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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8년 9월 초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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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공원소녀, 여주인공, 소녀시대-Oh!GG, 더보이즈, 블록체인, 스펙트럼, 립버블, 오마이걸, 펜타곤, 샤이니, 데이식스의 음반을 다룬다.
공원소녀
밤의 공원 part one
키위 미디어그룹, 키위팝
2018년 9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팀 이름에 잠시 멈칫했다가, 소녀시대도 방탄소년단도 우주소녀도 성공했는데 아무렴 어때 싶다. 초반부터 착실하게 멜로우 R&B 코드를 따라가다 후렴을 별빛처럼, 산들바람처럼 처리한 딥하우스 곡. 팔로 달을 형상화한 안무도 예쁘다. 비슷한 신스를 썼던 f(x)의 ‘4 Walls’보다는 베이스를 줄여 가벼운 느낌으로 완성했다. 곡을 만든 사람들은 메이나인과 라노라는 낯선 이름의 신진 작곡가라 살펴봤더니 김형석이 수장으로 있는 키위팝 소속이었다. 일본에서 온 장신 쇼트커트의 보이시(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느끼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기에 소통의 수월함을 위해 부득이하게 쓴다) 멤버인 미야의 존재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곡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콘셉트가 아니고 본인이 원래 선호하는 모습이라 한다. 미니 원피스를 입은 다른 멤버들과 어우러져 추는 군무에서도 균형을 깨지 않으며, 오히려 신인인 공원소녀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f(x)의 엠버가 미국발 톰보이 인상이었다면 미야는 젊은 시절 아마미 유키 같은 다카라즈카형 예능인의 향취를 풍긴다.

여러 번 앨범을 들어봐도 인상적인 곡 또는 소절이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멤버들에게 최적인 스타일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너무 안전하게만 가려 했던 것은 아닌지. 사운드에 공을 들인 흔적은 느껴지지만 뚜렷한 이미지가 남지 않아 조금 아쉬운 데뷔 앨범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Let It Grow ~ a little tree’.



여주인공
왕자님 (Prince)
GR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5일

   

리드미컬한 청순계 아이돌의 음악적 노림수들을, 생각보다 잘 사용하는 편이다. 곡이 일단 탄력이 붙기 시작한 뒤로는 생각보다 진행도 탄탄하다. 자꾸 단서가 붙는 것은 곡의 도입부와 후렴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인상이 너무 흐릿한 첫 버스는 이후에 대해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딕션이 불분명한 섹션 역시도 확실하게 집중력을 발휘한 뒤에 등장했더라면 전혀 다르게 들렸을 것이나, 지금의 배치로는 기대감을 떨어뜨린다. 후렴은 멜로디가 아기자기한 것까지는 좋지만 조금 유치하게 들리는 것도 안타까운 사실. 그런 점들이 보완됐더라면 ‘여주인공’과 ‘왕자님’이 활자 단위에서 뿜어내는 어떤 기운과, 이에 상당히 부합하는 가사나 테마 등이 조금은 다르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소녀시대-Oh!GG
몰랐니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5일

   

완전체보다 멤버는 줄었으나 그래서 오히려 밀도가 좋아진 느낌도 있다. 파트도 각자가 잘 부를 수 있는 음역대로 잘 나뉘었다. 1절과 2절에서 각각 태연과 써니가 비슷한 듯 다른 방식으로 불러내는 프리코러스가 일품. “Give it all to ‘me’”의 벤딩을 준 가성이 청자를 확 감는다. 현재 활동이 가능한 멤버끼리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지키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유닛으로 나왔다는 것은 미래의 재결합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몰랐니’라는 곡이 기존에 SM에서는 잘 나오지 않던 스타일의 곡이라 예외를 두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 2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뭄바톤 같은 ‘뜨거운 튠’에는 필연적으로 뽕끼가 들어있는데(이것이 반드시 한국적인 느낌일 필요는 없다), SM은 소녀시대 전성기 때부터 적극적으로 기용한 북유럽 작곡가진을 통해 긴 시간 그런 뽕끼를 빼는 작업을 해왔다. (슈퍼주니어는 언제나 예외였다.) 이번에는 그것을 뒤집는 곡을 내놓았고, 경력이 오랜 멤버들은 그런 곡을 이제까지의 세련을 간직한 채 그들 나름의 뜨거움으로 풀어낸다.

그룹명에 관해 한 차례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우려를 상쇄하듯 어김없이 매끈하게 잘 빠진 결과물을 들고 나왔다. 어느덧 소속 멤버들의 커리어가 10년을 넘어갔다는 점을 여러모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여태껏 본체로서 도전해본 적 없던 장르의, 소화하기가 상당히 녹록지 않은 곡임에도 모든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능수능란하게, 고르게 각자의 몫을 수행해내는 점은 물론이다. 가장 주목하고 싶은 것은 수록곡 ‘쉼표’인데, 안드레아스 오버그가 빚어낸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 위에 얹어진 가사는 마치 멤버 본인들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각자의 전장을 쉼 없이 달려온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같기도 해서 별수 없이 마음이 오래도록 머물고 만다. 미처 귀 기울일 기회 없던 멤버들의 목소리가 빠짐없이 들린다는 점에서도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그런 트랙. 10년이 넘도록 굳건한 존재감, 커리어, 이름값에 더불어 이런 트랙을 선사해 주시는데 어찌 당해낼 수 있으리.

공백기와 빈자리를 채우며 ‘소녀시대’만의 에센스를 뽑아낸, 능숙함이 돋보이는 기획이다. 귓가를 스치는 에스닉한 보컬 소스와 농도를 달리하는 보컬의 운용 등 ‘몰랐니’를 구성하는 요소요소는 쉽게 한눈팔지 못하게 한다.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듯하나 조급해 보이는 이 곡은 보컬이 가진 매력을 재빠르게 선보인다. 효연의 매력적인 중저음에서 유리의 촉촉한 보이스로 넘어가는 두 번째 버스의 흐름이나 앙큼한 톤의 써니와 날카로운 태연이 교차하는 브리지를 주목할 만하다. 커플링 곡인 ‘쉼표’는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그간 쉼 없이 달려왔던 소녀시대가 잠시 숨을 돌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소녀시대는 그대로니 안심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 같아 괜히 더 든든하게 들리는 싱글이다.



더보이즈
The Sphere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5일

   

더보이즈는 언제 보아도 ‘청량하게’ ‘잘한다’. 음악도, 대인원의 군무도. 신진 기획사에서 이런 매끈한 기획이 나온다는 점에 번번히 고무된다. 발랄한 마이너 멜로디 사이로 한 번씩 메이저 코드가 딱 한 박자 ‘팡’ 하고 터질 때의 상큼함, 이런 느낌을 다른 어떤 기믹이 아니라 음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더보이즈의 훌륭한 점 중 하나다. 아직까지는 데뷔 이래 간직해온 상쾌소년 무드를 전향하지 않고 그대로 가고 있는데, 빅네임들이 거의 대부분의 지분을 잠식한 지금의 케이팝 시장에서는 역시 쉽지 않은 일 같다. 흠잡을 곳이 없어서 언제든 뜨면 뜨겠지 싶은데, 또 그런 완벽함이 타깃 오디언스에게 덜 통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 같은 뚝심도 좋지만 MSG를 조금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캐스퍼 라디오 〈김앤박의 Best New K-Pop〉에서 김윤하가 언급한 “샤이니가 부르는 빅스의 ‘다칠 준비가 돼 있어’ 같지 않나”던 한 마디가 자꾸만 생각나고 만다. 이를테면 타이틀곡 ‘Right Here’는, 빅스로 대표되는 ‘비장한 구애’를 샤이니풍의 쨍한 청량-소년미로 재해석한 곡이다. 씩씩한 청량미를 내세운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궤를 같이하나, ‘어차피 네 자리는 바로 여기야’라는 당차고 기개 있는 외침을 반영하듯 사운드에 묵직한 밀도가 더해졌다. 퍼포먼스 역시 촘촘한 공간감이 더해지면서 이전작보다 훨씬 멤버 개개인에 집중하기 편한 구도가 되었다(비슷한 연차의 신인 중에서 다인원이라는 점을 이렇게 제대로 잘 활용하는 팀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보컬 수행력이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는 숙제는 남았지만, 디렉팅을 통해 어느 정도는 상쇄하고 있어 크게 거슬린다는 인상은 없다. 패기와 활력 넘치는 신인 특유의 상승세가 한껏 느껴지는 싱글. 밀고 당기는 상쾌한 리듬감이 훌륭한 ‘L.O.U’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확실히 캐치하다. 두세 개의 멜로디를 골조로 해서 타이트하게 짜냈다. 멜로디는 분위기를 차근차근 고조시키다 적시에 때릴 줄 알고, 화성은 이를 전체적으로 감싸 안아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그 중 훅인 “Woo na ×5”가 반복되면서 피라미드 대형의 군무가 움직이는 모양새는 짜릿하다. 조금 답답하게 들리지만, 이어폰으로 적당히 들을 수 있는 음질과 한두 명씩 카메라에 눈도장을 찍는 듯한 구성의 안무에서 엑소의 ‘으르렁’이 연상된다. 그러나 이들이 쌓은 이미지가 착하고 단정해선지 카운터펀치보다는 수려한 스텝이 곁들여진 스트레이트 정도로 보인다. 정석을 따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치명적이지 않다. 박경의 뻔한 작법이지만 살짝 장난스러우면서도 순진한 ‘지킬게’에 마음이 살짝 녹아든다. 할 거면 좀 더 과감하게 파워 순정남이 되거나, 아니면 살짝 얄밉고 못된 구석이 있는 남주가 되면 좋겠다. 순정파 서브 남주도 좋지만 여주의 사랑을 받는 건 어차피 남주니까.



블록체인
Break The Mold
AF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6일

  

혹시 투자를 유치하기 좋은 네이밍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유튜브에서 검색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아쉬움을 여기에 적고자 한다. 곡에 사용된 사운드는 대체로 썩 나쁘지 않고, 그중에서도 카랑카랑한(grit) 베이스는 제법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곡 전체의 구조가 쭉쭉 뻗기보다는 장면전환의 연속처럼 구성돼 있는데(block?) 그 연결들(chain?)은 훨씬 유기적일 수 있었다. 실은 보컬과 랩의 토막토막도 각자 흐름을 구성하기보다는 분절돼 있는 편이라 더욱, 하나의 완성된 팝송이라기보다는 짤막한 데모 영상의 음악’들’ 같다. 그것을 스타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것이라면 각각의 장면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다시 전체적인 흐름의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스펙트럼
Dear my
WYNN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6일

   

〈믹스나인〉으로 얼굴을 알린 멤버 故 동윤의 유작. 역시 멤버인 재한이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중량감이 잘 살아있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팝 발라드. 1절이 지난 뒤부터 등장하는 비트에 필터가 걸려 있어 뻔한 전개를 살짝 피해가며 여전히 피아노가 활약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선택. 후반에서 신스 스트링이 너무 날 것인 데다 컴프레션이 과해 보컬 솔로가 눌리는 등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안타까운 감성을 담담하면서도 처연하게 잘 표현한 편. 팀의 입장은 아직 본때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겠지만,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실을 건강하게 품어내는 쉼표가 될 법한 곡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립버블
Yellow Pink
제니스 미디어 콘텐츠
2018년 9월 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데뷔하고 1년 반 만에 두 번째 싱글을 내는 아이돌이면 보통은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립버블은 그 산뜻한 예외다. 무엇보다 앳된 목소리로 시끄럽게 떠들며 방방 뛰어대는 기세가 시원하다. 디스코 영향권의 댄스록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신스와 아날로그 신스, 디스토션 기타를 뒤섞어 콸콸 쏟아붓는 사운드도 거침없다. 약간의 ‘사차원’ 코드도 ‘신남’의 포화상태에서 비롯되는 왜곡에 가까워 지겨운 느낌 없이 즐거움을 안긴다. 그렇다 보니 뮤직비디오의 8비트와 16비트를 오가는 게임 이미지나 ‘Sexy’ 같은 글자들도 어느 정도 유머로 받아들이게 된다. 저연령 코드의 함량이 높아서, 책임 있는 현대 사회의 성인 남성이라면 경각심을 가져 마땅한 부분도 있지만, 볼륨을 낮춰도 전혀 바래는 기색 없는 씩씩한 에너지만큼은 분명 탁월하다. 프로듀싱을 맡은 박지후와 박지환이 과거에 작업했던 밍스에게 그리움이 있는 이라면 만족 그 이상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트랙.



오마이걸
Remember Me
WM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0일

   

전작 ‘비밀정원’으로 한껏 끌어올린 오마이걸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 곡. (중간에 원숭이가 있었던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확실히 상승세. 무대 위의 에너지에서 전성기로 치닫던 선배 걸그룹들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비밀정원’에 이어 ‘불꽃놀이’의 가사도 작사가 서지음의 작품. 깊고 친밀한 유대감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전작이 신중한 초대를 주제로 했다면 이번 곡은 함께 쌓은 시간의 아름다움을 기념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연애감정 가사가 많은 아이돌 판에서 이러한 성장서사적 가사는 반복할수록 돋보인다. 전통적인 가요의 기승전결을 착실히 따른 ‘비밀정원’과 달리 이번 곡은 스트럭처에 약간의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가 다소 아쉽다. 주제에 맞게 파티 EDM처럼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부분들이 있는데, 드롭이 나올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바로 버스를 이어 붙여놓아 ‘응?’ 하게 된다. 뻔한 느낌을 피하려는 의도인 듯하나, 되려 김이 빠져서 임팩트 있는 전개가 되지는 못한다. 다만 가사나 안무 등 다른 요소들이 튼튼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프로덕션으로 완성되었다.

“멋지고 놀라운 것”을 심어둔 소녀들의 비밀정원은 모두의 하늘정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 하늘정원에서 소녀들은 ‘너’와 함께 본 불꽃놀이의 아련한 추억을 EDM 비트에 실어 펑펑 쏘아 올린다. 우선 전작서정성을 계승하는 범위 안에서, 음악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꾀한 것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없던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보통은 뒤쪽에 배치되기 일쑤였던 랩 파트를 앞으로 끌어오고, 거기에 걸스힙합 장르의 퍼포먼스를 얹은 점이 특히 그러하다. 오마이걸이 여태까지 시도한 적 없었던 것들을 전부 시도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룹의 정체성을 크게 해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바나나라던가 비슷한 것이 떠오른다면 기분 탓입니다) ‘오마이걸다운 성장’에 대해 프로덕션이 나름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했음이 증명되는 듯하다.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약간의 물음표가 남지만,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역시나 어떤 원숭이가 떠오른다면 그것은 단연코 기분 탓입니다). 납득도 되거니와, 이번에도 빠짐없이 양질의 트랙으로 앨범을 채웠다. 지금까지 워낙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꾸준히 보여온 팀이었던지라 그 역치에 다소 못 미치는 점이 아쉽다면 아쉽다. 그저, 이제 겨우 싹 틔운 “멋지고 놀라운 것”을 무럭무럭 가꿔 이윽고 꽃피우는 날이 머지않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간절히.

타이틀곡 ‘불꽃놀이’는 EDM 사운드나 랩 파트의 비중 등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도 뚜렷하지만, 수록곡 전반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화자의 태도에 주목하게 되는 앨범이다. “사랑이란 모험이야”(‘메아리’), “아마 어느새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을 거야 이제 시작하니 잘 봐 놀라울 거예요”(‘우리 이야기’) 같은 가사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수줍어하던 소녀의 이미지는 더는 보이지 않으며, 앞으로도 되돌아갈 것 같지 않다. 오마이걸 디스코그래피의 최고를 갱신해줄 만큼 인상적이진 않지만, 오마이걸의 전진이 계속되리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미니앨범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오마이걸의 정수를 보여준 ‘비밀정원’에 이어 하늘에 심은 정원, ‘Remember Me’다. 화사하면서도 씩씩한, 여리면서도 의지적인 이미지가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디테일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작은 성년이 된 아린을 들어 성숙한 이미지를 선보였다면 이번은 음악적으로 성숙함을 표현했다. 버스에서는 중저음역을 가진 비니와 미미를 활용해 화려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주고, 프리코러스에서부터 아련함을 내비치며 오마이걸스러움을 담아냈다. 수록곡에서는 유아를 주목할 만하다. 타이틀곡에서 예쁘고 아련한 느낌을 주던 보컬이 ‘메아리’에서는 툭툭 내던지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힘이 느껴지는 ‘Twilight’에서도 선명히 빛난다. 보컬의 쓰임이 전에 비해 적극적이고 다양해서 듣는 즐거움이 있다. 소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상대와의 추억을 찬찬히 펼쳐보는 얼굴에는 담담한 인상이 자리한다. 그녀의 더 멋진 성장을 기대하며, Discovery를 남긴다.



펜타곤
Thumbs Up!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0일

   

‘빛나리’로 보인 유머러스함이 이제는 이 팀의 색깔이 되어가고 있다. 연애 스캔들로 멤버 상황에 변동이 있었다만, 직후 발매된 노래는 전작보다도 깔끔한 모양새다. 속담이나 옛날 가요에서 따온 코믹한 가사는 몇 년 전의 한국 가요 씬이라면 인디뮤직에서나 볼 수 있었을 텐데, 팀 멤버가 직접 프로듀싱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이기에 기성 작곡가들보다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일단은 넓은 마음으로 들어줄 지지기반이 분명하니 작곡가의 입장으로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노래의 가사를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블루컬러 일용직 코스튬과 함께 듣고 있자면 이게 방탄소년단의 ‘고민보다 Go’ 같은 곡보다 좀 더 한국식 YOLO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유머러스함을 오래 보고 싶다.

한차례 폭풍이 있고 난 직후인지라 어떻게 되려나 했는데, 펜타곤은 펜타곤이었다. 타이틀곡 ‘청개구리’는 피식피식 웃음 짓지 않기 힘든 장난기와 말장난으로 가득한데, 곡 구조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나 여러모로 전작 ‘빛나리’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이 워낙 흥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방향 설정이라고 보아야 할까. 단지 묘하게 훨씬 더 노골적(?)으로 ‘동요틱’해진 부분이 느껴지는데(실제 우리가 아는 동요를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조적인 유머 코드를 가져왔으되 전체적인 짜임새는 세련된 팝의 그것이었던 ‘빛나리’와는 달리 어딘가 거친 ‘날 것’처럼 느껴지고 마는 부분이 다소 아쉽다. 타이틀곡을 지나니 그런 아쉬움이 어느 정도는 상쇄가 된다. 타이틀곡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던 상쾌한 기운을 한껏 끌어모아 흥겹게 폭발시키는 ‘저두요!!’, 실제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듯 그루비한 질주감을 자랑하는 ‘Skateboard’, 해맑은 긍정으로 가득한 ‘Thumbs up!’ 등 깔끔하고 준수한 트랙으로 가득해 감히 외면하기 어렵다. 마냥 밉지만은 않은 이 장난꾸러기 너드들의 미래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

‘빛나리’의 너드 콘셉트에 약간의 변주를 준 ‘청개구리’다. 밉다기보다 귀여운 장난꾸러기 캐릭터에서 펜타곤의 길을 찾은 것 같다. 엉뚱하지만 유쾌한 소년들을 보는 것은 언제 보아도 즐겁다. 다만 트랙마다 슬픔이 약간씩 드리워져 있어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다. 말만 그렇지 말썽부리지 않는 착한 친구가 함께해 달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컴백 전 이슈를 아주 완벽히 떨칠 수가 없어선가, 어렵게 띄운 분위기와 팬덤의 환상을 다시금 재편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읽혀서일지도. 얄궂게도 애이불비(哀而不悲)가 스치지만 ‘밤에 비가 내리면’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Skateboard’의 기분 좋은 질주감을 포기할 수 없다. 슬픔과 즐거움이 동시에 존재해서 쉽게 넘길 수는 없는, 오묘한 느낌의 EP.



샤이니
‘The Story of Light’ Epilogu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0일

   

조금 새삼스러운 이야기일까. ‘View’‘1 of 1’의 세련된 화사함과 샤이니의 근작이 갖는 확연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그것의 정체가 어느 때보다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신곡 ‘셀 수 없는’이다. 육감적인 패턴이지만 쿨하게 절제된 비트는 시간의 속도감을 묘사하는 듯하고, 반복적인 후렴의 멜로디는 마치 확신하기 두렵지만 내릴 수밖에 없는 결론을 몇 번이고 되뇌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 회고와 사색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트랙. 그리움과 긍지, 미련과 보람이 뒤섞이는 달콤쌉싸름함이 10주년을 맞이한 샤이니의 자기고백인 듯하다. ‘데리러 가’의 인트로가 들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물씬 드는 ‘All Day All Night’를 필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듯한 “The Story of Light”의 전곡이 매끄럽게 조율돼 이어진다.



데이식스
Beautiful Feeling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0일

   

빗방울처럼 예쁘게 흩뿌려지는 피아노와 물결처럼 나긋나긋하게 찰랑이는 기타가 상쾌하게 문을 열고, 넓은 공간감 속에서 단단한 드러밍과 보컬이 쌓아 올려지며 곡은 점점 드라마틱해진다. 굳이 전작을 언급하자면, 데뷔곡 ‘Congratulations’와 분위기적으로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데뷔 3주년 기념 팬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의도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잔뜩 일그러진 냉소와 고뇌로 가득했던 데뷔곡과는 달리 마냥 착하고 예쁘게 들린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잠시 여백을 주었다가 드러밍으로 툭 치고 올라오며 펑, 터뜨려 올리는 코러스는 그 누가 들어도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곡의 가장 큰 미덕은, 팬송의 형식을 하고 있되 듣는 이를 팬덤만으로 특정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콘페티가 어지러이 흩날리는 공연장에서 온 마음을 모아 목청껏 합창하는 엔딩 씬의 벅참을, 누군가에게는 어떠한 애틋함을 선사할 웰메이드 팬송이자 러브송.




비하인드 크레딧 : 프로듀서 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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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대문1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들,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첫 Kredit으로는 모노트리 대표 황현 프로듀서를 만났다.


Behind Kredit 시리즈

앨범 재킷의 마지막 장, 공연의 엔딩을 장식하는
빼곡히 채워진 '만든 이'들의 이름 CREDIT.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 K-pop CREDIT (KREDIT)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1. 비하인드 크레딧 : 프로듀서 황현

시리즈 전체 보기 ≫

Soul Music : K-pop 프로듀서 황현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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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대문1
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다. K-pop 작곡가 겸 프로듀서 황현이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1. Claudio Baglioni – Avrai

2. 토이 – 좋은 사람

3. ONF – Complete

4. Sigur Rós – Hoppipolla

5. Kirinji – Aliens (저작권 문제로 영상에서 제외됨)

Soul Music 시리즈

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

  1. Soul Music : K-pop 프로듀서 황현의 추천곡

시리즈 전체 보기 ≫

안무분석 노동 : 5화 –경리 ‘어젯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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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재되는 ‘안무분석 노동’. 5화에서는 7월 5일에 발표된 경리의 ‘어젯밤’의 안무를 아이돌로지 필진들이 분석한다.

안무분석 노동 시리즈

K-pop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안무를 무대 영상 기준으로 분석하는 성실한 노동과 편향적 팬심의 연재물이다. 아이돌로지 최초로 유튜브 채널에 게재되는 콘텐츠로, 마노와 별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다.

  1. 안무분석 노동 : 0화 – 아이돌로지의 첫 영상 컨텐츠
  2. 안무분석 노동 : 1화 – 블랙핑크 ‘뚜두뚜두’
  3. 안무분석 노동 : 2화 – 빅스 ‘향’
  4. 안무분석 노동 : 3화 – 드림캐쳐 ‘YOU AND I’
  5. 안무분석 노동 : 4화 – 세븐틴 ‘어쩌나’
  6. 안무분석 노동 : 5화 – 경리 ‘어젯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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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8년 9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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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효민, 호야, 메이다니, 찬열&세훈, 박보람, 갓세븐, 루첸트, 유니티, 우주소녀, S.I.S, 드림캐쳐의 새 음반을 다룬다.
효민
Mango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2018년 9월 12일

   

볼드한 색감의 뮤직비디오가 돋보이는 디지털싱글. 망고색, 레몬색으로 매칭한 의상과 아이 메이크업이 시선을 끈다. 배경이나 구도 등에서 두아 리파의 ‘New Rules’와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 뮤직비디오를 다분히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지만, 무리하게 들어간 유머 시도나 비좁은 공간감 때문에 리조트 호텔보다는 한국형 비즈니스호텔 같은 인상을 준다. 여자친구들끼리의 대화 같은 가사를 따라 뮤직비디오도 아티스트뿐 아니라 함께 하는 댄서들에게 고루 시선이 분산되도록 연출한 ‘New Rules’와는 달리, ‘Mango’는 컬러풀한 마이크들을 효민의 얼굴 주변에 모아 디스플레이하는 등 원톱 효민을 연출하는 데에 집중한다. 비슷한 그림을 추구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같은 재료를 주변적 소품으로 사용한, 영 다른 작품이 되었다.

참 오묘하다. 좋은 점과 이상한 점, 그리고 흥미로운 점을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독특한 표현과 플럭 신스를 기반으로 한 산뜻한 멜로디, 그리고 콘셉추얼한 무대는 신선하다. 그간 선보였던 섹시 콘셉트에 표정이 생겼다.
2. 콘셉추얼한 무대와 뮤직비디오의 몇몇 요소(팔꿈치까지 오는 노란색 장갑, 네 개의 주황색 마이크에 둘러싸인 안무, 애매한 유머가 담긴 뮤직비디오)는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3. 선이 뚜렷하지 않아 예술적으로나 오락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오묘한 해석의 여지는 효민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세련된 팝과, 진지한 나머지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잘 융화된다면 좋겠는데 살짝 삐끗한 것처럼 보인다. 이 모호함은 파격이라기보다는 애매함에 가까워서, 의도한 것보다 재미있지 않다.
그럼에도 나름의 컬러를 담아냈다는 점에 희망을 건다. ‘망고’에 이어 또 다른 컬러를 테마로 한 트랙이 공개될 예정이라는데, 효민만의 뚜렷하고 흥미로운 색깔을 기대해본다.

망고라는 단어를 이용한 말장난에서 빌린 사운드는 거의 트로피컬에 가깝다. 다만, 하우스가 아닐 뿐이다. 근 몇 년간 유행했던 팝의 여러 유형을 빌려온 프로덕션은 트로피컬 사운드를 덮을 정도로 잘 짜여 있다. ‘열대과일’과 ‘트로피컬 사운드’를 조합했음에도 이 곡이 여름을 겨냥했단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다. 뮤직비디오를 호텔에서 촬영한 이유도 파티는 해야겠고, 바다는 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호야
Baby U
Glorious
2018년 9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인피니트H의 ‘Special Girl’이나 ‘예뻐’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아쉬웠던 이들에게는 꽤나 반가울 만한 곡. 쉼 없이 내달려서 어딘가 답답했던 데뷔작에 비해 훨씬 듣기 좋은 싱글이다. 9년 차 아이돌 호야의 넘치는 ‘아이돌력’을 만끽할 수 있는 코레오그래피 또한 감상 포인트.



메이다니
Rainbow
M sound
2018년 9월 13일

   

1인 기획사를 차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메이다니의 새 싱글. 지난 싱글 ‘Balloon’에 이어 이번 곡도 씨케이박과 함께 작업한 본인의 자작곡이다. 어린 나이에 TV 오디션에서 발탁되어 긴 시간을 대형 기획사에서 보낸 이의 탈-기획사 행보 그 자체 같은 노래. 기획에 경험이 적다 보니 노래의 메시지나 비트의 나열은 좀 부산하지만, 보컬 실력을 잘 유지해온 그의 관록이 녹아 있다.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에 잘 어울릴 만한 인재가 아닐까?



찬열, 세훈
We Young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4일

   

둘의 조합으로 나올 수 있는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지. 둘의 중저음이 어우러져 차분하지만 적당히 흥이 난다. 큰 장점도 없지만 이렇다 할 단점도 없는 곡. 둘의 조합으로 다음번에 곡이 또 나온다면 조금은 더 욕심을 부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건강식 같다’는 인상이 들 정도로 다소 안전하게 들리는 SM 스타일 팝. 약간 밍밍한 것 같으면서도 엑소 특유의 스왜그가 은은히 담겼다. 피크를 찍지 않고 높낮이를 부드럽게 유지하는 멜로디는 마치 청춘의 항해처럼 들리고, 슬렁슬렁 어깨춤과 함께 밀려오는 메시지(‘우린 젊으니까 괜찮아’)는 힐링류의 도서가 생각난다. 그룹에서 랩을 주로 담당하던 멤버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살짝 날카롭게 들리는 세훈을 찬열의 보컬이 안정적으로 품어낸다는 것을 짚어둔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걸 해’, 참 뻔하지만요.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직접 건네는 위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오니까. 거기에 의미를 두겠습니다.



박보람
한 잔만 더 하면
Stone Music Entertainment, MMO 엔터테인먼트, Fron+Desk
2018년 9월 14일

   

박보람의 노래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이지 리스닝 케이팝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혼자 술을 마시며 연애 감정에 취해 맘 졸이는 심정을 담은 가사와 VHS 영상처럼 보이도록 필터를 잔뜩 입힌 영상미가 어우러져 ‘인스타그램 감성’이라 해도 좋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갓세븐
Present : You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7일

   

여러모로 전작 “Eyes on You”의 연장선상에 있는, ‘확장판’ 같은 느낌을 주는 풀렝스 앨범. “7 for 7” 때부터 추구하기 시작한 음악적 변화를 이번 타이틀곡 ‘Lullaby’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Look’과 유사한 결의, 촘촘하게 채워 넣은 사운드 요소를 공간감과 균형감 있게 잘 마무리하여 ‘듣는 재미’를 여전히 놓치지 않았다. 월드 투어를 이제 막 끝내고 해외 프로모션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그룹 특유의 여유와 에너지가 느껴지는 퍼포먼스도 변함없이 눈길을 끈다. 반면 앨범 전체로 봤을 때는 약간 갸우뚱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Lulluby’부터 ‘I Am Me’까지는 매끄럽고 유기성 있게 흘러가다가, 멤버들의 솔로곡이 이어지는 파트로 오면 유독 튀는 몇몇 트랙들이 좋던 흐름을 끊고 마는 점이 특히 그렇다. 한편 각 멤버들이 각자 프로듀싱한 솔로 트랙들은, 마치 만든 이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음악으로 빚어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흥미롭다. 각자가 하고 싶은 것, 각자의 관심사, 장단점, 아이덴티티, 성격과 성정까지 그대로 음악에 녹여낸 것 같다고 할까. 결국 이 앨범은 멤버 전원이 참여한 ‘갓세븐 파트’와, 개별의 솔로곡으로 채운 ‘솔로 파트’라는 두 파트로 분절되어 있다 봐야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트랙 리스트가 공개되었을 당시부터 우려되었던 부분이긴 한데, 트랙 순서 조정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애초부터 의도된 것이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외부적 장치로 상쇄 내지는 보완할 수는 없었는지 상당히 아쉬워지는 것도 사실. 멜로디나 사운드는 물론, 창법과 가사마저 단정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는 점이 (마치 창작자 및 가창자 본인을 그대로 담아낸 듯해서) 재미있게 다가오는 진영의 솔로곡 ‘My Youth’를 놓치지 마시길.

‘Lullaby’의 쿨함에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딥하우스가 워낙 그렇다고 하기에는, 브레이크비트를 경유해 빠르게 몰아치며 찰나도 놓치지 않고 자극에 자극을 연이어 놓는 매서운 편곡이 또한 너무 짜릿하다. 그러면서도 침착하고 다정한 톤을 유지하는 보컬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열차 차창의 풍광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있는 듯하다. 보다 느긋한 ‘Enough’나 좀 더 블루지한 ‘No One Else’에서도 같은 기조가 유지되면서 감히 뭔가를 더 요구할 의욕마저 철저히 내려놓게 된다. 갓세븐의 최근 행보는 웰메이드의 극한을 치닫는 위에 젠틀하고 사색적인 향취를 얹어, 케이팝의 뜨거움보다는 싸늘하지만 단단하고 맹렬한 슈퍼카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케이팝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사운드 운용의 ‘I Am Me’까지, 네 곡은 그런 지향점을 착실하게 개량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완벽한 해답’을 들려준다. 이어지는 멤버별 솔로 트랙들은 그래서, 오히려 이미 있는 곡들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앨범의 흐름도 그렇지만, 앞선 트랙들처럼 치열하게 합금 되었다기보다는 준수한 원재료들 같이 들리기 때문이다. 음반 포맷의 의미도 점점 약해지는 지금, 차라리 영어, 중국어 버전을 앞에 수록해서 A/B 사이드로, 혹은 더블 EP로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본다.



유니티
끝을 아는 시작
인터파크, 포켓돌 스튜디오
2018년 9월 18일

   

유니티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음반. 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조명에 옛날 TV 프로그램에 썼을 법한 폰트로 90년대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며 복고풍으로 마무리했다. ‘넘어’에서도 그렇지만 ‘난 말이야’ 역시 낡은 기획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번 곡이 조금 더 나은 건 ‘재미’ 때문일 것이다. ‘말춤’과 미묘하게 지나간 유행어를 넣은 가사가 당혹스러웠지만 뽕끼 함유량이 썩 괜찮은, 아무래도 신나는 케이팝이다. 그럼에도 유니티라는 조합의 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는 것 같아 아쉽다. 트랙리스트 중 ‘Candy’의 슬프면서도 씩씩한 정서에 여운이 느껴진다. 슬퍼도 울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합시다. 그러면 언젠가 봄이 오겠죠.



루첸트(Lucente)
The Big Dipper
NOGA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사실 그렇다. 좀 마이너스러운 네이밍의 보이그룹이 데뷔곡으로 ‘뭔가 달라’를 내놓았다고 하면, 특별히 아주 비뚤어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뻔하겠군’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내용은 ‘나는 너희들과 뭔가 달라’라는 근거 없는 선언이 아니라 연인과의 익숙한 일상이 속 불길한 예감을 다루고 있긴 하다.) 곡을 듣기 시작해도, 제삿상 위의 홍동백서처럼 와야 할 자리에 와야 할 것이 오는 식이라 기대감을 키우기 어렵다. 그런데 후렴이 시작되면 인상이 상당히 바뀐다. 뻔한 멜로디와 뻔한 구성인데 이상하게 귀에 잘 감긴다. 명쾌함을 일으키는 ‘뽕끼’에서 뽕끼만 적절히 걷어낸 것 같다고 할까. 2절로 넘어가면 1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도 모든 게 분명할 때 느끼는 쾌감이 있고, 2절이 끝날 때쯤이면 밀집된 발음으로 아슬아슬한 듯하던 “Your difference, difference”도 이국적인 매력처럼 들린다. 팝적인 선명함 속에서, 뻔하다 못해 조금은 낡은 구석들마저 ‘그래, 이래야지!’ 하게 되는 곡. 인트로가 포함된 뮤직비디오도 4분이 채 되지 않으니, 속는 셈 치고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과하지 않게 정돈된 오디오와 비디오 덕분에 곡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촌스럽다기보단 정공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고음의 보컬이 등장한다든가, 사운드가 몰아친다든가 하는,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야 하는 순간에서도 주춤하는 듯한 인상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퀄리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듯하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 미니앨범.



우주소녀
WJ Pleas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19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꾸준히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추구해 나가고 있는 우주소녀의 신보. 전작에 이어 ‘마법학교’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앨범 전체 구성이 마치 마법학교 소녀들의 활동을 담은 졸업앨범처럼 보이는 점이 재미있다. 음악적으로는 전작 “Dream your dream”의 것과 대칭되는 것으로 보이는 트랙이 몇몇 눈에 띄기도 한다(‘호두까기 인형’-‘너, 너, 너’로 이어지는 판타스틱하고 경쾌한 무드, ‘르네상스’-‘아이야’로 이어지는 처연하고 비장한 무드 등). 졸업 앨범을 한 장 한 장 팔락이듯, 곡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손에 잡힐 만치 선명히 다가오는 판타지 세계는 차마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관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허구인 데다 일종의 ‘설정 놀이’에 불과하고, 특히 아이돌 프로덕션에서 이를 메인 요소로 삼기엔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이다(메인 요소로 삼으려다 프로덕션 자체의 설득력마저 잃은 케이스가 최근 자주 눈에 띄는데, 메인은 음악이고, 세계관은 어디까지나 ‘거들 뿐’이다). 그럼에도 우주소녀의 세계관이 마치 실제로 존재할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선 음악이 매우 탄탄할뿐더러(이 미니앨범이 유기성과 일관성을 갖고 짜여진 준수한 결과물이 아니었다면 이들의 세계관이 매력적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노래와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멤버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요소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덕이다. 그렇기에 우주소녀의 ‘코스모’는 매력적일 수 있었고, 끝내는 통하여 그룹으로서 소기의 성과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법학교의 졸업 무도회 풍경이 떠오르는, 우아하고 화사한 ‘가면무도회’를 특히 즐겁게 들었다.

스타쉽이 일을 잘한다는 걸 인정할 때가 온다면, 그건 언제나 우주소녀였던 거 같다. 이번 음반 또한 환상 혹은 우주를 좇는 듯한 가사와 믹싱 등을 들려준다. 항상 전작들과 일정 이상의 연관성을 두는 곡들도 이제는 우주소녀만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이번 EP는 한 가지 풍에 집중한 듯한 점이 유난히 돋보인다. ‘Hurry Up’과 ‘You & I’를 제외한 리듬 게임적 음악을 지금 케이팝에서 우주소녀보다 잘하는 팀이 누가 있을까? 그러는 동시에 우주소녀는 이를 세계관으로 연결하기까지 하니, 다시 말하지만 스타쉽이 일을 잘한다는 걸 인정할 때가 온 듯하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우주소녀의 무서운 성장세의 바탕에는 데뷔 초부터 이어져 온 섬세한 프로듀싱이 있다.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개되는 스토리와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향으로 연출되는 퍼포먼스에서 기획자의 우주소녀에 대한 애정마저 느껴진다. 유치하거나 촌스럽게 들리지 않도록 다듬어진 레트로풍의 사운드는 연정이나 수빈 같은 쨍한 음색의 보컬을 만나 시너지를 만들고, 설아, 다영, 다원의 보컬이 힘있게 곡을 끌고 가는 가운데 엑시가 발군의 래핑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우주소녀가 궤도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



S.I.S
응 (Say Yes)
더블엑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20일

   

자극으로 넘치는 케이팝 씬에서 식물성처럼 순한 노래가 신선하다. 살짝 눌려 펼쳐지는 패드도 매우 부드러운 톤이고, 멜로디와 발성과 진행도 한없이 착하고 부드럽다. 오가닉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비즈가 굴러다니는 듯한 신스도 분위기에 일조하는 동시에, 그렇다고 사운드가 지루하게 들리지는 않도록 양념 역할을 잘한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곡을 주도하는 핵심마저도 조금은 놓치는 듯해 인상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가사나 제스처, 그리고 훅 부분의 “응응응응” 같은 요소가 이 역할을 해주길 바란 눈치인데, 다소 고답적인 데다가 딱히 찌르고 들어오지도 못하는 밸런스가 목표에 못 미친다. 더구나 이 부분에서 케이팝을 아무렇게나 긁어온 저예산 튠 같은 인상마저 준다는 점이 뼈 아프다.



드림캐쳐
Alone In The City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20일

   

‘악몽의 세계’를 탈출하는가 했더니, 판타지 세계에서 현대의 도시로 세계관을 옮겨온 것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타이틀곡의 작곡진인데, 지금까지 타이틀곡을 꾸준히 프로듀싱했던 Ollounder와 LEEZ가 한 걸음 물러난 대신 김희원, Tasco, 위더베스트 같은 이름이 크레디트에 올라있다. 지금까지의 음악적 색깔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몰아치는’ 맛이 부족하여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 그 여백을 퍼포먼스가 넘치도록 채우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드림캐쳐의 퍼포먼스는 늘 기대를 배신한 적이 없고, 이번 역시 그러하다). 드림캐쳐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팀이지만, 이를 살짝 뒤트는 시도를 수록곡에서 몇 번 선보인 바 있다. 이전작 “Prequel”에 드럼 앤 베이스 기조의 신스팝 ‘Sleep-Walking’이 있었다면, 이번 미니앨범에는 헤비메탈과 덥스텝이 접목된 ‘Trap’이 그 역할을 하며 앨범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타이틀곡으로는 지금껏 추구해온 것을 꾸준히 지키고, 수록곡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꾀하는 구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 꾸준함도 변화도 전부 잃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통해 팀의 굳건한 아이덴티티를 깨라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Sleep-Walking’이나 ‘Trap’ 같은 곡에서 새로운 길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을 남기고 싶다. ‘악몽의 세계’를 지키되, 좀 더 다양한 모습의 ‘악몽’을 보고 싶다고 하면 과한 욕심일지.

드림캐쳐가 뭔가 애니송 같은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면 의외의 발견이 될 것 같다. ‘What’은 뉴메탈 직후의 얼터너티브 록처럼 들리는데, 사운드의 운용이나 뉘앙스만이 아니라 멜로디의 색채감마저 그렇다. 오케스트레이션까지 가세해 워낙 사운드의 스케일이 커지기도 했지만, 특히 후렴의 보컬이 (날카로운 질감을 살리면서도) 다소 뒤쪽으로 배치된 듯한 밸런스마저 마치 미국 록 같은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What (Inst.)’을 틀어 놓고 울림이 좋은 백인 남성이 노래한다면… 수록곡들도 록을 베이스로 댄스음악을 차용한 듯한 성향을 보여, 케이팝 주류와는 사뭇 다른 지향점을 드러낸다. 재패니메이션의 힌트로 시작한 드림캐쳐가 구상하는 ‘케이팝의 (여전한) 이단아’로서의 제2막을 기대하게 되는 부분. 도중에 템포가 두 배로 뛰는 ‘Wonderland’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꽤나 욕심이 엿보이는데, 보컬 연출이 좀 더 과감하고 화려했다면 좋았을지 모르겠다. 주목할 트랙은 ‘Trap’. 꽤나 본격파 사운드들을 고스란히 접붙여 매력적인 기세를 보여주고, 멜로디의 전개나 구성도 흠잡을 데가 없으며, 무엇보다 거의 모든 멤버의 등장이 그야말로 적시타처럼 이뤄지고 있는 점이 짜릿하다.



리포트 : 위키미키 “Kiss, Kicks”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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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틴 크러시(Teen Crush)를 표방하는 걸그룹. 위키미키가 이번에는 ‘러블리 갱스터’가 되어 돌아왔다.

11일 오후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위키미키의 첫 싱글인 “Kiss, Kicks”의 미디어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현장에서 만난 위키미키는 그야말로 통통 튀는 분위기를 이끌어내며 쇼케이스를 무사히 마쳤다.

위키미키 "Kiss, Kicks" 쇼케이스

위키미키는 수록곡인 ‘True Valentine’ 무대를 먼저 선보이며 밸런타인데이가 아니어도 언제든 마음을 표현하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분해 시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콘셉트를 구현했다. 특히 선물을 포장해서 건네는 듯한 안무는 가사 속 “오늘부터 넌 내 Valentine”이라는 달콤한 고백과 어울렸다.

이어서 공개된 타이틀곡 ‘Crush’는 하이라이트 멜로디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강렬한 랩과 함께 중독성 있는 후렴구까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 속에서 “너만 보인다”며 손으로 눈을 그리는 안무나 마음을 손으로 줍는 듯한 안무 등 귀여운 동작으로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돌직구 고백을 날리는 사랑스러운 갱스터를 찾을 수 있었다.

마틸다 같은 유정의 처피뱅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위키미키 멤버들의 뜨거운 ‘야망’이었다. ‘봄봄춤’, ‘숨숨춤’ 등 귀여우면서도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 4개를 선보이는 한편, ‘Crush’ 가 거리에서 들리거나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받는 등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길 바란다는 소망을 남겼다.

위키미키 "Kiss, Kicks" 쇼케이스

위키미키의 팀워크 역시 뜨거웠다. 최유정은 타이틀곡 ‘Crush’을 포함한 두 곡의 랩메이킹에 참여한 것에 대해 멤버들의 피드백과 응원을 들으면서 작업했다는 후일담과 함께 “(작사할 때) 단어 선택을 많이 고민하는 편인데 이번 작업은 수월하고 재미있게 진행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에 멤버들은 “신나는 비트의 곡을 더 신나게 만드는 랩이었다”, “킬링파트가 많은 곡에 또 다른 킬링파트를 만들어 주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3곡의 싱글은 틴크러시적인 면과 또 다른 면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 7개월 동안 고민한 위키미키의 결과물일 것이다. 적지만 그들만의 매력으로 꽉 채운 첫 번째 싱글 “Kiss, Kicks”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길 기대해본다.


위키미키
Kiss, Kicks
판타지오 뮤직
2018년 10월 11일

   


1st Listen : 2018년 9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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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베리베리, 소년공화국, 슬기&신비&청하&소연, 티파니 영의 새 음반을 다룬다.
베리베리 (Verivery)
지금부터 베리베리해 OST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2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보이그룹 베리베리의 데뷔 리얼리티 예능 주제가를 담은 사운드트랙 싱글. 그룹 이름이 적잖이 난감해서 어떻게 되려나 싶었는데, 현재진행형으로 매끈하게 잘 빠진 뉴잭스윙 사운드에 캐치한 멜로디를 얹은 곡 자체는 흠결 없이 무난하다. 신인 그룹 특유의 청량한 활기가 돋보이는데, 몇 년 사이에 ‘청량-청순’ 콘셉트가 보이그룹이 꼭 한 번은 시도해야 하는 ‘필수관문’처럼 자리 잡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산뜻한 첫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신인 그룹으로서는 괜찮은 출발.

작정한 듯한 뉴잭스윙. “Super special”, “official”, “superstitious” 등 쉬우면서도 귀에 박히는 말장난들도 고전적인 분위기에 일조한다. 넓은 공간에 덧씌운 떠들썩한 공기가, 빈틈없고 단정한 뉴잭스윙에 시원한 질감을 더해준다. 셀프 프로듀스 아이돌이 흔해진 지금, 영상 작업을 직접 한다는 점을 어필한다는 것도 특색 있다. 다만 거기서 전생에 들었던 것만 같은 키워드 ‘비디오키드’와 ‘VHS’와 ‘90년대’로 이어졌다는 의식의 흐름이 조금은 찜찜한 구석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도 곡이 워낙 상쾌한지라 흠잡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앞으로를 지켜보게 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90년대 보이밴드 팝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흥겹고 상큼한 사운드에 뮤직비디오의 연출과 의상까지 그 시절을 복원해내려 힘을 기울인다. 보컬 파트의 음색도 랩 파트 멤버들의 목소리 톤도 썩 잘 맞아떨어져 위화감이 없다. 데뷔곡에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레트로 콘셉트를 쓰나 싶었더니 데뷔 리얼리티의 OST를 직접 부른 프리 데뷔 형식의 싱글이라고 한다. ‘컨셉돌’로 유명한 젤리피쉬다운 신선한 발상이다.



소년공화국
Ending credit.
유니버설 뮤직
2018년 9월 28일

  

5년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소년공화국의 마지막 싱글이다.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니 ‘Video Game’이나 ‘Hello’ 등 눈에 띄는 트랙이 있곤 해서 아쉽지만 그 마무리는 시원섭섭해 보인다. 단정한 질감의 사운드에 지난날과 서로의 안녕을 담담하게 그려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끝까지 응원한 팬덤, 로얄 패밀리를 위한 팬송으로 이야기를 맺는 것은 아이돌과 팬덤 사이의 아득한 관계성을 자극하는, 퍽 로맨틱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또한 리더 원준의 작사/작곡 참여로 나름의 진정성을 획득했다 할 수 있겠다. 지난 30일 마지막 라이브 공연을 끝으로 소년공화국의 활동은 무기한 중단되었지만 이제 서로의 위치에서 다시 새로이 눈에 띄는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 산뜻한 인사가 또 다른 시작을 열 수 있기를.



슬기, 신비, 청하, 소연
Wow Thing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9월 2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번 세대 걸그룹의 내로라 하는 춤꾼들이 모였다. 댄서형 아이돌들의 보컬 현주소를 엿볼 수 있어 재미있는 싱글. 모두들 리듬감이 좋아 캣워크 하듯 경쾌한 비트가 잘 붙는다. 멜로디의 스케일이 복잡하지 않지만 음절이 많아서 걸음을 절을 법도 한데, 본능적일 정도로 좋은 곳에만 강약을 넣어 짧은 곡에 듣는 맛을 살렸다. 이런 기획은 지금의 좋음보다도 5년쯤 뒤에 거물이 된 이들을 보며 ‘2018년의 그들이 모여서 이런 콜라보도 냈다’ 할 것만 같은, 미래적인 좋음이 있다. 출신 회사가 다른 이들이 모여 부르는 “누가 누가 누가 더 멋진(지) 누가 누가 더 빛나는지” 같은 라인은 3분이 채 안 되는 이 곡 안에서도 경쟁적 텐션이 존재함을 상기시키지만, 완성된 트랙은 네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반짝이고 있어 더 멋지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라인업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많은 화제와 기대를 불러모았던 컬래버레이션 싱글. 산뜻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브라스 사운드 사이를 경쾌하게 사뿐사뿐 거니는 네 명의 보컬과 랩은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씬에서 상당히 ‘짬’이 쌓인 멤버들과 상대적으로 연차가 짧은 멤버들이 공존하고 있음에도, 모두가 탄탄한 수행력을 보이는 것은 물론 의외로 합도 훌륭하다. 제각기 소속사가 다른 네 멤버들이 ‘SM 필터’를 입고 한 그림 안에 서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일회성 기획으로 그치기엔 꽤 아까운 조합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하다못해 연말 시상식 등을 통해 무대를 볼 수는 없을지 설레발 섞인 기대를 품어본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꿈의 선수 조합을 게임을 통해 만들 듯이, 아이돌 팬들에게 꿈의 리그를 현실화해주는 SM 스테이션의 순기능이 다시 한번 발휘된 싱글. 목소리를 그림처럼 볼 수 있다면 아마도 같은 화풍이었을 슬기, 청하, 신비 세 사람의 고음이 힘있게 질주하는 사이사이로 중저음의 소연의 랩이 교차하며 무게감을 달아준다. 언뜻 단순한 구성의 곡임에도 간결하다 못해 감질날 정도로 본론만 쳐낸 편곡이 더해져 청음의 만족감이 최고조를 찍는다.



티파니 영
Teach You
Universal Music
2018년 9월 28일

   

‘너네 엄마가 불장난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든?’ 하며 신랄하게 톡 쏘는, 전 애인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인상적인 티파니 영의 새 싱글. 곡은 미국 시장을 겨냥하여 발매되었는데, 뮤직비디오는 철저히 케이팝의 작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반갑게도 동료인 효연과 수영이 찬조 출연을 했다). 최근 들어 커진 케이팝의 영향력과 더불어 미국 내 아시아계 인사들의 활약상이 맞물리며 티파니 영 역시 씬에서 상당히 좋은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데, 추후 발매될 결과물이 더더욱 기대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티파니가 미국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궁금한 시선 앞에 꾸준히 관심을 유지시키면서, 어쩌면 케이팝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점들을 하나씩 건드려보는 듯하다. 케이팝의 기본 멘탈리티가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라고 할 때, 티파니는 하고 싶은 것을 자신에 맞게 해내는 법을 테스트해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꾸준히 만만치 않은 여성 캐릭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케이팝이 아니다’라고 해야 할까. ‘결국 미워할 수 없다’는 느낌은 익숙한 소녀시대의 티파니 같기도 하지만. 곡 전체에 걸쳐 거만한 듯이 남성을 비꼬는 내용, 그러면서도 애정을 표현하는 아이러니 등은, 한편으로 뮤지컬 넘버 같기도 하고, 팝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케이팝이라고 보자면 조금 낯선 태도여서 흥미롭다. 나른하게 칼칼한 목소리가 주는 과하지 않는 섹시함도 인상적.

‘Over My Skin’까지 유보했던 판단을 슬쩍 내려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싱글, 티파니 영의 ‘Teach You’다. 상대를 쿡쿡 찔러대다가 진득하게 설득해보는 등 캐릭터가 선명히 그려지는 멜로디와 달콤살벌한 가사는 어째선지 케이팝스럽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케이팝의 드라마틱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백그라운드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가져가는 영리함은 티파니 영을 그저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다. ‘Teach You’가 포함될 그의 풀랭스 앨범은 어떤 모양과 색깔일지 궁금해진다. 그때까지 기대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싱글이지 않을까.



리포트 : 오마이걸 콘서트 〈가을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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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오마이걸의 콘서트 〈가을동화〉의 첫날. 팬들에게 비밀스런 초대장을 보내는 VCR 영상이 끝나자,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 ‘비밀정원’을 첫 곡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Closer’와 ‘한 발짝 두 발짝’을 곧바로 연이어 선보인 오마이걸은 ‘Love O’clock’과 ‘Windy Day’까지 오마이걸 퍼포먼스의 시그니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곡들을 초반부터 몰아치듯이 펼쳐 보였다. 이후 ‘궁금한 걸요’와 ‘메아리’, ‘Sixteen’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오마이걸의 서정적이면서도 활발한 소녀의 이미지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소녀들이라면 학창시절 다들 즐겼을 법한 손바닥 치기(쎄쎄쎄)와 줄넘기 놀이를 안무에 적용한 ‘Sixteen’의 무대는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세트리스트를 초반부터 이렇게 배치하면 공연 중후반부가 괜찮을까?’ 싶은 우려도 잠시 들었지만 기우였다. ‘일곱 개의 동화’라는 테마로 멤버들의 솔로 무대가 시작되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유아는 선미의 ‘보름달’, 승희는 아이유의 ‘이름에게’, 아린은 손담비의 ‘Queen’과 ‘토요일밤에’, 끝으로 비니가 마룬 파이브의 ‘Moves Like Jagger’를 각각 커버해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멤버 각자의 지향점과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선곡이다. 여성 솔로 가수로서 자신들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선명히 내고 있는 선미와 아이유의 노래를 유아와 승희가 각자의 장점에 걸맞게 소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니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도 언뜻 연약하고 가녀린 이미지 뒤에 숨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솔로 무대를 통해 ‘섹시와 걸크러시’를 함께 표현하고 싶었다는 아린에게선 ‘귀여운 막내’ 이미지에만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읽혔다.

오마이걸 〈가을동화〉

막을 반쯤 내려 마치 텐트처럼 장식한 무대에서, 오마이걸은 내친김에 이불처럼 꾸며진 무대장치 위에 모여앉아 발라드 넘버들을 불렀다. 마치 야영을 하는 듯 편안한 분위기였다. ‘너의 귓가에 안녕’처럼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곡 또한 선보이는 자리라 더 특별했던 이 섹션의 부제는 ‘하늘 캠핑’. 노래 중간중간 유머 가득한 멘트와 애드리브 등으로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홀 콘서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순서였다.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팬들이 뜨거운 함성으로 호응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의 단체 커버 무대는 다시 한번 몰아치는 공연 후반부에 대한 신호탄과 같았다. 이번 미니앨범 수록곡이자 아마도 오마이걸이 선보였던 노래 중 가장 낯선 이미지인 ‘Twilight’에 이어서, 이번에는 익숙한 두 곡이 조금 낯선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데뷔곡 ‘Cupid’에는 마칭 사운드를 그대로 강조한 댄스브레이크가 추가되었고, ‘컬러링북’은 두 번째 후렴이 끝난 후 힙합 비트로 갑자기 변주되는 사운드에 미미의 강렬한 랩 파트와 댄스 브레이크를 추가된 ‘최초 ver’이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사전 VCR을 통해 멤버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해 선보인 무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의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서 당당하게 두 곡을 재평가받고 싶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퍼포먼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하늘정원에서 비밀스럽게 열린 축제의 마지막은 약속된 것처럼 ‘불꽃놀이’로 장식되었고 앵콜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다시 무대 위로 등장한 오마이걸은 ‘우리 이야기’와 ‘B612’을 불렀다. “너와 두 발을 맞추면서 계속 걷고 싶어 / 기적과 같아 우리 이야기는 영원해”라는 가사와 “네가 날 사랑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인걸”이라는 가사처럼, 3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한 팬덤 ‘미라클’에게 보내는 끝인사로 이보다 적절한 선곡은 없을 것이다.

멤버 각자가 마지막 멘트를 하는 시간, 비니와 유아가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비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면서 변치 않는 팬들의 환호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아는 “바쁘게 또 빠르게 달려오다가 문득 ‘내가 잘하고 있나?’”하는 회의와 의문이 들었지만 팬들의 호응으로 “보상받고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며 웃음으로 마무리 했다.

어린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보면 훌쩍 자라있듯이, 오마이걸 또한 어느새 놀랄 만큼 커버린 그룹이 됐다. 이만큼 성장하기 위해 누구 못지 않게 정신없이 빠르게 또 벅차게 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콘서트에서 유난히 멤버들의 고민의 흔적과 아이디어가 눈에 많이 띈 것은, 그동안 달려오며 놓쳐왔던, 혹은 잊고 있던 부분들을 되새기고 챙기는 시간으로써의 공연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의 소녀’로 남기 이전에, ‘자기 자신으로서의 소녀’로 단단하게 설 수 있도록. 그래서인지 〈가을동화〉는 유독 욕심이 많이 보이는 공연이었고, 노력으로 그 욕심 만큼의 성취를 이뤘기에 보는 이 또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불꽃 같은 열정, 놀이의 즐거움이 모두 선명히 새겨진 축제의 풍경이 오마이걸과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취재: 서드

오마이걸 〈가을동화〉 포스터


비하인드 크레딧 : 공연연출가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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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들,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공연기획사 인생공연 대표 김대식 감독을 만났다.


Behind Kredit 시리즈

앨범 재킷의 마지막 장, 공연의 엔딩을 장식하는
빼곡히 채워진 '만든 이'들의 이름 CREDIT.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 K-pop CREDIT (KREDIT)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1. 비하인드 크레딧 : 프로듀서 황현
  2. 비하인드 크레딧 : 공연연출가 김대식
  3. 비하인드 크레딧 : 안무가 이일형

시리즈 전체 보기 ≫

Soul Music : 공연연출가 김대식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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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_대문1
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다. K-pop 공연연출가 김대식 감독이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1. 인피니트 – Begin Again

2. 러블리즈 – 마음, 1cm

3. 성시경 – 두 사람

4. 폴킴 – 비

5. 김성규 – 머물러줘 (Live Ver.)

Soul Music 시리즈

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

  1. Soul Music : K-pop 프로듀서 황현의 추천곡
  2. Soul Music : 공연연출가 김대식의 추천곡
  3. Soul Music : 안무가 이일형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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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크레딧 : 안무가 이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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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형대문1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들,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Prepix Studio의 ILL 이일형 안무가를 만났다.


Behind Kredit 시리즈

앨범 재킷의 마지막 장, 공연의 엔딩을 장식하는
빼곡히 채워진 '만든 이'들의 이름 CREDIT.
K-pop을 이끌어나가는 크레딧의 주인공, K-pop CREDIT (KREDIT)
K-pop의 숨은 장인들이 들려주는 K-pop 비하인드 스토리

  1. 비하인드 크레딧 : 프로듀서 황현
  2. 비하인드 크레딧 : 공연연출가 김대식
  3. 비하인드 크레딧 : 안무가 이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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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Music : 안무가 이일형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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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다. 안무가 이일형이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1. Conor Maynard – Faded (Alan Walker)

2. 텐(NCT) – New Heroes

3. Billie Eilish – &Burn (ft.Vince Staples)

4. 양요섭 – 카페인 (ft. 용준형)

Soul Music 시리즈

비하인드 크레딧의 주인공이 추천하는 소울 뮤직 리스트

  1. Soul Music : K-pop 프로듀서 황현의 추천곡
  2. Soul Music : 공연연출가 김대식의 추천곡
  3. Soul Music : 안무가 이일형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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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8년 10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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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아이콘, 느와르, 레오, 소유, 유리, 노래하는 말괄량이, 풍뎅이, 듀자매, 더로즈, 유회승, 스누퍼, 알파벳, 슈퍼주니어, 양요섭&산들&정승환, 위걸스, 프로미스나인, 아이유의 새 음반을 다룬다.
아이콘
New Kids : The Final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일

   

전체적으로 좀 블루지한가 했더니 아예 ‘꼴좋다’가 튀어나와 버려서 이마를 쳤다. 밴드 위주의 편성이나, 90년대 초반 가요에서 곧잘 듣던 꼭 그런 멜로디, 20세기 초 국문학 텍스트에서 읽을 법한 질감의 페이소스 등 많은 것들이 전격적으로 과거를 끌어온다. 과거의 곡들을 현재의 웰메이드로 소화하는 듯한 프로덕션 퀄리티의 탄탄함에 조금씩 현재적 사운드를 가미한다. 어쩐지 마이크 스탠드 하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장면이 자꾸 떠오름에도, 멤버의 파트가 바뀔 때마다 각자의 목소리가 유난히 생생하다. 중년 남성과 교감할 법한 기호들이 구질구질해지기 십상임에도 선도를 유지해낸다. 과거적 요소들을 감성과 직관의 영역에 둔 채 현재로 정확한 포장을 해내는 EP. 그 결과는 한국적인 ‘클래식함’ 또는 ‘한국적’ 스트리트감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통해 동시대성과 동시대에서 변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인다.

‘사랑을 했다’에 이어 ‘이별길’에서도 아이콘의 독특한 스타일과 감성에 감탄하게 된다. 댄스나 힙합보다는 발라드에 가까워 보이는 멜로디와 정서 위에 비트와 랩, 그리고 안무가 더해지면서 처음 듣는 순간에도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던 노래처럼 따라서 흥얼거리게끔 하는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힙합 혹은 R&B에 기반을 뒀다기보다는 좀 더 가요의 감성에 충실한 곡을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90년대에 유행했던 록 발라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6-70년대의 국내 포크송에 힙합을 가미하면 이런 느낌의 곡들이 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앨범 전반이 차분한 곡으로 채워져 있으나 각기 다른 색이 확실한 곡들이라 지루하지 않은, 조금 빨리 쌀쌀해진 가을에 듣기에는 제격인 미니앨범.



느와르
Topgun
LUK 팩토리
2018년 10월 2일

   

다른 그룹이긴 하지만, 이전에 타겟의 ‘실화냐’를 다루며 무분별한 유행어의 사용에 대해 성토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다가 주웠다’라는 곡 제목이야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다가 주웠다”를 연발하다 급기야는 “멋이란 게 폭발해 폭발해”라며 스스로에게 도취한 모습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단호히 말하건대 그런 것은 결코 ‘츤데레’가 아니다!). 곡 자체는 요즘 유행하는 류의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 풍 팝인데, 어울리지도 않는 유행어를 끼얹는 바람에 곡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말았다. 타이틀 ‘비행모드’를 보건대 무엇이 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은데, 어딘가 2% 부족한 영상미의 뮤직비디오와 빈틈이 느껴지는 심심한 퍼포먼스는 역시나 곡과 그룹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다. 멤버들의 수행력은 나쁘지 않은데, 자잘하게 아쉬운 요소가 그룹 자체의 자질까지 깎아 먹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레오
있는데 없는 너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일

  

곡도 가수도 피처링 멤버도 잘못한 것은 없다. 단지 잔잔하고 애절한 곡의 분위기와 억세게 툭툭 쏘는 래핑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보컬과 래핑이 오버랩 되는 부분에서는 어지러운 기분마저 느끼고 만다. 결국, 모든 것이 괜찮았던, 괜찮을 수 있었던 곡을 어울리지 않는 피처링이 망쳐 놓고 말았다. 다시 말하지만 피처링 멤버 역시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나, 보컬이나 곡과 그 어떠한 케미스트리는커녕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음이 치명적인 단점이라 하겠다. 좀 더 읊조리는 느낌의 래핑이었거나, 혹은 아예 불필요한 피처링을 뺐다면 곡이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무척이나 안타깝다.



소유
Re:Fresh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4일

   

소유의 개정증보판 같은 솔로 미니앨범 Part 2, “Re:Fresh”다. 씨스타의 섹시를 청각화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소유의 보컬을 다시금 케이팝에 녹여낸 ‘까만 밤’은 왠지 반갑다. 공기를 많이 함유한 보컬을 잔잔하고 달콤한 R&B에서만 듣기에는 너무 아까웠으니까 말이다. 라틴 재즈풍의 멜로디를 도도하게 가로지르는 듯한 보컬은 뮤직비디오 속 고양이처럼 들린다. 타이틀곡을 비롯한 ‘Funny’ 등 댄서블한 트랙이 눈에 띄는데, 소유의 행보를 조금 뒤뚱거려 보이게 하지만 그의 아이돌스러움이 반짝인다. 아직은 뚜렷한 그림이 보이진 않지만,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언젠가 흥미로운 모습을 불쑥 가지고 오지 않을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한 조각이었다.



유리
The First Scen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4일

   

겨우 한 달 전에 나온 소녀시대-오지지의 에너지 있는 유리의 모습과 대조적인, 어쩐지 어색한 작품. 단지 인원수가 적어져서 그렇다기엔, 이미 재작년에 SM 스테이션을 통해 발표했던 유리X서현의 ‘Secret’에서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이 신경 쓰인다. 타이틀곡 ‘빠져가’의 여백을 메꾸는 신스 사운드는 이미 재작년부터 유행하던 에스닉 콘셉트에서 충분히 들었던 것들이고, 느슨하게 반복되는 리듬을 댄스 퍼포먼스로 보완해주지도 못한다. 미니앨범의 후반을 채우는 발라드로 넘어오면 이 단점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출처를 알 수 없는 촌스러움이 잔잔한 유리의 보컬을 받쳐주지 못하고 4분을 우유부단하게 채우고 있다. 유리 특유의 쨍한 이미지와 그로부터 파생될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법한 앨범.



노래하는 말괄량이
이 밤 (This Night)
대박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4일

  

아이돌로지에서 나는 종종 저예산 아이돌에게 좀 느긋한 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방송과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 아이돌과 행사를 중심으로 하는 ‘지하돌’의 소구점이나 작동방식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예산으로 보이는 데도 노래하는 말괄량이가 가창력 어필에 중점을 두는 것은 보기 좋은 일이다. 감성적이지만 처지지 않도록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곡의 무드 역시, 현장에서의 한 방보다는 세련된 향취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멜로디의 호흡이나 편곡 요소의 개연성이 조금 어정쩡하고, 반주와 보컬의 믹스도 조금 거슬린다. 무엇보다 꽤 괜찮은 음색을 들려주는 멤버들의 보컬이 효과적으로 연출되거나 믹스되지 못했다. 특히 후반의 고음은 가창력 어필의 중심이겠으나 너무 날것이어서 고음 페티시즘과 귀 아픔 사이에 걸친다. 아이돌 프로덕션은 좋은 자질의 멤버들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멤버들이 빛날 수 있도록 다듬어주고 서포트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풍뎅이
Super Market
도마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4일

  

이전작으로 비빔면 CM송이라도 노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슈퍼마켓 매장 로고송을 노리는 걸까. “어딜 가냐고?”라는 내레이션 바로 뒤에 이어지는 “슈퍼마켓!”이라는 후렴의 해맑은 외침, 두부와 콩나물 등 저녁반찬 재료의 합을 계산하는 속사포(?) 래핑 등 어쩐지 실소를 연발하게 하는 요소투성이지만, 같은 유치함이어도 지나치게 1차원적이고 노골적이진 않다. “Say, 슈퍼마켓!”을 연신 외치는 후렴은 묘하게 중독적이기까지. 듣다 보면 끝에는 왠지 모를 흥겨움에 반응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묘한 길티 플레저를 자극하는 곡.

아이돌로지가 계속 주목하는 아티스트에는 이유가 있다. ‘Super Market’을 계기로 디스코그래피를 훑어보니, 풍뎅이에는 뽕끼가 세련되게 녹아 있어 행사에 최적인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머니의 심부름에 대형마트 대신 슈퍼마켓을 고집하는 화자는 독보적인 뽕끼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풍뎅이의 디스코그래피를 연상시킨다. 故 이주일의 “콩나물 무쳤냐”라든가 쭈쭈바를 먹으면서 털레털레 돌아다니는 모습은 거의 〈응답하라〉 시리즈나 만화 〈검정고무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낡음이지만, 차진 송랩과 곡 전반에 자리하는 능청스러움은 실소 대신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엔 어이없어 보여도 자기 전이라든가 화장실에서, 정말 예기치 못한 순간에 “슈퍼마켓!”을 읊조리게 될 거라니까요.



듀자매
그림
Dew
2018년 10월 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전작에 이어 산뜻한 포크 팝이다. 쓸쓸한 공기로 시작해 조금씩 리드미컬하고 로맨틱한 무드로 번져간다. 공허함을 도화지로, 상대를 색연필, 만남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자칫 도식적이기 쉽지만 비유의 아귀가 묘하게 어긋나는 점이 오히려 가벼운 공기를 연출한다. 서사에 가사와 멜로디가 연동되며 변해 나가도록 구성되었지만 그 전개가 담백해서 부담감 없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지만” 같은 가사가 또한 살짝 아이돌적이라 재미있다. 리얼걸 프로젝트 출신의 듀오로, 멤버 허정주가 맡은 작사, 작곡의 감각이 꽤 눈여겨볼 만하다.



더로즈
Dawn
제이앤스타 컴퍼니
2018년 10월 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연기처럼 매캐한 질감의 보컬과 습기를 가득 품은 사운드, 일렉 기타 아르페지오 등을 풀어놓은 첫 곡 ‘I Don’t Know You’의 도입부부터 몇몇 영미권 록밴드의 이름이 머리를 스쳐간다. 앨범 내내 일관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맑고 청명한 날씨보다는 가랑비가 흩뿌려지는 잔뜩 흐린 하늘이 연상되는 습윤함과 처연함이 있다. 타이틀 ‘She’s in the rain’에서 빗발이 한 차례 강해져 고요히 젖어 들다, ‘Take Me Down’에서 이내 쏟아져 내리고는 ‘불면증’에서 다시 잔잔히 흩뿌리며 앨범은 끝을 맺는다(이후에 타이틀곡의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하나 더 있긴 하다). 케이팝 씬에 있어 아이돌 밴드가 흔해진지는 이미 오래지만, 지금까지의 밴드에는 없었던 도회적이고 외국적인 무드가 이 팀의 변별점이 아닐까 싶다. 여타 아이돌 밴드의 음악이 어디까지나 ‘K’의 영역 안에서 세련되게 정제되어 있었다면, 왠지 한국보다는 영국 런던이나 아일랜드 더블린 등이 배경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이 팀의 음악에서 받게 된다. 음악 외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뮤직비디오로 인해 한 차례 잡음이 있었던 탓에 그룹 이미지 역시 타격을 입고 만 점이 상당히 안타깝다. 창작자로서의 윤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프로덕션이 섬세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만 것 같아 지켜보는 기분이 씁쓸하기만 하다. 더 좋은 작품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길 바란다.



유회승
김형석 with Friends Pop & Pop Collaboration #2
키위 미디어그룹, 케이튠 콜렉티브
2018년 10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모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유회승의 고음이 화제를 모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의 진가는 치솟는 고음보다는 담담한 중저음에서 드러나지 않나 싶다. 원곡을 부른 나윤권처럼 담백하고 깔끔한 보컬 톤이 돋보이는데, 유회승의 보컬은 어딘가 좀 더 풍성하고 촉촉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의 악기 구성으로 시작했다가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화려하고 복잡해지는 사운드는 보컬을 든든히 받쳐주며 곡의 애절하고 로맨틱한 무드를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단출하고 수수한 구성의 편곡 덕에, 이전에는 귀 기울일 기회가 없었던 유회승의 보컬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최대의 미덕 아닐까 싶다. 밴드 음악의 특성상 보컬과 악기의 소리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본체 활동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보컬의 매력을 이 곡에서는 잔뜩 발견하게 된다. 원숙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약간의 풋풋함이 나름의 강점으로 다가온다거나, 읊조리듯 시작해서 천천히 쌓아 올리다 이내 터뜨리는 섬세한 감정선이라던가 하는 것들. 원곡과는 사뭇 다른 매력과 미처 몰랐던 보컬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새로운 발견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싱글. 유회승 덕에 이 곡이 조금 더 좋아졌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유회승은 듣는 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언제나 딱 한 뼘 정도 더 노래를 잘 부른다.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아니라 〈슈퍼스타K〉 시리즈에 나갔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법한 보컬인데, 이승철이 분명 그의 후계자로 낙점할 것이 분명할 음색이기 때문이다. 원곡 자체가 보컬의 역량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는 곡이다 보니 덜 여문 보컬에겐 꽤나 큰 부담감으로 다가갔을 법한데, 크게 튀는 부분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회승의 보컬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는 것 아닐지.



스누퍼
내 눈에는 니가
위드메이
2018년 10월 8일

   

새롭게 추가된 사운드들이 기존의 곡보다 더 복잡하고 산만하게 들린다. ‘내 눈에는 니가’는 사실 아이돌 앨범 수록곡으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갖춘 곡이었는데, 타이틀곡이 되어야 할 과제를 맞고 큰 부담을 안게 됐으리라. 레트로 사운드에 해맑은 떼창은 아이돌 씬 안에서 늘 일정 영역을 차지하는 스테디 장르인데, 흔들림 없이, 기복 없는 일정한 퀄리티로 색깔을 고집해 나가는 것만은 주목할 점.



알파벳
신세계
W 엔터테인먼트, AZ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8일

   

보도자료에는 ‘신세계’가 딥하우스라고 돼 있는데, 평범한 케이팝 가요 하우스다. 그렇게 보면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착실한 하우스 비트와 ‘깔깔이’ 기타가 리듬 섹션을 정직하게 떠받치고, 배음이 적당히 긁어주는 신스를 비롯해 시원하게 자극적인 사운드가 많다. 리드 사운드는 전면에 부각됐을 때보다 후반에 보컬의 레이어가 겹쳐지면서 뒤쪽에서 가볍게 흩날리는 듯 들릴 때 좀 더 예쁘게 들린다. 과장되지 않지만 적당히 듣기 좋은 멜로디. 드럭스토어에서 들려오면 기분 좋게 고개를 까딱일 수 있을 곡이고, 그것은 무난하지만 무난하지만은 않은 좋은 팝송이란 뜻이다. 특히 중반 이후 곡의 전개에서 피벗 역할을 하는 랩이, 조금 정형적이지만 그래서 안정적으로 잘 기능한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뮤직비디오의 영상이 발성과 발음에 좀처럼 달라붙지 않는 것 같아 신경 쓰인다. 그리고 커버아트는 인간적으로 너무했다.



슈퍼주니어
One More Tim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8일

   

슈퍼주니어에서 려욱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는지 재확인한 미니앨범. 라틴팝 그 자체였던 ‘Lo Siento’와 달리, 려욱이 참여한 ‘One More Time’은 좀 더 케이팝과의 접점이 부각되어 있는데, 그 접점에 려욱이 자리 잡고 있다. 2번째 트랙의 슈퍼주니어 버전을 들으면 려욱이 바로 케이팝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할 수 있는데, 팝적으로 접근하는 예성에 비해 려욱은 이 곡을 ‘가요’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슈퍼주니어 완전체를 기다릴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 미니앨범.



양요섭, 산들, 정승환
연결되어 있으니까
MBC 라디오
2018년 10월 9일

   

팬송이 연상되는 제목에 이끌렸는데 사실은 상당히 공익적인 목적의 곡이었다. ‘서로에게 영향을 줌 - 연결’이라는 환경의 요소를 강조해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부드럽고 쉽게 전개한다. 한 줄씩 나누어서 부르는 버스의 구성은 구분보다는 목소리와 목소리를 잇는 매듭과 같은 느낌을 준다. 섬세한 보컬은 나긋나긋 이어지다가 희망차고 풍성한 스트링을 만나 적절한 볼륨으로 퍼지며 마무리된다. 가요보다는 살짝 얌전하지만, 공익광고보다는 말랑한 형태는 마치 멋진 편집자가 만들어낸 에세이 양장본 같다. 곱고 단단한 싱글.



위걸스
Girls Wings Fly
Aftermoon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0월 9일

   

8월 말 발매된 위걸스의 ‘On Air’를 재편곡해 발매했다. 퓨처베이스를 기반으로 글리치를 많이 사용하는 버전이다. 비트와 멜로디 모두에 집중력이 높아졌고, 여전히 편곡 요소가 꽤 많음에도 원곡의 산만함은 산뜻한 가벼움으로 탈바꿈했다. 동요를 모티프로 한 멜로디 역시 가볍게 부유하며 반주에 들어맞는다. 모든 멤버가 레깅스 중심의 동일한 의상을 입고 세트에서 안무를 하는 모습이 아이돌보다는 댄스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곡 자체도 케이팝으로서 주효하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그건 반드시 나쁜 점은 아닌데, 하우스룰즈의 음악처럼 들린다든가, 타이틀보다는 인트로나 스페셜 리믹스처럼, 혹은 케이팝보다는 댄스-클럽뮤직에 가깝게 들린다든가 하는 의미다. 취향이나 상업적 가능성의 영역은 차치하고, 일단 이 곡은 ‘말이 된다’.



프로미스나인
From.9
오프더레코드 엔터테인먼트,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0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Love Bomb’는 레트로한 사운드와 엉뚱한 콘셉트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빠르고 경쾌한 곡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두근두근’부터 조금씩 짙어지는 그룹 특유의 색깔이 뚜렷이 보이는 싱글. 두 곡의 수록곡 또한 각기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는데 멤버 저마다의 음색을 구분하며 듣기에도 좋은 ‘물들어’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동화적 판타지 세계 안에 떨어진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소녀들이라는 콘셉트는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쾌활하고 개구진 면모를 좀 더 부각했다. 언제나 어디론가, 혹은 어디로든 전력 질주해 나가는 비트는 프로미스나인만의 색깔로 자리 잡아 가는 듯하고, 멤버 개개인의 개성 또한 유감없이 조명해주고 있다. 촘촘하게 배치된 사운드에 압도될 법도 한데, 각자의 개성으로 재밌는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점에서 프로미스나인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잠재력’이란 이럴 때 쓰는 단어다.



아이유
삐삐
카카오 M
2018년 10월 10일

   

간결한 중량감의 비트 위에서 아이유가 노래한다. 지루할 틈은 정말이지 없다. 때로는 자기 자신과 노래를 주고받고, 때로는 접혔다 펴졌다 팔랑대는 듯한 신스와 대화한다. 때론 특유의, 작은 불만이 오래도록 신경 쓰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러다가는 무심하지만 상냥한 듯한 목소리로. 언젠가부터 아이유의 보컬은 캐릭터 배우의 표정처럼 들리곤 하는데, ‘삐삐’는 그것이 내내 입체적이고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펼쳐지는 묘미를 진득히 즐기게 해준다. 이를 그의 ‘노래 실력’이나 ‘연기력’이라 해도 좋을 것인데, 그것이 마치 진짜 속내나 성격인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점이 특히 재미있다. 그런 곡이 하필 10주년 기념 디지털싱글이고, 또한 하필 ‘함부로 입 대지 마라’는 직접적인 경고의 내용이라니. 아이유는 종종 인간을 초월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가 사람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과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익숙한 사실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리포트 : JBJ95 “Home”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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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0일 서울시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HOME” 쇼케이스 현장. 또 한 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에서 JBJ95의 두 멤버, 상균과 켄타는 누가 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방송인 정성호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여러 번 언급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차분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풀어놓는 동안, 두 멤버가 가장 많이 언급한 두 가지 말이 있었다. “고민”, 그리고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

2017년 10월에 JBJ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알린 후, 2018년 4월에 활동을 마무리한 뒤 두 멤버는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룹명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타이틀곡 ‘Home’을 받았을 때도 ‘이런 곡을 우리 둘이서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고심하는 등 여러 가지를 심사숙고했다고 털어놨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특히 JBJ 활동 이후의 길에 대해 깊고 오랜 고민과 걱정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새 팀명에 굳이 ‘JBJ’라는 이름을 가져온 이유에 대해 “JBJ로서 받았던 사랑과 (당시의) 초심을 놓치지 않고 싶었다”고 밝힌 상균의 말에서도 그런 흔적이 엿보였다.

미니앨범 “Home”과 동명의 타이틀곡에도 그런 고민의 결과가 가득 담긴 듯 보였다. 타이틀곡 ‘Home’은 쓸쓸하고 아련한 사운드와 댄서블한 리듬, 그리고 소중한 이를 향한 그리움을 “집으로 돌아와 달라”는 말로 표현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너의 이름 부르고 싶어”라는 가사에서는 “어느 좋은 날 내가 네 이름을 부를게”라는, JBJ의 마지막 타이틀곡 ‘부를게’에서의 한 줄이 떠오르기도 했다. 타이틀곡을 포함, 네 곡의 작사 및 랩메이킹에 참여한 상균은 “모든 곡들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타이틀곡은 모든 메시지가 다 들어가야 해서 작곡가분들과 미팅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가는 곡”이라고 타이틀곡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작사 참여에 대해 상균은 또한 “상균 씨가 워낙 가사를 잘 쓰셔서 (곡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데뷔 타이틀곡에 작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만큼 직접 많은 것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많은 참여를 했다”고 이번 미니앨범에 의욕적으로 참여했음을 시사했다. “(미니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나 안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기획이나 편집에도 직접 참여를 했다”는 켄타의 귀띔도 있었다.

JBJ95 "Home" 쇼케이스 | 조성민

‘Home’에 비해 서브 타이틀곡 ‘됐어’는 전자음과 스트링 사운드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었다. 여느 EDM처럼 비트를 쌓아 올리며 긴장감을 조성하다, 느슨하게 풀어지며 스트링 사운드가 겹쳐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듀오라는 점 때문인지 안무에 대칭을 이루는 대형이나 신체 접촉을 활용한 동작이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Home’의 안무에서 전반적으로 다이내믹하고 큼직한 동작 사이에 자잘한 손동작과 제스처를 넣어 서정성과 아련함을 가미했다면, ‘됐어’의 안무는 잘게 쪼갠 동작의 타격감과 느긋한 웨이브 동작의 유연함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두 멤버 모두 말할 때는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다가도, 무대를 선보일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JBJ라는) 그룹 활동 때는 서브보컬이었다가 이번에는 메인보컬을 맡게 돼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는 긴장과 부담 섞인 소감을 밝힌 켄타는, 그럼에도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고 담담하지만 당차게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상균이 작사를 많이 하는데 나도 나중에 작사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번 앨범에서는 가을에 어울리는 곡을 주로 골랐는데, 나중에는 멋있고 섹시한 장르의 곡도 해보고 싶다”며 음악적인 욕심을 비치기도 했다. “(포지션이) 래퍼인데 전체적으로 노래(보컬)에 많은 참여를 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상균의 말을 통해서도 이번 미니앨범에 들인 정성과 열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JBJ95 "Home" 쇼케이스 | 조성민

두 멤버는 또한 시종일관 팬들을 향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전에 몸담았던 JBJ가 일종의 ‘팬 프로듀싱’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까. “(팬들에게) 기다려줘서 감사하고 또 응원해줘서 감사하고 계속 사랑해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상균과 마찬가지로 켄타 역시 “힘든 것보다는 즐기면서,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 하나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뭔가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팬들을 향한 감사와 사랑을 내내 강조했다.

팬 대상으로 그룹명을 공모받았을 때,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름으로 켄타는 ‘A.N’을 꼽았다. “읽으면 ‘에이엔’인데, 일본어로 ‘영원’이라는 뜻이다”라는 이유였다. 한편으로는 “프로젝트 그룹이 아닌 정식 그룹으로 데뷔를 하게 됐으니 끝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의 것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그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통해, 지난 JBJ 활동과 앞으로의 JBJ95 활동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비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스물셋 동갑내기 두 청년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언제까지고 이어지기를, 새로이 찾은 그들의 작은 ‘집’ 안에서 안온히 지내기를 바란다.

취재: 마노 | 사진: 조성민

JBJ95 "Home" 쇼케이스 | 조성민

JBJ95
Home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스타로드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30일

   


1st Listen : 2018년 10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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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위키미키, VAV, NCT 127, 앤씨아, 토니 안, 첸, 에이프릴, 정은지, 김동한, 소희, 샤플라, 이홍기, 이세흔(걸카인드), 웬디 & John Legend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스큅이 필진에 합류했다.
위키미키
Kiss, Kicks
판타지오 뮤직
2018년 10월 11일

   

위키미키가 지금까지의 여타 걸그룹 사이에서 보여온 가장 큰 변별점이란, ‘당차고 당돌한 소녀’라는 새로운 소녀상을 제시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가갈까 말까’ 고민하기도 전에 상대방을 몰아세워 벽치기를 시전하는 류의 당돌함 말이다. 안타깝게도 타이틀곡 ‘Crush’는 (분명 곡 제목은 이들이 추구하는 ‘틴크러시’ 장르를 대놓고 내세우고 있음에도) 이들이 꾸준히 제시해온 소녀상을 계승하지 못한다. 엉뚱하게도 수록곡 ‘True Valentine’이 그 역할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타이틀곡 선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까지 들 지경이다. 사운드나 스타일링에 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가사를 봤을 때 그 콘텍스트가 완전히 반대로 읽힌다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위키미키가 지금까지 무엇을 가장 잘 해왔는지, 어떤 모습일 때 가장 빛났는지를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당돌하게 몰아치는 위키미키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Crush’는 기획 단계에서 궤도 수정을 할 필요를 느껴서 내놓은 결과물 같으나 어딘가 어중간한 선에서 멈춰버린 듯한 아쉬움이 든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통속적인 후렴 멜로디, 이전과는 달리 사랑에 빠졌음을 먼저 고백하는 가사까지 갑작스런 변화들이 조금 당황스러운 데다, 결과적으로 썩 유니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전히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이 잘 느껴지는 ‘True Valentine’과 보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Dear.’가 대신 작은 위안이 된다.

파트가 전환됨에 따라 물음표가 차곡차곡 더해진다. 위키미키가 표방하던 ‘틴크러시’의 핵심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패기발랄함이라고 생각하는데, 핵심은 지워진 채 ‘크러시’라는 말만 공허하게 남았다. 수록곡 ‘True Valentine’이 전작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희망을 걸 따름.

‘러블리 갱스터’ 콘셉트는 그들의 정체성인 틴크러시를 좀 더 대중적으로 표현하고자 던진 변화구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적당함이 멋쩍게 타협한 어정쩡한 상태라면 좀 곤란하다. 삐죽거리는 이펙트와 유정의 랩이 몰아쳤던 버스에서 품었던 기대는 밝은 톤의 후렴구에서 조금 무너졌다. 가사의 애티튜드는 전작보다는 덜하지만 솔직함으로 그 맥락을 잇는다고 본다. 대중성을 뚫고 가거나 혹은 더 유들유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더 바란다.

아이돌에게 비주얼 콘셉트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고, 때로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이나 댄스 퍼포먼스와 전혀 동떨어진 스타일은 작품의 완결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 블랙과 핫핑크의 강렬한 대조로 우먼 파워를 표현한 듯한 비주얼과 달리, ‘Crush’는 달착지근한 소녀 감성으로 가득한 곡조에 간결한 안무로 구성되어 있다. 후렴이 나오기 전 위협적으로 다가오던 기타 사운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덜 뿌려진 양념처럼 잠깐 ‘센’ 향을 내다가 만다. 위키미키가 입은 펑크룩의 가죽 의상과 강렬한 메이크업도 기타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뭔가 굉장히 ‘센 것’을 하려다가 만 인상을 주고 있다. 커플링 곡 ‘True Valentine’의 당돌함이 아쉬워진다.



VAV
Senorita
A Tea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1일

   

제목부터 대놓고 ‘Senorita’인데, 아니나 다를까 곡 역시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인 라틴팝의 모습을 하고 있다(이쯤 되니 최근까지 유행하던 트로피컬의 자리에 라틴팝이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라틴 리듬에 스패니쉬 기타 리프를 얹고, 가사 사이사이 “Senorita”, “Mamacita”, “Viva la vida loca” 등 짤막한 스페인어를 넣어 누가 들어도 라틴팝임을 모를 수 없도록 배려(?)했다. 곡도 곡이지만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를 봤을 때 특별히 모자라는 부분은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어느덧 3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이들만의 변별점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꾸준히 ‘준수’한 디스코그래피를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이만큼 잘하는 그룹은 이미 넘칠 정도로 많다.



NCT 127
NCT #127 Regular-Irregular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NCT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에 대한 대답처럼 들리는 앨범. 대부분의 수록곡이 생소한 청감을 주지 않는다. 사실 곡들의 전개는 뮤지컬처럼 변폭이 크고 굽이가 많으며 새로운 구석도 많은데도, 멜로디가 달콤하고 자극의 호흡이 절묘해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특히, 좋은 기분으로 흥겹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의 전반부에서 친화력을 발휘한 뒤, 심화 과정으로 넘어가는 형태로 구성됐다. 그래서 ‘Interlude : Regular to Irregular’가 흥미로운데, 조금 지나치고 낯 간지러운 드라마타이징인가 싶다가는 이내 반전을 일으킨다. 이어지는 ‘내 Van’에서 본격화하는 스토리는 동양의 메트로폴리스에서 아이돌로 활동하며 꿈과 악몽을 오가는 NCT 127이라는 실존인물을 직접 서사화한다. (BTS의 그것이 자연인과 아이돌, 그리고 가상의 인물이 겹쳐지는 구성인 것과 대조된다.) 아주 구체적인 스토리보드를 꾸리지 않아도 되면서, 동양 또는 케이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케이팝이 갖는 ‘새로운 팝’으로서의 측면을 어필하는 전략인 듯하다. SM에서는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dope’를 들려주는 ‘내 Van’, 퓨처하우스의 싸늘함을 달콤함으로 담아낸 ‘Replay (PM 01:27)’, 곱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고즈넉하게 울리는 ‘나의 모든 순간’을 추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앨범 소개글에서 자부하듯 준수한 곡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앨범. 그러나 이 유기성이 그들이 의도한 대로인지는 잘 모르겠다. “NCT 2018 Empathy” 앨범 때부터 느꼈지만 세계관을 내세운 스토리텔링이 곡을 앞선다. 차라리 세계관 설명을 지우고 사운드에 집중할 때 ‘Regular’와 ‘Irregular’의 구분이 더 와 닿는 편. (아예 ‘Regular-Irregular’를 시각적으로 풀어서 콘셉트로 잡은 오피스 이미지와 서울 뒷골목 사이버펑크 이미지를 앨범 패키지, 뮤직비디오, 무대 등에서 더 드라마틱하게 대치시켰다면 설득력이 한층 올라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이틀곡 역시 빼어나지만 노골적인 북미 타게팅이 케이팝의 첨단을 점하던 NCT 127의 ‘네오’함을 살짝 흐리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세계관이 아닌 그를 통한 서사요, 해외의 호응이 아닌 그를 이끌어낼 개성임을 잊지 않았으면. 그러나 Pick을 주기에는 결코 모자람 없는 앨범이다. 로컬리티를 적극적으로 표방한 것이 흥미로운데, 북미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NCT 중국 유닛 공개를 앞둔 시점에서 팀의 차별성을 다지려는 책략으로 보인다. 시간성에 기댄 ‘네오’라는 세로축에 ‘씨티’라는 공간성의 가로축을 덧대어 그룹의 기반이 더욱 단단해진 느낌. 부드럽게 침잠하는 ‘Knock On’과 아릿한 뒷맛을 남기는 ‘내 Van’을 꼭 들어보길 청한다.

NCT 시스템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NCT 127의 첫 정규 앨범. 아직도 왜 NCT U가 아닌 NCT 127이 미국진출을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말이다. 127을 필두로 NCT의 시스템을 가볍게 소개하는 정도로 해석된다. 아무튼 꿈을 매개로 한 세계관에 걸맞게 트랙 리스트는 현실에서 꿈에 빠져드는 것처럼 매끄럽게 흘러간다. 현실에서 꿈에 접어드는 순간-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풀어주는 ‘Interlude’가 가장 인상적인데, 현실과 꿈을 연결하는 그 아슬아슬함 사이에 맞닥뜨린 NCT의 일기장 같은 내레이션 때문일 것이다. 이어지는 ‘My Van’ 역시 충격적이어서, 현실에서 꿈으로의 여정은 반짝거리며 노래하던 아이돌이 무대에서 내려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밴에 몸을 싣는 과정처럼 들리기도 한다. 두 가지 버전의 ‘Regular’를 해석하자면 모두 화려하고 세련된 아이돌 팝이지만 한국어 버전은 격렬한 안무에도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아이돌 자아를 뜻하고, 영어 버전은 자연인의 야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Regular’를 기점으로 그들의 세계관과 시스템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멤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한 장이었다.



앤씨아
I'm fine
제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3일

   

애잔한 정서를 풀어내는, 대체로 평이한 곡. 그래도 후렴에서 확실하게 날아오르고, 버스에서도 필요할 때 정확히 쉬어 주기 때문에 결코 나쁘지가 않다. 품격이 있으면서도 아련하게, 깊이 있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주로 편곡의 몫인데, 2절 버스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듣노라면 역시 멜로디의 힘이 아쉽기는 하다. 시무룩한 듯한 앤씨아의 음색의 울림만큼은 놓치기 아깝다.



토니 안
HOT Knight
신음악 공작소
2018년 10월 13일

   

토니안이 성공한 아이돌이자 실패한 아이돌 제작자라는 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곡. ‘토니안’이라는 아이돌이 언제, 어떻게, 왜 인기를 얻었는지 생각해보면 나올 수 없었던 곡이다. 라이브 무대에 맥락 없이 등장시킨 피처링 또한 ‘실패한 기획’이라고 봐야겠다. 인간이 모든 방면에서 재능을 가질 순 없는 법.



백일의 낭군님 OST Part 3
Stone Music Entertainment, 팝뮤직
2018년 10월 16일

   

신승훈이 이전에 언급했던 발라드의 단계라는 게 있다. 애잔-애틋-애절-처절이 바로 그것인데, 첸의 ‘벚꽃연가’는 그중에서 애틋한 발라드라고 할 수 있겠다. 사극 OST 작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흔한 OST로 넘길 수 있지만 첸의 차분한 감정전달을 언급해야 할 듯하다. 첸의 장점인 폭발력 있는 고음은 완만한 곡의 흐름에 맞게 절제되었고, 선명한 보컬 톤은 부드럽게 풀어내어 벚꽃이 흩날리듯 조심스럽고 아련한 정서를 전달했다. 드라마틱한 요소로 활용되던 보컬에게 다소 단조롭고 밋밋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그의 새로운 강점을 발견하게 한 트랙.



에이프릴
the Ruby
DSP 미디어
2018년 10월 1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다른 그룹들처럼 ‘걸크러시’로 전환하기엔 그간 에이프릴이 보여주었던 색깔과 방향이 너무 다르기에 콘셉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소극적으로 내디딘 한 발이 만든 결과물 같다. ‘예쁜게 죄’는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지만 들을수록 매력이 많고 중독성도 분명히 있는 곡이다. 다만 멤버들의 시원시원한 보컬을 좀 더 살릴 수 있도록 편곡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이 어디가 곡의 정점인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 전반적으로 노래가 단조로 흘러가 후렴에서도 상승보다는 하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후렴구에서라도 조성 또는 비트에 변화를 주어 흥을 돋우는 전략을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앨범의 완성도는 높다. ‘Oh-e-Oh’나 ‘Love Clock’은 그동안 에이프릴의 다른 앨범 수록곡을 통틀더라도 손에 꼽을 만한 곡들이다. 그룹의 장점들이 한껏 담겨 있으니 팬들과 팀에 어떤 식으로든 관심이 있는 분들은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케이팝 씬에서 곡이 흥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종종 퀄리티보다는 타이밍의 문제다. 적절한 시기에 한 방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기왕 다른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한 김에 다음번엔 좀 더 과감한 그리고 적확한 DSP의 한 수를 기대해보고 싶다. 지극히 사적인 응원의 마음을 담아 Pick!을 달아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오직 케이팝에서 맛볼 수 있는 (길티-)플레저. 노래에서 내내 읊조리듯 “실수”로 만들어진 것 아닐까 싶을 만큼 허무하고 괴이해도 결국 그 속에 흐르는 ‘뽕끼’에 두손 두발을 다 들게 된다. 어쩐지 오렌지캬라멜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립스틱’과 ‘방콕 시티’ 사이 지점에서 몽롱하게 톤다운을 시키고 블러 처리를 하면 ‘예쁜 게 죄’가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이 노래를 부른 게 에이프릴이라니. 당황스럽긴 해도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소화하는 멤버들에게서 전에 없던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 대대적인 방향 전환인가 싶지만 ‘손을 잡아줘’ 당시 서브곡이었던 ‘띵’에 온도 변화만 준 것 같기도 하다. 이전과 비슷한 스타일의 수록곡들과 이음새도 매끄러운 편. 절묘하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내놓은 결과물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으나, 이쯤 하면 에이프릴의 재발견. 상쾌하게 내지르는 수록곡 ‘Oh-e-Oh’는 출근길에 듣기를 적극 추천한다.

‘예쁜 게 죄’는 ‘트와이스가 이런 거 하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끼워 놓은 트랙. 하지만 아니다. 트와이스는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에이프릴이 트와이스가 하는 것들을 할 필요도 없다. 전작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차라리 타이틀 곡이었을 법도 했는데, 갑자기 노선을 틀어버린 것은 확실히 음악적 측면이라기보단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결정이었을 것 같아서 씁쓸하다.



정은지
혜화(暳花)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세 장의 미니앨범을 통해 정은지가 여태껏 보여온 음악적 세계에는 “80년대, 멀리 보면 70년대까지도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올드함’이 그 기저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다소 나쁜 의미, 이를테면 ‘촌스러움’과 동의어였다고 하면, 이번에 정은지가 가져온 신보는 ‘정감 있는’, ‘그리운’, ‘클래식한’ 느낌으로서의 ‘올드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골목길 코너를 오래도록 지켜온 노포를 우연히 발견한 것만 같은 안정감과 반가움을 앨범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 모든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이 ‘진정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나 앨범 안팎의 온도 차와 간극을 줄이는 데는 확실히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는 특유의 따스한 음색에 곡의 온도까지 높아서 앨범 내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면, 이번 미니앨범은 곳곳에서 언뜻 스쳐 가는 서늘한 공기가 적절히 환기를 해주며 정은지의 목소리에 끝까지 집중하여 귀 기울일 수 있게 배려한다. 일상의 소음을 음악의 영역에 가져온 발상과 동화적 상상력이 번뜩이는 가사가 재미있는 ‘상자’, 어른스럽고 블루지한 표정이 돋보이는 ‘신경 쓰여요’는 특히 일청을 권한다.

“혜화”에 이르러서야 정은지가 드디어 올드하게 들리지 않는다! 어딘가 산뜻한 느낌에 크레딧을 확인해보니 정은지가 전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고 한다. 비슷한 제목의 ‘혜화동’이 건드리는 정서와 비슷한 듯 다른데, 미니멀한 구성에 정감 어린 그의 목소리가 툭 얹어지니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발랄한 멜로디에 동화적인 상상이 담긴 ‘상자’와 스물여섯이라는 그의 나이가 느껴지는 ‘신경 쓰여요’에 일청을 권한다. 정은지의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이번 회차의 추천작

정은지의 가장 큰 무기는 '평범함'이다. 정확히는,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쏟아붓고, ‘완벽한 평범함’을 연출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은지의 특장점이다. 발군의 가창력을 지니고 있고, 연기력 또한 출중하며, 그 어떤 방면에서도 큰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인데, 정은지는 한 번도 이것을 전략적으로 앞세우거나 과하게 자랑하려고 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것들이 보고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까 봐 최대한 편안함을 추구해왔다. 그리고 이런 애티튜트는 정은지라는 아티스트를 고유한 영역에 안정적으로 놓이게 한다. 애써 강렬해지지 않아도 본연의 재능으로써 강렬함을 소구하는 것. 이것은 그토록 화려함을 자랑하는 케이팝 씬 안에서는 아직 정은지밖에 해내지 못한 영역이다. 담담하고 소탈하게, 하지만 똑 부러지게 적어 내려간 가사는 정박자로 떨어지는 리듬 안에서 뚝심 있게 버텨내는 힘을 보여준다. 천하장사 정은지가 슬쩍 건네준 청춘의 배터리.



김동한
D-Night
위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7일

   

전작 ‘Sunset’보다 사운드의 여백이 늘어나서 그런지 보컬의 양감이 뚝 떨어져 버렸다. 공간감과 밀도를 어느 정도 갖춘 ‘내 이름을 불러줘’ 바로 뒤에 위치해 더 두드러진다. 홀로 노래를 이끌기엔 아직 완전히 영글지 않았다는 인상. 과감한 안무와 무대 매너도 미숙함을 되레 강조할 뿐이다. 물론 이 풋내가 김동한의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수록곡 ‘Tipsy’가 그 예시) 유효기간이 긴 매력은 분명 아닐 터. 〈프로듀스 101〉 이후 JBJ를 거쳐 솔로에 이르기까지 너무 급하게 활동을 밀어붙이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도 빨라진 시장 순환주기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싶다.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이 미니앨범을 만든 사람들 중에 ‘솔로 가수 김동한’의 가능성을 확신한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제는 그 ‘확신하지 못한 사람’ 중에 김동한 본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김동한이 잘하는 것을 얼기설기 엮어 김동한이 잘하지 못하는, 혹은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리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무엇이 소년의 자신감을 꺾었을까.



소희
Hurry up (Feat. 볼빨간사춘기)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8일

   

후렴에서 확 스텝업하는 전개는 시원하다. 이는 프리코러스가 주효하기 때문인데, 찰랑거리며 느린 걸음을 걷는 기타의 리듬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멜로디는 그야말로 볼빨간사춘기가 가장 잘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에 비해 버스는 ‘되는대로 댄스곡’을 익숙한 디테일들로 메우려 하고, 후렴은 청하의 일련의 곡을 썩 좋지 못하게 모사한다. 기왕 언급했으니 말이지만 소희의 목소리는 청하에 비해 탄성이 있고 애교스러운 질감이 섞인다. 그건 장점이지만 비트의 질감이나 뻔한 오르간, 흐름이 강한 가요적 멜로디 등에 조합됐을 때 낡고 빛 바래게 들릴 만도 하다. 단적으로, 바로 이어지는 후렴 후반의 “Hurry up oh na na na” 부분만 해도 그런 인상은 훨씬 덜하다. 좀 더 치밀한 고민이 아쉬운 트랙.

볼빨간사춘기와 협업을 시도한 것은 현명했다고 본다. 소희의 보드랍고 통통 튀는 음색과 기민한 퍼포먼스를 모두 살리려는 방편이었으리라. 다만 볼빨간사춘기의 존재감이 소희를 덮어버린 것이 문제. 퍼포먼스를 함께 보면 조금 덜하지만, 노래만 들어서는 볼빨간사춘기의 곡을 소희가 커버한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솔로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분명 읽히기에 더욱 아쉽다.



샤플라
ShaFLA No.1
바인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요즘 걸그룹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정말 정말 납작하게 보자면 섹시, 소녀, 걸크러시 정도일 것이다. 샤플라는 그 대신 ‘고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성숙하고 세련된 미감의 곡을 얼마나 오랜만에 본 건지 모르겠다. 곡의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제 기량을 펼치는 보컬은 여유가 넘친다. (여자)아이들처럼 걸그룹의 모습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약간 호들갑스러운 기대를 걸어본다. 샤플라, 기억해도 좋을 이름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자본이 퀄리티의 전부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는 싱글. 곡의 만듦새도 꽤 정교한 편인데, 멤버들의 실력 또한 곡과 충분히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브라운아이드걸스와 마마무의 초기작들이 떠오르기도.



이홍기
DO n DO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8일

   

〈프로듀스 48〉 선생님, 아니 이홍기의 두 번째 미니앨범이다. 치타와 함께 가벼운 스윙을 추는 듯한 ‘I Am’을 시작으로, 트렌드와 피처링으로 감싸진 이홍기가 있었다. ‘Cookies’는 솔직히 ‘다른 사람도 하니까’ 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가 록발라드 외에도 시도할 것이 많다는 신호탄처럼 읽힌다. ‘홍스타 크루’와 함께 초반 플레이리스트를 새로운 모험으로 장식하고, 마지막 두 트랙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마무리했다. 모험과 안전 사이에 가장 균형 잡힌 선은 수록곡 ‘모닥불’인 듯하다. 틀을 조금씩 깨면서 어색해 보이지 않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적어도 이런저런 시도로 어른스러운 이미지의 보컬이 약간은 영(young)해 보이니, 일정 부분은 성공한 게 아닐까.



이세흔(걸카인드)
Vibe On
넥스트레벨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9일

   

걸카인드 이세흔의 솔로 디지털싱글이자 자작곡.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세흔의 음색이나 창법은 분명 매력적이라, 피아노를 중심으로 강한 비트를 넣은 R&B가 제법 그림이 나온다. 다만 비트와 신스가 피아노 및 보컬과 딱히 조화를 꾀하지 못해 빛이 바랜다. 그저 덧대어져 있을 뿐, 특히 비트는 곡의 흐름을 주도하지도 않는 채로 때로 비트 쪼개기가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간혹 비트와 피아노 사이에 밸런스 조절이 있기는 한데, 보다 적극적이고 꼼꼼한 편곡이 아쉽다. 채워 넣기 식으로 쓰여진 인상을 남기는 버스도 곡에의 집중도를 해치며, 매력 있는 보컬이 종종 작곡을 위한 스케치 녹음처럼 들리는 점은 크게 아쉽다. (그리고 걸카인드의 음반에서도 그렇지만 제발 보컬 튠을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일부 구간에서 약간씩의 엇나감이 감상을 너무 해친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헤이즈병’이라는 게 유행한다고 들었는데, 그 인스타그램의 1분짜리 클립들을 서너 개 모아서 엮으면 ‘Vibe On’의 뮤직비디오가 된다. 곡 또한 그 인스타그램에 링크된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들어봄 직한 곡이다. 아직도 ‘홍대’가 이토록 ‘힙한 느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공간으로 다가가는지는 잘 몰랐는데, 그래도 유효하긴 한 모양



웬디, John Legend
Written In The Stars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성사된 것이 사뭇 신기할 정도의 조합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보컬의 합이 썩 훌륭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두 싱어 모두 평소의 창법을 상당히 내려놓고 서로에게 많이 맞춘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케미스트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깊고 풍부한 공간감과 최소한의 악기 구성으로 두 보컬을 오롯이 빛나게 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데, 두 주인공 역시 서로에게 최대한 발맞추며 성실히 각자의 몫을 수행하고 있으나 묘하게도 ‘한 끗’이 아쉬워지고 만다. 아쉬운 와중에도 반짝반짝 우아하게 빛나는 웬디의 보컬이 싱글의 존재 의의를 강력히 증명하는데, 작정하고 ‘팝송’에 가까운 트랙을 이 정도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만능 아닐까. 웬디가 부르는 곡을 더 많이 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깊어지는 가을 밤하늘의 별을 세며 멍하니 사색에 잠기기 좋을 그런 트랙.




1st Listen : 2018년 10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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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Visit, 몬스타엑스, 스트레이키즈, 엔티크, 핑크판타지, 보아, 에이티즈, 골든차일드, 엔플라잉, 아이즈원, 하이라이트, 헤이걸스, JBJ95, 원포유의 음반을 다룬다.
Visit
너라서
SBS Plus
2018년 10월 22일

   

블락비 재효, 붐, 유재환의 유닛에 그렉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 싱글. ‘너라서’의 멜로디는 지나칠 정도로 착실하고 쉬운 리듬을 스스로도 의식하는 듯 이리저리 몸을 비틀다가, 그 결과 사라진 임팩트를 ‘가창력 승부’로 되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미 전개부에서 충분한 불안을 전해준 뒤라 마음 편하게 가창력에 귀를 기울이기는 심히 어려운 곡인 데다, 절창 역시 썩 잘 녹음된 것이 아니라 과잉한 스캣으로도 무엇 하나 채워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컬 디렉팅을 더 꼼꼼히 하거나, 스튜디오에서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들이거나, 혹은 애초에 이것보다 나은 곡을 쓰거나.



몬스타엑스
Are You Ther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2일

   

몬스타엑스가 잘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모아서 비는 곳 없이 훌륭히 배치했다. 타이틀 ‘Shoot Out’은 비련을 그린 노래이나 멜로디나 코드워크는 몹시 단순하다. D 마이너의 기본 온음계적 코드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다가 프리코러스 후반 “어둠 속에 위태롭게 휘청이고 있어”에서 단 한 번 Eb7을 찍고, 중간 연결도 없이 곧바로 Dm로 돌아올 뿐이다. 그러나 화성적 유려함이 없는 그 점이 파괴적인 드럼이나 랩과 어우러질 때 오히려 올곧고 두터운 느낌을 주고, 그게 양감 있는 피지컬을 자랑하는 몬스타엑스의 ‘육체파’ 미학과도 잘 들어맞는다. 서지음이 그려낸 좀비 AU 속의 이별 가사와 어우러질 때 탄생하는 서정성은, 그래서 흔히 볼 수 없던 종류의 것이다. 2018년 현재 전 세계에서 케이팝 씬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영어 버전을 들어봐도 이것은 케이팝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요즘 몬스타엑스의 기세가 최고조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전작들에서부터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리곤 월드 투어와 북미 프로모션으로 추진력과 탄력을 얻은 뒤, 본작에 이르러 그야말로 ‘포텐’이 터질 대로 터진 느낌. 월드 투어를 통해 얻은 것이 분명한 자신만만함과 단단한 에너지가 앨범 내내 흘러넘친다. 일전에 ‘Dramarama’가 타이틀인 “The Code”를 두고 김윤하는 “타고난 페로몬 과잉을 가장 효율적으로 그려낸 결과물”이라 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본작의 타이틀 ‘Shoot Out’은 그룹 특유의 ‘페로몬 과잉’과 테스토스테론 과다의 결정체이며 완성판이 아닐까. 사운드, 래핑, 보컬, 퍼포먼스 등 모든 요소에 야성적인 육체미가 뚝뚝 흘러내리는데, 2PM 이후 겨우 맥박만 뛰고 있던 ‘짐승돌’ 계열의 본격적인 부활이라 하면 다소 과장일까. 케이팝 보이그룹계에 잊을 수 없는(!) 한 획을 그은 셔누의 진동 퍼포먼스와, 음악방송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다는 농담과 진담 섞인 말이 오가곤 했던 원호의 독기 어린 춤사위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렇다(물론 두 멤버의 남다른 존재감이 이번 활동 흥행에 불을 붙인 요소 중 하나였음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극대화된 ‘보는 재미’ 만큼이나 ‘듣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서늘하게 출렁이는 ‘Underwater’, 초기작이 떠오르는 ‘Heart Attack’, 청량한 소년미가 빛나는 ‘널하다’, 전작의 ‘폭우’를 사랑했던 이라면 당해내지 못할 ‘Oh My!’ 등 놓치기 아까운 트랙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 활동 당시 발매됐던 싱글에 한국어 가사를 입힌 ‘Spotlight’은 특히 수록곡으로만 남겨놓기엔 아쉬울 정도. 결론적으로, 몬스타엑스는 본작을 통해 ‘몬스타엑스가 가장 잘하는 것’과 ‘지금 이 씬에서 몬스타엑스 말고는 할 수 없는 것’을 동시에 모두 증명해냈다. Pick이 하나뿐인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이번 회차의 추천작

‘Dramarama’ 때 몬스타엑스가 드디어 궤도에 올라섰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Shoot Out’에 이르러서는 궤도에 완전히 안착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Dramarama’와 ‘Jealousy’ 때 아쉬웠던 점이 (굳이) 있었다면 임팩트의 교통정리가 덜 된 듯한 퍼포먼스를 꼽는데 이마저도 셔누의 진동 한 방에 모두 털어졌다. 더욱더 기분 좋은 것은 이제껏 쌓아온 그룹의 역사가 모두 보인다는 것. ‘무단침입’과 ‘신속히’의 호방한 기세, ‘Fighter’의 박력, ‘걸어’와 ‘아름다워’, ‘Shine Forever’의 섬세한 선율, ‘Dramarama’의 밀도 있는 사운드, ‘Jeolousy’의 부드러운 관능미가 ‘Shoot Out’ 한 곡에 전부 녹아 있다. 이는 분명 디스코그래피를 착실히 쌓아왔다는 방증. 타이틀 곡뿐만 아니라 미니앨범 전체에 걸쳐 몬스타엑스의 지난 족적이 빡빡하게 들어차 있다. 올해 들어 펜타곤, 아이콘 등 다작 가운데 ‘한방’이 부족했던 아이돌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그중 단연 최고는 몬스타엑스가 아닐까. 수록곡으로는 물이 오르다 못해 범람하는 ‘Underwater’와 ‘Oh My!’를 추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꾸준히 성장해온 남자 아이돌이 정점에 올라섰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수작. 묵직한 무게감에 경쾌한 속도감, 그리고 익살스러운 추임새 등은 몬스타엑스를 대표하는 사운드였고, 관능적이면서도 너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게 연출된 비주얼 퍼포먼스는 몬스타엑스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무겁고 거친 사운드를 이겨 내기 힘들어 보였던 미성의 보컬들은 잘 다듬어져 부드러운 화성 연출로 곡의 포인트를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 3년간 성장한 래퍼들은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워진 랩을 구사하는데, 능숙해진 그들의 요령이 몬스타엑스를 다른 그룹과 차별화하는 역할을 해준다. 동선이 너무 단조롭거나 동작의 리듬감이 떨어지는 등, 이전 곡들의 안무가 갖고 있던 단점을 찾아볼 수 없게 된 ‘Shoot Out’의 안무 또한 괄목할 만한 부분. 일렁이는 신스가 돋보이는 ‘Underwater’, ‘어디서 뭐해’나 몬스타엑스의 박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Oh My!’, 일본에서 선공개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케이팝의 정수’에 가까운 ‘Spotlight’까지, 앨범의 모든 트랙이 타이틀 곡처럼 들릴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재작년부터는 콘텐츠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스토리와 세계관까지 더해져 케이팝 아이돌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3세대 남자 아이돌 중 가장 흥미로운 성장사를 보여주고 있는 팀.



스트레이키즈
I am YOU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I am YOU’는 속도감 있고 거친 랩과 미성의 보컬의 뚜렷한 대비가 인상적인데, 메탈랩 음악에서 밴드 사운드를 제거해버리면 이런 곡이 나올까 싶은 이미지의 노래다. 이전에도 팀이 가진 정체성이 마냥 힙합과 댄스만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어쩌면 스트레이키즈에게는 댄스 그룹과 밴드의 매력이 공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니앨범 중간에 다소 생뚱 맞게 아버지를 생각하는 애틋함이 담긴 ‘해장국’이나 “개꿀”이란 속어를 살짝 변형해 풀어낸, 유난히 익살 맞은 ‘Get Cool’같은 곡들이 섞여 있다는 점은 곡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당혹스럽다. 1세대 아이돌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수록곡 간 스타일의 다채로움이 멤버들이 셀프 프로듀싱하는 그룹에게서 나타난다는 점 또한 의아한 지점이다. 혹시 록을 좋아하는 멤버와 힙합을 좋아하는 멤버의 취향 차이와 충돌이 그대로 음악에 반영된 결과물은 아닐까? 이들의 창작과정이 새삼 궁금해지는 지점. 데뷔부터 차분히 다시 들어보면 좀 더 선명하게 팀의 색깔과 장점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종잡기 힘든 들쭉날쭉함이 스트레이키즈만의 매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지만, 그전에 대중을 설득하고 사로잡기 위해서는 조금은 더 곡들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주제넘은 우려를 보태어 본다.

스트레이키즈를 보고 있자면 힙합을 표방한 역대 아이돌들의 초기 모습이 하나둘씩 겹쳐 보인다. 이전까지는 블락비의 들끓는 에너지, B.A.P의 저항정신, 방탄소년단의 치기 어린 패기가 어른거렸다면, 이번에는 ‘거짓말’, ‘천국’, ‘Remember’ 같은 곡들에서 찾아볼 수 있던 빅뱅의 서정성이 강하게 읽힌다. “I am NOT”“I am WHO”의 치열한 번뇌 끝에 “I am YOU”라는 결론을 내놓으며 반항기를 걷어내고 서정성을 건져 올린 느낌. 덕분에 여태 (믹스테잎 포함) 3장의 미니앨범에 걸쳐 동어반복이 되는 듯했던 피로감과 부담감은 한결 덜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 같다’, ‘빅뱅 같다’ 내지는 ‘JYP 같지 않다’ 등 과거의 특정 레퍼런스를 잡아내는 것 이상으로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는 게 사실. 뾰족한 수 없이 프로듀싱 멤버들만 계속 소진시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 가운데 스트레이키즈만의 특성이 아닐까 하고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치기 어린 패기’. 방탄소년단의 그것은 곧 치기가 묻어나는 패기로 결국 ‘패기’가 도드라졌다면, 스트레이키즈는 패기 있게 치기를 몰아붙이며 ‘치기’에 방점을 찍는다. 후속곡 ‘Get Cool’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현실 남고생(아니, 어쩌면 초중생)의 소소한 일상을 가볍게 풀어내면서 “개꿀(Get Cool)”, “개 이득(Get 이득)”, “훗 이게 형 클라스죠” 같은 구절을 아무런 위화감 없이 내뱉는다. 이전 미니앨범의 ‘갑자기 분위기 싸해질 필요는 없잖아요’ 때까지만 해도 거부감이 조금 있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니 청소년의 일상언어로 힙합을 구현하는 ‘치기 어린 패기’(혹은 ‘패기 어린 치기’)야말로 스트레이키즈와 여타 힙합 아이돌들의 차별점 같아 보인다. 어쩌면 ‘스트레이키즈’라는 팀명의 핵심도 ‘스트레이’가 아니라 ‘키즈’에 있었던 걸지도.

프리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봐오면서 항상 느꼈던 거지만 이번 미니앨범으로 확실해진 것이 하나 있는데, 스트레이키즈의 모든 음반이 굉장히 불친절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이키즈는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들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해주지 않는다. ‘real me’를 어필한다기엔, 아직 청중이 ‘unreal you’에 대해서도 봐온 바가 없지 않은가. 별다른 주제 의식 없이 막연히 ‘청춘’을 소구하는 가사부터,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바뀌는 장르, 그다지 뚜렷한 개연이 없어 보이는 곡의 진행도 문제지만, ‘극과 극’의 촌스러운 가사나 ‘0325’의 서툴고 의욕적이기만 한 면모는 이 팀이 정말 대형 레이블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팀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이 팀을 다른 팀과 변별해낼 지점, 즉 개성 또한 찾을 수 없다는 점이겠다.



엔티크
내가 누군지 아니
예찬 미디어
2018년 10월 23일

   

나긋나긋하게 일관하는 노래에 멤버 지온의 독특한 외모가 더해지며 판타지-순정 모바일 게임의 주제곡 같은 오묘한 느낌을 자아냈던 전작과 달리 평이한 아이돌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노래의 만듦새나 이를 소화하는 멤버들의 역량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7-8년 전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던 군소 아이돌 중 하나인 것 같은 시시한 인상만을 남긴다. (이는 사실 전작도 매한가지이긴 하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 특히 조악한 뮤직비디오 퀄리티에 한숨을 짓게 된다.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카메라 앵글이 그룹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음악이 우선이라 한들, 이제 비주얼은 단순 포장을 넘어서 노래와 불가분한 콘텐츠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아이돌팝이라면.



핑크판타지
이리와
마이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노래가 의외로 나쁘지 않다. 슈퍼주니어 신동과 WithRu의 공동 작곡이라고 한다. 재도기의 편곡도 꿍꿍이 있어 보이는 마이너 멜로디를 느슨하지 않게 잘 잡아준다. 멤버가 많아 산만할 수 있는 보컬 운용도 예찬과 유빈 등의 멤버가 잘 캐리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바게트 사은품 같은 토끼 모자와 찜질방 의상은 무대에 올라가는 댄스 보컬 그룹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미도 갖추지 않고 있다. 데뷔 전까지의 활동을 보면 신동과 친분이 있는 유세윤의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한 바가 보인다. 이 토끼 모자 콘셉트도 그와 유사한 감성이 엿보인다만, 이런 부조화적 크리에이티브가 키치하다기보다는, 가성비조차 챙기지 못하는 아프리카 TV 콘텐츠마냥 후줄근해서 슬퍼진다.



보아
Woma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보아는 그 누구보다 연출력이 뛰어나며, 어느 순간 어느 때에 자신이 가장 빛나는지를 잘 알고 영민하게 이를 수행해낸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보이스 컨트롤,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퍼포먼스,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앨범의 만듦새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리 없는 모든 곳에서 스스로 위풍당당하게 빛나는 모습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컬과 퍼포먼스가 모두 뛰어난 데다 셀프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아티스트는 드물지 않지만, 거기에 이런 연출력과 감각까지 지닌 아티스트는 결코 흔하지 않다. 심지어 그런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어떠한 메시지를 제시하기까지 하는 아티스트라니. 물론 그 메시지가 가진 한계나 불완전성을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가 ‘Girls On Top’을 발표한 후의 시간만큼의 진보를 ‘Woman’을 통해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만큼을 왔고, 거기서 또 이만큼 나아갔으니, 여기서부터 다시금 나아가는 것은 앞으로의 몫이며 과제인 것이다. 그 진보나 진전이 완전무결하지 않거나 한 발짝 나아간 정도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의미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보아가 그어 놓은 새로운 출발선 위에서 제각각의 이야기를 펼치며 저마다의 답변을 보태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면, 분명 그는 할 일을 충분히 하고도 남은 것이다.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아 버렸지만, 그렇기에 그는 더없이 소중한 아티스트다. 이런 아티스트와, 그것도 동시대에 함께 숨 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키워드 #보아〉에서 회의 중 객관적으로 자신을 파악하던 보아가 기억난다. 너무 완성되어 있어 딱딱해 보이는 아티스트. 보아를 풀어내는 두 가지의 방향을 올해 그의 활동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대중이 잘 알고 있는, ‘어려운 것을 해내는’ 보아의 테두리를 조금씩 깨는 시도가 올해 초의 활동이었다면 보아의 테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틈을 짚어낸 포인트가 바로 이번 ‘Woman’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 속 거꾸로 걸어 나오는 안무나 여성에게 임파워링을 주는 메시지는 현재의 보아를 가장 매력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보인다. 전작 ‘Girls On Top’을 연상시키면서도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해주는 ‘Woman’은 쉽게 넘겨버리기에 아까운 보아의 한 장면이다. 마치 신화적 인물처럼 그려낸 ‘Encounter’, 현실적인 상황에 씁쓸한 정서가 자리한 ‘홧김에’ 등 그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 각 트랙에 담겨있으니 놓치지 말 것. 개인적으로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인 ‘No Limit’를 추천한다. 쉽게 가지 않지만 산뜻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가 꼭 그 같기 때문이다.

최근의 앨범들과 달리 보아의 초기 작품들을 연상하게 하는 트랙이 많은데, 보아가 걸어온 긴 시간을 정리해둔 사진첩 같은 앨범이다. 최근의 보아가 낯설고 이전의 보아가 그리웠다면 이번 앨범을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장르와 트렌드를 뛰어넘은, ‘보아’의 앨범이라는 것 하나만을 강하게 설득해내는 곡으로 가득하다. 이 앨범을 대표하는 ‘타이틀곡’으로 ‘Woman’을 선정했다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갖는지 반드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에이티즈
Treasure EP 1 : All To Zero
KQ 엔터테인먼트,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0월 2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캐리비안의 어떤 선장이 떠오르지 않을 리 없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속에서 비장한 영어 내레이션이 울려 퍼지는 ‘Intro: Long Journey’에서 이 그룹이 가리키는 목적지란 꽤나 분명하다. (역시나 밀짚모자를 쓴 어떤 해적이 떠오르고 마는) 더블 타이틀곡 ‘해적왕’에서부터는 그것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구체화된다. 그것은 ‘보물’로 비유되는 무언가일 수도 있고(‘Treasure’), 소중한 이와 보내는 꿀 같은 휴식일 수도 있으며(‘Twilight’), 어떤 순간에도 곁에 있어 주는 누군가라거나(‘Stay’),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해서라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일 수도 있을 것이다(‘My Way’). 각 트랙의 장르나 메시지는 다양하고 제각각이지만, 대신 모든 트랙을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를 통해 유기적이고 일관된 흐름을 만들었다. 힙합, 트랩, 뭄바톤을 한데 뒤섞고 약간의 엑조틱함을 가미한 ‘해적왕’도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지만, 앨범 전체를 꿰뚫는 테마와 스토리가 본작의 당위를 설득해내며 앨범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멤버들의 안정적인 수행력도, 기합이 한껏 들어간 퍼포먼스도 상당히 인상적. 제목을 보아하니 연작 시리즈로 꾸려질 모양인데,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에이티즈의 지도가 가리킬 다음 목적지가 궁금해진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한동안 아이돌의 ‘세계관’이 화두였는데 그것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그 진면목이 반드시 매우 구체적인 설정과 스토리보드에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야심과 패기를 전달할 뿐인 ‘해적왕’과 ‘Treasure’는 세계관의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일단 우리가 지금 보여줄 것은 이게 전부니까 생각 없이 즐기면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돌 시장의 문법이 복잡해졌다고는 하지만 ‘팝’의 미덕에 반드시 예외는 아님을 느낀다. ‘해적왕’은 훅이 선명하지는 않고 곡의 구조 또한 복잡하지만 강한 텐션과 집중력으로 플레잉타임을 번쩍이며 통과한다. 듣고 나면 ‘내가 뭘 들은 거지?’ 싶어지지만 적어도 듣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튼 신나기만 한다. 이를테면 어떤 그룹처럼 ‘내가 교양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 하고 있나?’ 하는 감상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민하게 설계된 아이돌과 준수하게 뽑힌 팝의 조합. ‘왜 여태 케이팝 (별로) 안 하셨지?’ 싶어지는 프로듀서 EDEN에게도 주목해 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케이팝 아이돌 콘셉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나 싶지만 이렇게 또 새로운 게 나온다. ‘해적왕’이라니! 〈원피스〉부터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해적’ 하면 떠오르는 여러 심상들을 적절히 버무려 놓고 미니앨범 내내 여기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인트로부터가 압권. 장대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있으면 〈캐리비안의 해적〉이 떠오르지만 (조금 과한 연출이 느껴지는) 익살 가득한 내레이션이 어째 놀이기구 〈신밧드의 모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놀이기구 타러 줄 서 있는 동안 들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달까.) 이 〈신밧드의 모험〉을 지나고 나면 바이킹처럼 장난스럽게 빌드와 드롭을 오가는 더블타이틀 ‘해적왕’과 ‘Treasure’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 두 곡이 썩 매력적이다. 보컬 멤버들이 야심 가득한 외침으로 곡을 끌어올리면 래퍼 멤버들이 등장하며 극적인 드롭을 만들어내는 구도가 인상적. 이어지는 ‘Twilight’과 ‘Stay’는 청자와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퍼레이드, 마지막 곡 ‘My Way’는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을 떼고서 나누는 소회의 불꽃놀이와도 같다. 같은 레이블의 블락비가 진짜 해적이었다면 에이티즈는 해적을 꿈꾸는 소년들의 공상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테마파크. “Treasure EP 1”이라고 미니앨범 제목을 붙인 걸 보면 당분간 이 콘셉트가 죽 유지될 듯한데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여정이 더 궁금해진다. 여러모로 야망이 엿보이는 데뷔 EP.

놓치기 아까운 음반

장대한 서사시의 프롤로그 같은 에이티즈의 데뷔 EP. 이들의 시작이 첫눈에 반한 이상형을 향한 고백이 아닌 격랑을 함께 헤쳐나갈 동료를 구하는 듯한 손길이기에 인상적이다. ‘Intro : Long Journey’의 마지막 라인인 “Will you join us?”와 ‘해적왕’의 “Will you be my friend?”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마치 그들의 이야기가 1.5D의 동화처럼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티즈의 세계관 속에서 험난한 아이돌 시장은 거친 바다로 변하고, 팬덤은 그들이 찾는 보물이자 동료가 된다. 아이돌이 세계관을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에이티즈의 커리어는 소년들의 모험기라는 레이어로 읽히며 팬덤에게 즐거운 자극을 주리라 생각한다. (엑소의 ‘Black Pearl’ 이후로 해상의 모험기가 다시 등장한 것도 반가운데, 그보다 더 깊이 파고들 줄이야!) 방향키를 단단히 쥐고서 만만치 않은 사운드를 솜씨 있게 빠져나가는 ‘해적왕’, 그리고 끝없이 전우의 사기를 북돋는 ‘Treasure’는 같은 듯 다른 톤의 더블 타이틀로,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청자를 동등한 비중의 주연으로 끌어들이면서도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까지 그럴듯하게 그려내, 세계관 좀 좋아하는 덕후라면 이들을 눈여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골든차일드
Wish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2009년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Genie)’ 이후 거의 9년 만에 등장한 동명의 케이팝 곡. 울림 아티스트의 모든 노래는 인트로부터 들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다. 세 번째 미니앨범 “Wish”는 동명의 인트로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을 안은 상태에서 타이틀 ‘Genie’를 들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이 레이블만 쓰는 특이한 셀링 포인트여서 누군가는 그 특별함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트랙별로 판매되는 음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위험한 마케팅으로 보인다. 인트로 없이 본곡만 들었을 때엔 후렴까지 가는 버스들이 너무도 지루하다. 차라리 인트로 트랙을 본곡에 흡수시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미니앨범 전체를 듣기를 유도하는 실험적 방식은 멋지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이러니저러니 해도, 소년들의 쾌활한 고백의 외침은 듣는 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모양이다. ‘담다디’를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Genie’가 꽤나 반가운 트랙으로 다가갈 것 같다. 운동장을 벗어난 곡은 전보다 뽀송뽀송해진 듯하지만, ‘담다디’의 야구부 소년들이 갖고 있던 발랄함은 여전히 화면과 사운드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트랙에 걸쳐 적당한 청량감을 유지하는 수록곡 중에서는 인피니트가 아닐 리 없는 ‘너’가 눈에 띄는데, 역시는 역시, 울림은 울림이라는 감상을 전한다.



엔플라잉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6일

   

엔플라잉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침잠하는 감성으로 시무룩하게 흐르고, 내내 찰랑거리는 사운드는 베이스와 피아노의 어둑한 무게감과 좋은 조화를 보인다. 훅을 이루는 “Like / a / flo / wer”의 멜로디-리듬의 결합이 다소 덜컹이는 느낌은 있지만, 충분한 들숨으로 지속되는 전개나 후반의 가창력 선보이기도 거의 매번 시의적절하고 품위도 있다. 다만 가사의 모티프인 꽃이 맥락 속에서 지칭하는 대상(“너”, “나”, “그녀”)이 선명하지 않다. 보도자료에서는 “젊음을 꽃에 비유했고, 시들어 가는 꽃을 자기 자신에게 투영”했다고 하는데, 사라지는 젊음을 애도하는 아이돌이라면 과감하고 참신한 시도일 수도 있겠으나 모호성 때문에 심상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다. 거기에 “미워”, “가질 순 없어도”, “꺾을 수는 없어도”, “시들어가지 마”, “그녀를 밟지 마”, “지키기 위해 널 감춰” 같은 표현들이 자칫 아주 낡고 찜찜한 것들을 연상시킬 수 있어. 곡만을 들었을 때는 의도에 접근하기 다소 어렵다. 향후 격월로 신곡을 내고 라이브를 진행하는 연간 프로젝트라고 하니, ‘꽃’이 보여준 음악적인 새로운 면에 기대감을 걸어둔다.



아이즈원
Color*Iz
Stone Music Entertainment, Off The Record Entertainment
2018년 10월 29일

   

‘라비앙로즈’는 감탄이 나온다. (특히 훅으로 넘어가는 부분 등) 몇몇 연결부가 보다 매끄럽거나 혹은 오히려 극적인 장면전환을 이룰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비장한 고혹미가 투스텝 비트로 가볍게 날아가는 등의 구성은 매우 드라마틱하고도 ‘페미닌’한 멋을 파괴력 있게 구사해낸다. 양국 멤버들의 발성 질감 자체의 차이를 개성으로 승화시켜 깔끔하고 다채로운 음색 팔레트를 구성한 점도 인상적. 미니앨범의 전반부는 텐션을 조이는 방향성으로 ‘라비앙로즈’를 향해 수렴하는데, ‘비밀의 시간’에서부터는 그 지향점이 꽤 다르다는 인상이다. AKB 식의 어필은 ‘못함’이 아니라 ‘어수선’하고 ‘떠들썩’한 것에 있다고 보는데, AKB 계열을 보다 많이 들은 이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해진다. 다만 방송에서 선보였던 곡들의 재녹음 버전은 이미 완성된 트랙에 보컬 녹음만 다시 했는데도 믹스에 걸리적거리는 게 많아서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 데뷔 초기가 퀄리티의 정점이라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고질병이 반복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라비앙로즈’가 아까운 곡.

놓치기 아까운 음반

‘라비앙로즈’는 ‘꿈 많은 소녀’ 이미지에 기댄 상투적인 데뷔곡이 아니라는 점 외에도 각자 다른 음색과 성량을 고려한 파트의 배분, 서사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가사 등의 전략적 선택들이 두드러지는 곡. 12명의 다인원, 각자 다른 연습 환경, 또 다른 언어 등을 빠른 시간 내에 한 팀으로 묶어내면서도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덕션에서 세심한 고민의 단계를 거쳤음이 느껴진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안무는 파트의 분량과 무관하게 무대 위에서 모두가 한 번씩 주목받을 수 있게끔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이 또한 다인원 그룹을 프로듀싱하는 데에 있어 하나의 모범사례로 남겨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권은비와 조유리의 선명하게 대비되는 음색이 교차하는 후렴 직전의 파트가 이 곡의 백미.
첫 트랙 ‘아름다운 색’은 12가지의 색이 하나가 된다는 팀의 콘셉트와도 잘 어울리는, 보컬 라인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노래이며 이어지는 ‘O` My!’는 억지로 귀여움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활기찬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그밖에도 앞으로 그들의 콘서트 세트리스트 마지막에 자리를 잡을 듯한 발라드 ‘비밀의 시간’과 〈프로듀스 48〉 최종회 경연곡을 재녹음한 보너스트랙 격의 곡들까지 볼륨 있게 채워진, 앞으로를 기대해보기엔 충분한 완성도의 데뷔 미니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멤버들 말마따나 〈프로듀스 48〉 시절 곡들처럼 귀엽고 발랄한 곡을 들고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채로운 멤버들을 납작한 ‘소녀’ 이미지로 획일화했던 I.O.I의 데뷔 미니앨범과 달리 “COLOR*IZ”는 특정 콘셉트를 표방하기보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아름다운 색’에 주목하는 가운데 ‘장밋빛’으로 톤을 일치시킨다. 노래에서나 안무에서나 ‘센터’를 놓지 않으면서 모든 멤버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부여하는 파트 분배는 혀를 내두를 정도. 팀 밸런스가 막강해 팀의 완결성에는 걱정이 없었다만 멤버별 개성이 미묘하게 달라 팀의 방향성에 대해 우려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우려를 완벽하게 불식시키는 데뷔 미니앨범. 특히나 귀여운 콘셉트로만 갔다면 역량을 미처 펼치지 못했을 은비, 채연이 빛을 발하는 게 반갑다. 역대 〈프로듀스〉 산하 그룹 중 계약 기간이 가장 긴 만큼 긴 호흡으로 주도면밀한 프로듀싱을 지속해 가길. (여담이지만 CLC가 녹음한 ‘라비앙로즈’ 음원과 함께 안무 초안 영상이 유출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CLC가 ‘Black Dress’의 연작 격으로 ‘라비앙로즈’를 내놓았을 평행우주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프로듀스 48〉의 데뷔 팀인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는 ‘국프’를 빽으로 세상과 맞짱 뜨는 걸그룹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는 곡이다. 행진곡처럼 둥둥 울리는 드럼 비트 위에 서서, 이제 겨우 데뷔하는 시점에 ‘여기 서 있는’ 자신을 보라며 앞에 펼쳐질 장밋빛 꽃길을 자신만만하게 노래할 수 있는 걸그룹은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에는 없었다. 당신들이 선택했으니, 당신들은 반드시 좋아할 거라는 자신감. 인트로 트랙인 ‘아름다운 색’과 커플링 곡 ‘O' My!’ 또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런 역동성은 사실 모든 걸그룹에게 필요한 애티튜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이라이트
잘 지내줘
어라운드 어스
2018년 10월 29일

  

사실 그렇다. 타의에 의한 이별의 순간에 웬만한 말들은 별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혹여 후일 감정이 식는다면 “그러고 보니 걔는 그 순간에 그런 소릴 했어”라며 흑역사로 편입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돌의 고별송 중 비당사자에게도 감동적인 곡은 사실 아직 별로 없다. 거기에, 왜 한국 남자들은 (어디까지나 예를 들자면) 군대에 갈 때, 마치 두 사람의 관계가 소중한 건 자신뿐이었다는 듯 잊어버리고 잘 살라는 말을 자꾸 하는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특히 작년부터의) 하이라이트에게는 기대가 남달랐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런 불만들을 제쳐놓고 보자면, 시작부터 아련함의 끝을 달리는 이 곡은 감정선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등장하는 “우린 왜 이별인가요”, 간절함이 한껏 고조됐을 때 또다시 “잘 지내줘”의 반복 등은 조금 잔인하다고 느껴질 만큼 듣는 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며 휘둘러 놓는다. 팬이 아니라면 버겁게 다가올 이유이기도 하지만, 팬에게는 각별할 것도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발매의 의의와 목적에 충실한 노련한 곡. 찌푸림 없는 즐거운 얼굴로 하이라이트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헤이걸스
유후후 (Yoo-Hoo-Hoo)
모아이 사운드
2018년 10월 30일

   

정리되지 않은 브라스 사운드가 놀다 만 젠가처럼 위태롭게 쌓여 있는 가운데, 곡의 구조 자체는 씨스타를 연상케 하지만, 전해지는 이미지는 건강미보다는, 좋게 말해 친근함, 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움인 것으로 보인다. 무슨 맥락에서 등장하는지 모를 성인 남성 캐릭터가 불쾌한 오해를 유도하는 것 같은데, 과연 그 정도로 복잡한 내용을 깔아 두었을까 싶을 정도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엉성하다.



JBJ95
Home
스타로드 엔터테인먼트,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정교한 파트 분배와 역할 분담을 통해 곡을 보다 효율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그룹과 달리, 솔로나 듀오는 적어진 인원수만큼이나 큰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장점을 부각하기는커녕 단점까지 고스란히 드러내 버리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기에 그룹이 보컬과 래퍼라는 단출한 구성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던 것이 사실. 그러나 그 우려는 첫 곡 ‘Love Dive’부터 쏙 들어가고 만다. 무엇보다 이제는 메인보컬이 된 켄타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특유의 부드럽고 여린 톤의 보컬이 차분하게 가지런히 정돈된 일련의 곡들과 만나 좋은 상성을 보인다(여담이지만 외국인 멤버인지라 발음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위화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발음이 자연스러워진 점에서 또한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리하게 고음을 지르는 대신, 소화 가능한 음역대 안에서 곡을 최대한 장악하는 것으로 영리하게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보다 앞세웠다. JBJ 활동 당시에도 곡에 포인트를 주곤 하던, 따스하고 아련한 소년미가 돋보이는 보컬이 본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멜로딕하고 느긋했다가도 필요할 때는 적절히 타이트하게 몰아칠 줄 아는 상균의 래핑 역시 충실히 제 몫을 하며 곡은 물론 파트너와도 좋은 케미스트리를 일으킨다. 각 트랙의 퀄리티가 상당한 것은 물론, 담백하고 슴슴한 앨범의 무드와 두 멤버가 수행하는 보컬과 랩이 잘 맞아떨어져 듣기 편하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며 미덕이다. 단 담백하다 못해 몇 트랙의 존재감이 다소 흐릿해 보이는 점은 소소하게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두 동갑내기 멤버의 새로운 출발이 안정적이고 인상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미니앨범 전체의 흐름이나 구성을 보니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의식했음이 분명한데, 초겨울까지 내내 편하게 들을 수 있을 듯한 한 장.

놓치기 아까운 음반

쨍한 음색으로 뾰족한 랩을 쏟아내던 메인 래퍼 상균과 섹시한 춤선으로 팬덤을 모은 켄타의 듀오. 기존의 JBJ와 비슷한 색깔을 내는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제3의 길’을 찾은 미니앨범. JBJ의 유닛이 아니라 정식 그룹임을 강조하는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JBJ95만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미니앨범이 깔려 있었다. 대단한 스토리텔링보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본인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방식으로 음악을 택했다는 점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기대해 볼 법도 하다.



원포유
나침반 (N.E.W.S)
백곰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30일

   

제대로 벼린 칼 같다. 살랑이던 전작은 지금의 추진력을 기르기 위했던 것인가 싶을 정도로 반전이 느껴진다. 점진적으로 내려가는 후렴구의 멜로디와 그를 받치는 두터운 화음은 신화 초기의 곡을 연상시킨다. 플라멩코 기타로 트렌드를, 앞서 언급한 요소와 블루지한 분위기로 익숙함을 각각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행인 것은 다인원의 멤버 중에서 드디어 몇몇 멤버가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모노톤의 후렴구 바로 직전을 장식하는 은재의 보컬, 나긋나긋한 현웅의 래핑, 무대를 가로지르는 도혁의 춤 등 포인트가 확실해 다인원 그룹의 산만한 분위기를 지운다. 단순히 ‘남자다운’ 변신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곡을 만났기에 나오는 평임을 밝히며, 라틴팝에 한 발자국 가까운 ‘나침반 (Unplugged Ver.)’을 추천한다.



리포트 : 러블리즈 “SANCTUARY”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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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CTUARY

러블리즈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의 제목은 “SANCTUARY”다. 11월 26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러블리즈 멤버들은 ‘안식처’라는 뜻을 지닌 앨범의 타이틀처럼 팬들과 더불어 더 많은 대중에게 안식처 같은 음악을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4년 차 아이돌답게 차분한 모습으로 기자들 앞에 나섰지만, 신곡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설렘만큼은 숨기지 않고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타이틀곡 ‘찾아가세요’는 스페이스 카우보이와 1988이 작곡에, 스윗튠이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러블리즈의 색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약간의 과정을 보태자면 전주만 듣더라도 누구나 쉽게 러블리즈의 노래임을 알 수 있을 곡이다. 예인은 곡을 처음 듣고 ‘러블리즈가 불러야 곡이 잘 살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러블리즈 특유의 팀 컬러에 대한 자신감을 유머를 담아 드러내기도 했다.

러블리즈

‘찾아가세요’는 핸드 마이크에 리본을 달아 소품처럼 연출한 안무가 인상적이기도 한데, 시작 부분에 원을 그리듯 돌면서 서로의 손에 마이크를 건네주는 동작부터 마치 요정들이 마법 봉을 들고 노래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후렴의 ‘도통 닿질 않아서 초라한 나의 진심을’ 구절에서 닿을 듯 닿지 못하는 마음을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애절하게 표현한 안무 또한 기억에 각인되는 포인트 안무다. 또한 뮤직비디오에는 이전 러블리즈의 노래들 속에서 보았던 소품 또는 코드들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멤버들은 ‘찾아가세요’를 러블리즈의 총집편 또는 스스로에게 바치는 오마주처럼 여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뿐 아니라 앨범 전체에서 여전히 러블리즈 특유의 색깔은 여전했다. 원택, 탁, 흑태, 황성제와 제이윤을 비롯해 다양한 작곡진의 노래가 앨범을 채웠다. 앨범 제작에 윤상을 비롯한 원피스의 직접적인 참여가 없었음에도 러블리즈의 컬러가 뚜렷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멤버들은 그만큼 작곡가들이 러블리즈만의 색깔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곡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동안 단단히 쌓아온 러블리즈만의 팀컬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4년, 변화와 성장

멤버 지수는 가장 애착이 가는 수록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트로 트랙인 ‘Never Ending’을 꼽으면서, 사운드에 데뷔곡인 ‘Candy Jelly Love’의 멜로디가 숨겨져 있어 데뷔 당시 추억이 떠올라 각별하다고 설명했다. 러블리즈는 지난 11월 12일, 어느덧 벌써 데뷔 4주년을 맞았다. 또 정규와 싱글 포함해 이번 미니앨범 “SANCTUARY”는 러블리즈가 10번째 발매하는 음반이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변화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러블리즈

예인은 이번 앨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백일몽’을 꼽으면서 ‘기존의 러블리즈보다 조금 강렬한 비트와 긴장감이 담겨있는 노래’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백일몽’은 또한 곡 중반 베이비소울의 랩 파트가 있는 곡으로, 꾸준히 랩 메이킹 시도를 해온 베이비소울의 성장 또한 엿볼 수 있다. ‘찾아가세요’에서 간주 부분 독무를 선보이기도 한 미주는 기회만 된다면 ‘좀 더 통통 튀고 펑키한 곡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살짝 밝혔다. 팀의 컬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닛 또는 컬래버레이션 같은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룹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또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콘서트나 앨범 수록곡으로만이 아닌, 본격적인 유닛 활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작은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토크였다.

러블리즈

치열한 음원 경쟁 속에서 성적에 대해 아쉬울 때도 있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자신들의 색깔을 지켜나가면서 그 안에서 끝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는 러블리즈.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Rewind’의 가사는 어쩌면 누구보다 자신들을 위한 메시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앨범 활동 목표에 대해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는 것’이라는 진의 말이 새삼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치유”를 넘어 ‘안식처’가 되고자 하는 러블리즈의 꿈이 ‘백일몽’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작은 바람을 보태어 본다.

취재: 서드 | 사진: 조성민

러블리즈
Sactuar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6일

   


1st Listen : 2018년 11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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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일급비밀, 엑소, K/DA, 트와이스, 플로어스, 구구단, 키, MXM, 드림노트, 식스밤, 윤종신&유주, H.U.B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하루살이가 새 필진으로 합류했다.
일급비밀
낙원 (Paradise)
JSL 컴퍼니
2018년 11월 1일

   

힙합 비트에 처절한 R&B, 10년 전에 유행하던 소스들이 조합됐다. 얄쌍하고 야시시하게 연출된 보컬이 질감을 가볍게 하지 않았더라면 꽤 낡게 들렸을 것이다. 멜로디도 화성 내에서 익숙한 패턴을 기악적으로 찾아가는 초심자들의 버릇이 느껴져서 크레딧을 봤더니 스윗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싶다. 트렌드와 동떨어졌다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지만, 현재에 듣기에 반드시 구차할 요소들을 그렇게 들리지만은 않게 뒤바꿔 놓는 내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애초에 다른 방향을 잡아도 됐던 게 아닐까.



엑소
Don't Mess Up My Tempo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앨범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엑소라는 그룹이 지금까지의 디스코그래피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Tempo’를 듣자마자 이 모든 것이 나의 오만이었음을 절절히 깨닫고 말았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 등을 떠올리게 하는 곡 구조는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하되, 곡 전체를 꿰뚫는 유기성으로 인해 흐름이 난잡하거나 어수선하지 않으서 곡으로 하여금 어떠한 설득력을 갖게 한다. 브리지 후에 잠깐의 정적을 두고 또 한 번 “둠둠둠둠-“하며 아카펠라가 울려 퍼질 때, 놀라움 내지는 충격에 휩싸인 분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단히 실험적이라고 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용감하고 신선한 접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부터 앨범을 쭉 메운 수록곡들 역시 제목 그대로 앨범 전체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고른 퀄리티를 자랑한다. ‘Sign’, ‘Gravity’, ‘Damage’ 등 케이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쉽사리 외면하지 못할 트랙들은 물론, 다소 빽빽한 흐름 사이에서 ‘24/7’, ‘여기 있을게’ 등 적절히 쉼을 주는 트랙들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끝자락에 위치한 ‘Oasis’는 ‘El Dorado’(“EXODUS”)의 후일담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특유의 신비롭고 신화적인 무드와 잔잔한 비장미가 잊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I’m on the road”라는 노랫말처럼, 여전히 그들만의 길 위에 있는 엑소가 향할 다음 장소가 궁금해진다.

엑소 음악의 강점은 다름 아닌 목소리 그 자체라는 자신감이 아카펠라로만 이루어진 ‘Tempo’의 중반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창법은 닮아도 음색은 뚜렷이 구분되는 목소리의 층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매력은 스쳐 지나가며 들어도 엑소의 노래임을 알 수 있는, 다른 케이팝에서는 쉽게 찾아 듣기 힘든 엑소만의 시그니처다. 수록곡 역시 익숙한 스타일의 곡들로 채우면서도 퍼포먼스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한 SMP 사운드의 곡들과, 멜로디와 화음이 강조된 곡들이 교차하듯 배치되어 있다. 벌써 다섯 번째 정규앨범이지만 아직 더 발견할 엑소가 있다는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꽉 찬 정규앨범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우선 타이틀곡 ‘Tempo’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을 뒤엎는 곡 전개가 소녀시대의 ‘I Got A Boy’, 레드벨벳의 ‘Ice Cream Cake’, NCT 127의 ‘Cherry Bomb’과 같은 곡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군더더기 없는 봉합력을 자랑한다. 특히나 하프타임으로 훅에 변주를 준 뒤 처절한 브리지를 거쳐 기어이 아카펠라로 강렬했던 도입부를 다시 호출하고야 마는 후반부 흐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근래 SM 송캠프에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인상을 주는 곡들이 매년 하나씩 나오고 있는데, 이번 년도는 단연 ‘Tempo’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수록곡으로 시선을 돌리면 선 로고 후 앨범 제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앨범 내내 로고와 합일된 질주감이 돋보인다. ‘Sign’과 ‘Damage’의 ‘알레그로’, ‘Tempo’와 ‘24/7’의 ‘모데라토’, ‘여기 있을게’의 ‘안단테’ 등 다양한 템포의 질주감이 고루 분포해 있어 취향 따라 골라 듣는 맛 역시 상당하다. 전체적으로 2, 3집을 닮아 있어 4집을 좋아했던 이들은 약간의 아쉬움을 표할 수도. 추천곡은 3집의 핵심적인 사운드를 구축했던 런던노이즈(a.k.a. 서울소음)의 ‘Gravity’와 2집 ‘El Dorado’의 후속작 격으로 들리는 ‘오아시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후렴구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샘플(일명 할머니 의자 소리)와 보컬을 뒤덮어 팬덤의 원성을 산 기계음. 게다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비트와 복잡한 구조는 ‘Tempo’라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냈다. 앞서 언급한 요소는 청자에게 불친절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에 까칠함을 더해 듣는 재미를 준다. 갑자기 보컬을 앞으로 끌어와 슬로우다운, 거기에 아카펠라로 풍성히 쌓아 올린 브리지는 가장 이질적이나 곡에 방점을 찍으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타이틀곡 하나만 알고 가도 충분하지만 트랙 리스트를 차근히 따라가면 엑소(라는 장르)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록곡 곳곳에 숨겨진 세계관은 한 멤버를 곡의 주인공으로 짚어내는 책갈피처럼 기능한다. 예를 들어 ‘후폭풍’에서 서로 다른 습도를 가진 보컬이 일으켜내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한편 (바람의 능력을 가진) 세훈의 파트를 주의해서 듣게 되는 식이다. 물론 그런 설정을 넘긴다 해도 트랙은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만, 세계관이라는 필터를 겹쳐볼 때 새로운 감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전작 “Exodus”와 결이 비슷한 듯 직관적인 터치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흐름에 Pick! 을 남긴다.



K/DA
Pop/Stars
라이엇 게임즈
2018년 11월 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분명 잘 알려진 국내외 작곡가진이 참여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크레딧을 살펴봤다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유명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새 스킨 주제가로 발매된 곡이며,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인하우스 뮤직팀이 프로듀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작곡가진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그럴싸함 이상의 수준을 담보하는 케이팝을 내놓았다는 점이 일견 놀랍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 역시 든다. 케이팝이 어느덧 어엿한 하나의 서브컬처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고, 그렇기에 이것에 어떠한 리스펙트를 가지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디깅했을 경우 나올 수 있는 가장 준수한 결과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곡은 분명 케이팝이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고 섬세하게 조형된. 굳이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자)아이들의 두 멤버들은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으며, 탁월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전소연의 래핑은 물론 본체 활동 때와는 사뭇 다른 미연의 음색도 매우 매력적이다. 감히 외면하기 어려운 쾌감과 짜릿함을 (혹시라도 놓치고 계셨다면) 꼭 놓치지 마시라는 뜻으로 Discovery!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서슬 퍼런 사운드의 날이 닥치는 대로 썰어댄다. 난폭하고 히스테릭하며 공격적인 사운드는 그러나 ‘잘라냄'을 통해 완성된다. 숨 가쁘게 치닫는 중, “K”와 “DA”, “Pop”과 “Stars”처럼, 한 호흡 기다렸다가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속도감. 결정타를 날릴 순간을 미리 정해놓고, 그 지점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광포하게 쏟아붓는 듯하다. 그래선지 게임과 팝이 제공하는 쾌감의 원형을 겹쳐서 보여주는 것 같기도. 음악이 워낙에 케이팝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씬과는 다르다 보니 평행우주의 케이팝이 여기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곡과 같은 폭력성은 정작 케이팝에서 보이그룹이 행할 수는 없는 어떤 것이기도 하고, 날카로움과 파워풀함 모두 여성 가수의 그것일 때 유난히 빛날 만한 재료이기도 하다. 단 한 번만 만나기에는 꽤나 아까운 조합식.

놓치기 아까운 음반

‘Pop/Stars’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실황을 보며, 어쩐지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핑크가 콜로세움에서 퀸의 ‘We Will Rock You’를 불렀던 펩시의 커머셜이 생각났다. 우먼파워를 보여준다는 점 말고도, 펩시와 LOL 두 브랜드의 광고 타깃이 상당한 교집합을 갖기 때문일까.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오는 동안, 전 세계 젊은이가 즐겨 듣는 장르는 록에서 케이팝으로 대체되었고, 우리가 사랑해온 캐릭터로서의 미국 팝스타들은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춤까지 추는 게임 캐릭터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캐릭터에게 케이팝 스킬을 전수해줄 아이돌은 본인이 굳이 톱스타일 필요는 없지만, 톱스타가 될 캐릭터의 위상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아이돌일 필요가 있었겠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의 두 멤버들은 적합한 스킬을 갖고 있었고, 아리와 아칼리에게 좋은 ‘궁극기’가 되어주었다. 케이팝이 팝 시장 안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사례.



트와이스
Yes or Yes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5일

   

수동적인 태세를 벗어나 ‘Dance The Night Away’ 때의 당찬 기운을 유지한 것은 반갑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결국 (남성) 청자에게 선택을 내맡긴다는 점에서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태도의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 곡의 구조-기조-어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그래도 소구가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곡들을 내놓는 것이겠지. 이제는 그저 ‘Signal’‘What is Love?’처럼 멤버들의 생동감마저 짓눌러버리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에는 멤버들의 에너지가 너무 아깝기 때문. 이번 앨범에서는 지효가 유독 마음에 밟힌다. 벅차올라 쨍하게 뿜어내는 ‘Sunset’의 보컬은 결코 잊지 못할 것.

이번 회차의 추천작

사실 아이돌의 음악적 성장은 상업적 성과의 진전과 별다른 상관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트와이스는 날로 커지는 팬덤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기라도 하는 듯 점점 더 멋진 아티스트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작사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띄지만, 사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데뷔 초부터 트와이스의 무기로 꼽혔던 밝고 쾌활한 에너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어진 악곡을 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력과 성장도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YES or YES”는 트와이스처럼 재능있는 걸그룹이 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앨범이다. 이미 정점이지만, 더 나아갈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플로어스
Because of You
엶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6일

   

성북구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 엶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4인조 걸그룹의 데뷔작. 곡은 연인과 함께하는 마음이 용기가 된다는 낙관적 메시지를 담고 있고, 보컬 연출은 수수하다. 곡 자체를 이러쿵저러쿵 평하기에는, 노래방에서도 이런 사운드를 들은 지는 꽤 오래됐음을 아픈 마음으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인디 아이돌’ 내지는 자본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기는 어려운 게, 정말로, 2018년의 컴퓨터 음악 기술이라면 이런 사운드가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편곡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부분도 별로 없다. 글쎄, 이런 사운드와 연출이 예스러운 정감이 있어서 힐링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수하고 촌스러운 게 무해하다는 건 아저씨들의 관념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젊은 여성에게 씌워 입히는 게 사회적이고 선량한 일일까?



구구단
Act.5 New Action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특히 2018년을 기점으로 걸그룹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것 같은데, 분명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현상이다. 전작 ‘The Boots’에서는 보다 보편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임파워링 메시지를 담았다면, 이번 ‘Not That Type’에서는 연애의 주도권을 꽉 쥐고 마구 휘몰아치는, 노랫말 그대로의 “당돌한 소녀”를 연출하고 연기하고 있다(올초 발매된 위키미키의 전작(http://idology.kr/9940)이 떠오르기도 한다). 수록곡에서도 톤앤매너는 미묘하게 다르되 ‘능동적이고 당당한 소녀’라는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꾸준히 보인다. 단지 이 ‘능동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소위 말하는 ‘걸크러시(마음에 드는 단어 선택은 아니지만, 달리 표현할 만한 어휘가 없으므로 부득이 사용하기로 한다)’, ‘쎈’ 음악으로만 대표되는 것은 역시나 또 다른 납작함을 낳을 뿐이라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난 있잖아 걔네들과는 달라/고분고분하게 상냥하게”라는 가사도 어딘가 마음에 걸린다. 이렇듯 한계점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구구단의 본작이 걸그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의 층위를 풍성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견 말랑하고 마냥 화사해 보이지만,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밤도 두렵지 않다”는 말을 심지 굳은 미소와 함께 전하는 ‘Pastel Sweater’가 빛나는 이유는 그래서다. 다양한 소녀의 모습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구구단의 ‘극단’ 콘셉트가 소중한 이유 역시 그러하다. ‘나다움’을 역설하는 ‘Be Myself’,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Shotgun’, 발칙하고 발랄한 ‘Do it’ 등 놓치기 아까운 트랙으로 가득한 것은 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아무튼 예쁘고 특이하면 되겠지' 하는 듯하던 데뷔 당시에 비해 ‘The Boots’와 ‘Not That Type’은 제법 음악적 노선의 정립이 있다. 마침 젤리피쉬가 잘할 수 있는 것이다. 탄탄하고, 조금은 보수적으로 느껴질 법도 한 ‘정통 팝송'을 만드는 것 말이다. (데뷔 초의 ‘일기'부터 이번의 ‘Pastel Sweater’까지 이어지는 흐름만 해도, 다른 어떤 기획사와도 확연히 그 질감이 다르지 않은가.) 이 EP는 분명 더 밟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 끝끝내 밟지 않는 영역들이 있다. 무대를 확 뒤집어 엎어버릴 기세에 단단한 틀을 덧씌워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다시 ‘극단'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걸까?) ‘Not That Type’이 펜타토닉으로 블루지한 느낌을 더한 것은 그래서, 틀을 벗어나지 않되 틀에 억눌리지는 않는 단단한 심지를 가진 캐릭터로 다가온다. “호!”가 유난히 멋지게 다가오는 것 역시 흥에 겨운 외침이 아니라, 뒤집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자신감의 표현 같기 때문이다. 터뜨릴 듯하지만 끝내 으름장을 놓으며 긴장감에 집중하는 ‘Shotgun’도 마찬가지. 구구단은 ‘예쁜 걸그룹'이길 내려놓을 의향이 없는 듯하고, 그러면서도 자심감 있게 무대에 올라 관객을 뒤흔드는 인물상을 보여주려 한다. 쉽지 않은 길, 하지만 선명한 진보가 담긴 미니앨범이다.

‘Not That Type’은 사운드는 무척 흥겹고 에너지 넘치지만 단순한 구성과 귀에 걸리는 멜로디 라인의 부재가 아쉽다. 그로 인해 곡의 매력보다는 가사가 지닌 메시지가 전면으로 나와버리는 인상을 준다. 보컬과 랩의 매력을 살리면서 콘셉트로 승부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수록곡 중 ‘Shotgun’이나 ‘Do it’을 선택해도 좋았을지 모른다.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원인은 결국 팀 컬러의 부재다. 매번 다른 콘셉트를 시도한다는 말은 얼핏 그럴싸하게 다가오지만, 반대로 ‘Not That Type’을 좋아하더라도 다음번에 또 이런 음악을 들려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는 정말 대중에게 다음번을 안심하고 예측할 수 있는 그룹만의 자리를 찾아 정착할 때가 됐다. ‘너에게’나 ‘Pastel Sweater’은 올해 발표된 걸그룹 음반 수록곡 중 망설임 없이 상위권에 올려놓을 수 있는, 쉽게 놓치기엔 아쉬운 결과물이다. 구구단이 ‘여기까지 해낼 수 있는 팀’이라는 걸 대중에게 좀 더 알릴 방법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꾹꾹 눌러 찍는 비트와 힘있게 지르는 보컬에도 불구하고, ‘Not That Type’은 어쩐지 힘이 빠지는 곡이다. 바쁘게 쏟아내는 강렬한 가사는 청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게 되며, 심지어 다소 촌스러운 감마저 있다. 일찍이 걸스데이가 “여자가 먼저 키스하면 잡혀가는 건가”로 ‘당돌함’의 정점을 찍은 바 있었으므로, “네가 내 맘에 든대” 정도로는 그다지 ‘저돌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봐야 한다. 당돌하고 저돌적이라는 가사의 주장에 비해 차분한 정박으로 선이 예쁘게 떨어지는 안무 또한 시청자의 인지부조화를 야기하는 부분. 데뷔 후 2년간 ‘Wonderland’부터 ‘Not That Type’까지, 디스코그래피를 관통하는 일관된 캐릭터가 없는 것 또한 치명적인데, 이것은 철저히 기획자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므로 결국 ‘기획력의 부재’로 환원될 이야기겠다.



Forever Yours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6일

   

상쾌한 보컬 루프로 포문을 열면 습습한 소유의 목소리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곧 키의 알싸한 음색이 퍼진다. 이어지는 후렴구는 단순하기 그지없지만 키의 단단한 가창을 소유가 가볍게 받쳐주며 기분 좋은 (정확히 말하자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는) 상승감을 자아낸다. 곡이 단조롭게 흐르지 않고 산뜻하고 편안하게 유지되는 것은 8할이 두 보컬의 케미스트리 덕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둘의 보컬이 잘 어우러질지 의문이 있었는데, 자칫 둔탁해질 수 있는 키의 옹골진 음색에 소유가 부력을 주입해 청량감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훌륭한 작곡가가 만들고 훌륭한 보컬이 완성한 훌륭한 팝. 간단해서 단번에 각인되고 여러 번 반복해 들어도 쉽사리 물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의외로 키의 솔로 ‘데뷔’곡이다. 키의 역량을 생각하면 솔로 데뷔가 늦게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트로피컬 하우스가 스쳐 지나간 트랙은 몽롱한 소유의 목소리와 청량한 키의 목소리를 제법 잘 어울리게 만든다. 장르 특성상 계절감의 측면에서 아쉽다고 느껴질 여지도 있지만 10년 넘도록 상큼한 소년에게 계절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후렴의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가 귀에 박혀 쉽게 흥얼거리게 된다. 어울리는 것, 잘하는 것,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과 팬들이 보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뤄내는 키의 내공과 영리함이 돋보인다.



MXM
One More
브랜뉴 뮤직
2018년 11월 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단출한 세 곡인 것 같지만 꽤 밀도가 좋다. ‘Knock Knock (TAK Remix)’는 느긋한 멜로디를 TAK 특유의 리조넌스 후비는 빽빽함과 격투 게임의 연속기 같은 힘 조절로 휘몰아친다. ‘다르게 보여’는 나긋나긋한 멜로디를 타이트하게 조인 비트에 실어 흘려보내면서 후렴에서 좋은 속도감을 선보인다. 그리고는 제목이 ‘세레나데’인데 ‘너의 세레나데를 들려달라’는 내용인 점이 이색적인 ‘세레나데’로 달콤하고 편안하게 마무리된다. 팀과 프로덕션의 강점을 잘 살려 나열하면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조합해 압축한 한 장.



드림노트
Dreamlike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2018년 11월 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소녀’ 콘셉트의 세분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가운데서도 색다른 ‘한 끗’을 보여주는 그룹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드림노트는 최근 아이돌 씬에서 눈에 띄는 ‘당찬 소녀상’에서 ‘당참’ 지수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다소 동요 같기까지 한 멜로디와 챈트, 율동과 치어리딩의 중간 지점에 놓인 듯한 직선적인 안무, 무대 끝까지 팽팽하게 유지하는 텐션까지. 이토록 천진난만한 그룹이 있었나 생각해보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기껏 생각나는 것이 〈프로듀스 48〉에 나왔던 야마다 노에 정도. 노에가 한국 걸그룹으로 데뷔했다면 드림노트와 엇비슷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오마이걸을 맡았던 최재혁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오마이걸에서 신비로움을 덜어내고 트와이스와 소나무의 기운을 더한 것 같기도 하다. 여자친구와 러블리즈가 그랬듯 몇 달 전 데뷔한 네이처와 선의의 경쟁 구도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되는 팀.

놓치기 아까운 음반

힘있게 터져 나오는 밴드 사운드에 반짝이는 신스, 설렘을 담아 외치는 구호에 맞춰 하늘을 찌르는 손동작까지. 분명 클리셰인데, 확신에 차서 제시하기에 여지없이 수긍하게 된다. 4곡으로 꽉 채운 맥시 싱글은 분명 ‘뭘 좀 아는 사람’이 만든 태가 나는데, 멤버들의 실력 또한 출중해 사장님의 ‘빅 픽처’를 그려나가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올해 들은 데뷔 싱글 중에서는 단연 최고.

놓치기 아까운 음반

여느 중소 기획사에서 처음 만든 여자 아이돌에게 흔히 기대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잘 다듬어진 곡들의 연속이다. 타이틀 곡 ‘Dream Note’는 트와이스의 ‘Heart Shaker’, ‘Yes or Yes’를 만든 David Amber의 곡으로 유사한 첫인상을 준다. 그러나 디스토션 잔뜩 걸린 일렉기타와 브라스가 곡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트와이스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구축한다. 꿈을 노래하는 소녀를 화자로 내세운 가사가 조금 상투적이지만 그리 거슬리지 않게 흘러간다. 〈믹스나인〉 데뷔조였던 박수민이 후렴이나 전면에 나서기보다 브리지의 시작 파트 등을 도맡으며 감초 역할을 한다는 점은 조금 의외로 여겨진다. 인트로의 플럭 사운드가 매력적인 4번 트랙 ‘Fresh! Fresh!’를 추천한다.



식스밤
그대 동네
페이스메이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8일

   

늘 자극적인 콘셉트를 보여주던 식스밤이 발라드를 내놓았다. 전혀 그런 편곡은 아님에도, 림 샷과 하이햇이 쪼개지는 세기말 R&B 발라드의 향취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아니나 다를까 O.P.P.A 007의 98년작의 리메이크라고. 그래도 워낙에 정통파 발라드라서 그런지 딱히 낡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멤버들의 파트 분배도 곡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끌고 나가면서 각자의 음색을 선보이기 좋게 잘 이뤄진 편. 기우인지 모르겠으나 ‘반전미’를 노리는 발라드라는 선택 자체가 매우 참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식스밤의 전작들과의 갭이 신경 쓰이기는 한다. (이미 음악 스타일을 통한 식스밤의 ‘변신’은 몇 차례 있었던 터이다.) 물론 그런 정통적인 디스코그래피의 관념과 거리가 있는 모델이기에 큰 흠이 되지는 않기도 하겠지만.



윤종신, 유주
2018 월간 윤종신 11월호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9일

   

쉬이 쓰이지 않는 소재로 곡을 쓰면서도 그만의 냄새가 담뿍 담긴 “월간 윤종신”에서 유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단단하고 뽀얗게 정제된 톤 대신 불쑥 찾아온 이별에 흔들리는 그라니. 정말로 생각해보지 못한 캐릭터다. 성숙하면서도 현실적인 톤의 노래는 그가 그룹에서 보여줬던 서글플 정도로 강단 있는 소녀 이미지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랑을 시험에 비유해 ‘멋진 이별로 우수한 연인이 되자’는 내용은 시의성을 노린 게 분명해 보이지만, 유주의 목소리가 가요에도 썩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싶다.



H.U.B
Finale
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9일

   

비극적인 정조와 라틴팝을 가미한 곡. “뚜루루루” 하는 리프레인을 비롯해, 최근의 경향을 많이 살피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새 멤버들이 보강되었는데, 개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효선. 당연히 비주얼이 그러한데, 그만큼 새롭게 들리지는 않지만 래핑도 정확하게 제 역할을 하는 멤버. 다만 갖고 있는 것과 가져온 것들 사이에서 내실을 기한 작품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간다는 스탠스가 너무 확연하게 보이는 데다가, 곡에 담긴 멤버들의 보컬이 얕고 불안정한 대목들이 자주 들린다. 글쎄, 가볍게 방방 뜨는 ‘과즙’류의 곡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곡의 콘셉트 자체가 무겁고 페미닌한 방향이다 보니 더 신경 쓰이는 듯하다. 몇몇 순간 꽤 귀에 잘 감기는 훅을 제시하고 있어서 다른 약점들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리포트 : 업텐션 “Laberinto”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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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6일, 압구정 일지아트홀에서 업텐션의 7번째 미니앨범 “Laberinto”의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일본 활동과 북미-유럽 투어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국내 정식 컴백은 지난 3월 정규 1집 “Invitation” 이후 약 9개월만. 최근 급속히 빨라진 아이돌 그룹의 활동 순환주기를 생각하면 꽤 긴 공백기다. 멤버 웨이가 “그간 확실히 국내 활동에 목마르긴 했다. 저희가 가수분들 음악방송 모니터를 다 하고 멤버들끼리 무대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볼 때마다 빨리 컴백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팬들은 물론 멤버들 역시 이번 컴백을 고대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앨범명 “Laberinto”는 스페인어로 ‘미궁, 미로’라는 뜻으로 ‘추격자-도망자’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콘셉트에 맞게 업텐션은 Clue 버전과 Crime 버전의 티져 이미지를 공개하고 ‘트레이싱 코드’를 통해 팬들의 추리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타이틀곡 ‘Blue Rose’ 퍼포먼스에서도 서로 긴밀한 합을 주고받는 동작을 하거나 추격자와 도망자 두 그룹으로 나뉘어 대립 구도를 연출하는 등 콘셉트의 설득력을 높이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사실 이런 콘셉츄얼한 접근은 업텐션에게 조금 의외의 시도다. ‘여기여기 붙어라’, ‘나한테만 집중해’, ‘하얗게 불태웠어’ 등 이제껏 선보여온 타이틀곡의 경우 함축적인 은유법보다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단선적인 ‘소년’ 이미지를 호기롭게 밀어붙이는 직설법, 정공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올 초 발매한 정규 1집 “Invitation” 역시 90년대 팝 스타일로 꽉 채우며 우직한 승부수를 던진 앨범이었다.

업텐션

업텐션 선율, “‘업텐션이 이런 곡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 사진=조성민

실제로 멤버 선율은 앨범 준비 중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기존 업텐션이 했던 곡 색깔과 달라서 처음에 당황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멤버들과 같이 땀흘리며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업텐션만의 색깔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업텐션이 이런 곡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멤버 웨이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여기여기 붙어라’는 같은 힙합이지만 밝은 느낌인데, 이번에는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이 포인트다.” “환희가 시작하는 후렴구 부분이 절제된 섹시함이라면 그 후의 후렴구에서는 선율이 파워풀한 섹시함을 보여준다”고 하며 이전 곡들과의 연관점과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업텐션

업텐션이 데뷔한 지도 어느덧 만 3년을 넘어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4년 차라면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그룹 색깔을 완전히 굳히는 데 주력하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답변이 있었다. 멤버 고결은 이번 활동에서 이슈로 주목받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타이틀곡을 저희가 직접 뽑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음악이 좋다고 관심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답했다. 즉 이번 앨범은 음악적인 인정을 꿈꾸며 멤버들이 직접 고른 변화구인 셈. 다른 멤버들 역시 “업텐션을 아직 생소해하시거나 모르시는 분들에게 업텐션을 각인시키고 싶다(웨이)”, “다음 활동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할 수 있는 업텐션이 되고 싶다(샤오)”고 말하며 음악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은 업텐션을 지지하는 팬들에게 전하는 보답이기도 했다. 멤버들은 추천 수록곡으로 ‘With You’를 꼽았는데, ‘With You’는 래퍼 멤버 비토의 첫 자작곡이다. 비토는 전부터 작사에는 참여해왔으나 작곡, 편곡에까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토는 “팬분들이 저희를 기다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노래”라고 자작곡을 소개하며 “팬송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미리 써두었던 곡의 가사를 수정해 완성했다”는 작업기를 전했다. 리더 진후는 “함께 작사에 참여한 멤버인 쿤과 룸메이트인데, 빨리 가사를 넘겨야 했던 상황 가운데서도 새벽 5시까지 잠 못 자고 팬들을 생각하며 써내려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멤버 선율은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려던 중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팬들에게 진심어린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 “4년 차가 되도록 항상 팬분들이 기다려주시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기다려주시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라는 말에서 짧게는 9개월, 길게는 4년째 업텐션을 기다리고 응원해왔을 팬들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업텐션

리더 진후는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완전체로 다시 뭉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저희는 다시 시작한다 생각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운을 떼며 “지치는 모습 보여드리지 않고 4년 차가 아닌 1년 차, 2년 차 신인의 패기로 열심히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업텐션의 포부를 전했다. 4년 차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발언이다. 그만큼 업텐션에게서 굳은 결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타이틀곡 ‘Blue Rose’의 가사에는 ‘불가능하단다 푸른 장미의 꽃말’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푸른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었던 이유는 자연적으로는 푸른 장미가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텐션의 지난 3년도 어쩌면 푸른 장미를 향한 욕망처럼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여정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아직까지 활동 목표가 “업텐션을 아직 생소해하시거나 모르시는 분들에게 업텐션을 각인시키”는 것이라 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푸른 장미는 ‘불가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자들이 푸른 장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푸른 장미의 꽃말은 ‘가능한 일’, ‘기적’이 되었다. ‘불가능’에서 ‘가능’이 된 푸른 장미처럼 업텐션 역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멋진 성취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스큅 | 사진: 조성민

업텐션
Laberinto
티오피 미디어
2018년 12월 6일

   


1st Listen : 2018년 11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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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P.O, 디크런치, 비투비, 제니, Hyo & 3Lau, 핫샷, 아쿠아, 마틸다, 워너원, (여자)아이들, 보이스퍼, 하이라이트, 박보람을 다룬다.
P.O
소년처럼 (Comme Des Garcons)
세븐시즌스
2018년 11월 11일

   

블락비 내에서 피오의 파트는 주로 그의 거친 목소리와 높은 볼륨이 활용된다는 인상이 남아있지만 ‘소년처럼’은 차분히 가라앉은 톤의 랩으로 진행되는 곡. 작년 발표했던 “Men’z Night”과 비교해도 뚜렷이 대비되는 분위기인데, 그 차분함이 래핑과 가사에 좀 더 집중하게 한다. ‘소년처럼’이라는 비유에 조금 식상함은 느껴지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가사와 라임에 녹여낸 테크닉은 무시할 수 없는 그의 재능이다. 그룹이 새로운 시기에 직면한 만큼, 앞으로 팀 내에서 또 솔로로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디크런치
M1112(4colors)
올에스 컴퍼니
2018년 11월 12일

   

데뷔곡 ‘Palace’에 이어 이번에도 무지막지한 볼륨으로 승부하는 걸 보면 ‘다이아몬드를 부서뜨릴 만큼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음악적 파급력을 가진 팀’이라는 소개가 흰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이번에는 포고와도 같은 도입부 랩과 훅의 보컬,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이렌 소리와 스트링 연주, 손전등을 활용한 퍼포먼스 등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증폭해 전작보다 더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문제는 수록곡. 타이틀 곡과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타이틀 곡에서 바짝 잡아당긴 텐션을 수록곡에서 늘어뜨리며 ‘갭차이’를 의도한 건가 싶지만, 멜로우한 세 곡 틈에 타이틀 곡을 어정쩡하게 껴 놓은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금 타이틀 곡 인스트루멘탈을 추가해 놓은) 트랙 배치를 보면 다시금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4 Colors’라는 헐거운 표어로 미니앨범을 봉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크레딧을 확인해보니 데뷔 싱글부터 팀 내 래퍼 멤버들이 모든 곡을 만들고 있는데, 셀프 프로듀싱 자체만으로 팀 색깔을 담보받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비투비
Hour Moment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12일

   

타이틀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는 멜로디가 대구를 이루며 반복되거나 인접한 음정을 더듬듯 훑는 일이 많아서인지, (제목부터 그렇지만) 가장 가요적이고 감정 토로가 짙다. 당분간의 이별을 고하는 음반이다 보니 그런 곡이 듣기 버거울 수도 있고 그건 상당히 많은 아이돌이 공통되게 행하는 일이기도 한데, 비투비의 경우는 그 질감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미니앨범 전체가 아쉬운 인사를 테마로 하고 있지만 특히 초반은 상당히 상쾌한 무드를 전한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감상보다는 힘차고 낙관적인 감성은 특히 첫 곡인 ‘Friend’에서 잘 드러난다. 이어지는 세 곡 또한 비슷한 노선을 유지하며, 특히 쿨한 느낌의 래퍼들이 토닥이듯 균형을 잡아준다. ‘아름답고도 아프구나'가 마지막에 배치됨으로써 미니앨범은 헤어지는 아쉬움 앞에서 그간의 좋은 추억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로 인해 더 우아하고 세련된 태도를 견지함과 동시에 타이틀 역시 더욱 솔직한 목소리로 들리게 한다. 수많은 아이돌이 잠시 또는 오래 팬들의 곁을 떠나면서 헌정곡을 내놓았고 굳이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할 수 있겠지만, 이만큼의 정성과 배려를 깔끔하게 담아낸 음반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제니
Solo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12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라 생각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은 소속사의 선배 (여성) 솔로 아티스트들을 떠올리게 되고 만다. 여기서 ‘같은 소속사’라는 말이 상당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본다. 어떠한 시그니처 내지는 아이덴티티가 묻어난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수 있겠으나, 바꿔 말하면 지나치게 동어반복적이고 매너리즘적인 기획만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힐 소지 역시 존재한다. 기획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아티스트의 존재감 내지는 장악력이라는 부분인데, 여기서도 물음표가 남는다. 아주 부족하진 않지만, 어딘가 한 끗이 아쉬워지고 만다고 해야 할까. 자신들이 넓혀놓은 범위 안에서 너무도 안전한 길을 선택하려고만 한 것은 아닌가 싶어지는, 자가당착과 매너리즘 가운데 아티스트마저 길을 잃은 것 같은 안타까운 기획.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제니의 ‘Solo’를 처음 듣고 몇 년 전 유행했던 ‘무심한듯 시크하게’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첫 소절부터 별 달리 힘을 주지 않고 툭툭 던지듯 노래하는 모습은 블랙핑크라는 팀 안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애티튜드다. 또한 제니라는 캐릭터가 가진 이미지, 노래하는 방식, 의상과 안무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합쳐져 한 편의 브랜드 이미지 광고 영상을 보는 듯한 프로모션 또한 인상적이다. 가수 제니가 ‘Solo’라는 곡을 프로모션한다기보다 ‘Solo’라는 노래가 제니라는 인물을 프로모션하고 있는 형태에 가까워 보이는 미묘한 차이가 흥미롭다. 앞으로 나올 다른 멤버들의 솔로곡 또한 기대감을 갖게끔 하는 YG의 세공력이 빛을 발한 싱글.

한 마디로, ‘테디가 테디했고 제니가 제니했다’. 충분히 칭찬이 될 수 있는 수사가 썩 탐탁치만은 않은 이유는 둘의 재능보다 기획의 태만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펀치라인 하나로 곡을 쥐락펴락하는 테디의 작법은 여전히 유효하나 오랜 답습으로 뻔해져버렸고, ‘블랙’과 ‘핑크’를 넘나드는 제니의 보컬 운용과 무대장악력은 가공할 만하지만 이 역시 블랙핑크의 시그니처 이미지를 재연할 뿐이다. ‘블랙핑크 제니’에 갇혀 ‘솔로 제니’의 지대한 잠재력을 덮어버린 형국. 둘의 역량과 역대 YG 산하의 솔로작들을 생각해보면 더 대담한 발걸음을 뗄 수 있었으리라는 확신이 있어 더욱 아쉽다. 효과보다는 효율과 효용에, 개성보다는 관성에 기댄 결과물 같아 마냥 긍정할 수 없는 싱글. 물론 그것이 곧 대중음악이라 한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서도.

이번 회차의 추천작

PINK한 티저는 연막작전이었다. 더 BLACK한 제니의 매력을 어필한다. 이젠 “천진난만 청순가련 새침한 척”하기가 지치고 귀찮다는 제니의 단언으로 시작해 연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내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양면적인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장치들이 눈에 띈다. 신경질적인 신스와 묵직하게 때리는 베이스가 대조를 이루며 곡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중의적으로 들리는 후렴의 가사도 한몫을 한다. 여기에 제니는 앙칼진 반가성과 딴딴한 진성을 지루할 틈 없이 교대로 구사한다. 2절의 랩도 흘러가는 듯이 들리지만 가사를 해석해보면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블랙핑크의 모든 곡을 만들어온 테디 특유의 작법이나 사운드가 뻔하게 느껴질지언정 빈 구석은 없다. 그룹의 연장선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솔로 가수 제니를 선보이기에 아쉽지 않아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된다.



Hyo, 3Lau
Punk Right Now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 13일

   

소녀시대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솔로활동을 전개하는 멤버를 꼽자면 태연이지만, 가장 번뜩이는 멤버는 단연 효연이다. 본래의 춤 실력과 소녀시대 때 터득한 보컬 활용법을 바탕으로 자신이 택한 트랙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이 전에 없이 자유로워 보인다. 비약적 ‘발전’이 아닌 ‘발현’. 보컬의 능수능란함과는 별개로 전작 ‘Sober’만큼 보컬과 트랙의 밀착도가 높지 않아 아쉽지만, 베이스 라인만으로 청자를 장악하는 트랙의 위용에 결국 굴복하게 된다. 특이하게도 안무 연습 영상과 별개로 안무 튜토리얼 영상을 공개했는데, DJ로 전향하며 ‘따라 하고 싶은 잘 노는 언니’ 캐릭터가 확실히 구축된 듯 보인다. 다시 돌아올 소녀시대 완전체에서의 활약 역시 기대되는 부분. 각자의 자리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가는 멤버들 덕에 소녀시대의 서사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핫샷
Early Flowering
스타크루 이엔티
2018년 11월 15일

   

다시금 시동을 걸면서 성숙을 찬찬히 보여주려는 의도로 가져온 카드가 ‘니가 미워’인 건가. 모나지 않고 서정적인 무드의 타이틀곡은 다소 싱겁게 들린다. 오히려 예고치 못한 순간에 때리고 스르르 풀어지는 ‘Better’의 일격이 더 큰 울림을 준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와 JBJ 등 멤버 노태현이 끌어온 적당한 스포트라이트가 빛바래지 않으려면, 시선이든 귀든 무엇 하나를 고정시킬 요소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MSG가 필요하다 이 말입니다.

전작 ‘젤리(Jelly)’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돌아왔다. 미니앨범 전체적으로 차분함이 유지되는데 특히 타이틀 ‘니가 미워’는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어디 튀는 부분 하나 없이 흘러간다. 익숙한 코드와 구성으로 진행되고 보컬도 여유롭다. 그러나 이 지극히 담백한 타이틀보다 서브곡 ‘Better’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곡의 시작을 여는 기타 리프와 후렴의 휘파람 소리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또 기존 곡들과 유사한 에너지를 가장 많이 담고 있어 이전과 이어지지 않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낯섦을 줄여준다. 변화를 택한 이유와 그 방향이 아직 납득되지 않지만 항상 듣기 좋은 음악들을 들고 온 핫샷이기에 믿고 지켜보고 싶다.



아쿠아
Log In
Krazy Entertainment
2018년 11월 17일

   

걸그룹 게임단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표방한 아쿠아의 데뷔 싱글. ‘로그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후렴과 더불어 가사 전체가 상투적이지만 그만큼 귀에 쉽게 들어오는 장점도 있다. 보컬과 랩 모두 탄탄해 앞으로가 기대되는 팀.



마틸다
가을과 겨울 사이
박스 미디어
2018년 11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분위기에 팀이 가진 보컬의 매력과 재능이 두드러지는 발라드로, 평소 가요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플레이 리스트에 끼워놓아도 후회하지 않을 계절송. “넌 Bad 날 울리지마” 이후 꽤 오랜만에 내놓는 곡이다. 데뷔곡 ‘마카레나’의 활기가 주었던 좋은 인상이 남아있기에, 좀 더 많은 이들이 마틸다의 매력을 발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Discovery를 붙인다.



워너원
1¹¹=1 (Power Of Destiny)
Stone Music Entertainment, Swing Entertainment
2018년 11월 19일

   

워너원의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 워너원 음악을 거칠게 ‘활활’-‘Energetic’-‘Beautiful’ 세 갈래로 구분해본다면 그 원형은 ‘열어줘’-‘Never’-‘이 자리에’, 그 변주는 ‘부메랑’-‘켜줘’-‘봄바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Never’와 ‘켜줘’는 정서적으로 ‘Beautiful’과 더 맞닿아있어 결과적으로 ‘Energetic’은 그룹 서사에서 가장 동떨어진 곡이 되어버렸다. (데뷔곡 ‘버프’를 감안한다 한들) 대중적인 호응이 가장 컸던 곡 역시 ‘Energetic’이기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까지 의문을 남기고야 마는 기획. 그래도 유종의 미만큼은 확실히 거두고 있다. 곡 선정 자체에 의문이 들었던 “0+1=1”, “1÷x=1”과는 달리 곡들의 퀄리티와 흐름이 균일하고 앨범의 톤앤매너 역시 이별과 재회를 주제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사실 유지 수준을 넘어 하나의 메시지로 일관해 한번에 듣기 버거울 정도지만, 팬들에게는 이 버거움이 분명 벅찬 정동으로 다가갔을 테다.) 추천곡은 “같이 흩날리자”고 손을 내미는 ‘불꽃놀이’와, 영원을 다짐하기보다 항상을 고백하는 ‘Awake!’. 내내 처연한 곡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곡들이다. ‘우리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보다는 이 편이 훨씬 애틋하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마침 두 곡 모두 멤버가 작사에 참여한 곡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강렬했던 시작이 지나 끝을 말해야 할 때가 다가올수록 점차 아련히, 아련히+1, 아련히+2 식으로 구성되던 워너원의 정말 마지막 앨범이다. 대형 그룹의 무게감을 유지하느라 어째선지 지루해진, 그러나 끝맺어야 하는 이야기에서의 주어는 역시 워너원과 그들의 팬일 터. ‘아티스트와 팬덤은 연결되어 있다’는 아이돌 문화의 가장 오래된 판타지를 공고히 하는 데 쓰인 소품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카세트 테이프다. 아무래도 워너원이 강조해왔던 그 ‘운명론’은 그 가장 오래된 판타지에 기대고 있기에 올드한 인상을 주었으리라 짐작한다. ‘술래’에서부터 ‘소나무’까지의 트랙리스트는 그들의 디스코그래피 중 상대적으로 산뜻해서, (워너원이 의도했어야 했던) 포근하고 친근한 표정을 남긴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워너원의 큰 줄기를 차지한 ‘Beautiful’의 편곡 버전이라니, 어떤 의미에서는 참 고집스러운 작가가 써낸 마무리같다. 대장정은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또 새로운 시작이 함께 할 것이다. 워너원 멤버들이 즐거이 함께 하는 장면이 담긴 뮤직비디오처럼, 이 활동이 아름다운 한 때로 남겨지기 위해 힘차게 달릴 각 멤버를 응원해본다.



(여자)아이들
달려! (Relay)
라인프렌즈
2018년 11월 19일

   

애니메이션 〈런닝맨: 풀룰루의 역습〉의 OST로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임에도 전소연의 래핑을 중심으로 멤버들의 음색이 뚜렷이 대비되며 교차되는 보컬 파트는 팀의 장점을 그대로 전달한다. 밝고 신나는 (여자)아이들의 색다른 매력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들어보길.



보이스퍼
Wishes
에버모어 뮤직
2018년 11월 20일

   

남성 아이돌로서의 무해함과 실력을 강조하는 발라드 중심의 중창, 거기에 힐링의 메시지까지 테마로 선택했다. 자칫 CCM처럼 들리기 십상인 조합이고 이미 씬에 그런 사례들이 있기도 하며 사실 이 앨범도 약간은 그렇다. 이점을 보이스퍼는 화려하게 록적으로 스케일을 확 키우거나, 90년대를 꽤 적극적으로 소환함으로써 보완하려 한다. 대목에 따라 베이비페이스나 김현철, 이승철 등이 선명하게 떠올라서, 음악적 야심과 약간의 아마추어리즘을 가진 90년대 보컬그룹을 듣는 듯한 감상이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이윽고 보컬의 가요적 ‘쿠세’를 거리낄 것 없이 풀어제낄 때는 묘한 쾌감마저 든다. 케이팝-아이돌로서의 유효성에 의문을 가질 순 있을 것이나, 발라드-보컬형 보이그룹이라는 쉽지 않은 포맷에서 어느 정도의 완결성 있는 솔루션을 찾아낸 음반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요 애호층에게도 제법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 듯한, 반가운 의외로 다가오는 준작.



하이라이트
Outro
어라운드 어스
2018년 11월 20일

   

전체에 걸쳐 이별과 그리움이란 테마를 다루고 있다는 정도를 빼면 좀처럼 고별 음반 같지 않은, 얼핏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미니앨범이다. 특히 미움을 말하는 대목이 많은 것이 특이하게 느껴지면서도 조금은 위악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별개로 생각하면 언제든 다시 꺼내 들을 수 있을 만한 음반이라는 뜻도 되겠다. ‘사랑했나봐'는 특히 그런데, 슬픔과 고통을 말하면서도 짓궂은 낙천으로 화려하게 풀어낸 점이 밉지 않다. 오히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보다 화려하고 즐겁게 들리기도 하는 점이 흥미롭다. 멤버들의 음색을 확연히 대비하는 듀엣과 솔로 트랙들도 ‘듣는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리드미컬하게 쏘아붙이며 출렁출렁 흐르는 두준의 솔로곡 ‘오늘 같은 밤이면'을 추천한다.



박보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Fron+Desk, MMO 엔터테인먼트,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1월 20일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는 박보람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자기애에 대한 가사 내용이 두드러진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라서 사랑받지 못한 그 시간에 익숙해져서”, “누가 날 좋아하겠어 나도 못하는데 온통 그 생각에 눈물이 흘러” 같은 가사를, 감정을 지긋이 눌러 담듯 부르는 모습에서 새삼 데뷔곡 ‘예뻐졌다’로부터의 간극과 그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도 그의 더 많은 자작곡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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