Me’에서는 뉴이스트 W가 잘하는 것들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는데도 전에 없던 에너지를 뿜어낸다.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음악에 섬세한 가사는 서정을 극대화하고, 퍼포먼스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집중력을 유도한다. 순서대로 ‘희로애락’을 담은 멤버별 솔로곡 또한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충분히 반영해 마치 완성 덱을 짜 맞춘 트레이딩 카드처럼 진열되어있다. 아이돌이라는 포맷이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음반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어, 어떤 정통성마저 느끼게 된다. 여담이지만, 플레디스에서 발매하는 모든 음원의 음량이 다른 레이블에 비해 유난히 작은 편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사운드가 뭉개진 채 마감되어 있는 경우가 잦은데, 완성도 측면에서 늘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스터링의 경우에는 뉴이스트 W처럼 공간감이 필요한 곡에서 다소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분인지라, 안타까움이 크다.



Fac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샤이니의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했던 디자이너 하상백은 키를 두고 ‘커팅에지(cutting-edge)한 소년’이라는 평을 남긴 바 있다. ‘컨템포러리 보이밴드’를 표방해온 팀에서도 가장 컨템포러리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가진 멤버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그가 샤이니의 팀컬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심증은 이번 첫 솔로앨범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평소 키는 패션에 관심이 많을뿐더러 옷을 무척이나 잘 입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패션과 음악 그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가장 ‘커팅에지하게’ 연출하는 것에 정통해 있다는 것을 앨범 내내 증명해낸다. 그야말로 작금의 음악 씬 최첨단에 있는 장르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그는 그 누구보다도 뻔뻔할 만큼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마치 본체 활동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고 날이 선 부분을 떼어내어 확장한 모양새 같기도. 현 케이팝 씬에서 가장 ‘커팅에지’하고 ‘컨템포러리’한 앨범이 아닐지. 특유의 건조한 음색과 로킹한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Good Good’, 마구 몰아치고 몰아세우는 ‘Imagine’, 폭발하는 처연미가 돋보이는 ‘Chemicals’ 등, 모르고 지나치기 아쉬운 트랙이 가득하니 꼭 일청을.

이번 회차의 추천작

그의 “Face”는 두 가지 면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샤이니의 ‘키’, 다른 하나는 인간 ‘김기범’이다. 앨범의 전반부에는 샤이니의 청량감에 감칠맛을 더해주던 ‘키’의 향이 짙게 깔려있다. 트랙을 거듭할수록 고양되는 감각은 ‘Imagine’과 ‘Chemical’에서 정점을 찍고, 뒤로는 직접 작사한 곡들이 이어지며 인간 ‘김기범’의 내밀한 속내가 펼쳐진다. 그가 고백하는 ‘김기범’은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와도 같다. “선물 꾸리듯 포장”했지만 “빈 상자같이 가벼운” 마음(‘Easy To Love’). “눈치 보기 싫어”하는(‘미워’) “예민하고 모진 내 성격”(‘This Life’). 날 선 결핍을 짧은 소절 단위로 휘두르지 않고 버스 단위로 긴 호흡의 문장에 걸어두며 그의 자기 고백은 더욱 시리게 반짝인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선 내일을 등지고 도망치고 싶단 걸 알지만 세상에 내가 남겨진 의미는 뭔지 너도 몰랐을 너를 찾게 해줄게”라는 다짐에서 드러나듯 (‘I Will Fight’) 그는 결핍까지도 끌어안는다. 톡 쏘는 감각적인 모습부터 삐죽빼죽 모난 모습까지 자신의 모든 단면(face)을 직면(face)하고 표현하는 것. 앨범 제목 “Face”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음악적 성취는 물론 본인의 퍼스널리티에 기대 영민한 셀프브랜딩을 보여준 키/김기범 개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앨범의 전체적인 컬러보다는 좋은 노래만 선택해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혔지만, 그 스스로가 앨범의 색채로 자리했기에 “Face”는 가장 뚜렷한 색채를 지닌 앨범이 되었다.



유빈
#TUSM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Thank U Soooo Much’의 둔탁한 사운드는 비슷한 노선의 기존 곡들에 비해 훨씬 시대감에 어울리는 질감을 내주며, 곡 전체를 일관되게 흐르는 비트의 무게감도 잘 살려준다. 디스코에서 화려한 부분보다는 무심하고 육감적인 부분을 멋지게 담아내고 있다. 비트를 중심으로 뭉툭한 소시지처럼 구성된 사운드는 휘슬 같은 신스나 과장되게 들어오는 스트링 등의 편곡 요소들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문질러버리는 역할도 한다. 케이팝식으로 섹션을 분절시키면서 편성이 들락날락하는데, 막상 들을 때는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스트링이 사라져있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그것이 이 곡의 묘미이기도 하고, 곡에 베이퍼웨이브 같은 성질을 더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한 편으로는 음악적 다이내믹에 의한 듣는 재미가 덜하다는 아쉬움도 생긴다. 이 정도로 무표정한 비트가 큰 자리를 차지하며 곡 전체에 기계적인 운동감을 효과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면, 편성의 드나듦에 따른 케이팝적 자극 역시 조금은 더 살려냈어도 곡의 맛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전작이 ‘숙녀'라서 더 치우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성깔 있는 듯한 유빈의 음색만큼은 선명하게 드러나고, 섹션에 따른 음색의 배리에이션도 솔로 가수로서 유빈의 가능성들을 충실히 활용한다.

‘숙녀’에서의 도도한 에티튜드를 살짝 줄이고 짜증 혹은 권태를 집어넣은 유빈의 두 번째 솔로 싱글. 도시 여자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댄스홀에서 울려 퍼질 법한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취한 듯하다. 원더걸스의 레트로를 사랑한다면 눈길이 가겠지만, 그에게 레트로가 찰떡같이 어울린다고 하기에는 무언가가 조금 부족하다. 재미있기는 한데, 이것이 유빈만이 할 수 있는 장르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다음 작품에서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더 뻔뻔하고 놀랄 만큼 재미있었으면 한다.



더보이즈
The Only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더보이즈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그 어느 팀보다도 ‘소년의 청량함’을 강조해왔는데, 채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이번에도 그 점은 변하지 않았다. 전작 ‘Right Here’가 마치 채도 설정 바를 극단으로 올린 듯한 쨍한 색감의 청량미였다면, 본작은 그것을 정반대로 뒤집은 ‘차분한 청량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차분함’은 흔히 회자되는 (그리고 이제 제발 그만 언급했으면 하는) ‘소년에서 남자로’ 같은 류의 ‘성숙’이 아닌, 다양한 색도와 채도의 ‘청량미 팔레트’ 중 한 가지 색깔로의 방향 선회라 보아야 할 것이다. 타이틀곡 ‘No Air’는 흔히 후텁지근하고 습습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뭄바톤을 서늘하고 차분하게 풀어놓아 한겨울의 계절감에도 큰 위화감 없이 녹아든다. 전작에 비해 퍼포먼스가 다소 비어 보인다는 점과, 1년 차가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눈에 띄는 키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가오는 해에 해결해야 할 숙제. 건반의 화성 진행이 재미있는 ‘자각몽’을 놓치지 않길.

점잖은 변화를 꾀했지만 음악에서나, 보컬에서나, 퍼포먼스에서나 더보이즈의 소년성을 규정짓던 날렵한 맵시는 여전하다. 그렇기에 더보이즈는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표정만 바뀐 채 여전히 소년, ‘더보이즈’로 남는다. 불과 1년 차 그룹이 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끊임없는 변주를 해낸다는 것은 결코 보통 일이 아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그룹과 소속사에 대한 신뢰가 확실히 다져졌다. 변주를 통해 멤버들이 골고루 빛을 발하는 것 역시 좋은 현상. ‘Giddy Up’, ‘Right Here’ 등의 활기찬 노래에서는 메인댄서 큐가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에는 단단한 음색의 영훈과 현재가 눈에 띈다.



루카스, Jonah Nilsson
Coffee Break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냉정히 말해 루카스의 능력치가 Jonah Nilson에 견줄 만큼 빼어나진 않지만, 특유의 뻔뻔하고 자신만만한 캐릭터가 박자, 멜로디, 화성, 가창, 연주 등 모든 면에서 화려하게 폭발하는 Dirty Loops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 곡의 바람잡이 역할로는 최적의 캐스팅. 맹렬한 사운드의 향연에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마다 등장해 장난스럽게 곡을 환기하고 있어 중화제 내지는 완충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조금은 어수룩한 수행력이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 루카스가 깔아둔 판 위에서 Jonah Nilson과 Richard Bona는 자기 기량을 양껏 뽐내고 있다. 의외의 케미스트리에 Discovery!를 부여한다. 새로이 시작된 SM 스테이션에서 이와 같은 시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마마무
Blue;S
RBW
2018년 11월 29일

   

음반의 상당 부분을 기타가 리드하면서 블루지한 색채를 감았다. 수록곡 전반이 케이팝 특유의 과격한 스타일링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고전적인 형태와 무드를 보여주는데, 목소리와 가사에 귀를 기울이며 듣는 ‘노래' 청취의 즐거움을 보여준다. 멤버들의 원숙한 보컬이 이를 잘 수행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첫 트랙인 ‘가을에서 겨울로 (Intro)’의 기타 사운드가 상당히 묵직하고 거대하게 믹스되어 일견 과한 듯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보컬 리버브가 매우 넓게 퍼지기도 한다. 그 탓인지 앨범 전체에서 다양한 기타 사운드의 질량감을 의식하게 되고, 그 반대편에서 마치 스산하게 바람이 스치고 가는 듯한 쓸쓸한 공간감을 만끽하게 된다. 톡톡한 사운드의 질감과 잘 트인 공간감, 캐릭터 선명한 보컬의 표현력을 만끽할 수 있는 ‘Hello’가 이 미니앨범의 센터피스. 가장 변칙적인 진행을 화려하게 풀어내면서 레트로소울과 포크와 가요를 적극적으로 오가는 ‘Windflower’도 즐겁게 들을 수 있다.



엠버
Countdown + Beautiful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전작 “White Noise + Lost At Sea”에 비해 확 조여진 집중도로 시원스러운 질주한다. 화성감과 멜로디 모두 팝송으로서는 다소 낯설게 걸쳐 있는 편이지만, 클럽 뮤직에 뿌리를 댄 일렉트로 팝으로서의 미덕-매혹적인 순간의 지속과 밀고 당기기, 그리고 익숙하면서 귀에 박히는 가사-가 선연하게 이뤄진다. ‘조금 다른 케이팝'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트랙.

이렇게 아무런 프로모션 없이 지나가기에 너무 아깝다. 전형적인 EDM 구성, 둥둥 때리는 베이스라인 등 딥하우스 장인 LDN Noise의 존재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엠버의 보컬은 밀리지 않고 가볍게 쌓인다. ‘Beautiful’은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진행되며 ‘Countdown’과 단짠의 조화를 이룬다. 기존 곡의 영어버전으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 3년이 넘는 시간의 먼지가 느껴지지 않아 한국어 버전도 다시 찾아 듣게 된다. 그래서 결론은 f(x) 컴백은 어디쯤 오고 있나요?



레드벨벳
RBB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30일

   

레드벨벳식 이분법적 화법으로 말하자면, ‘피카부’‘Bad Boy’ 등에서 스산한 ‘벨벳’ 풍으로 풀어냈던 호러 코드를 기괴하고 엉뚱한 ‘레드’ 풍으로 재해석해냈다. 같은 ‘나쁜 남자’라는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에 있어 가사도 사운드도 판이하게 다른 점이 재미있는데, ‘Bad Boy’가 차분하고 도도한 표정인 것에 반해 ‘RBB’는 시종일관 시끌벅적하고 호들갑스러운 어조를 보인다. 같은 소재에 같은 애티튜드인데, 화법과 표정이 정반대일 정도로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그루비한 브라스 사운드에 자아도취적이고 뻔뻔한 가사가 돋보이는 ‘멋있게’를 특히 추천한다.

‘피카부’와 ‘Bad Boy’가 ‘Ice Cream Cake’와 ‘Automatic’으로부터 스산한 분위기를 이어받아 겨울에 걸맞는 이미지로 완성시킨 곡이었다면, ‘RBB’는 ‘Rookie’‘러시안 룰렛’의 엉뚱함과 과잉된 발랄함을 엔진 삼아 만들어낸 할로윈 장난(trick) 같은 곡. 멜로디라기보다는 효과음처럼 쏘아대는 사운드 위에서 메아리 혹은 돌림노래처럼 진행되는 구성은 ‘Dumb Dumb’과도 닮았다. 아카펠라 또는 스캣처럼 목소리를 곳곳에 배치한 연출이 돋보이는데 특히 도입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후반부에 다시 나와 자연스레 애드리브와 연결되는 마무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수록곡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익숙한 가운데 ‘Taste’가 유난히 귀를 잡아끈다.

‘피카부’가 음산한 ‘벨벳’ 무드에 통통 튀는 ‘레드’를 첨가했다면, ‘RBB’는 반대로 ‘레드’의 흥 위에 ‘벨벳’의 미학을 덧씌운다. 비단 호러 이미지만 일컫는 것은 아니다. 풍성한 보컬 활용법 역시 해당된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웬디의 발성. ‘Power Up’에서는 가창 단계에서부터 스스로 컴프레션을 주는 듯 목소리를 가늘고 잘게 뽑아냈지만, ‘RBB’에서는 사뭇 두텁고 느끼하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외에도 정확한 음가로 뽑아내는 비명소리, 브리지의 더블링, 엔딩 파트의 극가성 애드리브 등 겹겹이 쌓인 보컬 플레이가 돋보인다. ‘So Good’, ‘멋있게’와 같은 수록곡에서도 마찬가지. ‘레드-벨벳’의 콘셉트는 결국 멤버들의 다재다능한 역량에서 비롯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음반으로서는 (제목부터가 “The Red”“Perfect Velvet”을 합친) “The Perfect Red Velvet”을 기점으로 두 콘셉트의 구분이 완전히 무의미해졌음을, 다시 말해 ‘뭘 해도 되는 그룹’의 반열에 올랐음을 재차 증명해 보이고 있다. 다만 전년도 행보의 연장과 변주로만 1년을 채운지라 이후에는 어떻게 레드벨벳의 색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비하인드 크레딧 : 작사가 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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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들,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김이나 작사가를 만났다.


Behind Kredit 시리즈

앨범 재킷의 마지막 장, 공연의 엔딩을 장식하는
빼곡히 채워진 '만든 이'들의 이름 CREDIT.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 K-pop CREDIT (KREDIT)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1. 비하인드 크레딧 : 프로듀서 황현
  2. 비하인드 크레딧 : 공연연출가 김대식
  3. 비하인드 크레딧 : 안무가 이일형
  4. 비하인드 크레딧 : 작사가 김이나
  5. 비하인드 크레딧 :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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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Music : 작사가 김이나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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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 작사가 김이나가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1. 윤상 – 그게 난 슬프다 (ft.유성은)

2. 잔나비 – 봉춤을 추네

3. 더 필름 – 괜찮아

4. OOHYO (우효) – Teddy Bear Rises

5. Libera – Carol of the Bells

비하인드 크레딧 :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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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들,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감독 겸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를 만났다.


Behind Kredit 시리즈

앨범 재킷의 마지막 장, 공연의 엔딩을 장식하는
빼곡히 채워진 '만든 이'들의 이름 CREDIT.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 K-pop CREDIT (KREDIT)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1. 비하인드 크레딧 : 프로듀서 황현
  2. 비하인드 크레딧 : 공연연출가 김대식
  3. 비하인드 크레딧 : 안무가 이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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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비하인드 크레딧 :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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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Music :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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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가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1. Charlie Haden & Pat Metheny – The Moon Song

2. 장국영 – 當年精 (영화 ‘영웅본색’ OST)

3. SEKAI NO OWARI – SOS

4. 정재형 – 인어를 품에 안다

5. 사랑과 평화 – 샴프의 요정

Soul Music 시리즈

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

  1. Soul Music : K-pop 프로듀서 황현의 추천곡
  2. Soul Music : 공연연출가 김대식의 추천곡
  3. Soul Music : 안무가 이일형의 추천곡
  4. Soul Music : 작사가 김이나의 추천곡
  5. Soul Music : 뮤직비디오 감독 황수아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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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8년 12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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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대현(B.A.P), HNB, 공민지, 갓세븐, 주노플로, 라붐, 온유(샤이니), 업텐션, VAV, B1A4 & 오마이걸 & 온앤오프, 데이식스를 다룬다.
대현
BABY
TS ENTER
2018년 12월 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아이돌이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도 왜 종종 '남겨짐'에 대해 토로하는지, 자세히 지켜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궁금해할 법도 하다. 콘서트를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무대를 먼저 떠나는 것은 아이돌이어도, 공연장을 먼저 떠나는 것은 팬들이다. 아이돌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가도 내일이면 새로운 공연을 하러 돌아오지만, 팬들은 오늘 공연장을 떠나고 나면 내일 반드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BABY'는 그 틈에서 오는 공허함을 담은 노래다. 'BABY'에서는 피아노와 작게 깔린 코러스, 그리고 대현의 보컬로만 채워져 있다. 코드나 멜로디에서 대단히 특별한 기교를 찾기도 힘들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뮤직비디오 또한 다른 장치 없이 텅 빈 무대에서 혼자 노래하는 대현에 집중하고 있는데, 노래가 끝난 후 살짝 웃었다가 관객이 있어야 할 정면을 응시하는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모든 연출적 표현에서 의도적으로 여백을 비워두고 '할많하않'의 메시지를 넣고 있는 셈이다. 곡의 배경을 모르는 이들에겐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심심한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든 아이돌과 그 팬들은 늘 그런 '밖에서는 심심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너무 재밌는' 것들을 해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앞으로 풀어나갈 '할 말'들을 기대해보기에는 충분한 싱글이다.



HNB
너 참 예쁘다
HF 뮤직컴퍼니
2018년 12월 2일

   

노래가 특별히 귀에 남거나 하진 않지만 세 명이라는 소규모 유닛을 애써 거창하게 포장하기보단 미니멀한 이미지로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구성한 점이 재미있다. 아직 정식 데뷔가 아닌 데뷔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알고 있는데, 다음번엔 이보다는 뭔가 더 뇌리에 남을 무언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다. 한 7, 8년 전 빅뱅 음악에 어설프게 상큼함을 가득 부어놓은 듯하다. 기계를 거치지 않은 듯한 날것의 목소리와 지독히도 일차원적인 가사에서 세련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통기타 리프, 휘파람, 드럼 비트 등 모든 소리가 각자 자기 주장하기 바쁘고 급작스러운 전개에 어설픔만 더 드러난다. 풋풋한 소년을 표현하려 의도한 것이라기엔 보기 드물게 조잡한 졸작이다.



공민지
ALL OF YOU SAY
뮤직웍스
2018년 12월 3일

   

투애니원 시절부터 공민지는 노래와 퍼포먼스, 랩까지 치트키에 가까운 수준으로 소화해내는 멤버였다. ‘ALL OF YOU SAY’는 그의 그런 능력치를 어느 쪽으로도 어필해주지 못하고 있다. 영어 가사로 이뤄지고 한국보다 미국에서 선공개 되는 등 글로벌 어필을 위한 곡으로 보이지만, 이국적 로케이션에서 이뤄진 뮤직비디오의 연출이나 여러모로 케이팝이라기보단 무난한 팝송처럼 다가오기에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흠잡을 데 없이 근사한 팝이다. 어느 팝 차트에 섞여 있어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1년 8개월 만의 컴백치고 어떠한 인상도 남지 않는다. 늘 그렇듯 멋있게 춤추는 공민지 이외에는 남는 것이 없다.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없었을 것이다. 곡에 있어서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공민지가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대담해져도 좋지 않을까.



갓세븐
〈Present : YOU〉 &ME Edition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3일

   

이미 상당한 볼륨이었던 전작을 리패키지 형태로 한층 더 풍성하게 엮었다(28곡이라는 어마어마한 볼륨을 자랑한다!). 팬송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타이틀곡 'Miracle'과 '안 보여' 등의 신곡에 지난 월드투어 를 통해 선보인 유닛/솔로 자작곡('King', 'Think About It', '이젠', 'Hunger', 'Phoenix')을 더하는 등, 여러모로 팬서비스의 성격이 짙은 한 장. 전작 "Present : You"가 '갓세븐 파트'와 (각 멤버들이 셀프프로듀스한 '캐릭터송' 모음집으로 읽히기도 하는) '솔로 파트'로 분절되어 있었다면, 본 리패키지를 통해 더해진 신곡들은 다양하고 의외성 있는 멤버별 조합과 장르적 스타일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인 동시에 월드투어의 여운을 상기시키는 또 다른 파트가 추가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조합과 형태의 협업을 통해 일궈낸 것이 분명한 멤버들의 새 자작곡들은, 그 자체로 특별히 새롭다기보다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로 귀결되는 성향이 강하다. 이다음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가 될 것 같은, 제목처럼 풍성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앨범. 산뜻하고 청량한, 피톤치드가 둥둥 떠다닐 것만 같은 'Take Me To You'를 놓치지 않길.



주노플로
Autopilot
FeelGhood Music
2018년 12월 4일

   

'YOUR SONG'에서 보아와 주노플로의 합이 심상치 않다는 추측이 확신으로 굳혀졌다. 서로의 곡에 근사한 호스트와 게스트로 분해 세상 쿨하고 힙한 인상을 준다. 보아의 쨍한 보컬이 'Your Song'에서 차가운 캔버스 위에 백 붓으로 퍼뜨려졌다면, 'Autopilot'에서는 세필 붓으로 디테일을 살린 듯하다. 비행기 깨나 타 본 슈스의 바이브와 함께 비행하는 듯 오묘한 질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라붐
I'M YOURS
글로벌에이치 미디어
2018년 12월 5일

   

'체온'에서부터 이어지는 라붐의 섹시 컨셉이다. '불을 켜'에서 간드러진 라틴풍 기타와 달콤하게 감겨오는 보컬은 가사 속 표현처럼 귀를 뜨겁게 녹인다. '너 아니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전작과 중첩된다. 라붐이 밀고 가는 섹시한 이미지에 연약함이 강조되는 것은 마뜩잖지만, 벨벳을 만지는 듯 나른한 기조가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들의 이미지 변신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타이틀곡의 연약함을 불안의 밤으로 펼쳐 낸 '흐르는 이 노래가 멈추고 나면'을 비롯해 숨소리와 어쿠스틱 편곡이 어우러지는 '체온'의 오리지널 버전까지 자연스럽게 흐른다. 멤버 솔빈이 수록곡 '흐르는 이 노래가 멈추고 나면'에 작사 및 작곡, 편곡에 참여한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앨범의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라붐이 새로이 꺼낸 이미지를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부터 이미지를 잘 이해하고 참여하니, 앞으로 섹시한 라붐에 섬세함과 깊이가 더해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온유
VOIC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5일

   

샤이니라는 팀 안에서 온유가 날카로운 멤버들의 개성과 컬러풀한 음색 속에서 유난히 모노톤의 목소리로 부드럽게 중심을 잡아 왔다면, 솔로 앨범을 통해 스스로 흑과 백을 오가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풍경화를 채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Blue'는 온유의 보컬이 가진 그늘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 뮤지컬의 한 장면인 듯 피아노와 현으로 이뤄진 사운드는 그런 온유의 목소리에 집중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무대 같다. 어둠 속에서 잔잔하게 물이 퍼져나가고 푸른 빛이 감도는 뮤직비디오 또한 곡의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반면 수록곡들은 어쩌면 온유의 목소리에 과하게 어울리는 발라드 위주로 이뤄져 있어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심심한 인상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대해온 '그저 발라드'로 채워진 온유의 앨범으로서 충실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

타이틀곡 'Blue'는 뮤지컬 넘버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단순히 곡조가 뮤지컬의 형태라서 오는 생경함보다, '고독의 기쁨', '빛인가 어둠인가' 등 연극적으로 구성한 가사가 주는 부자연스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수록곡으로 트랙이 넘어오면 이 당혹감은 더 심해지는데, 온유의 장점으로 꼽히던 독특한 음색은 비교적 평이하고 클래시컬하게 연출된 곡들과 썩 어울리지 못하고, 드라마틱한 기교로 접합을 시도했지만, 어딘가 과장된 감정선만을 전달하고 있다. 그나마 미니멀하고 담백한 구성의 '또각또각' 정도가 온유에게 어울리는데,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굳이 더 부각할 필요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음색만 들려주는 것이 강점임을 보여주고 있다.



업텐션
Laberinto
티오피 미디어
2018년 12월 6일

   

타이틀곡 'Blue Rose'는 전에 없이 절제미를 강조하고 있다. '나한테만 집중해', '하얗게 불태웠어'와 같은 곡에서 드러나던 호기를 떠올리면 조금 의외의 선택이지만, 덕분에 멤버들의 보컬이 새로이 조명되고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멤버들은 보컬 쌍두마차로 활약하는 환희와 선율. 환희가 단단하게 후렴구를 뚫고 나오면 선율이 날카로이 벼른 가성으로 일격을 가하는 구도가 흥미롭다. 이제껏 고수하던 틀보다는 그룹이 지닌 보컬 팔레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 할 수 있겠다. 멜로디와 퍼포먼스가 단조로워 선명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업텐션의 이전 타이틀곡들을 눈여겨봤던 분들이라면 수록곡 'Turn Up The Night'를 놓치지 마시길.



VAV
So In Love
A Tea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7일

   

보컬에 중심을 둔 그룹이라고 막연히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멋들어진 아카펠라 화음을 들려주다니. 구성은 다소 심심하지만, 꽉 차 있는 하모니와 후반부 랩 파트의 중저음이 어우러져 겨울 시즌송으로서의 역할 만큼은 톡톡히 해주는 싱글이다.



B1A4, 오마이걸, 온앤오프
HELLO! WM
W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0일

   

소속사 시즌송은 시상식만큼이나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벤트다. 어느덧 어엿한 중견 기획사가 된 WM의 첫 번째 캐럴, '타이밍'은 각 그룹의 비슷한 듯 다른 컬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통통 튀면서도 떠들썩한 분위기는 소속사 캐럴의 전형성을 보이나 WM 특유의 적당한 무게감과 산뜻한 톤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특히 온앤오프 와이엇과 오마이걸 미미의 랩 파트는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한편 따로 이 둘의 듀엣을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합을 선보인다. 연초에 듣기에는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깔끔하고 산뜻한 톤의 보컬들 사이에서 썩 괜찮은 조합을 찾아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데이식스
Remember Us : Youth Part 2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0일

   

전작 "Shoot Me : Youth Part 1"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댄서블-하드-복고 노선 전환을 고스란히 가져와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름이라는 발매 시기에 맞춰 신스와 빠른 리듬으로 청량감을 강조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겨울 시즌의 무드에 어우러지는 매캐한 마무리감이 전반적으로 감돈다. 전작의 ‘WARNING!’을 계승하듯 힘 있는 질주감으로 내달리는 ‘두통’이나 불길하고 공격적인 사운드의 ‘121U’ 같은 하드한 트랙부터, 캐치하고 아련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뉴웨이브 장르의 타이틀곡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루비한 힙합 리듬을 도입한 ‘자뻑송’ ‘완전 멋지잖아’, 가스펠 합창을 얹은 ‘마라톤’ 등의 복고 색채를 띠는 트랙, 그리고 전형적인 팝-록발라드 트랙인 ‘아픈 길’과 ‘Beautiful Feeling’ 등 추구하고자 하는 노선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고 다채롭게 투영한 곡들이 조화로운 모양새로 자리 잡고 있다. 전작에서 그랬듯이 채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날 선 ‘청춘’을 저만의 방식으로 미숙하지 않게 그려낸, ‘지금, 여기’의 데이식스가 선명히 드러나는 청춘 비망록 제2장.



1st Listen : 2018년 12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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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이창섭, 레이디스코드, 큐리어스, 트와이스, 트랙스, 헬로비너스&아스트로&위키미키, 엑소, 예리&NCT, 남우현, 유희, 제시카, 손동운X서령, 베리굿, 태일, 예성&청하, FNC ARTIST, 플로어스, 위너, 소리, 수영을 다룬다.
이창섭
Mark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1일

   

비투비에서 중고음역을 담당해오던 이창섭의 첫 솔로 앨범. 비투비 멤버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창섭 또한 워낙 완성형 보컬리스트인지라, 앨범 하나를 끌고 가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본인이 가진 능력치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에 비해 다소 좁은 스펙트럼의 트랙들로 앨범이 구성된 것이 아쉽다. 타이틀곡 'Gone' 또한 어딘가 예스러운 작법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91년쯤에 나왔을 법한 곡을 91년생이 부르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레이디스코드
THE LAST HOLIDAY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2일

   

무려 2년 2개월 만의 완전체 발매작이 시즌송이라니 못내 아쉽지만, 오랜 공백을 깨는 첫 단추로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소정의 까슬까슬한 보컬을 애슐리와 주니가 심지 있게 받쳐주는 3명의 보컬 합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Galaxy'와 'The Rain'으로 구축한 우아함은 유지하되 음울함을 걷어내며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모노트리에 이어서 원택&탁과 지속해서 준수한 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 레이디스코드의 보컬 팔레트와 팀 컬러를 잘 파악하고 있는 프로듀서진과 또다시 좋은 곡, 좋은 앨범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새로 쌓인 눈을 꾹꾹 눌러 밟듯 천천히 떨어지는 드럼 위를 씩씩하게 달리는 후렴구의 보컬이 인상적인 곡. 절 도입부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다가, 후렴에서 전조 되며 밴드가 등장하는데, 그 연결부가 약간 작위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전체적인 무드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어 크게 어색하진 않은 듯도 하다.



큐리어스
마이라이브 스타메이킹 프로젝트 Vol.2
주식회사 도너츠
2018년 12월 12일

  

상큼한 업 템포의 신나는 하우스 튠이 귀를 사로잡는다. 산뜻한 질감이지만 적절한 중력감을 가지고 있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보컬 역시 풋풋하지만 크게 미숙하지 않다. 단지, 마스터링 과정에서의 잘못인지 보컬과 사운드가 따로 노는 것 같은 현상이 감상을 다소 방해한다. 특히 프리코러스 부분부터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의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스타 메이킹 어플리케이션 마이 라이브의 두 번째 프로젝트. 쉽게 풀면 가수 지망생이 주로 쓰는 커버 영상 앱의 오디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마이 라이브, 큐리어스 사이에 좀 더 익숙한 이름을 찾자면 프로듀서 이윤재가 있다. 샤이니의 '사.계.한', 러블리즈의 '라푼젤' 등 이윤재 특유의 낭만적인 멜로디와 회화적인 가사가 딥하우스를 만나면 이런 느낌이 나오나 보다. 하우스가 주는 기분 좋은 질주감에 '너와 나'를 끌어당기는 서사의 결합은 솔직히 흔하지만, '시간축'이나 '관여' 등 요새 잘 쓰이지 않는 질감의 단어가 주는 매력적이다. 공기처럼 가벼운 보컬은 가사의 무게를 덜어주며 적정선을 유지한다. 단순 오디션의 리워드로 넘길 수 있지만 아스라한 느낌의 이윤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일청해도 좋겠다.



트와이스
The year of "YES"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2일

   

아이돌 그룹이 겨울에 내놓는 시즌송이 대체로 그렇듯 '올해 제일 잘한 일' 역시 특별하게 개성이 넘치는 노래라기보다는 누구라도 편히 들을 수 있을 만한 캐럴 분위기의 발라드다. 심플하게 진행되는 멜로디에 반복적이고 대구 되는 가사들이 인상적인데, 'Little by little'과 '수많은 일을 의미를' 같은 구절에 절묘하게 라임이 맞아떨어지면서 흥미로운 리듬감을 만들어준다. 2018년 한 해도 한일 양국을 중심으로 바쁜 활동을 펼쳤던 트와이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모습은 화보 속처럼 한껏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조차도 힘든 스케줄의 일부였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한다.



트랙스
ESCAP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2일

   

TraxX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돌아온 트랙스의 첫 싱글이다. 이전부터 밴드의 이름을 지켜오던 제이와 정모에 2013년부터 SM 소속으로 중국에서 활동해온 DJ 긴조가 새로이 합류했다. 2000년대 초반 SM의 장르 다변화 기획의 일부였던 이들은 X-Japan의 요시키와 작업하는 등 일본 비주얼락의 영향을 받은 형태로 데뷔했으나, SM이 잘하는 댄스 아이돌 기획과는 달리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트랙스가 걸어온 길은 SM의 음악적 장르적 고민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를 보여주는 족적과도 같다. 엑소나 NCT 127의 최근 곡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 곡 안에서 리듬이 여러 번 변하며 다양한 장르를 보인다. 빌드업을 정모의 디스토션 기타로 쌓아 올리고, 사비는 점프를 유도하는 덥스텝으로 달린다. 제이는 모든 라인을 영어로 노래한다. 최근 몇 년간 영어 가사로 프로듀싱 하는 인디 록 밴드들이 늘었던 것을 생각하면 트랙스의 이런 시도가 썩 새롭다 볼 수는 없지만, SM으로서는 꽤 심각하게 고민한 결과물일 것이다. 작곡 크레딧에 유영진의 이름까지 보이면 게임 끝 아닌가.



헬로비너스, 아스트로, 위키미키
FM201.8
판타지오 뮤직
2018년 12월 13일

   

판타지오 뮤직의 연간 프로젝트였던 'FM201.8'의 발표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 Dok2, 빌리어코스티 등이 참여한 라인업이 심상치 않다. 꽤 준수한 이지리스닝 곡 위주인데, 모아두니 타이틀곡 'All I Want' 뿐만 아니라 모든 수록곡이 제법 겨울 시즌송처럼 들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엑소
Love Shot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Tempo'가 제목처럼 엑소다운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무장해 텐션을 끝까지 끌어올렸다면, 'Love Shot'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느슨함을 강조하는 듯한 노래. 교복을 입고 '으르렁'대며 유혹하던 소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반듯하게 정장을 빼입고 고급스러운 바에 앉아 한 잔을 기울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겨울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지 않는 대신 내놓은 'Ko Ko Bob'의 겨울 버전으로 생각하고 들으면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기도.

Draft에서 엑소의 섹슈얼리티에 주목한 한편 스토리텔링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아직도 그 아쉬움의 꼬리가 길게 남은 이유는, 아티스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댄 나태한 기획 때문이다. 'Tempo'로 촘촘하게 쌓아 올렸던 긴장감을 음악 대신 안무와 이미지로, 그것도 관능적인 방향으로 풀어낸 것은 좋다. 다만 이 정도의 컨셉은 엑소가 아닌 타 그룹도 해낼 수 있는 수준이며, 엑소만이 구현해 왔던 세계관과 음악의 조화는 희미하기만 하다. 아티스트가 가진 매력도 좋지만, SM의 치열함을 선호했던 필자에게는 못 미더운 기획. 단 한 곡만으로도 '엑소의 겨울 트랙'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준 'Wait'만큼의 몰입력이 다음 음반에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예리, NCT
드림웍스 트롤 X SM STATIO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각 그룹에서 '서브 보컬'로 분류되던 멤버들을 모아놓았지만,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예리와 런쥔이 디즈니 요정같은 목소리로 곡을 지배하는 가운데 재민이 재기발랄한 랩으로 텐션을 잡아당기고 제노는 랩과 코러스를 넘나들며 이 모두를 부드럽게 봉합한다. '서브 보컬'이라는 직책에 억눌려있던 각자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놓으며 모두가 빛을 발한 곡. 사이드 트랙 'Best Day Ever' 역시 놓치지 말길. 개구짐이 뚝뚝 묻어나는 천러의 음색과 산뜻하게 내지르는 해찬의 가창이 흡사 애니메이션 속 트롤들이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안겨준다.



남우현
지금 이 노래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남우현의 팀인 인피니트를 비롯하여 그동안 해당 레이블에서 내놓은 음악 중 가장 악기가 덜 쓰인 곡이다. 한껏 비장하고 극적인 그의 보컬과 멜로디 라인을 반주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동안 들어왔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날렵한 밴드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크게 당황할 수도 있겠다. 정성껏 손으로 눌러쓴 장문의 편지만 받아보다가 처음 카카오톡에서 단문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기분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할 말이란 남우현의 목소리 자체뿐이라는 듯, 반듯한 글씨체도, 눌러 접은 편지 봉투도, 똑바로 붙인 우표까지, 다른 모든 것을 쳐낸 '카톡' 같은 곡. 라이브 현장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음원만으로는 분명 감흥이 반감되는 면이 있다.



유희 (시크엔젤)
Stay
리즈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4일

   

시크엔젤의 멤버 유희의 솔로 싱글. 여태까지 시크엔젤 이름으로 나온 곡 중에 가장 좋다. 별스럽지 않은 발라드곡이지만 이런 곡일수록 편곡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전체적인 인상이 거추장스러워질 것을, 그런 유혹을 잘 피해서 기타와 일렉피아노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유희의 보컬도 중음과 저음이 상당히 좋다. 후렴까지 올라가는 레인지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그 저음으로 꾹꾹 밟아가는 절이 신중한 느낌을 준다.



제시카
One More Christmas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4일

   

어느덧 잘 다듬어져 편안해진 제시카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오랜만의 싱글. 캐럴 특유의 설레는 분위기와 경쾌한 브라스, 제시카의 청량한 음색이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시카의 음색이 마냥 쨍하게 째진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꼭 들려주고 싶은 곡.



손동운(하이라이트) X 서령(공원소녀)
물들여줘 (Color me)
키위 미디어그룹, 키위팝
2018년 12월 14일

   

솔로 디지털 싱글에서 이미 준수한 작사·작곡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하이라이트 손동운의 작품. 흠잡을 데 없는 여남 듀엣곡으로, 연말연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로맨틱한 분위기이나 무리하게 썰매 방울 같은 소릴 넣지 않아서 특히 좋다. 멜로디나 편곡 자체는 함께 부른 공원소녀의 서령보다는 본인에게 잘 붙는다. 서령의 보컬 레인지와 톤에는 곡이 좀 낮다. 조금 더 멜로우 하게 부르는 것에 디렉팅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베리굿
이 겨울에
JT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5일

  

90년대 중후반 1세대 걸그룹이 불렀던 곡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그 시절 사운드와 멜로디를 재현했지만 그게 전부라는 느낌이다. 단지 제작자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인지 그 이상의 의도를 가진 것인지, 곡의 콘셉트에 걸맞게 레트로한 분위기로 찍힌 뮤직비디오라도 있다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을 듯한데. 믹싱의 완성도는 아쉽지만, 멤버들의 보컬만은 노래에 어울리도록 최상의 결과를 위해 열일하고 있다.



태일
잘 있어요
세븐시즌스
2018년 12월 17일

  

당분간 블락비는 멤버 탈퇴와 군 복무 등으로 유닛이나 솔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인보컬 태일이 먼저 브라더수의 곡으로 대중을 만난다. 날카롭다기보단 소품 같은 곡이다만 태일이라는 보컬의 탁월함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데뷔한 지 8년이나 됐지만, 그는 특유의 투명한 미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또렷한 딕션과 적당한 울림이 마치 유리 차임벨 같다. 멜로디가 아무리 광폭하게 도약을 해도 음을 정확하게 짚어낼 줄 안다. 소리를 열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텍스쳐를 바꾼다. 귀가 좋고 컨트롤도 좋은 드문 보컬이다. 2000년대 이후 실용음악 보컬의 유행이 슬픔의 과잉에 있었다면 태일의 보컬은 정확히 그 정반대를 수행한다. 그래서 더 귀하고, 더 알려져야 마땅하다.



예성, 청하
Whatcha Doi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7일

   

남녀 사이의 연애심리를 다룬 듀엣 송은 흔하지만, 애써 달달하거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들려 하지 않고 예성과 청하 둘의 보컬 대비를 잘 활용하는 데에 집중해 상투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청량한 노래로 완성했다. 예성의 날카로운 고음과 청하의 중저음이 상상 이상의 하모니를 이루어 흥미로운 곡.



FNC ARTIST
FNC LAB #2 'It's Christmas'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7일

   

모든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모두가 완벽한 가창력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보컬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가려야 하는 '아이돌적 연출법'의 극한을 보여주는 곡이다. 가수만 참여했어도 충분했을 프로듀서의 고뇌를 배우와 예능인이 보태줬을 듯해 어쩐지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악곡 자체는 교과서적인 캐럴로 쓰였으며, 소속 아티스트끼리 마니또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의 뮤직비디오와 수익금을 기부에 쓴다는 목적성까지, '따뜻한 겨울'을 연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동원된 프로젝트.



플로어스
플로어[스]쿨 (Flor.u[s]chool)
엶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8일

   

콘셉트도 메시지도 없고 적당히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를 짜깁기해 구겨 넣은 모양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교복을 입고 무표정하게 앉아 노래하는 소녀들의 이미지를 나열하면서 '가면무도회'에 빗댄 군중의 가식에 대해 말하는 가사가 잘 맞아떨어지는지 의구심이 든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사회적 기업 소속으로 설립부터 목적이 뚜렷한 그룹이긴 했다만, 음악적인 설득력이 거의 부재하다. 곡 자체의 미학을 논하기에 앞서 기술적인 문제가 크다. 곡과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 채 겉도는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제대로 된 믹싱/마스터링 과정을 거쳤는지 의심될 정도다.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도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가사는 공익광고 문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고 보컬 디렉팅조차도 무감하게 이루어져 캠페인송이라 부르기에도 모호한 수준. 엄격히 말해 당위성 외에 어떤 존재 의의도 찾아보기 힘들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사회적 기업 엔터테인먼트 최초로 선보인 걸그룹, 플로어스의 첫 번째 발걸음.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사회적 가치추구는 어색한 조합처럼 보이겠지만 소비자로서 팬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에 틈새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들이 제시할 '착한 이미지'가 뻔하거나 교과서처럼 밋밋하다면 대중은 쉽게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학교폭력이라는 메시지를 용기 있게 담아냈는데, 뮤직비디오의 정적인 앵글과 독립영화 같은 색감, 학생이니 교복과 교실이 도출된 단순한 구상은 아이돌의 기획물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힘이 빠진다. 그런데도 사회문제를 계속해서 노래하겠다는 시도와 담담한 인상의 멤버는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더 나은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과 응원을 담아 Discovery를 남긴다.



위너
MILLIONS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9일

   

요즘 위너의 노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상투적이고 뻔한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규칙에 충실해야 재미를 주는 것처럼, 'Millions' 또한 위너의 노래를 들을 때 기대하는 요소들이 빠짐없이 잘 녹아있고 그 이상의 큰 욕심을 부리거나 모험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케이팝 씬에 이미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를 자처하는, 또 되고자 하는 그룹은 차고 넘친다. 위너는 그 틈 사이에서 힘겨루기하기보다는 '첫 키스만 50번째'라도 하듯 같은 사랑 고백도 이렇게나 많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조용히 뽐내는 중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트로피컬 사운드에 패셔너블한 수트는 어느새 위너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여기에 기분 좋게 흐르는 휘슬 사운드가 저절로 리듬을 타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한다. 듣는 이가 춤을 추게 만든다는 것은 댄스 팝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인데, 위너는 언제나 이 덕목을 놓치지 않는다. 억지로 귀를 잡아채려고 만든 장치는 하나도 없지만, 편안하게 듣고 흥얼거리는 과정에서 그 노래를 계속 찾게 하는 것은 위너의 음악이 가진 마약 같은 힘이다.

굳이 모험을 감행하기보단 가장 익숙한 길을 택했다. 대신 강승윤의 멤버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이 완전히 무르익었다. '널 좋아해'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김진우의 보컬은 곡이 둔탁하게 느껴질 즈음 등장해 산뜻함을 더한다. 가사에는 이승훈의 장기인 n행시를 담은 센스가 눈에 띈다. 소소한 변화라면 주로 뒤에서 찰랑거리며 사운드를 채웠던 일렉기타가 이번엔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트로에선 전면에 나섰다가 후렴이 되면 뒤에서 곡의 양감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또 먹먹하게 만져진 저음부가 마림바를 대체하며 트로피컬 분위기를 낸다. 여러모로 곡의 완성도가 절대 낮다 할 수는 없겠지만 저번 앨범의 탄탄함과 다채로움을 생각했을 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소리
I'm Ready
M.O.L.E. Inc.
2018년 12월 2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코코소리와 믹스나인 등으로 알려진 소리의 두 번째 싱글. 쭉 함께 작업해오던 가면라이더(a.k.a. 이기용배)의 곡이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뭄바톤을 기용했다. 인트로부터 띠링띠링 경쾌하게 울리는 마림바에 정신을 팔다 보면 어느새 사비까지 달려가 있고, 'I'm ready for take off'라고 읊조리는 오토튠 간주를 지나 피쳐링한 재현의 랩이 등장한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타격 지점을 잘 잡은 곡이다. 도시의 역광을 주된 이미지로 잡은 뮤직비디오 연출이나 3인에서 대인원으로 커지는 안무도 노래만큼이나 정공법이다. 이렇게 들인 공이 보이는 기획에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수영
겨울숨
ICONIC SOUNDS
2018년 12월 2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겨울숨'은 수영이 직접 작사, 작곡에도 참여한 곡으로 자전적 메시지로 읽히는 가사 내용이 귀를 잡아끄는데 '어떤 길 어떤 꿈에선가 눈이 부시게 빛나던 내가 사라져가 멀리'라는 구절이 특히 인상 깊다. 그간 소녀시대의 음악을 들으면서 수영의 목소리에는 크게 집중해본 기억이 없다는 걸 떠올렸는데,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한 섬세함 속에 힘 있는 목소리가 담담하게, 그러나 힘주어 눌러 쓴 일기장처럼 선명하게 들려온다. 소녀시대 멤버 중 또 한 명이 솔로 가수로서 인상적인 행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소녀시대에서 수영은 특유의 비음으로 곡에 생기를 더해주는 감미료 역할을 하곤 했다. 이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라면 '겨울숨'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 수영은 차분하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자신이 쓴 가사를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내뱉고 있다. '겨울숨'이 짙게 밴 잔떨림으로 곡을 헤쳐나가는 곧은 심지는 4분여의 여정 동안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높은 집중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곧 흡인력과 호소력이 되어 청자에게 가닿는다. 이어지는 어쿠스틱 버전은 동일한 집중도를 지니지만 가사와 가창의 미묘한 변화로 어조를 달리한다. 오리지널 버전이 "얼어붙은 마음"을 떠안고 하염없이 "봄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면, 어쿠스틱 버전은 봄에 한 발짝 다가서며 희망을 드리운달까. 한쪽은 들숨으로, 다른 한쪽은 날숨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등 보컬 디렉팅에서 디테일한 차이를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여 두 버전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초봄까지도 두고두고 꺼내 들을 좋은 발라드곡.




리포트 : 우주소녀 “WJ STAY?”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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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우주소녀가 컴백 쇼케이스를 가졌다. 포토타임을 진행하는 동안 우주소녀는 새해를 맞아 세배하는 듯한 손동작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쇼케이스 바로 전날인 7일 아이돌스타 육상 대회에도 출전했던 우주소녀는, 그러나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쾌활한 모습이었다.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쇼케이스에 임하는 멤버들에게서 새해 첫 활동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유독 크게 느껴졌다.
타이틀곡 ‘La La Love’를 처음 들은 소감을 묻는 말에 멤버 다영은 ‘처음 듣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다’며, ‘우주소녀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우주소녀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매력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신곡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더 엑시 또한 ‘우주소녀가 올해 세운 목표가 굉장히 많은데 그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어 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새해를 맞는 포부를 밝혔다.

우주소녀 설아, 여름

쇼케이스에서 첫선을 보인 타이틀곡 ‘La La Love’의 무대는 새해를 여는 우주소녀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그대로 녹여냈다. 우주소녀와 꾸준히 합을 맞춰온 프로듀싱팀 Full8loom의 작품인 ‘La La Love’는 조심스레 생동하는 사랑의 감정을 섬세한 스트링과 드라마틱한 보컬로 전달하는 곡이다. ‘부탁해’의 퍼포먼스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La La Love’로 이어지면서 한결 맑고 경쾌해진 곡에 맞춰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전한다.
현장에서 공개한 수록곡 ‘1억개의 별(Star)’ 무대에서도 우주소녀의 서로에 대한 애정과 끈끈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피아노와 차분히 불어오는 바람 같은 스트링은 아직 앳된 듯하면서도 어느새 많이 성장한 우주소녀의 보컬과 훌륭한 합을 보였다. 화려하고 각 잡힌 군무로 주목받은 팀이지만, 고유의 음악적인 색깔과 음악성 또한 놓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 무대였다.

모든 멤버가 씩씩하게 진행해나가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느껴진 우주소녀의 성장동력은 ‘단합’이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La La Love’의 안무에서도 보였지만, 그 외에도 부쩍 공고해진 팀워크와 어느덧 대규모로 성장한 팬덤과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례적으로 팬 송이 두 곡이나 들어간 점을 짚은 질문에 멤버 은서는 데뷔 3주년을 맞아 그동안 함께해온 팬클럽 ‘우정’에게 감사를 표하며, 멤버 다원의 첫 자작곡인 수록곡 ‘우주정거장(UJUNG)’ 또한 팬 송임을 밝혔다.
멤버 연정은 해보고 싶은 활동으로 ‘유닛 활동’을 꼽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은 대개 솔로 활동에 나서는 최근의 경향을 생각해보면, 굳이 솔로 활동보다는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엑시 또한 음악방송 첫 1위의 현장에서 오열했던 일을 언급하며 ‘우주소녀가 여태까지 우정 분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면서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며 팀과 팬들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우주소녀 엑시

우주소녀 엑시, “우주소녀가 올해 세운 목표가 굉장히 많은데, 그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어 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 사진=조은재

많은 팬이 우주소녀의 매력으로 ‘꾸밈없는 친근함’과 ‘당당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꼽는다. 얼핏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보이는 것은, 그만큼 우주소녀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우주처럼 모두 품고 싶어 하는 욕심을 정직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멤버별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면서도 모여서 완벽한 군무를 선보이며, 멤버들끼리 끈끈한 만큼 팬들과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 소녀들이 앞으로도 많은 일을 욕심껏 해내기를 응원해본다.

취재, 사진: 조은재

우주소녀
WJ STAY?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8일

   


리포트 : 베리베리 “VERI-US”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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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how who we are! 안녕하세요, 베리베리입니다!”

2019년 1월 9일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데뷔 쇼케이스 현장, 베리베리는 우렁차게 팀 구호를 외치며 힘찬 첫인사를 올렸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6년 만에 런칭한 보이그룹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그룹이어서인지 취재석은 빈자리 없이 꽉 채워져 있었다. “2019년 첫 목표로 데뷔를 잡았는데 그 꿈이 이뤄지니 정말 행복하다. 2019년의 목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 있어서의 목표였는데, 그 목표를 이렇게 이루었으니 앞으로 베리베리가 더 많은 분께 더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멤버 민찬의 소감에서는 신인 특유의 긴장감과 동시에 설렘과 패기가 느껴졌다.

타이틀곡 ‘불러줘’를 선보이는 무대에서도 그런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프리데뷔곡 ‘Super Special’을 계승한 듯 청량한 뉴잭스윙 사운드를 기조로 잡은 짜임새 있고 탄탄한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신인임에도 긴장한 기색은커녕, 매우 능숙하게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올드스쿨 장르 중 하나인 훵크(Funk)에 흥겨운 브라스와 그루비한 베이스 사운드를 얹은 서브 타이틀곡 ‘Alright!’ 무대에서도 그룹 특유의 생동감과 당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틀곡 ‘불러줘’에 대해 민찬은 “제목처럼 많은 분께서 이 곡을 편하게 부르실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베리베리 민찬

베리베리 민찬, “2019년 첫 목표로 데뷔를 잡았는데 그 꿈이 이뤄지니 정말 행복하다. 그 목표를 이렇게 이루었으니 앞으로 베리베리가 더 많은 분께 더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사진=조은재

‘컨셉돌’로 자리 잡은 선배 그룹 빅스처럼 베리베리에게도 ‘크리에이티브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에 대해 멤버 연호가 “우리를 어떤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끼리 생각해서 만든 ‘크리에이티브돌 베리베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며, “요즘 다재다능한 선배(그룹)들이 많은 가운데, 우리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살리기 위해서 특기를 살려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작사, 작곡, 안무(제작)뿐만 아니라 영상 편집이나 제작 등 많은 것들을 직접 하는 것으로 우리의 수식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멤버 강민의 코멘트가 따라붙었다. 앨범의 모든 곡에 작사 및 작곡으로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데 대해서 리더 동헌은 “우리의 색깔을 녹이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자작곡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보니 우리의 감정이 많이 개입된 것 같다”고 밝혔다.

베리베리

이번 앨범 활동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 멤버 계현은 “좀 더 많은 분께 우리를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는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리더 동헌 역시 “신인상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라며 신인 그룹으로서의 염원을 담은 코멘트를 보탰다. “언제 어디서든 날 불러줘”, “내가 생각나면 또 불러줘”라는 ‘불러줘’의 가사처럼,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는, 꾸준히 이름과 노래가 불리는 그룹이 되길 바란다.

취재: 마노 | 사진: 조은재

베리베리
VERI-U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9일

   


[아이돌리즘] 그것은 케이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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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에는 기량이 뛰어난 사람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후자였다. 말하자면 케이팝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을 발화하는 데 만족해왔다. ‘좋은 글’을 쓰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덕분에, 부족한 글을 뻔뻔하게 써내려갈 수 있었다. 내 글에서 재미를 노린 듯한 요소가 혹시 보인다면 ‘동물 이야기를 하면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동물 이야기를 섞어보자’ 같은 단순한 동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동물 이야기를 해서 조금 기분이 좋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냐면, 이런 것이었다. 한번은 야외활동을 나온 여고생들을 보았다. 그들은 서로 손바닥을 교대로 치면서 2NE1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I don’t care-e-e-e.”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케이팝이었다. 케이팝은 셀럽파이브의 ‘셀럽이 되고 싶어’에 나오는 “반지하에도 살았대”라는 대목 같은 것이다. 가사는 반지하에 살았던 게 화자인지, 화자가 부러워하는 셀럽인 아리아나 그란데인지 분명히 하지 않는다. 심지어 누군가가 반지하에 살긴 살았는지, 그 이야기를 왜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케이팝은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며 비논리적인 것이다. 엉뚱한 것이 엉뚱한 곳에서 막무가내로 결합된 것들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도록 완성되어 우리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진 음악가는 다시 둘로 나뉜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실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조금 건방진 투로 말하자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케이팝에 대해 글을 쓰지 않았다. 적어도, 음악 산업이나 팬덤 현상, 그리고 팬들이 기획사 PR 부서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대신 해주는 경제효과를 제외하고, 케이팝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글을 찾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흥미롭고 매혹적인데, 왜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글을 쓰려 하지 않을까. 친박연대의 선거 공보에도 ‘유튜브에서 검색’하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시절이라고는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케이팝에 대해서 ‘글처럼 생긴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제3세계에서 시작해 영미권 대중음악을 추종하던 한국 대중음악이 어쩌다 산업적으로 웃자라 완성도를 획득해버리고 또 어쩌다 ‘한류’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말하고 싶었다. 치를 떨면서도 한국인의 유전자를 이기지 못해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신파와 ‘뽕끼’를 통해 케이팝 아이돌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구질구질한 현실에 지친 눈길을 돌려주는 이상향의 표현으로, 단지 몰입할 대상에의 필요로, 남에게 보이기는 한없이 부끄러운 ‘길티 플레저’로 제시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 여러 곳에 실렸던 이 책의 글들은 그래서 쓰여졌다. 셀럽파이브의 “반지하”가 어떤 의도로 쓰여졌는지 ‘정답’을 맞추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왜 청자에게 느낌적 느낌을 주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결국 케이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케이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케이팝에 아무 의미도 없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미묘 - 아이돌리즘 (에이플랫, 2019)

1. 케이팝이라는 ‘장르’
  • 노래하는 이는 누구인가: 아이돌 컨셉 진화론
  • 손가락 하트가 케이팝이다
  • “장르는 포스트 케이팝입니다.” 등
  • 2. 아이돌 마인드맵
  •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유니버스
  • 아이돌의 시장 점령? 시장의 아이돌화!
  • <프로듀스 101>, 어떤 미래에 투표할까
  • 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 등
  • 3. 인사이드 아이돌팝
  • 아이돌 랩에서 대체 뭘 들어야 할까
  • 누구나 작곡을 할 필요는 없다
  • 싸이는 케이팝을 노래하는가 등
  • 4. 아이돌 에볼루션
  • 거인의 어깨 위로 날아오른 새
  • 걸그룹에서 싱어송라이터까지, 그런데 뭔가?
  • 레드벨벳 애티튜드
  • 아이돌 기대감소의 시대 등
  • 5. 평행우주의 케이팝
  • 케이팝 유토피아의 항구
  • 아이돌, 공공재와 직업인 사이
  • 빅뱅과 샤이니, 아이돌에게 ‘청춘’은 오는가
  • 다국적 아이돌, 보다 입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등
  • 6. 아이돌, 케이팝 그리고 음악비평
  • 아이돌 비평은 필요하다
  • 아이돌의 여성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 보다 나은 챗봇이 되기 위해 등
  • 본 기사는 미묘 지음 <아이돌리즘 (케이팝은 유토피아를 꿈꾸는가)>의 서문 내용이다. <아이돌리즘>은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가 2012년부터 각종 매체나 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기고해온 원고를 추려 묶은 선집이다. 저자는 케이팝 아이돌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 중 무엇보다 아이돌이라는 콘텐츠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음악과는 다른 케이팝만의 특성을 살피고, 왜 우리 사회는 케이팝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려 한다. 이를 출발점으로, 지금의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아이돌이나 새로운 모델을 상상하기도 한다. <아이돌리즘>은 에이플랫 출판사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으며, 주요 전자책 서비스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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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사

    나 또한 평론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가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마니아적 지식을 뽐내는 기성 평론가들에게는 없는 참신함이 깃들어 있으며, 음악을 만드는 사람답게 신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 덕에 생동감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 없는 글 자체도 물론 아름답다. 무엇보다 그의 아이돌에 대한 칼럼에는 이 일이 ‘중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듣는 이를 설득한다. 케이팝에 대한 담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담론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과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 김영대(음악평론가)

    미묘의 글은 예민하다. 예리하고 정확한 것과는 결이 다른데, 나로서는 ‘글’이라는 결과보다 ‘쓰기’라는 태도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다. 요컨대 지금이야말로 이런 글이 더 필요한 시대일 것이다.

    – 차우진(음악평론가)

    주요 구매처
  • 리디북스: bit.ly/2Qy3wjn
  • 교보문고: bit.ly/2QD3siq
  • 알라딘: bit.ly/2QD3C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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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st Listen : 2018년 12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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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로지 필진의 2018년 마지막 단평. 지연, C.A.P, 박정민, 아스트로, 앤디, 동방신기, NCT 드림, 천둥, 김나영(Feat. 이민혁 of BTOB), 브랜뉴뮤직, 체리온탑을 다룬다.
    지연
    One day
    롱젠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22일

       

    발표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또르르(공부의 신 OST)'를 떠올리게 하는 싱글. 지연의 보컬은 그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성숙해졌고,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은 여전하다. 지금보다 좀 더 활발히, 여러 방면으로 활동해도 좋을 아티스트.



    C.A.P
    쎄쎄쎄
    티오피 미디어
    2018년 12월 22일

      

    아무리 그래도 이름 있다는 레이블에서 내놓는 음악이 이 정도인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트랙은 전혀 정돈되어 있지 않아 조잡하고, 톤 앤드 매너는 흔한 인디 신을 '복붙'해왔으며, 래핑 또한 메이저에서 벌써 10년째 활동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수준. 스쿨뮤직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시도할 필요 없었던 싱글이다. '편하게 들을 음악'을 표방하기엔, 우리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모두 상당한 자본과 재능이 들어간 수작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박정민
    Christmas Special Album
    트리플에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24일

      

    타이틀곡인 'Christmas Kiss Time!'은 그가 속한 SS501의 불후 명곡 'Snow Prince'를 연상케 하는 곡이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가사가 일품인데, 박정민의 작사 실력을 괄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커플링 곡인 'Winter Love'는 좀 더 박정민의 솔로 앨범에서 자주 들었을 법한 곡인데, 그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조금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여담이지만, 디지털 싱글의 포맷으로 "Christmas Special Album"이라는 제목을 붙인 의도가 조금 궁금하다.



    아스트로
    Merry-Go-Round (Christmas Edition)
    판타지오 뮤직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앨범 선공개 곡을 내놓는 독특한 책략을 취했다. 가사 자체에서 계절감이 읽히지는 않으나 '새빨간 맘'이라는 표현과 회전목마라는 소재가 풍기는 축제의 분위기에서 단서를 얻은 듯하다. 결과는 성공적. '청량 아이돌' 하면 보통 봄과 여름이 연상되지만, 아스트로의 경우 특유의 나긋나긋함 덕에 겨울의 심상 역시 잘 달라붙는 모양이다. 추후 공개된 오리지널 버전을 들어보니 원곡의 틀을 고수한 채 썰매 방울, 스트링, 실로폰 등 사운드 소스에 몇 가지 변화만 주었을 뿐인데 위화감 없는 시즌송이 만들어져 흥미롭다.



    앤디
    A'ndy to Z - 선호:하다
    티오피 미디어
    2018년 12월 24일

       

    신화의 래퍼인 앤디가 가진 보컬 상의 약점을 굳이 가릴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앤디의 음역에 비해 약간 높은 듯하게 설정된 멜로디 라인부터, 다인조 아이돌이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구성된 보컬 파트까지, 앤디에게 과한 과제를 떠넘긴 느낌. 일상적인 공간에서 러블리하게 연출된 뮤직비디오만은 단발성 팬서비스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동방신기
    New Chapter #2: The Truth of Lov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26일

       

    지난 연말, 동방신기의 무대가 유독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잘 관리된 외모와 여느 신인 그룹만큼이나 힘이 잔뜩 들어간 퍼포먼스 때문이기도 했지만, 속된 표현으로 '짬바'가 느껴지는 어떤 아우라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리라. 다소 과할 정도로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지만, 한편으로 이 그룹을 논할 때 이것만큼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무려 15주년을 맞이한 해의 말미에 발매된 본작 역시 그러한 '짬바'를 한껏 느끼고도 남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한 톤 다운된 듯 블루지한 멜로디와 리듬 위에서, 이미 지나간 사랑에 대한 상흔과 그럼에도 '다시 설레는 이유'에 대해 덤덤하게 털어놓는 가사를 이만큼 적절한 애티튜드와 무드로 표현할 수 있는 그룹이 또 있을까. 제법 단출하고 차분한 사운드인지라 퍼포먼스가 과연 잘 어우러질까 싶었지만,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보고 나니 쓸데없는 기우였을 뿐임을 깨닫는다. 한 명이 스캣을 넣고, 한 명이 독무를 추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후반부는 괜히 뭉클하기까지. 전작에서는 사랑을 '운명'에 비유하여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로 잔뜩 으스대며 설파하는 느낌이었다면, 같은 사랑이지만 이번에는 다소 관조적인 태도를 취하다가도 결국 '단 하나의 진실한 사랑'을 찾겠다는 조심스러운 긍정으로 마무리하는 태도에서 비슷하고도 다른 '으른미'를 느끼게 된다. 상대적으로 예스럽게(?) 들리는 타이틀이 아쉬웠다면, 더콰이엇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Sooner Than Later', 제목처럼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머금은 듯 산뜻한 'Morning Sun', 나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에 NCT 태용이 랩을 보탠 '夜話' 등 트렌디하게 잘 빠진 수록곡들이 그 갈증을 충분히 달래주고도 남으니 반드시 일청하시길. 두 멤버의 오랜 여정과 진한 유대감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마는 마지막 트랙 'Circle'도 놓치지 마시라.

    전반적으로 듣기 편한 곡으로 짜인 가운데 'Truth'는 타이틀곡이라 하기엔 심플한 구성의 소품 같아 사뭇 낯설다. 한 편으로는 매우 단순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 동방신기의 장점을 뚜렷이 드러내는 시도처럼 보인다. 각자의 느낌대로 선이 다른 춤과 노래를 파트에 맞춰 교차하다가 어느 순간 절묘하게 싱크로 되듯 하모니를 이뤄내는 모습, 느린 템포에 부드러운 발라드라 할지라도 그 위에 비트만 주어지면 언제든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과 여유가 빗물에 젖은 코트를 툭툭 털어내는 듯한 손동작 하나에서도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불같이 뜨겁지 않더라도 동방신기다운 이미지와 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New Chapter"라는 타이틀이 동방신기에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앨범.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니멀하면서 나긋나긋한 인상의 'Truth'는 어째선지 지난 수록곡 '평행선'을 연상시킨다. 그루비한 멜로디에 사랑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가사, 재지한 후반부의 스캣까지 어디 하나 심상치 않은 구석이 없는데, 그중 최강창민의 흡인력 있는 인트로는 마치 기습 펀치처럼 노래를 탐색하기도 전에 녹다운 시키고 만다. 그의 카랑카랑한 음색은 언뜻 듣기에 날카로워 강렬한 하이라이트, 쉽게 말해 고음파트에 쓰이곤 하는데, 그 안에 다양한 표정이 있음을 이 앨범에서 찾을 수 있다. 타이틀곡에서는 보컬을 가볍게 쳐내 산뜻하면서도 은근한 느낌을 내고, 솔로곡 '아스라이...'에서는 투명도를 높여 순수하면서도 아스라한 곡의 분위기를 잘 전달했다. 그의 보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표정은 여유라고 본다. 마치 작년 연말 무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고음을 뽑아내던 그의 표정과 엇비슷할 수도. 전작부터 유독 누그러진 인상의 타이틀곡을 들고 오는데, 이를 잘 구현해내는 최강창민의 목소리에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두고 싶어지게 만드는 앨범.



    NCT 드림
    사랑한단 뜻이야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27일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후렴에서 고음을 폭발시키는 전통적 SM 발라드와는 사뭇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들을수록 멤버 간 목소리의 조화에 빠져드는 곡으로, 멤버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전달되면서도 하모니가 어우러진다. 뮤직비디오에는 숨은그림찾기처럼 등장하는 지난 노래들 속의 소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더해진, 여태까지 팀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한 장의 기념사진 같은 노래다.

    상투적인 연말특수 곡의 분위기를 지니지만 작곡의 섬세함이 색다른 '한 끗'을 빚어낸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짚어보자면, 도입부 버스에서는 기타 반주 외의 사운드를 억제한 채 코드를 위로 한 칸씩 전개하며 감정을 끌어올리다가 프리코러스에서 코드를 아래로 한 칸씩 이동시키며 이를 차분히 가라앉힌다. 코러스 직전 경과음으로 반음계 E를 찍어 일시적인 교란 상태를 연출했다가 으뜸음 E플랫에 정착하며 극적으로 안정감이 부여되는데, 이때 처음으로 줄곧 마디 단위로 변화하던 코드가 제자리에 머무르고 대신 7도 화음으로 변주가 이루어지며 뭉클함이 한껏 더해진다.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멜로디라인은 벅찬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한다. 코러스 멜로디의 스케일을 비슷하게 재연하다 음을 쭉 뻗어내는 포스트 코러스 파트가 이 곡의 하이라이트. 크레딧을 확인해보니 이제는 케이팝의 대가라 해도 좋을 Andreas Oberg, Sean Alexander가 떡하니 자리 잡았다. 대가가 만들어낸 '한 끗' 다른 연말 노래. 원제 'Candy Love'를 'Candle Light'로 바꿔 계절감 면에서는 물론 그룹 서사 면에서도 시의성을 더한 작사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천둥
    Winter Trip
    라이트하우스
    2018년 12월 28일

      

    천둥의 싱글 시리즈 'Walkman'의 세 번째, Winter Trip이다. 전작 'SMILE'에서부터 느꼈지만, 그의 매력은 마이클 잭슨의 초기를 연상시키는 미성이다. 그의 미성은 포근한 피아노를 감싸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겨울 이미지를 그린다. 고저가 높지 않은 안정적인 구조에 소회가 담긴 가사는 역시 자작곡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헛헛함과 온기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연말 감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나영
    오답 (Feat. 이민혁 of BTOB)
    네버랜드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쓸쓸한 김나영의 음색과 이민혁의 음색이 상당히 좋은 합을 보인다. 재지한 김나영의 보컬에 약간 뻣뻣할 수도 있었을 이민혁의 담백한 보컬과 래핑이 더해지면서, 이별을 그리는 3분짜리 드라마를 적당히 서늘하고 아련한 분위기로 채운다. 기대 이상의 싱글.



    브랜뉴뮤직
    BRANDNEW YEAR 2018 'BRANDNEW 7'
    브랜뉴뮤직
    2018년 12월 30일

       

    MXM이 참여한 2번 트랙 '스웨터'는 편하게 듣기 좋은 R&B 곡인데, 소울 넘치는 보컬 사이에서 MXM이 등장하는 순간 '갑자기 분위기 아이돌'이 되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어쩌다 이렇게 진한 블랙 뮤지션 사이에 뽀송한 아이돌이 떨어지게 됐는지.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체리온탑
    어쩌면
    유나이티드 크리에이티브
    2018년 12월 31일

       

    썩 정리되지 않은 인상이 남았던 데뷔곡 'HI FIVE'와는 달리 차분한 발라드곡인데, 멤버들의 보컬 하나하나가 뚜렷이 들리면서 팀의 매력이 조금은 다가온다.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들이라면 모두가 느꼈을 법한 노래와 무대에 대한 설렘과 불안 등을 에둘러 표현한 듯한 서정적 가사에, '어쩌면, 어쩌면'이 반복되는 후렴구에서의 사뭇 쓸쓸한 멜로디가 더해져 귓가에 잔상을 남긴다.



    리포트 : 세븐틴 “You Made My Dawn”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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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1일 세븐틴의 6번째 미니앨범 “You Made My Dawn”의 쇼케이스가 있었다. 아시아 투어와 멤버별 개인 활동, 연말 시상식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 완성한 앨범인 만큼 세븐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이번 앨범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You Made My Dawn”은 지난 앨범 “You Make My Day”의 연장 선상에 놓인 앨범으로 그룹의 서사를 이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꾀한 흔적이 돋보였다. 이것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 곡이 바로 타이틀곡 ‘Home’. 전작과 180도 다르게 호소력 짙은 울림으로 겨울의 애틋한 심상을 녹여내는 가운데 “난 네가 없음 안 되는데 어쩌나”라는 말로 끝맺었던 ‘어쩌나’를 이어받는 듯 “내가 뭘 어쩌겠어 나는 네가 없으면”이라고 운을 떼며 전작과의 연계성을 보여주었고, 퍼포먼스 역시 절제된 동작을 선보이면서도 가사와 밀착된 동작들과 멤버 간의 긴밀한 합을 통해 세븐틴 특유의 개성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해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세븐틴의 성장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가장 돋보였던 것은 멤버 간의 끈끈한 유대다. 이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프로듀싱을 맡은 멤버 우지는 앨범 작업기에 관해 얘기할 때마다 “앨범의 모든 곡을 쓸 때 모든 멤버에게 참여 의사가 열려있다.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는 멤버는 항상 함께 하는 편이다”, “멤버들이 곡과 작업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서 (직접 작업에 참여한 멤버는 물론) 작업을 안 한 친구들의 코멘트를 많이 받았다” 등 멤버들의 높은 참여도를 거듭 언급했고, 퍼포먼스 팀 리더 호시는 고난도의 안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워낙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서 그런지 안무 맞출 때 그렇게 큰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안무 맞추는 부분은 아주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대답해 팀의 단합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븐틴

    팬덤과의 유대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서의 삶을 감당하는 데에서 오는 고충을 묻는 말에 우지는 “데뷔 초반에는 힘든 점도 많았고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는데, 이제는 멤버끼리 호흡도 잘 맞고 저희를 너무나 애타게 기다려주시는 팬분들을 보며 기대감과 설렘을 가지고 앨범 작업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는 힘들 수 있어도 마음은 굉장히 뿌듯하다고 느낀다”고 말하며 팬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세븐틴 우지

    세븐틴 우지, “앨범의 모든 곡을 쓸 때 모든 멤버에게 참여 의사가 열려있다.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는 멤버는 항상 함께 하는 편이다” | 사진=조은재

    마지막으로 눈에 띈 점은 대중가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다. ‘Home’의 컨셉과 메시지에 착안할 때 계절감과 별개로 사회적 영향력을 인식한 부분이 있는지 묻는 말에 우지는 “항상 앨범을 만들기 전에 다 같이 회의를 하고,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지금 이 시각에 우리가 가장 할 수 있는 말, 우리가 했을 때 가장 영향력이 있는 말은 무엇인지 등 많은 의견을 듣는다”고 긍정하며 “이번 앨범에서 얘기했던 것은 위로가 되는 곡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 상대는 캐럿 분들이 될 수도 있고, 이 곡을 듣는 대중분들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분이 ‘Home’이라는 노래를 듣고 그저 그런 아이돌 노래가 아닌 마음에 와닿는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들어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이돌로서 ‘팬을 위한 음악’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대중가수로서의 넓은 파급력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 엿보였다.

    세븐틴 에스쿱스

    세븐틴 에스쿱스, “”You Made My Dawn”은 ‘어둠 속에 있던 나에게 새벽을 만들어준 너’라는 뜻” | 사진=조은재

    리더 에스쿱스는 앨범 명 “You Made My Dawn”은 ‘어둠 속에 있던 나에게 새벽을 만들어준 너’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새벽을 만들어준’ 이들은 다름 아닌 멤버 서로와 세븐틴을 지켜봐 온 팬, 그리고 세븐틴에 새벽을 빚진 수많은 청자가 아니었을까. 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또 다른 여명을 밝혀나갈 세븐틴의 새 지평을 기대한다.

    취재: 스큅 | 사진: 조은재

    세븐틴
    You Made My Dawn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1일

       


    1st Listen : 2019년 1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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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로지 필진의 2019년 첫 열흘간의 신보 단평. 려욱, 청하, 엔플라잉, 루나, 지오, 엠펙트, 서율(베리굿), 에이핑크, 아이콘, 크나큰, 우주소녀, 그레이시, 베리베리, 원어스, 쿤&웨이&비토(업텐션), 예성X범키, god를 다룬다.
    려욱
    너에게 취해 (Drunk on love)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일

       

    '군백기'를 거쳐 약 3년 만에 발매된 려욱의 솔로 앨범. 유독 귀를 잡아끄는 몇몇 트랙 외엔 전반적으로 심심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전작 "어린 왕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를 보이지만,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려욱의 청아하고도 힘 있는 보컬만으로 충분히 설득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라 할 만하다. 타이틀곡 '너에게'는 악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보컬만으로 진득하게 끌고 나가다 후반부에서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폭발하는, 소위 전형적인 'SM 발라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특별히 새로울 것 없고 평이하기까지 한 포맷이지만, 려욱 특유의 '예쁘고 착한' 보컬을 전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보컬 자체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뜻도 될 것이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타이틀곡보다 정작 귀에 들어오는 것은 수록곡들인데, 따스하고 포근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어쿠스틱 팝 '우리의 거리', 축축하고 나른한 R&B 트랙 '취해', 약간의 언어유희와 깜찍한 피처링이 돋보이는 'Sugar' 등, 듣기 편하면서 일관성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트랙이 가득하다. 단지 전작의 'Foxy Girl'과 같은, 평소 본인의 캐릭터를 다소 전복적으로 뒤집는 시도가 없거나 약해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여러모로 복귀와 안정을 선택하고 그에 집중한 듯한데, 그간의 공백기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행보기는 하다. 차기작에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기대해본다.



    청하
    벌써 12시
    MNH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일

       

    벌써 1위 가수다. 그것도 공중파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한 6관왕을 했다. I.O.I 출신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올리고 있는 청하의 2019년 첫 싱글. 작년의 스테디셀러 '롤러코스터'로 함께 한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 이번 곡도 함께 했다. 일견 평범한 EDM이지만,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청하 특유의 보컬이다. 그의 보컬은 기교가 적어서 요즘처럼 '쿠세'(라고 쓰고 교태라 부르는)가 많은 가요 창법 유행에서는 조금 심심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래서 담백한 느낌을 주는 장점이 있다. '어떡해 벌써 12시네' 하고 읊조리는 코러스 라인은 아무 함의 없이 정말 딱 지금의 아쉬움만을 담아 지나친 신파로 흐를 여지를 원천 차단해 버린다. 다소간의 심심함은 진득한 무대 퍼포먼스로 채운다. 특히 남성 무도복 의상이 약간의 트위스트를 주어 기획에 재미를 더한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준수한 2019년의 시작.

    청하가 그간 표현해 왔던,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화자의 변주곡이다. 그는 깊어진 관계에서 제 마음이 앞서갈까 겁내면서도 감정을 아주 완벽히 숨기지 않는다. 가사를 살펴보면 캐릭터가 신데렐라가 아닌 그를 보내기 아쉬워하는 왕자라는 점이 인상적인데, 코디와 더불어 청하가 무대 위에서 구현해내는 퍼포먼스가 그 설정에 무게를 더한다. 몸의 곡선을 살리는 웨이브 속에서도 손을 뻗거나 손뼉 치는 등 절도 있는 동작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에스닉한 플루트 소리에 진득하면서도 날렵한 안무, 전작 롤러코스터에서 이어지는 강렬한 눈빛까지. 아쉬움마저 은근한 유혹으로 끌어낸 그에게 박수를.



    엔플라잉
    FLY HIGH PROJECT #2 '옥탑방'
    FNC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옥탑방'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싫어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남성 밴드의 노래 제목이 '옥탑방'이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산뜻한 가사와 리드미컬하고 쉬운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전작 '꽃'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FLY HIGH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싱글로 엔플라잉의 첫 자작곡 타이틀이다. 지난 8월 이승협이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이미 공개했던 곡이기도 하다. 래퍼 J.DON(이승협)의 곡을 팀을 위한 밴드 사운드로 다듬으며 팝에 속해있던, 어쩌면 힙합에 더 가까웠던 곡이 락의 범주로 들어왔다. 키보드와 베이스 리프가 인상적인 곡에서 일렉기타의 입체감과 변주가 재밌는 곡이 되었고 유회승의 고음 파트 또한 대폭 늘어났다. 여러모로 따뜻한 인상은 아니지만, 한겨울에 듣기에도 제법 괜찮다. 오히려 계절을 의식해 넣은 듯한 수록곡 'WINTER WINTER'가 이 이한치한의 시원한 매력을 반감시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여름을 함께 지샌 노래가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어 너무도 반갑고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돌아오면 다시 꺼내 듣게 될 것 같다.



    루나
    운다고 (Even So)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4일

       

    자칫 밋밋하거나 늘어질 수 있었던 곡들이 공들인 편곡 덕에 빛을 발한다. 타이틀곡 '운다고'는 진폭이 크지 않은 멜로디를 세션에 다양한 변화를 주며 보완하고, 'Do You Love Me'는 곡 내내 팽팽하게 텐션을 잡아당겨 높은 집중도를 보여주며, '안녕 이대로 안녕'은 안정적인 기타 반주와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 보컬을 잘 감싸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도움닫기를 한다는 인상이라 "Woman" 이전에 "One Shot Two Shot"을 내던 보아가 떠오른다. 여담으로 '운다고'의 가사를 2017년 12월 일기에서 따왔다고 밝힌 바 있는데, 잊을 수 없는 부고가 있던 달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더 남다르게 다가오기도.



    지오
    Forever Love
    just bounce music
    2019년 1월 4일

      

    지오의 감정선에 비해 편곡이 너무 미니멀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지오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훌륭히 마감처리 된다. 3분을 겨우 넘기는 짧은 곡이지만, 그래서 감정 과잉으로 넘칠 새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서 더 건조하게 느껴졌던 올겨울 날씨 같은 노래. 사운드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다소 아쉽다.



    엠펙트
    별을 꿈꾸며
    마이다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5일

       

    한동안 유행이었던 퓨처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스팝이 어우러진 음악이라 설명은 되어있지만, 기존에 발표되었던 비슷한 수많은 노래 사이에서 특별히 변별력을 지녔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 채 무난하기만 하다. 'Designer'라는 제목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고작 "모든 걸 바쳐 만들 거야 널 나만의 여신 Venus 조각"이나 "아찔한 몸매와 오똑한 코 새하얀 피부와 매끈한 face" 같은 진부하고 닳아빠진 비유로 점철된 가사는 아쉬움이라고 말하기에도 김이 빠진다.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돌아보니 곡마다 천차만별인데, 퀄리티를 떠나 리뷰하는 입장에서 전작이 쉽게 기억나지 않는 이유도 결국 '뭘 하는 팀인가'가 뚜렷이 보이지 않았던 탓 아닐까. 이미 다른 팀들이 시도했던 장르와 콘셉트를 그저 따라가는 이미지만으로는 팀도 노래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서율 (베리굿)
    D-DAY 24/7 with Berry Good(SEOYUL)
    볼라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7일

       

    한산한 연초 감성과 어울리는 무난한 발라드다. JOO가 불렀을 법한 예스러운 느낌의 발라드는 서율의 차분한 감정전달과 탄탄하면서도 고운 질감의 보컬 톤을 들려주기에 적당하다. 흠 없이 적당 무난. 그렇지만 서율을 시작으로 고른 밸런스가 강점인 베리굿이 주목받을 기회라는 점에 의의를 둘 만하다.



    에이핑크
    PERCENT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7일

       

    '1도 없어'에 이어 "에이핑크 챕터2"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있다. 10여 년 전쯤은 티아라가, 5년여 전쯤은 씨스타가 담당하던 유흥적(?) 통속성을 2019년에 이어받는 그룹이 재작년까지는 청순 라인의 선두주자였던 에이핑크라니. 케이팝의 흐름 참 모를 일이다 싶으면서도, '굿 걸 곤 배드' 같은 이미지가 언제나 인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밤거리' '반질반질 겉으론 번듯하네' 같은 단어 사용으로 통속성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청하의 '벌써 12시'와 마찬가지로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의 작품이다. 이들은 '1도 없어'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인데, 다른 가수보다도 유독 에이핑크에게 상기한 가사 작법이나 조금 어노잉하기까지 한 신스 테마 등으로 통속성을 부여하려 하는 것 같다. S.E.S 같은 소녀풍 그룹을 오마주 했던 "챕터1"을 지나 "챕터2"도 어느 정도 선배 걸그룹의 계보를 따르고 있지만, 이를 구성짐으로 소화하고 있지는 않은 점이 흥미롭다.

    '1도 없어'에서는 급격한 선회에 어리둥절했다면, '%%'은 파스텔 핑크 위주였던 에이핑크의 팔레트에 네온 핑크를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세상에 같은 핑크가 없다는 말처럼, 아이돌의 이미지 역시 그러하다. 그중 걸그룹의 이미지를 거칠게 구분하자면 청순 혹은 섹시일 테지만, 그 안에도 얼마나 많은 '한 끗'이 있던가. 풋풋하던 퍼포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지고, 표현할 수 있는 바운더리는 넓어지기에 기획은 한순간에 머무를 수 없다. 에이핑크도 전작을 기점으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장인처럼 우직하게 청순 이미지를 고수했던 지난날처럼, 에이핑크의 지금 역시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이콘
    NEW KIDS REPACKAGE : THE NEW KIDS
    YG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7일

       

    이별의 아픔을 센 척하며 축소하려 애쓰지만, 역설적으로 상처를 드러내는 화법의 가사는 발라드에서는 식상하리만치 흔한 감성이지만, 아이콘은 늘 굳이 돌려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뻔하고 직설적으로 밀고 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왔고 'I'M OK' 역시 필요 이상의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뮤직비디오의 영상이 더해져 그 정서를 극대화한다. 신곡임에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멜로디, 약속된 타이밍에 나오는 랩과 예측 가능한 보컬 파트의 분배, 아이콘에게 이런 상투성은 오히려 안정된 규칙성에 가깝게 다가오지만, 그 때문에 보컬 파트의 불균형, 특히 1절에서 송윤형과 정찬우로 이어지는 파트에서 보여준 음색의 조화가 곡의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파트 분배가 아쉽다. 아이콘은 불과 1년 남직한 시간 동안 '사랑을 했다', '이별길', '죽겠다' 같은 곡을 연이어 내놓았고 "New Kids" 시리즈를 통해 아이콘의 스타일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 흔적이 모두 담겨있는 "NEW KIDS REPACKAGE : THE NEW KIDS" 앨범 속에서 'I'M OK'는 그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노래다.



    크나큰
    LONELY NIGHT
    220 ENT
    2019년 1월 7일

       

    다사다난했던 공백기를 보내고 어쨌든 돌아왔다. 꾸준히 합을 맞춰온 김태주 프로듀서의 작품이지만 과연 크나큰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건지는 모르겠다. 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가복제만 계속한다. 덕분에 더 이상 보컬을 이 팀의 무기로 삼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인성 홀로 고군분투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역량과 상관없이 팀의 얼굴인 박서함을 내세우기 위해 새 멤버 이동원은 뒤로 미뤄졌다. 빈티지한 퇴폐를 주장하지만, 예전 비스트 음악의 망령이 퍼포머의 뻣뻣함만 더 들춰낸다. 어렵게 나온 앨범이라고 해서 미흡함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우주소녀
    WJ STAY?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전작 "Dream your dream""WJ Please?"'우주소녀 코스모'의 구축과 확장을 향한 일련의 시도였다면, 본작에서는 그것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다. 반짝반짝 스팽글 같은 화려한 신스와 화사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기조로 한 사운드, 메인보컬 연정을 주축으로 한 쨍한 음색의 보컬, 입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역동적인 퍼포먼스 등 이미 우주소녀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요소를 꾸준히 가지고 가는 것이 본작의 최대 목적일 터다. 다소 특이한 점이라면 뉴웨이브 신스팝을 표방한 'You Got'과 브라스 사운드를 강조한 '12 O'clock' 등의 곡에서 레트로 장르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는 점 정도일까. 대단히 신선하고 실험적이라 할 순 없어도, 멤버들의 성장세와 더불어 팀의 긍정적인 안정세와 앨범으로서의 탄탄한 완성도까지 자랑하는 한 장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의 '가면무도회'를 계승한 듯 화사한 스트링 사운드가 돋보이는 '그때 우리',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내세운 '1억개의 별', 아예 동화를 모티브로 삼은 '12 O'clock' 등 준수한 수록곡까지 두루 갖춘, '우주소녀 코즈믹-판타지 유니버스'의 정수. '칸타빌레'를 특히 즐겁게 들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타이틀곡 'La La Love'는 소절마다 사운드가 계속 변화하면서도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세공력이 돋보인다. 곡의 중반에 위치한 랩 파트와 노래를 여닫는 내래이션 등 엑시의 활약과 함께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대칭에 가까운 곡의 구조가 묘한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파트 분배 또한 다소 비중에 차이는 있지만, 멤버 한 명 소외되는 일 없이 인상적 장면을 남기면서 멤버들 각자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앨범 전반에서 엑시의 랩이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자연스레 곡의 분위기에 맞춰 녹여내며 성장하는 면모를 보인다. 레트로한 사운드와 풍부한 베이스가 매력적인 'You Got', 브라스 사운드와 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듯한 가사가 기존 우주소녀 색깔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흥미로운 '12 O'clock'등 수록곡 또한 타이틀보다 퀄리티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각각 뚜렷한 색을 지닌, 정규앨범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볼륨이 풍성한 앨범이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한 일부 멤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팀이 지닌 에너지와 매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우주소녀의 '코스모'는 강렬하게 확장하고 있다.



    그레이시
    캔디
    혁앤 컴퍼니
    2019년 1월 9일

       

    언제적 옛날 만화 '캔디'를 왜 또 제목에 달았나 했더니 '언제나 너만을 바라보겠다'는 요지의 식상하고 닳아빠진 순애보 가사를 쓰려고 '외로워도 슬퍼도'라는 구절이 굳이 필요했나 보다. 사운드가 왠지 모르게 귀에 익다 싶더니 오렌지 캬라멜이 불렀던 '마법소녀'를 썼던 조영수 작곡가의 작품인데, 열화된 자기복제 버전이라는 생각만 든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 종업원이 입을 법한 코스프레 풍 의상을 입고 춤추는 모습까지 총체적으로 어떤 감상을 내놓아야 할지 난처한 작품이다.



    베리베리
    VERI-U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프리데뷔 싱글에 이어 이번에도 뉴잭스윙 장르의, 청순-청량을 기조로 삼은 곡인 '불러줘'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프리데뷔곡 'Super Special'에 비해 '한 방' 혹은 '땜핑'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곡과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특유의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며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지만, 타이틀을 덤덤히 받쳐주는 수준급의 수록곡들 사이에서, 에너제틱한 생동감이 마구 폭발하는 레트로 펑크(Funk) 장르의 'Alright!'이 유독 귀를 잡아끈다. 파워풀하지만 과하지 않게 잘 다듬어진 안무도 플러스 요소. 직접 작사, 작곡, 랩메이킹, 안무, 심지어 영상 제작(!)에도 참여한다고 하여 '크리에이티브돌'을 자칭하고 있는데, 굳이 그런 타이틀이 없어도 이 그룹은 올해의 신인으로 주목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불러줘'는 같은 뉴잭스윙 장르라는 점에서 샤이니의 '1 of 1'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샤이니가 레트로 장르로서의 뉴잭스윙을 그룹이 표방하는 '컨템포러리' 필터에 투과시키며 세련됨을 과시했다면 베리베리는 당대 뉴잭스윙 특유의 활기를 21세기 케이팝의 형태로 내놓으며 '아이돌미'를 강조한다. 이들이 그리는 활기는 세븐틴, 골든차일드와 같은 역동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스트로, 온앤오프, 더보이즈의 청초한 내음을 살며시 풍긴다. 근 몇 년 새 두드러지는 청량 아이돌 노선 가운데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스트절크 크루 제이호의 손길이 닿아 속부터 꽉 들어찬 그루브로 널뛰지 않고 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안무 역시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직 2019년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의 신인 중 하나로 꼽아도 아깝지 않다.



    원어스
    LIGHT US
    RBW
    2019년 1월 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타이틀곡부터 심상치 않다. 리드미컬하고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 '발키리'와 '밝히리'의 중의를 노려 묘하게 꼬아놓은 딕션, 프리코러스와 브리지에서 기타 리프 테마와 함께 쌓아 올리다 코러스에서 신스와 함께 터뜨려 버리는 쾌감까지 모든 것이 속된 말로 사정없이 '착착 감긴다'. 구간별로 EDM과 트랩, 힙합을 오가며 널뛰는 구성에 굳이 북유럽 신화에서 가사의 모티브를 가져온 점까지, 그야말로 케이팝의 진수를 빠짐없이 담고 있는 곡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프리데뷔 과정에서 자주 선보였던 신스팝 '삐뚤빼뚤', 타이틀곡의 비장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가는 '붉은 실', 라틴팝의 요소를 얹은 하우스 트랙 'Eye Contact',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뭄바톤 트랙 'Hero' 등, 요즘 '되는' 것들을 다 모아놨지만, 각각의 준수한 만듦새 덕에 난잡하진 않은 수록곡의 구성 역시 훌륭하다. 허슬과 스웨거를 굳이 초성으로 표현했어야만 했나 의구심이 드는 마지막 트랙 'ㅁㅊㄷㅁㅊㅇ'에 고개가 다소 갸웃해지지만,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크게 해치는 흠은 아니라 생각된다. 올해 꼭 주목해야 할 수퍼루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마마무가 소속된 RBW의 신인 남자아이돌 그룹. 타이틀곡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 속 발키리와 어둠을 밝히겠다는 우리말 '밝히리'를 중의적으로 가사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해외의 케이팝 팬들에게는 어떤 재미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한 부분. 뮤직비디오에서도 다양한 조명 효과를 사용해 곡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다소 가쁘게 변화하는 사운드와 그에 맞춘 듯 유연한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깔끔하게 담아낸다. 귀에 강렬히 남지는 않으나 덜컹거리는 구석 없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한, 잘 빠진 데뷔곡.

    기타 리프로 시작해 EDM, 트랩 등 온갖 장르를 뒤섞는다. 여기에 'Valkyrie'-'밝히리'라는 말장난, 이유 모를 비장함까지 더해지니 진성 케이팝이 아닐 수 없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크레딧을 살펴보니 'TTL', 'Shock', 'I My My Mine' 등 소위 '슬픔의 케이팝'들을 다수 작업한 이상호의 작품. 수록곡들 역시 가요와 팝 사이 언저리를 맴도는 '케이팝' 그 자체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발키리' 바로 다음에 위치한 '붉은 실'. 강렬한 댄스곡에서 감성적인 곡으로, 북유럽 신화에서 중국 설화로 훌쩍 건너뛰는 말도 안 되는 구성. "케이팝은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며 비논리적인 것이다. 엉뚱한 것이 엉뚱한 곳에서 막무가내로 결합된 것들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도록 완성되어 우리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것이다"라는 미묘의 설명은 이 앨범을 두고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건희의 'Oh Little Girl', 환웅의 'I Know You Know'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겠으나, 여하튼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데뷔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00년대 후반의 미친 감성을 이렇게 다시 들을 줄은 몰랐다. 밝히리와 'Valkyrie'의 엇비슷한 어감으로 얽은 가사하며 몇몇 단어를 씹거나 음을 비틀어 생기는 쫄깃함, 쏜살같이 내달리는 전개 속 환기와 자극을 동시에 일으키는 몇몇 파트는 과잉의 과잉, 케이팝의 '그것'이다. '발키리'를 벗어나도 쉽거나 자극적이면서도(삐뚤빼뚤, ㅁㅊㄷㅁㅊㅇ) 어찌 되었든 '너의 구원이 필요한' 아이돌의 면모를 보이는(붉은 실, EYE CONTACT) 트랙이 한데 엮여 흥미롭다. 케이팝의 MSG 맛을 아는 사람, 그리고 아이돌과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팬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앨범. 크레딧 대부분을 채운 멤버 이도와 레이븐에 주목하면서, 심상치 않은 출사표에 흔쾌히 Discovery라는 답을 보낸다.



    , 웨이, 비토 (업텐션)
    공간 Part.2
    클래프 컴퍼니
    2019년 1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프로젝트의 제목대로 공간감을 염두에 둔 사운드에 '길'을 주제로 한 가사에 맞춘 속도감이 얹어져 제법 괜찮은 싱글이 되었다. 업텐션의 세 멤버 모두 신경 써서 랩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특히 쿤의 나지막하면서도 확실한 포인트를 만드는 래핑이 돋보인다.



    예성, 범키
    Carpet - SM STATION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0일

       

    지난 크리스마스의 잔향이 남은 듯한 피아노 멜로디 위에 촉촉하면서도 예리한 예성의 음색과 드라이하면서 부드러운 범키의 음색이 어우러져, 소리가 만져질 듯 목소리의 대비와 조화가 잘 이루어진 노래. 스스로를 카펫으로 은유한 가사의 의미를 확장한 듯 뚜렷하게 시각적으로 살려낸 뮤직비디오의 연출 또한 노래와 어우러져 독특한 감상을 만들어내니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해보길 추천해 드린다.



    god
    THEN & NOW
    iHQ
    2019년 1월 10일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앨범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익숙한 god의 스타일에 집중한다. god 하면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프로듀서 박진영이 신곡 '그 남자를 떠나'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고, 김태우가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맡고 '니가 있어야 할 곳' 등 멤버 각자가 자신이 꼽은 곡들을 리메이크하며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앨범의 백미는 여태까지 god가 발표하고 참여한 곡의 제목을 모두 가사에 활용한 '눈을 맞춰'. 또 아이유, 헨리 등이 트리뷰트 형태로 참여한 '길'이 수록돼있다. god의 음악을 좋아해 왔던 이들이라면 다들 좋아할 노래들로 채워진 '옛맛 그대로'의 미덕이 잘 살아있는, 20주년 기념으로는 더없이 적절한 앨범.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신곡이 한두 곡 정도 더 실렸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정도다.



    리포트 : 노태현 “biRTHday”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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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htaehyun-birthday-showcase-1

    2014년 10월 31일 핫샷으로 데뷔한 5년 차 가수지만, 노태현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아무래도 ⟨프로듀스 101⟩ 시즌 2부터일 것이다. 배윤정 안무가의 ‘사심 픽’을 시작으로, 트레이너들과 연습생들의 환호를 받은 기획사 오디션에서의 크럼프 독무, 역대급 호응을 이끌어 냈던 ‘Shape of You’의 안무까지, 노태현은 프로그램 내내 댄스 부문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 프로젝트 그룹 JBJ에서 리더를 맡아 팀을 이끌었던 그는, 최근 다시 핫샷으로 컴백하면서 한층 성숙해진 무대매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룹 활동이 마무리된 직후 소속사 스타크루 이엔티는 노태현의 솔로 데뷔를 공표했다. 그리고 2019년 1월 23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노태현의 첫 번째 솔로 미니앨범 “biRTHday”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같은 날 가온차트 뮤직어워즈가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취재진이 현장을 가득 메워 노태현의 솔로 데뷔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을 짐작게 했다.

    노태현은 먼저 타이틀곡 ‘I Wanna Know’와 수록곡인 ‘하늘 별’을 선보였다. ‘I Wanna Know’는 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흥을 돋우는 경쾌한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 곡이다. 안무 역시 농구나 줄넘기 등 스포티한 동작들이 눈에 띄었다. 노래와 안무 모두 쉴 틈이 없어서 혼자 해내기에는 상당한 밀도였는데, 노태현은 이를 완벽히 소화하면서 귀여운 표정 연기로 신나는 분위기에 일조했다. 게다가 격한 퍼포먼스 곡을 소화한 직후 발라드인 ‘하늘 별’을 열창했는데, 전혀 흔들림 없는 가창으로 기량을 드러냈다. 그룹 활동을 통해서도 탄탄한 실력을 보여줬지만, 솔로 무대를 통해 춤과 노래가 모두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노태현의 진가가 더욱 드러났다.

    그룹에서는 멤버들과 파트를 나누다 보니 소화하는 음역대나 센터에 서는 안무 등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한편으로 각 멤버의 장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가릴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솔로 활동은 무대에서 자신의 끼와 재능을 오롯이 보여 줄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이 가진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노태현의 경우는 솔로 무대에서 더욱 빛났다. 그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는 질문에 “이제까지 무대에서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것” 두 가지를 꼽았는데, 두 가지 모두 성공적으로 보였다. 특히 안무가에게 ‘I Wanna Know’의 안무를 어렵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는 대목에서 춤과 라이브에 대한 노태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귀여운 콘셉트인 만큼 무대 위에서 다양한 버전의 애교를 선보일 것이라며, 자유분방한 악동 같은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대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자 예전에 함께 춤을 췄던 댄서들과 호흡을 맞췄다며, 댄서들이 무대를 잘 채워준 덕분에 더 신나는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노태현은 앨범에 수록된 전곡의 가사에 참여해 가수와 퍼포머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송라이터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드러냈다. 수록곡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는 ‘하늘 별’을 꼽았는데, 자신이 전체를 작사한 노래로 “소중한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노태현은 팬들과 자신은 “서로가 서로를 있게 해주는 사이”라며 남다른 팬 사랑을 드러냈다. “팬들을 생각하면 온 세상의 모든 감정이 다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복잡한 마음”이라며 언제나 곁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언제나 “팬분들이 기회를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며 “이번 솔로 미니앨범이 팬들에게 생일선물처럼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태현, “(솔로 활동을 통해) 팬들을 많이 찾아뵙고 싶다. 좋은 곳에서 단독 콘서트도 하고 싶다.”

    노태현, “(솔로 활동을 통해) 팬들을 많이 찾아뵙고 싶다. 좋은 곳에서 단독 콘서트도 하고 싶다.”

    서브 타이틀곡인 ‘biRTHday’를 마지막으로 쇼케이스 무대가 마무리됐다. 미니앨범과 동일한 제목의 이 곡은 팬들에게 자신이 선물이 되어 평범한 날도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 단어 ‘birthday’에 자신의 이니셜인 ‘RTH’가 들어 있어 더 의미 있는 것 같다며 웃던 노태현은 쇼케이스 내내 긴장한 듯 보이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경력에 대한 소회를 들려달라는 질문에, 그는 ‘고민’과 ‘도전’ 그리고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덤덤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댄스 가수가 꿈이어서 춤을 시작했고 댄스 크루를 거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가수라는 길이 자신에게 맞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오디션 프로그램과 JBJ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많이 배우고 느끼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나라는 사람을 더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뭐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노태현 biRTHday 쇼케이스

    노태현에게는 솔로 데뷔가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가장 나다운 모습’, 그리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그의 말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그건 아마 모든 솔로 아티스트들의 고민일 것이다. 본인이 자신 있는 모습과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 그리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습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찾는 것. 노태현은 이번 솔로 미니앨범을 통해서 그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듯 보였다. 특히 그동안 춤 실력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던 노태현의 노래 실력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모든 곡에서 가성과 진성, 고음과 중저음, 미성과 탁성을 자유롭게 오가며 지루할 틈 없이 노래를 이끌었고, 라이브에서의 발성과 호흡, 끝 음 처리 등도 훌륭했다.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걸출한 남성 솔로 댄스 가수로서의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가 ‘노태현다운’ 모습을 꽃피울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타이틀곡의 제목처럼, 앞으로의 노태현을 더 알고 싶으니까.

    노태현
    biRTHday
    스타크루 이엔티
    2019년 1월 24일

       


    취재, 사진: 지쏭


    리포트 : 온앤오프 “We Must Love”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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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f-thumb-190207

    2019년 2월 7일, 올림픽 K-아트홀에서 온앤오프의 새 앨범 “We Must Love” 발매를 알리는 쇼케이스가 열렸다. 지난 2018년 6월에 발매된 두 번째 미니앨범 “You Complete Me“에 이어 8개월 만에 발매된 신보인 만큼, 그리고 특히나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백이 상당히 긴 편이었던 만큼 현장에서도 ‘8개월’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오랜 공백 기간 끝에 8개월 만에 컴백을 했다. 쇼케이스를 하다 보면 데뷔 때 기억이 나서 긴장이 되기도 하고 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와이엇)”, “뭔가 낯설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오랜만에 (쇼케이스를) 하다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효진)”는 멤버들의 코멘트에 MC 딩동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쇼케이스를) 계속 함께하고 있지만, 이제는 약간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어느덧 세 번째 미니앨범 발매를 맞아 조금은 여유로워진 멤버들의 애티튜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온앤오프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긴장감과 어느덧 데뷔 2년 차로서의 여유는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되었다. 약간은 어둡게 톤 다운된, 드라마틱하게 잘 짜인 사운드 위에서 멤버들은 날렵하고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였다. 시공간을 넘어 드디어 하나가 된 온앤오프의 모습을 표현한 다채로운 대형 변화 역시 인상적이었다. 멤버 제이어스는 퍼포먼스에 대해 “‘ON/OFF’ 때는 풋풋한 모습을 보여드렸고 ‘Complete’ 때는 청량하고 밝은 모습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댄스 퍼포먼스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시사하기도 했다.

    첫 미니앨범 “ON/OFF” 때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싱팀 모노트리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았다. “앨범을 하나하나 낼 때마다 점점 더 세련되고 팀 색깔과 맞는 곡들을 선사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어떤 곡이 나올지 기대가 많이 된다”는 리더 효진의 말에 MC 딩동은 “모노트리는 마치 온앤오프에게 있어서 맞춤 정장 같은 분들인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특히 모노트리 대표이기도 한 황현 프로듀서는 인터뷰 비하인드 크레딧 등을 통해 온앤오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솔직히 드러낸 바 있다. 멤버들 역시 “우리의 생각들도 다 들어주시고 그런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안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 딱 맞는 파트를 주시기 때문에 항상 만족스럽다(제이어스)”, “랩메이킹에 있어서 (황현) 작곡가님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도 전적으로 저를 믿어주신다. ‘이런 느낌으로 한번 써보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을 때도 ‘믿는다'(고 말씀해주셨다)(와이엇)” 등 황현 프로듀서 및 모노트리에 대한 남다른 신뢰감을 드러냈다. “(황현 프로듀서가) 이 자리에 계실 텐데 한마디 해달라”는 MC의 요청에 매우 수줍어하면서도 멤버 제이어스는 “현이 형. 표현은 잘 못 하지만 저희를 잘 챙겨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는 애정 어린 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온앤오프 효진

    온앤오프 효진, “곡 제목처럼 많은 분께서 이번 활동을 통해서 우리 온앤오프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 사진=조은재

    2019년 새해를 맞아 멤버들 모두 입을 모아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포부와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공백기 동안 연말 무대를 굉장히 많이 봤다. 연말마다 스페셜 무대를 하는데 우리 역시 참여해보면 어떨까 싶고 우리만의 콘서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제이어스)”, “일단 한국 활동을 열심히 해서 잘 마무리 짓고 싶고, 그 이후에 아시아 팬미팅을 통해서 많은 해외 팬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라운)”는 등 각자의 목표에 대해 귀띔하는 한편 효진 역시 “타이틀곡 ‘사랑하게 될 거야’는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메시지를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한 곡이다. 그리고 팬들이 온앤오프를 사랑하게 만들겠다는 우리들의 포부를 담은 곡이기도 하다. 곡 제목처럼 많은 분께서 이번 활동을 통해서 우리 온앤오프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당찬 코멘트를 남겼다. 타이틀곡 제목과 멤버들의 소망대로, 온앤오프가 이번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한층 더 성장하길 바란다.

    온앤오프

    취재: 마노 | 사진: 조은재

    온앤오프
    WE MUST LOVE
    WM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7일

       


    결산 2018 : ① 최고의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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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wrapup
    2018년 아이돌로지는 디지털 싱글 포함 821장의 아이돌 음반을 집계했다. 이중 최고의 음반을 선정하기 위해 12명의 필진이 투표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매된 미니앨범 이상 모든 음반을 대상으로 이뤄진 투표의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0장의 음반을 소개한다.

    10위. 우주소녀 – WJ Please?

    조은재: 섬세한 프로듀싱으로 다듬어진 레트로 사운드가 멤버들의 목소리로 시너지를 만든다. 우주소녀가 궤도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미니앨범.

    우주소녀
    WJ Pleas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9일

       


    9위. 보아 – Woman

    마노: 모든 곳에서 스스로 위풍당당하게 빛나는 모습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아가 스스로 그어 놓은 새로운 출발선.

    보아
    Woma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8위. 방탄소년단 – Love Yourself 轉 ‘Tear’

    미묘: 케이팝의 감각으로 미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들을 통해 보다 넓은 대중을 향해 손을 뻗는다. 스스로에 의해 급속히 변하는 기류 속에서 절절한 야심이 근사한 앨범.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轉 `Tea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18일

       


    7위. 엑소 – Don’t Mess Up My Tempo

    스큅: 근래 SM 송캠프에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인상을 주는 곡들이 매년 하나씩 나오고 있는데, 이번 년도는 단연 ‘Tempo’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엑소
    Don't Mess Up My Tempo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일

       


    6위. 레드벨벳 – The Perfect Red Velvet

    김영대: 최고들이 빚어낸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깔끔함이 있다. 성숙한 보컬마저 근사하게 맞물려 도무지 흠을 잡기 어렵다.

    레드벨벳
    The Perfect Red Velvet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29일

       


    5위. 방탄소년단 – Love Yourself 結 ‘Answer’

    오요: 데뷔 초반 그룹이 내세웠던 힙합은 래퍼 멤버 개개인의 믹스테입으로 대신하고 퓨처 계열 전자음악과 ED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완성된 방탄소년단 음악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앨범이다.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24일

       


    4위. (여자)아이들 – I am

    미묘: 가끔씩, 씬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데뷔 음반들이 있다.

    (여자)아이들
    I am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2일

       


    3위. 키 – Face

    스큅: 날 선 결핍을 긴 호흡의 문장에 걸어두며 자기 고백은 더욱 시리게 반짝인다. 톡 쏘는 감각적인 모습부터 삐죽빼죽 모난 모습까지 자신의 모든 단면(face)을 직면(face)하고 표현한다.

    Fac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6일

       


    2위. 오마이걸 – 비밀정원

    조은재: 유약한 소녀의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가 내재된 인상으로 변모했다. 분명 성숙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일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오마이걸
    비밀정원
    W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9일

      


    1위. 선미 – Warning

    마노: 날 것의 자아를 있는 그대로 내던져 보인다. 이토록 위험하게, 우아하게, 날카롭게.

    심댱: 면역되지 않아서 약간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것이 그의 모습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선미
    Warning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4일

       


    결산 2018 : ② 올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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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wrapup
    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이돌로지는 디지털 싱글 포함 821장의 아이돌 음반을 집계했다. 곡의 우수성 이외에도 2018년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감안, 필진 12명의 투표를 통해 올해의 노래를 선정했다. ‘최고의 음반’ 부문이 미니앨범 이상을 대상으로 하므로 싱글의 경우 가산점을 부여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0곡을 소개한다. 음반 커버를 클릭하면 음반 정보와 함께 더 상세한 리뷰를 읽을 수 있다.

    10위. NCT U – Baby Don’t Stop

    스큅: 텐의 유려한 노래와 태용의 강렬한 랩, 보컬을 빼닮은 춤선,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의상까지. 물과 불로 비견되는 둘의 대조적인 캐릭터가 각각 생동하면서도 서로 긴밀한 합을 이루며 퍼포머가 곧 퍼포먼스가 된 듯한 짜릿한 쾌감이 빚어진다.

    NCT
    NCT 2018 Empathy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3월 14일

       


    9위. 펜타곤 – 빛나리

    마노: ‘찌질이 감성’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부분을 미니멀하면서 유쾌하고 산뜻하게 풀어냈다. 무대 위에서의 재기발랄한 에너지와 천차만별의 ‘너드’ 군상을 그린 듯한 퍼포먼스는 곡의 매력을 배로 증폭시킨다.

    펜타곤
    Positiv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일

       


    8위. 모모랜드 – 뿜뿜

    심댱: 주이의 흥을 그룹의 개성으로 빠르게 흡수해낸 결과물 “Great!”다. ‘뿜뿜’은 뽕끼-베이스로 에너지, 스왜그, 섹시를 오밀조밀 집어넣어 지루할 틈이 없다.

    모모랜드
    Great!
    더블킥 컴퍼니,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3일

      


    7위. 방탄소년단 – Euphoria

    미묘: 퓨처베이스의 장르적 규칙들을 충실히 갖췄지만 또한 장르 음악이 아닌, 그러면서도 어떻게 들어도 방탄소년단의 곡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들이 퓨처베이스를 다뤄온 일련의 곡들을 놓고 봤을 때 하나의 음악적 완성.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24일

       


    6위. 슬기, 신비, 청하, 소연 – Wow Thing

    랜디: 본능적일 정도로 좋은 곳에만 강약을 넣어 짧은 곡에 듣는 맛을 살렸다. 경쟁적 텐션 속에서도 네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반짝이고 있어 더 멋지다.

    슬기, 신비, 청하, 소연
    Wow Thing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28일

       


    5위. 선미 – 사이렌

    마노: 깊게 출렁이는 리듬 속에서 서늘하게 시선을 던져오는 모습은 모골이 송연하리만치 짜릿하다.

    선미
    Warning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4일

       


    4위. 레드벨벳 – Bad Boy

    서드: 느슨하면서도 어딘지 음산한 구석이 있는 레드벨벳의 색깔이 ‘Perfect’라는 앨범 제목의 수식어처럼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결과물이다.

    레드벨벳
    The Perfect Red Velvet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29일

       


    3위. K/DA – Pop/Stars

    조은재: 전 세계 젊은이의 장르는 록에서 케이팝으로, 미국 팝스타들은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춤까지 추는 게임 캐릭터로 대체되었다.


    K/DA
    Pop/Stars
    라이엇 게임즈
    2018년 11월 4일

       


    2위. 오마이걸 – 비밀정원

    김영대: 오마이걸이 쉬운 공식에 안주하지 않는 그룹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커리어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다.


    오마이걸
    비밀정원
    W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9일

      


    1위. (여자)아이들 – Latata

    미묘: 꼼꼼한 연출과 잘 다져진 프로덕션, 그리고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존재감과 풍부한 표현력. 눈에 확 띌 만큼 가시적으로 도전적인 애티튜드와 격렬한 기세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여자)아이들
    I am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2일

       


    1st Listen : 2019년 1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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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190120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혁, 여자친구, 에이티즈, 루커스(LU4US), 이민혁, 페이버릿, 아스트로, 드림캐쳐, 유승준, 방용국, 효민을 다룬다.
    Boy with a star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2일

       

    무던한 가사를 무던한 선율 위에 실어 아득히 뻗어내는데, 묘하게 귀를 잡아끈다. 약간의 비음이 섞여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음색과 잔 기교 없는 가창 스타일이 은은한 호소력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차분히 쌓아 올려지는 편곡 역시 힘을 보탠다. 그의 커버곡 영상들을 눈여겨봤던 분들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여자친구
    Time for us
    쏘스뮤직
    2019년 1월 1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해야'는 전반부는 밝고 경쾌하게 전개돼 평소의 여자친구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곡처럼 다가오다가 후렴으로 가면서 햇살 아래 갑작스레 그늘이 지듯 쓸쓸하게 변화하는 멜로디의 구성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곡의 종반부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은하의 애드립이 묘하게 여운을 남긴다. 연주곡을 포함해 13트랙으로 꽉 채워진 정규앨범인데, 곡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각각의 테마를 가졌음에도 앨범의 통일성 또한 이뤄지고 있어 여자친구의 노래를 좋아해 온 팬들이라면 결코 거부할 수 없을 음반. 귀에 남는 수록곡은 정통 여자친구 스타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Love Oh Love', 일본 발표곡을 한국어판으로 새로 수록한 'Memoria', 몽환적인 사운드의 'You are not alone', 차분한 가운데 멤버들의 음색이 하나하나 뚜렷이 들여오는 '보호색'.



    에이티즈
    TREASURE EP.2 : Zero To One
    KQ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여러모로 전작의 기세를 계승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트랩, 힙합, EDM 등 다수의 장르를 한데 뒤섞고 에스닉한 힌트를 가미한 타이틀 'Say My Name'은 어떻게 보아도 데뷔곡 '해적왕'의 후속작이 아닐 수 없다. 중독성 있게 맴도는 후렴구의 훅과 후반부에 급변하며 짜릿하게 몰아치는 사운드 역시 전작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곡의 임팩트를 생각하면 일견 납득이 가는 행보. 'HALA HALA'부터 몰아치던 텐션을 상대적으로 칠(Chill)한 무드의 'Desire'와 'Light'으로 잠시 늦춘 뒤, 격정적인 뭄바톤의 'Promise'로 다시금 몰아치며 두 번째 여정은 마무리된다. 이제 겨우 데뷔 3개월 차인 신인으로선 준수한 완성도의 소포모어작. 느른하고 섹슈얼한 텐션이 돋보이는 'Desire'와 패기 넘치는 'Promise'를 추천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데뷔작의 프리퀄 격이라는데, '해적왕'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이야기의 초점을 세분화했다. 활동 곡인 'HALA HALA'와 'Say My Name'에서는 대외적 이미지-강한 퍼포먼스와 세계관을 갖춘 아이돌-을, 수록곡에서는 팬덤에게 스며들 수 있는 부드럽고도 내밀한 이미지를 양분했다. 의외로 아이돌 앨범의 정석을 관통하는 EP. 그들이 제시한 이미지 그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 해도 아쉽지 않다. 'HALA HALA'의 퍼포먼스 비디오가 주는 화려함과 딥하우스의 야릇한 느낌을 끄집어낸 'Desire'의 갭 모두 놓칠 수 없다.



    루커스
    FAKER
    JWK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5일

       

    L.A.U.로 활동하던 3인조 팀을 4인조로 재편해 새 이름과 함께 돌아왔다. 하지만 음악에서 그리 새로운 부분이 읽히지는 않는다. '남.사.못.' 때에는 통속적인 곡에 극소량의 '퓨처'를 어떻게든 가미해보려는 시도가 보였으나, 'Faker'는 2000년대 중후반 보이그룹 내지는 남성 보컬 그룹의 흔한 수록곡 느낌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퍼포먼스보다는 보컬에 더 강세를 보이는 그룹인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 인원에 맞추어 새로이 녹음한 곡들에서 이전과 달라진 부분을 특정해내기 힘들다는 것 역시 커다란 맹점이다.



    이민혁
    HUTAZON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5일

       

    지킬 앤 하이드를 모티브로 삼으며 섹시와 청순을 아우른 기획이라는 설명이 없었더라면 트랙 리스트가 다소 산만하다고 느꼈을 터. 왜냐하면 인트로에서부터 뚝뚝 흐르는 섹슈얼한 텐션이 갑자기 그룹 색깔이 훅 느껴지는 포근함으로 방향을 홱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선명하게 다른 두 이미지는 HUTA와 (비투비의) 이민혁으로도 읽혀 흥미롭지만, 앨범의 통일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첫 정규 솔로 앨범이 주는 무게감 혹은 욕심에 기인한 듯한데, 곡의 퀄리티는 그 무게와 욕심에 걸맞게 고루 높은 편이다. 남자 솔로 아이돌돌의 섹시를 충실히 구현한 'YA' 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파티튠의 '너도? 나도!', 그리고 팬덤과의 두터운 관계성이 돋보이는 '오늘 밤에'에 주목해 본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이렇게 많다고 주장하는 듯한 트랙들이 묘하게 풋풋함을 자아내는 건 덤.



    페이버릿
    LOCA
    애스토리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5일

       

    타이틀곡 'Loca'는 이전의 디스코그래피와는 또 사뭇 다른 곡으로 라틴 음악을 연상케 하는 멜로디와 사운드, 반복적이면서도 힘있게 보컬이 뻗어 나가는 후렴구가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그룹의 색깔이 아직 확실히 대중에게 각인되기 전 트렌드를 쫓으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단계로 보이는데, 수록곡들 또한 여러모로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수록곡 'Fancy'와 'Hush'의 랩파트는 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정도로 완성도 있게 짜여 있으니 체크해보시길. 상대적으로 경쾌하고 발랄한 색깔의 '둘이서'는 앨범 안에서는 조금 이질적이긴 하나 보컬의 매력이 잘 살아있어 지난 '딱 내꺼'나 '어느 별에서 왔니?' 같은 곡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트랙.

    동화적인 기조 위에 엉뚱한 킥을 더해 진부함을 교묘히 비껴가던 이전 스타일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대대적인 방향 선회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물의 만듦새가 나쁘지는 않으나 전형적인 레게 톤-뭄바톤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 (조금 늦은 유행인 감을 차치하고서라도) 진부함만 한껏 증대되고 말았다. 전보다 힘을 준 퍼포먼스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구도들이 나열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보다 더 주도면밀한 프로듀싱이 필요하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신인 아이돌들에게 초고속 컴백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지만 페이버릿은 꿋꿋하게 짧지 않은 컴백 텀을 유지한다. 시간이 충분한 만큼 제법 그럴싸한 앨범을 완성한다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전작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전형적인 뭄바톤 장르의 타이틀은 분명 중독성 있지만 어디서 들어봄 직하다. 차라리 아예 레게를 더 끼얹은 'Fancy'가 이 팀의 색을 더 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미지의 성장과 성숙을 꾀한 것은 좋으나 속도 조절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아쉽지 않기에 디스커버리를 남겨본다.



    아스트로
    All Light
    판타지오 뮤직
    2019년 1월 16일

       

    첫 정규앨범인 만큼 팀 특유의 청량감이 아낌없이 강조되어 있으면서도 단조롭고 뻔하지 않게 트랙의 배치에도 공을 들였다. 첫 트랙 'Starry sky'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어도 손색없을 트렌디한 사운드와 후렴구가 강렬히 다가오는 곡. 타이틀곡 'All Night'는 '간질간질', '포근포근', '나른나른' 같은 단어의 반복으로 멜로디에 리듬감을 살리는 후렴이 매력적이다. '1 in a million'과 'Love wheel'은 아마 팬들이라면 '이 맛에 아스트로 합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 팀이 지닌 장점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한편 갑작스레 위험한 남자처럼 눈빛을 바꿔 다가오는 듯한 가사의 'Moonwalk'나, 낯선 이에게 익숙한 연인처럼 역할극 같은 사랑을 하자며 충동적으로 유혹하는 'Role play' 같은 곡은 이전에 알고 있던 아스트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긴장감을 만든다. '숨바꼭질'과 '숨가빠'의 소년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청량함 속에 섹시함을 은근히 감춰 유혹할 줄 아는 청년들이 된 듯한 아스트로의 정규 앨범.

    이번 회차의 추천작

    최근 '소년미'라 불리는 이미지를 표방하며 데뷔한 청량 보이그룹들이 연차에 맞추어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스트로의 경우 기존의 상쾌한 기조를 유지하되 전작에 이어 사운드의 습도와 농도를 높이며 성숙함을 더 했다. 초기작인 '숨가빠'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탄산음료로 비유되었던 바 있는데, 현재의 아스트로는 탄산음료 베이스의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이틀곡 'All Night'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묵직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판 메뉴가 될 명분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다만 수록곡들보다도 선명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 분명한 주종 전환보다 절묘한 배율 조절을 맛보고 싶다면 수록곡들을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추천곡은 럼을 진하게 탄 럼코크 'Role Play', 그리고 산뜻한 모히토와 진토닉 'One In A Million'과 'Merry-Go-Round'.



    드림캐쳐
    하늘을 넘어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6일

      

    데뷔 3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팬송격의 디지털 싱글. 꾸준히 드림캐쳐의 음악 세계에 관여해온 LEEZ와 Ollounder가 참여했다. 드림캐쳐의 곡들은 흔히 '애니 송 같다'는 평을 듣곤 하는데, 비유하자면 마치 주간지 '점프' 계열 소년 만화의 오프닝 송으로 타이업 되어야 할 것 같은 활기와 에너지로 힘차게 내달리는 곡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험 활극을 펼치며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하면 설명이 빠를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발매된, 마찬가지로 팬 송이었던 'Full Moon'이 그간의 타이틀곡과 다르지 않게 어둡고 음산한 메탈 장르였던 것을 생각하면 꽤 이질적인 부분. 역대 타이틀곡 중 가장 밝은 축에 속했던 '날아올라'보다도 훨씬 '밝은' 분위기를 자랑하는데, 어쩌면 '악몽 시리즈'를 드디어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도움닫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드림캐쳐의 하늘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길은 어떨지, 일단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유승준
    Another Day
    YSJ 미디어 그룹
    2019년 1월 18일

       

    10여 년 전 소년 같던 청량한 음색이 그대로 여전하면서도 한 편 음악 스타일 또한 그 당시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전성기 그를 여전히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오랜 갈증을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던 탓인지 조금은 김이 빠지며 오랜만에 내놓은 앨범치고는 볼륨도 아쉽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곡들임에도 'Another Day'에서는 '그땐 너무 어려서 생각이 어리석었어', '난 무섭고 또 두려워 용서받기 전에 잊혀질 것 같아서'처럼 감정적으로, 또 'Rat-a-tat- (Tat)'의 랩에서는 '음악은 음악일 뿐 음악만은 인정해'라며 직언으로 가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그간의 후회를 내비치는 등,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려 한다. '내 장점은 단점을 먹었쓰 / 잘 나갈 땐 모두를 씹어 먹었쓰 / 욕도 먹을 만큼 먹었쓰'나 '예전에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이고 / 불혹을 넘은 나이고 아이가 넷이고, 아이고' 같은 라임은 너무나 2000년대 초반 감각 그대로라 듣는 이가 조금 민망해지기도. 'People Don't Know'는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한 곡으로 단조로운 멜로디와 비트가 반복되는데, 뮤직비디오에선 모처럼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곡을 굳이 추천하자면 'Califonia'. 가사에 구차한 자기변명도 없고 트렌드와 크게 상관없이 가볍고 흥겹게 들을 수 있는, 전성기 그의 노래가 갖고 있던 미덕이 남아있다.



    방용국
    히키코모리
    방용국
    2019년 1월 20일

       

    TS를 떠난 이래 내놓은 첫 작품이란 점에서 방용국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곡이라 할 만하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아트웍, 영상 기획 등에도 고루 참여하며 프로듀서 방용국이자 사장 방용국의 역량을 보여줬다. 커리어의 첫 테이프를 끊는 곡은 기반을 닦기 위해서라도 상업적으로 반향이 있을 만한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인데, 방용국은 그런 것은 애초에 할 줄 모른다는 듯 매우 어두운 자전적 트랙을 내놓았다. 까끌까끌한 톤이 트랩 비트와 어긋나 흘러가고, 뮤직비디오는 환호가 끝난 뒤 엉망진창 방 안으로 들어와 스스로 가두는 그의 모습을 비춘다. 마지막 코러스의 절규하는 샘플에 맞춰 비명을 지르는 연기가 여운을 남긴다. 이 시점에 왜 이런 노래일까 추측해보면, 창작자 방용국은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닐까. 세상으로부터 숨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이 노래로 다시 세상과 만난다.



    효민
    으음으음(U Um U Um)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2019년 1월 20일

       

    '으음으음'은 경쾌한 비트에 심플한 멜로디, 힘 있는 안무에 효민의 음색이 잘 조화되어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노래로 완성되었다. 여태 효민 발표했던 곡 중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의 건강미 넘치는 매력이 부담스러운 섹스어필 콘셉트가 아닌 노래에서 비로소 100% 발휘되는 느낌이다. 'MANGO'에 이어 황유빈 작사가가 참여한 곡으로, 효민과의 케미가 좋은 가사라는 생각이 들기에 앞으로 좀 더 작업을 함께 이어나가 보면 어떨까 싶은 사견을 보탠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실려 온 사랑에 잠겨 들어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곡의 산뜻한 분위기에 촉촉한 효민의 보컬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일렁일렁'과 'in love in love'의 라임도 그렇고 곡의 한쪽을 채우는 허밍 모두 싱글에 얹은 색감과 일치해 안정감을 준다. 단정하고 정갈한 한 조각.



    인터뷰 : 골든차일드 홍주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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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7일 늦은 오후,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나이 많은 노래를 리메이크해 찾아온 골든차일드의 메인 보컬 홍주찬을 만났다. 인터뷰를 하며 그가 가장 자주 입에 담은 말은 ‘고민’이었다. 데뷔 3년 차를 맞이한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어쩌면 당연한 선택지일지도 모를 이 말은, 그러나 그 당연함이 마냥 당연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 말을 입에 담는 이의 눈과 입매에 어린 굳은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막 스물을 건넌, 데뷔 후 첫 솔로 싱글 ‘문제아’를 발매한 주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오랜 시간 하나의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이의 단단함과 의연함이 있었다.
    홍주찬

    골든차일드 홍주찬

    첫 싱글 ‘문제아’

    싱글 발매 당일에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발매를 눈앞에 둔 소감이 어떤가요?
    우선 걱정이 앞서고, 긴장이 많이 되네요. 책임감도 커서 부담도 좀 되고요. 이따가 멤버들에게도 발매 전에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하는데, 제가 ‘많이 고민된다, 걱정된다’고 하면 또 한없이 진지하게 들어주고 얘기해주지 싶어요. 그런 식으로 멤버들에게 고민을 좀 덜어 놓을까 생각 중입니다.

    걱정이 많이 되나 봐요.
    처음 ‘문제아’를 들었을 때 힘이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제가 받았던 그 느낌을 들어주시는 분들께서도 느끼게 해드릴 수 있을지가 제일 큰 걱정인 것 같아요.

    발매는 2월에 하게 되었지만, 꽤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노래라고 알고 있어요. 처음에 대표님이 들어보라고 권했다던데, 평소에도 종종 있는 일인가요?
    ‘네 목소리랑 어울릴 것 같다’고 연습해봤으면 하는 곡들을 가끔 말씀해주실 때가 있어요. ‘문제아’도 처음엔 그런 곡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정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요. 그래서 녹음 들어가면서 더 고민이 많았어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바로 느꼈던 ‘힘이 된다’는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또 원곡은 살짝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잖아요. 그러면서도 더 클래식 선배님들만의 맑은 감성이 있고요. 우울하고 침울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너무 우울해지지는 말고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나만의 맑은 감성을 더해보자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 가사를 봤을 때부터 마음에 무척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더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 욕심과 고민을 결국 어떻게 해결했나요?
    막상 녹음을 해보니까 저절로 해결됐던 것 같아요. 어떤 느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또 어떻게 불러야 편안하게 들릴지 전부 다요. 박용준 님이 직접 디렉팅을 봐주신 것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박용준 씨를 전에도 알고 있었나요? 사실 노래도 주찬 씨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곡이죠.
    솔직히 잘 몰랐어요. 보통 더 클래식하면 김광진 선배님이 익숙하잖아요. 이번에 알게 되면서 이것저것 많이 찾아봤어요. 그런데 ‘문제아’는 공연 영상도 없고 딱히 찾아볼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녹음할 때 직접 오신다고 해서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물론 막상 뵙고 나니까 워낙 인자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오히려 부담을 많이 덜었어요. 제 목소리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복면가왕’에서 부른 노래를 들으셨다면서 ‘목소리가 굉장히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리메이크를 허락해 주신 것 같기도 해요. 녹음하면서도 결과물을 꽤 마음에 들어 하시고 흡족해하시는 것 같았어요. 이번에 믹싱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드문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골든차일드 홍주찬

    “제가 받았던 힘이 된다는 느낌을 들어주시는 분들께서도 느끼게 해드릴 수 있을지가 제일 큰 걱정인 것 같아요.”

    오히려 오리지널 보다 어려운 게 리메이크 작업이잖아요. 원곡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홍주찬이라는 사람의 어떤 면을 가장 강조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감성 짙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나이에 맞지 않는, 좀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의 가장 큰 강점으로 생각하기도 해서 좀 더 자주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이에요.

    혹시 ‘문제아’를 들을 때 ‘이 부분에 신경 써서 들어주세요’ 부탁하고 싶은 파트가 있나요?
    후렴 들어가기 바로 직전이요. 노래하면서도 ‘여기는 내가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파트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완곡을 부른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까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이 곡을 최대한 차근차근히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녹음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아, 이 부분에서는 좀 더 감정을 몰입해서 표현을 해봐야겠다’ 싶었던 것 같아요. 후렴에서는 가성을 잘 살리고 싶어서 그쪽에 더 집중했거든요. 그래서 그 직전 부분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그런 느낌을 좀 더 잘 담아내고 싶었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학습과 성장의 한 단계를 밟아가는 느낌이네요. 뮤직비디오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홍주찬’이라는 사람을 영상으로 만든 것 같다고 할까요. 같은 일본이어도 도쿄가 아닌 가마쿠라, 이동하더라도 자동차가 아니라 전차, 이런 것들이요.
    전체적인 컨셉은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짜오셨는데 제 의견도 꽤 반영해 주셨어요. 제가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도 하거든요. 연기를 처음 하다 보니까 궁금한 게 많아서 전반적인 연기나 표현 방식 같은 부분에서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감독님이랑 많이 상의하면서 촬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바닷가 장면이 좋더라고요. 빛 쓰임도 좋고, 정말 여행을 떠난 느낌도 들고요.
    바다 신에 제가 직접 캠코더로 촬영한 부분이 나오거든요.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으면서 바다도 함께 찍는 장면이 있는데 제 아이디어였어요. 찍힌 걸 보고 감독님도 좋다고 하셔서 뮤직비디오에 쓰이게 됐죠. 촬영하면서도 걱정을 진짜 많이 했어요. 촬영 날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거든요. 머리랑 얼굴에 모래고 뭐고 다 붙어가지고. 그래서 뮤직비디오에 얼굴 클로즈업이 별로 없습니다.

    팬들은 아쉬워하겠어요.
    그… 안 보시는 게 더 좋을 거예요. 그 부분은. (웃음)

    홍주찬 '문제아' 뮤직비디오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으면서 바다도 함께 찍는 장면이 있는데 제 아이디어였어요.”

    그러고 보면 ‘복면가왕’도 그렇고, 싱글 ‘문제아’도 그렇고, 데뷔 전 W 프로젝트 때도 듀엣곡 ‘너 같은 사람 없더라’가 첫 타자였죠. 이렇게 계속 첫 타자로 나서는 데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엄청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부담감 종류는 때에 따라 조금씩 달랐어요. ‘너 같은 사람 없더라’ 때는 데뷔 전이었고 ‘복면가왕’은 데뷔 후잖아요. 골든차일드라는 팀을 중심에 두고 각각의 위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좋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멤버들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같이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Y 형이라든가 승민이 형 같은 멤버들에게 자주 고민 상담 신청을 했어요. ‘너무 긴장된다’, ‘난 못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제가 고민을 막 털어놓으면 멤버들이 절 믿는다는 말을 계속해주면서 용기를 줬어요. 늘 멤버들이 큰 힘이 됩니다.

    평소에 멤버들이 어떤 식으로 힘이 되어주나요?
    제가 자신이 좀 없는 편이에요.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런가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티를 안 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라 그래요. 그래서 오히려 연습할 때 자신 없는 부분이 더 많이 드러나거든요. 멤버들도 그런 저를 잘 알고 있어서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들을 자주 해줘요. ‘잘하고 있다’, ‘잘한다’, ‘잘 어울린다’는 말들. 그런 말들이 힘이 되더라고요. 너무 고맙죠. 이번에 다쳤을 때도 멤버들에게 많이 기댔어요. 스스로 너무 힘들기도 했고 마음이 많이 조급해지기도 했었는데 멤버들도 회사 분들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냥 알아서 다 채워주겠다’라고요.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꾸준히 계속 멤버들에게 기댈 예정입니다. (웃음)

    골든차일드 첫 솔로곡인데 멤버들이 부러워하지는 않았나요?
    안 부러워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제가 처음 솔로곡 나온다고 했을 때 다들 저보다 훨씬 더 신나 했어요. 저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서 멤버들에게 조심스럽게 ‘솔로곡 나온대’하고 얘기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해 주더라고요. 언제 나오냐고, 어떤 곡이냐고 계속 물어보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더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제 걱정은 좀 내려놓고, ‘멤버들이 이만큼 좋아해 주는구나’ 생각하면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2편으로 이어진다.

    진행 : 김윤하 | 편집 : 김윤하, 조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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